top of page

선교사 열전 200인

조셉 헨리 데이비스 (Joseph Henry Davies)

호주 장로교 최초의 한국 선교사로, 부산 지역에서 사역하다 부임 1년 만에 순직했습니다.

부산 땅에 묻힌 첫 밀알, 조셉 헨리 데이비스: 가장 짧았지만 가장 굵었던 헌신
서론: 단 5개월의 사역, 영원한 유산
부산의 복병산(伏兵山) 기슭, 푸른 나무들 사이에 한 젊은 외국인 선교사의 묘비가 서 있다. 그의 이름은 조셉 헨리 데이비스. 그는 한국 땅에서 사역한 수많은 선교사들 중 가장 짧은 기간, 불과 5개월 남짓 사역하고 하나님의 부름을 받은 인물이다. 그는 교회를 세우지도, 학교를 짓지도, 단 한 명의 개종자를 얻지도 못했다. 그러나 그의 죽음은 헛되지 않았다. 그는 호주 장로교회가 한국에 파송한 첫 번째 선교사였으며, 그의 죽음은 호주 교회의 심장을 깨워 이후 100년 넘게 이어질 한국 선교의 위대한 역사를 시작하게 한 '첫 밀알'이 되었다.

그의 이야기는 성공적인 사역의 열매가 아니라, 이름 없는 땅에 자신의 생명을 온전히 바친 '희생' 그 자체에 대한 기록이다. 그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땅 부산에 자신의 무덤을 남김으로써, 그 땅이 하나님의 약속의 땅임을 선포했다. 그의 삶은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는 성경 말씀의 가장 순수하고도 비장한 성취였다. 본 글은 이처럼 짧지만 굵은 헌신의 삶을 살았던 조셉 헨리 데이비스의 생애와 그의 죽음이 남긴 의미를 탐구하고자 한다.

본론: "내가 가겠나이다" - 조선을 향한 순수한 열정
조셉 헨리 데이비스는 1856년 호주 빅토리아주에서 태어났다. 멜버른 대학교와 신학교를 졸업한 그는, 총명하고 열정적인 젊은 목회자였다.

당시 호주 장로교회는 해외 선교에 대한 논의를 막 시작하던 단계였다. 1888년, 캐나다 출신의 한 선교사가 호주를 방문하여, 아직 복음이 전해지지 않은 미지의 땅 '조선(Corea)'의 실상을 알리며 선교사를 파송해 줄 것을 눈물로 호소했다. 이 집회에 참석했던 젊은 데이비스의 마음에 불이 붙었다. 그는 그 자리에서 "만약 아무도 갈 사람이 없다면, 제가 가겠습니다(If no one else will go, I will go)"라고 서원하며, 호주 교회의 첫 조선 선교사로 자원했다.

1889년, 그는 여동생 메리(Mary)와 함께 호주 빅토리아 장로교 여성선교연합회의 파송을 받아 한국으로 향했다. 그들이 선택한 선교지는 당시 아직 다른 교파의 선교사가 상주하지 않았던 남쪽의 항구 도시, 부산이었다.

1889년 10월, 부산에 도착한 데이비스 남매는 낯선 환경 속에서 언어를 배우며 사역을 준비했다. 그러나 조선의 겨울은 춥고 가혹했다. 도착한 지 불과 몇 달 만에, 데이비스는 천연두와 폐렴에 걸려 쓰러졌다. 그리고 1890년 4월 5일, 조선 땅을 밟은 지 불과 5개월여 만에, 그는 33세의 젊은 나이로 하나님의 부름을 받았다.

그의 손에는 어떤 사역의 열매도 들려 있지 않았다. 그의 사역은 시작도 해보기 전에 끝나버린 것처럼 보였다.

결론: 죽음으로 길을 연 선구자
조셉 헨리 데이비스의 죽음은 표면적으로는 비극적인 실패였다. 그러나 그의 죽음은 호주 교회 전체를 뒤흔드는 강력한 메시지가 되었다. 호주 교회가 파송한 첫 선교사가, 복음을 한 번 제대로 전해보지도 못한 채 낯선 땅에 묻혔다는 소식은 호주 성도들의 마음에 깊은 슬픔과 함께 거룩한 책임감을 불러일으켰다.

"데이비스가 못다 이룬 사명을 우리가 이어가야 한다."

그의 죽음 이후, 호주 장로교회에서는 한국 선교를 위한 기도와 헌금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의 뒤를 이어, 앤드류 애덤슨, 제임스 맥케이, 그리고 훗날 '부산의 어머니'라 불리게 될 이사벨라 멘지스 등 수많은 선교사들이 연이어 부산으로 파송되었다. 데이비스의 무덤은, 그들에게 부산이 순교의 피로 값을 치른 거룩한 사명지임을 일깨워주는 이정표가 되었다.

이후 호주 장로교 선교회는 부산과 경상남도를 중심으로, 일신여학교(현 동래여고의 전신), 진주 광림학교(현 경남성경학교의 전신) 등 수많은 학교와 병원을 세우며 한국 남부 지역 복음화에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이 모든 위대한 역사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부산 땅에 이름 없이 묻힌 한 알의 밀알, 조셉 헨리 데이비스의 희생 위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의 5개월은 결코 짧지 않았다. 그의 삶은, 가장 위대한 사역은 때로 우리의 성공적인 활동이 아니라, 우리의 완전한 희생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영원한 증거이다.

강의 읽음 등록
mainlogo.png

SWIM 세계인터넷선교협의회는 (KWMA소속단체) 1996년 창립한 선교단체로, 인터넷과 IT를 활용하여 30여 년간 세계선교에 기여해 왔습니다.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