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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사 열전 200인

레슬리 뉴비긴 (Lesslie Newbigin)

인도 선교사로 섬긴 후 영국으로 돌아와, '서구 사회를 향한 선교'의 필요성을 역설한 20세기 최고의 선교 신학자 중 한 명입니다.

'서구'를 향한 선교사, 레슬리 뉴비긴: 세속 사회 속 기독교의 길을 묻다
서론: 선교사,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오다
인도에서 40년 가까이 헌신했던 한 위대한 선교사가 노년에 자신의 고국 영국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그의 눈에 비친 고향은 더 이상 '기독교 국가'가 아니었다. 교회는 텅 비어가고 있었고, 사람들의 삶은 하나님 없이도 잘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다원주의와 세속주의의 물결에 잠식되어 있었다. 그는 충격에 빠져 질문했다. "이제 진정한 선교지는 아프리카나 아시아가 아니라, 바로 이곳, 복음을 잃어버린 서구 사회가 아닌가?"

이 예언자적인 질문을 던진 인물이 바로, 20세기 최고의 선교 신학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레슬리 뉴비긴이다. 그는 전통적인 선교의 패러다임을 뒤집어, 더 이상 '기독교 세계(Christendom)'가 존재하지 않는 탈(脫)기독교 사회가 된 서구야말로 가장 중요한 '선교지'라고 선언했다. 그는 선교가 더 이상 '서양에서 동양으로' 향하는 일방적인 활동이 아니라, 모든 문화권의 교회가 서로를 향해 복음을 전해야 하는 '보편적인 사명'임을 역설했다.

본 글은 이처럼 '선교의 방향을 역전시킨' 레슬리 뉴비긴의 생애와 유산을 탐구하고자 한다. 먼저 인도에서의 그의 사역과 교회 연합 운동에 대한 공헌을 살펴보고, 그가 서구 사회를 '새로운 선교지'로 진단하게 된 배경과 그의 핵심적인 '공적 진리로서의 복음' 사상을 분석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의 통찰이 오늘날 포스트모던 시대를 살아가는 교회에 어떤 도전을 주는지 조명하며 글을 맺고자 한다.

본론: 인도에서의 경험, 서구를 향한 통찰
1909년 영국에서 태어난 레슬리 뉴비긴은 케임브리지 대학교를 졸업하고, 1936년 스코틀랜드 장로교회 파송을 받아 인도로 향했다. 그는 인도 남부에서 40년 가까이 사역하며, 신학교 교수와 남인도 연합교회(Church of South India)의 첫 주교 중 한 명으로 헌신했다. 그는 인도 교회의 자립과 연합(에큐메니컬 운동)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귀향한 선교사의 충격
1974년, 은퇴 후 영국으로 돌아온 그는 깊은 '역(逆)문화 충격'에 빠졌다. 그가 떠나왔던 영국은 여전히 기독교 문화가 사회의 근간을 이루고 있었지만, 그가 돌아온 영국은 완전히 다른 나라가 되어 있었다. 교회는 사회의 중심에서 변두리로 밀려나 개인적인 취향의 문제로 전락했고, 공적인 영역은 세속적인 가치관이 지배하고 있었다.

그는 인도에서 힌두교라는 거대한 비기독교 문화와 치열하게 씨름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 자신의 조국 영국이 직면한 '세속적 다원주의'라는 새로운 이교(paganism)와 맞서 싸워야 함을 깨달았다.

'공적 진리'로서의 복음
뉴비긴은 서구 교회가 힘을 잃은 근본적인 원인이, 복음을 사적인(private) 영역에 가두어버렸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즉, 신앙을 '개인적인 신념'이나 '마음의 위로' 정도로 축소시키고, 과학, 정치, 경제, 예술과 같은 공적인(public) 영역에서는 아무런 발언권도 갖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이에 맞서, 복음이 단지 개인의 구원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주 만물 전체에 대한 **'공적인 진리(public truth)'**라고 선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독교의 이야기는, 세상의 모든 다른 이야기들(예: 과학적 유물론, 개인주의적 자아실현 등)과 동등한 하나의 '선택 사항'이 아니라, 그 모든 이야기들을 판단하고 해석하는 기준이 되는 '메타서사(metanarrative, 거대 담론)'라는 것이다.

그는 교회가 세상으로부터 도피하여 '영적인 게토'를 만들어서는 안 되며, 오히려 세상의 한복판으로 들어가, 기독교 세계관의 관점에서 모든 공적인 질문에 대해 자신감 있게 대답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의 책 **『다원주의 사회에서의 복음(The Gospel in a Pluralist Society)』**은 이러한 그의 사상을 집대성한 명저이다.

결론: 잃어버린 영토를 향한 재(再)선교
레슬리 뉴비긴은 1998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복음을 잃어버린 서구 사회를 향한 '재(再)선교'의 필요성을 끊임없이 외쳤다. 그는 팀 켈러와 같은 후대의 수많은 도시 선교 개척자들과 변증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의 유산은 명확하다.

그는 '선교'의 개념을 확장했다. 그는 선교가 더 이상 지리적인 이동만을 의미하지 않으며, 우리 자신이 발 딛고 있는 바로 이 세속적인 문화 한복판이 가장 치열한 선교지임을 일깨워주었다.

그는 교회의 '공적 책임'을 회복시켰다. 그는 신앙이 개인의 내면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모든 영역을 향해 예언자적인 목소리를 내야 하는 공적인 사명임을 상기시켰다.

레슬리 뉴비긴의 삶과 사상은, '기독교 이후 사회(post-Christian society)'를 살아가는 오늘날의 모든 교회에게 던지는 강력한 질문이다. 우리는 세상의 변두리에서 우리만의 언어로 이야기하는 것에 만족하고 있는가, 아니면 세상의 광장 한복판에서 모든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공적인 진리'로서의 복음을 담대하게 변증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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