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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사 열전 200인

랄프 윈터 (Ralph D. Winter)

'미전도 종족' 개념을 대중화하고 '미국 세계 선교 센터(U.S. Center for World Mission)'를 설립하여, 아직 복음을 듣지 못한 종족에게 선교의 초점을 맞추도록 도전했습니다.

선교의 지도를 다시 그린 전략가, 랄프 윈터: '미전도 종족'의 발견자
서론: 로잔의 강단을 뒤흔든 질문
1974년 스위스 로잔, 전 세계 복음주의 지도자들이 모인 '세계 복음화를 위한 국제 대회'. 한 무명의 선교학 교수가 강단에 올라, 당시 선교계를 지배하고 있던 낙관적인 통념에 찬물을 끼얹는 충격적인 질문을 던졌다. "우리는 정말로 '모든 나라'에 복음을 전하고 있습니까? 만약 그렇다면, 왜 여전히 수십억의 인구가 복음을 전혀 들어보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습니까?"

그는 세계 지도를 보여주며, 선교사들이 대부분 이미 기독교인이 있는 '국가(nation-state)' 안에서만 사역하고 있을 뿐, 그 국가 안에 존재하는 수천 개의 다른 언어와 문화를 가진 '종족 집단(people group)'에게는 복음이 전혀 전달되지 않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 교수의 이름은 랄프 윈터. 그의 이날 강연은, 선교의 목표를 '정치적 국가'에서 '문화적 종족'으로 전환시킨, 현대 선교 역사상 가장 중요한 패러다임의 전환, 즉 '미전도 종족(Unreached People Groups)' 개념의 탄생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그는 전통적인 현장 선교사는 아니었지만, 그의 예언자적 통찰과 전략적인 사고는 20세기 후반 세계 선교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그는 교회가 "이미 복음화된 밭에서 계속 쟁기질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자원을 총동원하여 아직 한 번도 복음의 씨앗이 뿌려지지 않은 '새로운 밭'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본 글은 이처럼 '선교의 아인슈타인'이라 불렸던 랄프 윈터의 생애와 유산을 탐구하고자 한다. 그의 핵심 개념인 '미전도 종족'과 '소달리티/모달리티' 이론을 분석하고, 그의 비전이 어떻게 미국 세계 선교 센터와 '퍼스펙티브스' 훈련으로 구체화되었는지 살펴볼 것이다.

본론 1: '미전도 종족' - 선교의 안경을 바꾸다
랄프 윈터는 1924년 미국에서 태어나, 코넬과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구조 공학과 언어학을, 프린스턴 신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한 엘리트 학자였다. 그는 10년간 과테말라에서 장로교 선교사로 사역하며 현장 경험을 쌓은 뒤, 풀러 신학교의 선교학 교수로 부임했다.

지리적 국가 vs 문화적 종족
그의 가장 위대한 공헌은 예수님의 지상 대위임 명령,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으로 제자를 삼으라"(마 28:19)는 말씀에서 '모든 민족(panta ta ethne)'의 의미를 재해석한 것이다.

기존의 관점: 당시 선교계는 '모든 민족'을 '모든 국가(nation-states)', 즉 UN에 가입된 약 200여 개의 나라로 이해했다. 이 관점에 따르면, 거의 모든 나라에 교회가 세워졌으므로 세계 복음화는 거의 완성 단계에 있었다.

윈터의 통찰: 윈터는 성경의 'ethne'가 정치적 단위인 '국가'가 아니라, 언어와 문화를 공유하는 '종족 집단(people group)'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인도라는 하나의 '국가' 안에는 수천 개의 각기 다른 언어와 문화를 가진 '종족'들이 존재한다. 인도에 교회가 있다는 사실이, 그 수천 개의 모든 종족에게 복음이 전해졌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자생적으로 복음을 전파할 수 있는 교회가 없는 종족 집단, 즉 외부의 타문화권 선교사의 도움이 없이는 복음을 들을 수 없는 이들을 **'미전도 종족(Unreached People Groups)'**이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그는 1974년 로잔 대회에서,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바로 이 '미전도 종족'에 속해 있다는 충격적인 통계를 제시했다. 선교 과업은 거의 끝난 것이 아니라, 이제 겨우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본론 2: 새로운 구조, 새로운 전략
'미전도 종족'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제시한 윈터는, 이 과업을 완수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과 구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미국 세계 선교 센터와 퍼스펙티브스
1976년, 그는 '미전도 종족' 선교에 모든 자원을 집중하기 위해 풀러 신학교를 떠나, 캘리포니아 패서디나에 **'미국 세계 선교 센터(U.S. Center for World Mission)'**와 윌리엄 캐리 국제 대학교를 설립했다. 이곳은 미전도 종족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연구하며, 선교 전략을 개발하고, 선교사들을 훈련시키는 세계적인 두뇌 집단이자 전략 기지가 되었다.

이곳에서 탄생한 가장 영향력 있는 프로그램이 바로 **'퍼스펙티브스 훈련(Perspectives on the World Christian Movement)'**이다. 이는 평신도들을 대상으로, 성경적, 역사적, 문화적, 전략적 관점에서 '하나님의 세계 선교 역사' 전체를 조망하도록 돕는 훈련 과정이다. 이 프로그램은 전 세계 수십만 명의 평신도들의 선교적 시야를 열어주었고, 수많은 헌신자들을 일으키는 통로가 되었다.

'소달리티'와 '모달리티'
윈터는 또한 교회의 구조를 두 가지 형태로 구분하는 중요한 통찰을 제시했다.

모달리티(Modality): 이는 교구 교회나 지역 교회처럼, 모든 연령과 배경의 사람들로 구성된 '머무는' 구조이다. 주된 기능은 교인들을 양육하고 성숙시키는 것이다.

소달리티(Sodality): 이는 선교 단체나 수도회처럼, 특정한 과업(예: 미전도 종족 선교)을 위해 헌신한 사람들로 구성된 '나아가는' 구조이다. 주된 기능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것이다.

그는 교회가 건강하게 성장하고 확장되기 위해서는, 교인들을 양육하는 '모달리티' 구조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소달리티' 구조가 균형을 이루며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론: 선교 2000년 역사의 이정표
2009년 8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랄프 윈터는, 20세기 후반 선교계에 가장 큰 지적인 영향을 미친 인물이었다. 그는 새로운 선교지를 개척한 것이 아니라, 선교의 '개념' 자체를 개척했다.

그의 유산은 명확하다.

그는 선교의 목표를 재정의했다. '미전도 종족'이라는 개념을 통해, 그는 교회의 선교적 자원이 어디로 흘러가야 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주었다. 그의 통찰 이후, 전 세계 수많은 선교 단체들이 미전도 종족 입양과 개척 사역에 뛰어들었다.

그는 선교의 동력을 재점화했다. 그는 "세계 복음화는 거의 끝났다"는 안일한 생각에 빠져 있던 서구 교회에, 아직 우리가 가야 할 길이 얼마나 많이 남았는지를 보여주며 새로운 도전과 비전을 제시했다.

랄프 윈터는 '선교의 아인슈타인'이라는 별명처럼,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관점으로 선교의 우주를 바라보게 한 사람이었다. 그는 우리에게 새로운 지도를 주었고, 그 지도 위에는 아직 복음의 빛이 닿지 않은 수많은 '미전도 종족'의 이름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오늘날 전 세계에서 미전도 종족을 위해 헌신하는 모든 선교사들은, 바로 랄프 윈터라는 거인의 어깨 위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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