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다 스커더 (Ida Scudder)

인도 여성들의 생명을 구한 의사, 아이다 스커더: 하룻밤의 비극에서 시작된 위대한 사명
서론: 한밤중에 울린 세 번의 문 두드림
1890년 인도의 한 외딴 마을 틴디바남(Tindivanam), 선교사인 부모님을 잠시 방문 중이던 미국의 젊은 여성 아이다 스커더의 방문을 한 남자가 다급하게 두드렸다. 그의 어린 아내가 난산으로 죽어가고 있으니 도와달라는 간청이었다. 아이다는 의사인 아버지를 부르겠다고 했지만, 남자는 "남편 외에 다른 남자가 아내의 얼굴을 보는 것은 우리 가문의 수치"라며 거절하고 사라졌다. 잠시 후, 두 번째 남자가 똑같은 요청으로 문을 두드렸고, 같은 이유로 도움을 거절하고 돌아갔다. 그날 밤이 깊어, 세 번째 남자가 찾아와 눈물로 애원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다음 날 아침, 아이다는 마을에서 세 번의 장례 행렬을 목격했다. 지난밤 자신을 찾아왔던 세 남편이 죽은 아내를 장사지내는 행렬이었다. 의료 기술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남자 의사라는 이유로 세 명의 젊은 여성과 그들의 아기들이 속수무책으로 죽어간 것이다. 이 하룻밤의 끔찍한 비극은, 인도를 그저 잠시 머물다 갈 곳으로만 여겼던 아이다 스커더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아이다 스커더는 미국 최초의 의료 선교사 가문인 '스커더 왕조'의 3대손이었지만, 자신만큼은 선교사가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인물이다. 그러나 그날 밤의 사건은 그녀에게 피할 수 없는 하나님의 부르심이 되었다. 그녀는 인도 여성들을 위해, 인도 여성 의사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본 글은 이처럼 극적인 소명을 받은 아이다 스커더의 생애와 유산을 탐구하고자 한다. 먼저 선교사의 운명을 거부했던 그녀가 어떻게 인도의 여성들을 위한 평생의 헌신을 다짐하게 되었는지 살펴볼 것이다. 이어서, 단 한 명의 의사로 시작하여 인도 최고의 의료 기관 중 하나를 세운 그녀의 놀라운 여정을 추적하고, 마지막으로 그녀의 비전이 오늘날까지 인도 사회에 어떤 위대한 유산을 남겼는지 조명하며 글을 맺고자 한다.

본론 1: 운명을 거부한 소녀, 하룻밤의 부르심을 받다
아이다 스커더의 헌신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그것이 대를 이은 사명감의 자연스러운 계승이 아니라, 개인적인 저항과 극적인 전환을 통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스커더 왕조'의 압박
아이다의 할아버지 존 스커더(John Scudder)는 1819년 인도에 도착한 미국 최초의 의료 선교사였다. 이후 그의 일곱 아들을 포함하여, 스커더 가문에서는 총 40명이 넘는 가족 구성원들이 총 1,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인도에서 선교사로 헌신했다. 아이다는 이처럼 위대한 '선교 왕조'의 그늘 아래서 태어났다.

그러나 어린 시절 인도에서의 힘든 생활과 부모님의 고된 사역을 지켜보며 자란 그녀는, 자신은 결코 선교사가 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그녀는 미국에서 교육을 받으며, 평범하게 결혼하여 안락한 삶을 사는 것을 꿈꾸었다. 1890년, 그녀가 인도를 방문한 것은 아픈 어머니를 간호하기 위한 일시적인 방문일 뿐이었다.

틴디바남의 비극적인 밤
그녀의 인생 계획을 바꾼 것은 바로 서론에서 언급된 '세 번의 문 두드림' 사건이었다. 그녀는 힌두교와 이슬람교의 '푸르다(purdah)' 관습, 즉 여성들이 가족 외의 남성에게 얼굴을 보이는 것을 금하는 문화 때문에, 바로 눈앞에 있는 의사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죽어가는 여성들의 현실을 목격했다.

그날 밤, 그녀는 잠들지 못하고 자신의 무력함과 싸워야 했다. 그녀는 기도하며 물었다. "하나님, 제가 무엇을 하기를 원하십니까?" 그리고 그녀는 마음속에서 분명한 응답을 들었다. "가서 의학을 공부하고, 의사가 되어 이 땅의 여성들을 위해 돌아오라." 이 하룻밤의 경험은 그녀의 모든 저항을 무너뜨리고, 그녀의 삶을 인도 여성들을 위한 사명에 온전히 바치게 만드는 결정적인 전환점이 되었다.

본론 2: '아이다 의사 선생님' - 한 명의 의사에서 만인의 의사로
하룻밤의 부르심 이후, 아이다의 삶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속도와 집중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의사가 되어 돌아오다
그녀는 즉시 미국으로 돌아가 의학 공부를 시작했다. 당시 여성이 의과대학에 들어가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지만, 그녀는 1899년 명문 코넬 대학교 의과대학의 첫 여성 졸업생 중 한 명이 되는 쾌거를 이루었다. 그녀는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1900년, '닥터 아이다(Dr. Ida)'가 되어 다시 인도의 벨로르(Vellore) 땅을 밟았다.

그녀의 시작은 초라했다. 그녀의 첫 진료실은 작은 방 하나였고, 침대는 단 하나뿐이었다. 그러나 인도 여성들을 위한 여성 의사가 왔다는 소문은 빠르게 퍼져나갔고, 첫 2년 동안에만 5,000명이 넘는 환자들이 그녀를 찾아왔다.

작은 병원에서 인도의 중심으로
늘어나는 환자들을 감당하기 위해, 그녀는 40개의 병상을 갖춘 제대로 된 병원을 짓기로 결심했다. 그녀는 필요한 건축비 10,000달러를 위해 기도하며 미국에서 후원자를 찾고 있었다. 어느 날, 한 남자가 그녀에게 편지와 함께 10,000달러 수표를 보내왔다. 그는 자신의 사랑하는 아내 메리 테이버 셸(Mary Taber Schell)이 세상을 떠난 후, 그녀를 기념할 의미 있는 일을 찾던 중 아이다의 이야기를 듣고 후원을 결심했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해서 1902년, '메리 테이버 셸 기념 병원'이 문을 열었고, 이것이 오늘날 인도 최고의 의료 기관 중 하나인 **벨로르 기독교 의료원(CMC Vellore)**의 시작이었다.

'닥터 아이다'의 사역은 병원 담장 안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그녀는 병원에 올 수 없는 더 가난하고 소외된 마을 사람들을 위해 직접 찾아가는 의료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녀는 자동차를 몰고 다니며 '길가 진료소(roadside clinics)'를 열었고, 심지어 기차 한 량을 개조하여 '의료 전용 열차'를 만들어 일주일에 한 번씩 오지 마을을 순회하며 진료했다.

본론 3: 가장 위대한 비전 - 벨로르 기독교 의과대학
아이다 스커더는 매일같이 수백 명의 환자를 돌보면서도, 자신의 노력만으로는 인도의 수백만 여성들의 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근본적인 한계를 절감했다. 그녀는 더 크고, 더 지속 가능한 비전을 품기 시작했다.

"내가 아니라, 우리"
그녀의 비전은 바로 인도 여성들을 위한, 인도 여성 의사를 양성하는 의과대학을 설립하는 것이었다. 한 명의 아이다 스커더가 아니라, 수백, 수천 명의 인도인 아이다 스커더를 키워내는 것이 인도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길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이 꿈은 당시로서는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다. 여성 교육 자체를 불필요하게 여겼던 사회적 편견 속에서, 여성 의과대학을 세우는 것은 무모한 도전이었다. 그녀는 다시 한번 기도로 매달리며, 미국과 영국을 오가며 후원자를 모집하고 정부의 인가를 받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아시아 여성 의료의 요람
수많은 어려움 끝에, 마침내 1918년 '여성을 위한 선교 의학교(Missionary Medical School for Women)'가 17명의 첫 신입생과 함께 문을 열었다. 이 작은 시작은 놀라운 성공을 거두었다. 학교의 수준 높은 교육은 곧 명성을 얻었고, 인도 전역에서 여학생들이 몰려들었다. 훗날 이 학교는 남학생들에게도 문을 열어 남녀공학인 **'벨로르 기독교 의과대학(Christian Medical College, CMC)'**으로 발전했다.

오늘날 CMC 벨로르는 매년 인도 최고의 의료 기관 랭킹에서 최상위권을 차지하는, 인도에서 가장 존경받는 병원이자 의과대학 중 하나가 되었다. 이곳은 탁월한 의료 수준뿐만 아니라, 설립자인 아이다 스커더의 정신을 이어받아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섬기는 '긍휼의 정신'으로 더욱 유명하다.

결론: 생명을 심은 의사, 희망을 낳다
아이다 스커더는 1960년, 90세의 나이로 자신이 평생을 바쳤던 땅 인도에서 눈을 감았다. 그녀는 선교사의 운명을 거부했던 한 젊은 여성이었지만, 하룻밤의 비극을 통해 수백만 명의 생명을 구원하는 위대한 소명의 길로 들어섰다.

그녀의 유산은 명확하고 실재적이다.
첫째, 그녀는 인도 여성 의료의 역사를 바꾸었다. 그녀는 여성들이 남성 의사에게 진료받을 수 없었던 어둠의 장벽을 허물었고, 수많은 여성들에게 의사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둘째, 그녀는 인도 최고의 의료 기관을 세웠다. 그녀가 세운 벨로르 기독교 의료원과 대학은 오늘날까지도 수많은 생명을 살리고, 탁월한 의료인들을 배출하며 인도 사회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셋째, 그녀는 '총체적 선교'의 위대한 모델을 보여주었다. 그녀에게 의료 행위는 복음 전도를 위한 수단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 자체로 고통받는 이웃을 향한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는 복음의 본질이었다.

아이다 스커더의 이야기는 하룻밤 동안 죽어간 세 명의 이름 없는 여인에 대한 애도에서 시작되었다. 그녀는 그 비극에 절망으로 응답하는 대신, 자신의 전 생애를 바쳐 수많은 생명의 탄생과 치유, 그리고 희망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응답했다. 그녀의 삶은 한 사람의 헌신적인 사랑이 어떻게 한 사회의 운명을 바꾸고, 다음 세대를 위한 위대한 희망을 낳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영원한 증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