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선교사 열전 200인

재키 풀링거 (Jackie Pullinger)

홍콩의 마약 중독자들이 모여 사는 구룡성채에 들어가 그들과 함께 살며 복음을 전하고 재활을 도왔습니다.

어둠의 도시를 빛으로 바꾼 여인, 재키 풀링거: 구룡성채의 마약 중독자들을 향한 기적
서론: 빛 한 줌 들지 않던 무법지대, 구룡성채
홍콩의 심장부였지만, 홍콩의 법도, 중국의 법도, 심지어 영국의 법도 미치지 않았던 땅. 비행기의 이착륙 항로 바로 아래, 햇빛조차 들지 않는 빽빽한 건물들이 미로처럼 얽혀 있던 거대한 수직 슬럼. 삼합회(Triad)라는 범죄 조직이 지배하며, 매춘과 도박, 그리고 헤로인 중독이 공기처럼 퍼져 있던 곳. 경찰조차 감히 들어가지 못했던 '어둠의 도시'. 바로 '구룡성채(九龍城寨, Kowloon Walled City)'이다.

1966년, 런던 출신의 스물두 살 젊은 여성 재키 풀링거는, 이 지상에서 가장 절망적인 공간으로 아무런 계획도, 후원도 없이 단 하나의 부르심에 순종하여 제 발로 걸어 들어갔다. 그녀는 설교단 위에서 복음을 외치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그들 가운데 살았고, 그들의 친구가 되었으며, 가장 밑바닥 인생을 살던 갱단 조직원과 마약 중독자, 창녀들의 상처를 보듬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녀는 현대 의학이나 심리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기적을 목격하기 시작했다. 지독한 헤로인 중독자들이 어떤 의학적 도움이나 금단 증상 없이, 오직 예수의 이름을 부르는 기도를 통해 하루아침에 중독의 사슬에서 완전히 해방되는 놀라운 일들이 벌어진 것이다. 재키 풀링거의 이야기는 20세기판 사도행전이며, 성령의 능력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가장 어두운 현실 속에서 어떻게 역사하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이다. 본 글은 이처럼 비범한 삶을 산 재키 풀링거의 사역을 탐구하고자 한다. 먼저 그녀를 홍콩의 구룡성채로 이끈 독특한 부르심을 살펴보고, 그곳에서 마약 중독자들의 친구가 되어 펼쳤던 그녀의 사역과 성령의 기적적인 역사를 추적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녀의 삶이 오늘날 도시 선교와 사회의 가장 소외된 이들을 향한 사역에 어떤 깊은 울림과 도전을 주는지 조명하며 글을 맺고자 한다.

본론 1: 정처 없는 배, 홍콩으로의 부르심
재키 풀링거의 선교 여정은 인간적인 계획이 아닌,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대한 급진적인 순종으로 시작되었다.

"배를 타고, 멈추는 곳에서 내려라"
영국의 왕립음악대학에서 비올라를 전공한 재능 있는 음악도였던 재키 풀링거는 어린 시절부터 선교사가 되기를 꿈꿨다. 그러나 그녀의 부르심은 너무나 막연했다. 그녀는 여러 선교 단체의 문을 두드렸지만, 구체적인 부르심이 없다는 이유로 모두 거절당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기도 모임에서 그녀는 담임 목사를 통해 "너는 배를 타고, 그 배가 멈추는 곳에서 내려 복음을 전하라"는, 너무나 비논리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하나님의 음성을 듣게 된다. 이 믿기 힘든 부르심 앞에서 그녀는 고민했지만, 결국 순종하기로 결심했다. 그녀는 아프리카로 가는 화물선의 편도 승선권을 샀고, 1966년 아무런 계획 없이 배에 몸을 실었다.

수 주간의 항해 끝에, 배는 예기치 않게 아프리카가 아닌 홍콩 항구에 잠시 정박했다. 그리고 선장은 그녀에게 이곳에서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가진 돈도, 아는 사람도, 언어도 통하지 않는 낯선 땅 홍콩에, 그녀는 그렇게 홀로 남겨졌다.

가장 어두운 곳으로 이끌리다
홍콩에서의 초기 생활은 막막했다. 그녀는 초등학교에서 음악 교사로 일하며 겨우 생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그녀의 마음은 편안한 교회나 학교가 아닌, 도시의 가장 어둡고 소외된 곳으로 향했다. 그녀는 모든 사람들이 "절대 가까이 가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던 구룡성채의 이야기에 강하게 이끌렸다. 그녀는 그곳이야말로 하나님께서 자신을 부르시는 자리임을 직감했다.

본론 2: 구룡성채의 심장부에서 - '추룡(追龍)'
재키 풀링거의 진짜 사역은 그녀가 구룡성채 안으로 직접 이사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녀는 외부에서 방문하는 선교사가 아니라, 그들의 이웃이 되기로 결심했다.

어둠의 도시, 그 한복판에서
당시 구룡성채는 약 0.026 제곱킬로미터의 좁은 면적에 3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살아가던 세계에서 가장 인구 밀도가 높은 곳이었다. 건물들은 불법적으로 증축되어 하늘을 가렸고, 골목은 쓰레기와 오물로 뒤덮여 있었으며, 전기는 도둑질한 전선으로 위태롭게 연결되어 있었다. 이곳은 삼합회 갱단이 모든 것을 통제하는 무법지대였고, 헤로인 중독은 걷잡을 수 없는 전염병과도 같았다. '추룡(追龍, Chasing the Dragon)'이라 불리는 헤로인 흡입은 이곳 젊은이들의 유일한 탈출구처럼 보였다.

재키 풀링거는 이 어둠의 도시 한복판에 작은 방을 얻어 살기 시작했다. 그녀는 거리에서 광둥어를 배웠고, 청소년들을 위한 작은 클럽을 열어 갱단에 소속된 아이들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그들을 판단하거나 설교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시간을 보내며, 조건 없는 사랑과 수용을 보여주었다.

금단 증상 없는 치유의 기적
그녀의 사역에서 가장 큰 장벽은 헤로인 중독이었다. 그녀는 중독자들을 병원으로 데려가 치료를 받게 하려고 애썼지만, 끔찍한 금단 증상의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대부분 다시 마약에 손을 댔다. 인간적인 방법의 한계를 절감한 그녀는 절박하게 기도했다.

어느 날, 한 젊은 중독자가 고통 속에서 그녀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음을 깨닫고,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너를 도와줄 수 없어. 하지만 예수님은 하실 수 있어. 그분께 기도해봐." 그리고 그녀는 그와 함께 "예수님, 만약 당신이 진짜라면, 저를 도와주세요"라고 단순하게 기도하기 시작했다.

바로 그 순간,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그 청년은 갑자기 방언(speaking in tongues)으로 기도하기 시작했고, 알 수 없는 평안에 휩싸였다. 그리고 기도가 끝났을 때, 기적적으로 그의 지독한 마약 중독이 치유되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헤로인 중독을 끊을 때 반드시 동반되는 끔찍한 금단 증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그녀의 사역의 전환점이 되었다. 그녀는 이 '성령세례를 통한 초자연적인 치유'가 하나님께서 마약 중독자들을 구원하시는 방법임을 확신하게 되었다. 이후 그녀는 수많은 중독자들을 만나 동일한 방식으로 기도했고, 수백, 수천 명의 중독자들이 금단 증상 없이 헤로인의 사슬에서 해방되는 기적이 계속해서 일어났다.

본론 3: 성령의 능력과 성 스테반 회
한두 번의 우연으로 치부할 수 없는 기적적인 치유가 계속되면서, 재키 풀링거의 작은 방은 소망을 찾는 마약 중독자들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구원받은 자들의 공동체
중독에서 벗어난 이들에게는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공동체가 절실히 필요했다. 그들이 다시 구룡성채의 어둠 속으로 돌아간다면, 옛 동료들과 환경의 유혹을 이기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에 재키 풀링거는 1981년, 회심한 이들을 위한 공동체인 '성 스테반 회(St. Stephen's Society)'를 설립했다. 이 공동체는 단순한 재활 센터가 아니었다. 그곳은 구원받은 전직 갱단 조직원, 마약 중독자, 창녀들이 함께 살며 서로를 격려하고, 직업 훈련을 받으며,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영적 가족'이었다. 놀라운 것은 이 공동체를 이끌어가는 리더들 역시 대부분 과거 구룡성채에서 재키를 통해 회심한 사람들이었다는 점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받은 은혜를 동일한 아픔을 겪는 다른 이들에게 흘려보내는 치유의 통로가 되었다.

『추룡』, 세상에 던진 메시지
재키 풀링거의 놀라운 이야기는 그녀가 쓴 자서전 **『추룡(Chasing the Dragon)』**을 통해 전 세계에 알려졌다. 이 책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과 도전을 주었고, 그녀를 20세기 후반 가장 영향력 있는 선교사 중 한 명으로 만들었다. 그녀의 사역은 영국 정부로부터도 인정받아 대영 제국 훈장(MBE)을 받기도 했다.

결론: 어둠이 깊을수록 빛은 더 밝다
1993년, 홍콩 정부는 마침내 구룡성채를 완전히 철거했고, 그 자리는 현재 아름다운 공원으로 변모했다. 물리적인 '어둠의 도시'는 사라졌지만, 재키 풀링거가 그 어둠 속에서 피워낸 복음의 빛은 '성 스테반 회'를 통해 오늘날까지도 홍콩의 소외된 이들을 밝히고 있다.

재키 풀링거의 삶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는가?
첫째, 그녀는 하나님의 부르심이 인간의 계획과 자격을 초월함을 보여준다. 선교회로부터 '자격 미달' 판정을 받고, 아무런 계획 없이 떠난 그녀의 여정은, 오직 하나님을 향한 단순한 순종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함을 증명했다.

둘째, 그녀는 성령의 능력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실재함을 증거한다. 그녀의 사역은 인간적인 프로그램이나 전략이 아닌, 초자연적인 성령의 개입이 가장 절망적인 인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강력한 증거이다.

셋째, 그녀는 진정한 '성육신적 선교'의 모델이다. 그녀는 밖에서 안을 향해 손가락질하지 않았다. 그녀는 기꺼이 어둠의 심장부로 들어가 그들의 일부가 되었고, 그들의 눈높이에서 사랑을 실천했다.

재키 풀링거의 이야기는 현대판 사도행전과도 같다. 그것은 우리의 세련되고 정돈된 신앙이 잃어버린, 날것 그대로의 복음의 능력을 보여준다. 그녀는 지옥의 문턱과도 같았던 구룡성채로 걸어 들어가, 두려움 없는 사랑과 단순한 믿음으로, 그 어떤 어둠도 그리스도의 빛을 이길 수 없음을 온몸으로 증명해 보였다.

강의 읽음 등록
mainlogo.png

SWIM 세계인터넷선교협의회는 (KWMA소속단체) 1996년 창립한 선교단체로, 인터넷과 IT를 활용하여 30여 년간 세계선교에 기여해 왔습니다.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