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한국교회 미래 제안서

들어가는 말

1. 한 세기, 축적된 믿음의 시간

이 책을 펴내며, 우리는 먼저 이 땅의 모든 믿음의 선배들에게 깊은 경의를 표하고자 합니다. 그분들의 삶은 한국 교회 역사 그 자체였습니다. 일제강점기의 어둠 속에서도 신앙을 지키기 위해 투쟁했던 용기, 신사참배의 억압 속에서도 순교의 길을 택했던 고결함, 그리고 한국전쟁의 폐허 속에서 모든 것을 잃고도 오직 믿음 하나로 교회를 재건했던 강인함은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모든 영적 축복의 뿌리였습니다. 그들은 "고생 고생을 믿음으로 이기며" 이 땅에 그리스도의 복음을 심었고, 그 복음은 경이로운 속도로 자라나 세계 선교 역사에 유례없는 '부흥'이라는 결실을 맺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한강의 기적'을 이야기하지만, 그에 앞서 '부흥의 기적'이 있었습니다. 1970년대와 80년대, 교회는 성도들의 뜨거운 기도로 가득 찼습니다. 새벽 기도회의 열기는 한겨울의 추위도 녹였고, 산마다 들리는 '주여' 삼창 소리는 이 땅을 흔들었습니다. 한강 변의 허름한 예배당은 거대한 성전으로 바뀌었고, 가난했던 이들은 믿음 안에서 삶의 희망을 찾았습니다. 그 시절, 교회는 이웃을 돕고, 사회의 어두운 곳에 빛을 비추는 희망의 등대였습니다. 사람들은 삶의 고단함 속에서 교회를 찾았고, 그 안에서 위로와 사랑을 받았습니다. 이는 단순한 숫자의 증가가 아니라, 믿음이 삶의 모든 영역에 스며들어 축적된 결과였습니다. 우리가 가진 오늘의 한국교회는 바로 그 축적된 믿음의 결정체였습니다.
그 시대를 살아낸 그리스도인들은 신앙을 '생존'의 문제로 받아들였습니다. 믿음은 추상적인 교리가 아니라, 당장 내일의 삶을 살아갈 힘이자, 절망 속에서 붙들어야 할 유일한 소망이었습니다. 그들은 예배당에 모여 뜨겁게 기도하는 것을 넘어, 삶의 모든 순간을 예배의 연장으로 여겼습니다. 가난하고 배고픈 이웃에게 밥 한 끼를 나누는 것, 자녀를 위해 눈물로 새벽을 지새우는 것, 그리고 복음을 들고 낯선 땅으로 떠나는 것이 그들에게는 지극히 당연한 믿음의 행위였습니다. 한국 교회의 부흥은 이처럼 기도와 헌신, 그리고 사회적 섬김이라는 삼박자가 조화를 이루며 만들어진 축복이었습니다. 이 축복은 단순히 우리의 노력이 아닌, 하나님의 은혜와 성령의 역사로 빚어진 기적이었습니다. 이 경이로운 축적이 있었기에, 우리는 오늘날 이 땅에서 자유롭게 신앙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2. 안타까움, 부흥의 빛이 희미해진 이유

그러나 안타깝게도,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도 짙어지는 법이었습니다. 눈부신 성장 뒤에 우리는 중요한 것들을 잃어버렸습니다. 성장이 영적 성숙을 앞섰고, 규모가 본질을 덮어버렸습니다. 교회는 세상의 거울이 되기보다, 세속의 논리를 따라 '더 크게, 더 많이'를 외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교회를 보며 "세상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고, 교회는 가장 아픈 이들의 위로가 되기보다, 그들을 외면하는 듯 보였습니다. 언론에서는 교회의 비윤리적인 문제들을 연일 쏟아냈고, 한국 교회는 그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사회적 비난과 신뢰 상실이라는 혹독한 겨울을 맞았습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다음 세대의 이탈이었습니다. 교회의 미래라 불리던 젊은 세대들은 하나둘 교회를 떠났습니다. 그들은 교회의 낡은 형식과 시대착오적인 가르침에 공감하지 못했습니다. SNS와 미디어의 홍수 속에서 성장한 그들에게 교회는 소통을 거부하는 고리타분한 공간으로 여겨졌습니다. 교회는 그들을 탓하기보다, 그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근본적인 고민을 시작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변화는 더디기만 했고, 세대 간의 단절은 더욱 깊어졌습니다.
이 모든 문제의 근원은 우리가 과거의 축적된 믿음을 잘못된 방향으로 사용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고난 속에서 쌓은 믿음이 안락함 속에서 무뎌지고, 헌신으로 쌓은 재산이 교회의 확장이 아닌 부의 축적으로 변질되면서, 우리는 한국교회 부흥의 가장 중요한 영적 동력을 잃어버렸습니다. 마치 낡은 옷을 벗어버리고 새롭게 태어나야 할 시기가 온 것처럼, 우리는 과거의 영광에만 머물러 있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묻습니다. 오늘날 한국교회가 다시 부흥의 원천이 되려면, 무엇을 '축적'해야 하는가?
한국교회는 그간 '성전 건축'과 '교세 확장'이라는 가시적인 목표에 매몰되어 왔습니다. 건물의 크기가 믿음의 척도처럼 여겨졌고, 등록 교인 수가 사역의 성공을 가늠하는 기준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 우리는 신앙의 가장 근본적인 질문인 "나는 누구인가?" "하나님은 나에게 무엇을 원하시는가?"에 대한 답을 찾는 데 소홀했습니다. 신앙은 종교적인 의무와 습관으로 전락했고, 영적 삶은 주일 하루의 예배로 축소되었습니다. 교인들은 교회 안에서는 '성도'였지만, 세상 속에서는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어버렸습니다. 교회 밖의 사람들은 교회의 메시지를 듣기보다, 그 안에서 벌어지는 분쟁과 이기심을 먼저 보게 되었습니다. 교회의 윤리적, 사회적 책임에 대한 무관심은 고스란히 교회를 향한 불신으로 돌아왔습니다. 우리는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라는 예수님의 명령을 잠시 잊고, 거룩한 담장 안에 스스로를 가두었던 것입니다.

3. 새로운 축적, '선교지향적 축적'의 비전

이 책은 바로 그 질문에 대한 우리의 답입니다. 우리는 한국교회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키워드로 '선교지향적 축적'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이것은 단순히 해외 선교사를 더 많이 파송하자는 구호가 아닙니다. 이는 교회의 모든 존재 이유와 사역의 목적을 '선교'라는 단 하나의 지점으로 재정의하는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의미합니다. 과거의 축적이 '교회의 성장'을 향했다면, 새로운 축적은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향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네 가지 핵심적인 축적을 제안합니다.
첫째, 내면의 영적 깊이를 축적해야 합니다.
과거의 부흥이 뜨거운 감정과 집단적 열기에 기반했다면, 새로운 부흥은 성도 개인의 말씀과 기도로 다져진 깊은 영성에 기반해야 합니다. 매일 삶의 현장에서 말씀이 살아있음을 경험하고, 성령님과 동행하는 삶을 통해 우리의 믿음은 흔들리지 않는 반석 위에 서게 될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교회가 커지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본질적인 축적입니다. 영적 깊이의 축적은 곧 '하나님과의 인격적인 만남'을 추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더 이상 형식적인 기도나 의무적인 성경 읽기에 머무르지 않고, 조용한 골방에서 주님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침묵 기도, 묵상, 그리고 영적 일기를 쓰는 것과 같은 경건의 훈련은 우리의 내면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교회의 리더들은 이 영적 깊이의 축적을 돕는 역할을 감당해야 하며, 교회가 단순히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공간이 아니라 성도들의 영혼이 쉬고 회복되는 영적 오아시스가 되도록 힘써야 합니다.
둘째, 영향력 있는 섬김을 축적해야 합니다.
교회는 더 이상 세상 위에 군림하려 해서는 안 됩니다. 예수님께서 친히 가장 낮은 자리에 오셔서 섬기셨듯이, 교회는 다시금 사회의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가야 합니다. 빈곤, 질병, 사회적 불의, 그리고 영적인 고통에 처한 이들을 찾아가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할 때, 우리는 사회로부터 잃어버렸던 신뢰를 다시 얻게 될 것입니다. 진정한 영향력은 권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사랑과 섬김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우리는 다시 기억해야 합니다. 영향력 있는 섬김은 단순한 자선 행위를 넘어선다. 그것은 복음의 총체성을 회복하는 일이다. 교회가 사회의 불의에 침묵하지 않고,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젠더, 빈부, 지역 갈등과 같은 사회적 문제에 대해 성경적 해답을 제시할 때, 세상은 교회가 가진 빛을 보게 될 것이다. 우리는 단순히 먹을 것을 나누어주는 것뿐만 아니라, 빈곤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정신적 고통을 겪는 이들에게 전문적인 상담과 영적인 돌봄을 제공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쌓아야 할 축적이다.
셋째, 선교적 공동체를 축적해야 합니다.
'선교적 교회'는 해외에 선교사를 보내는 교회를 넘어섭니다. 모든 성도가 각자의 삶의 터전에서 그리스도의 증인으로 살아가는 교회입니다. 일터는 선교지이며, 가정은 복음이 살아 역사하는 공동체입니다. 교회는 성도들을 훈련하고 파송하는 '선교의 전초기지'가 되어야 합니다. 예배당 안에서만 빛을 내는 것이 아니라, 흩어져 삶의 모든 공간을 거룩한 선교의 장으로 만들 때, 우리는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는 진정한 공동체로 축적될 수 있습니다. 선교적 공동체는 주일 아침에만 모였다가 흩어지는 공동체가 아니다. 서로의 삶을 깊이 나누고, 함께 기도하며, 각자의 사명을 격려하는 공동체다. 이것은 교회의 모든 소그룹이 선교적 소그룹이 되는 것을 의미하며, 모든 성도가 자신의 직업과 재능을 활용하여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예술, 과학, 교육, 비즈니스 등 모든 영역에서 그리스도의 문화를 창조하고 확산시키는 데 힘써야 한다. 우리의 삶 자체가 복음의 통로가 될 때, 사람들은 우리가 믿는 하나님을 자연스럽게 보게 될 것이다.
넷째, 시대적 통찰을 축적해야 합니다.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교회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습니다. 인공지능, 4차 산업혁명, 그리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복음의 메시지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합니다. 이는 단순히 기술을 사용하는 것을 넘어, 시대의 흐름 속에서 하나님의 뜻을 읽어내고, 복음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시대에 맞는 새로운 접근법을 모색하는 것입니다.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지혜가 바로 이 시대에 우리가 축적해야 할 중요한 자산입니다. 시대적 통찰의 축적은 끊임없는 학습과 연구를 통해 이루어진다. 우리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존재와 신앙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미디어 문화가 다음 세대의 영성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깊이 있게 탐구해야 한다. 교회는 이 모든 변화의 파도를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속에서 복음이 더욱 강력하게 증거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이 시대의 언어로 복음을 전하고, 이 시대의 문화 속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는 지혜가 바로 우리가 축적해야 할 통찰이다.
4. 다양한 목소리가 담긴 답을 향하여
이 책은 한두 사람의 사유로 채워지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이 시대 한국 교회를 대표하는 20-30명의 리더들께 가장 절실한 질문들을 던졌습니다. 단순히 목회자뿐만 아니라, 선교사, 신학자, 다음 세대 사역자, 그리고 교회 밖의 전문 영역에서 하나님의 사명을 감당하는 분들의 목소리를 담고자 했습니다. 그들은 각자의 고유한 삶의 자리에서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얻은 지혜와 경험을 나누어주었습니다.
이 책의 2부에서는 "한국교회 지도자들에게 답을 얻다"라는 제목 아래, 30가지의 핵심 질문을 통해 그들의 통찰을 생생하게 담아냈습니다. 왜 다음 세대가 교회를 떠나는가? 교회는 사회적 갈등 속에서 어떻게 화해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는가? 인공지능 시대에 믿음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와 같은 질문들에 대해, 이 시대의 리더들은 솔직하면서도 깊이 있는 답을 내놓았습니다. 그들의 답은 때로는 서로 다른 관점을 제시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다름이 곧 한국 교회의 풍요로움과 다양성임을 믿습니다.
이 책은 독자 여러분에게 정답을 주고자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더 많은 질문을 던지고, 함께 고민하며,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하나님이 원하시는 답을 찾아가기를 격려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각 교회가 처한 상황과 사명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는 건강한 대화의 장이 열리기를 소망합니다. 모든 필진의 글은 결국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라는 거룩한 고백을 향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모든 내용은 이 땅의 한국 교회를 향한 사랑과 간절한 소망의 기도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부디 이 책을 통해 여러분의 마음속에 꺼져가던 작은 불씨가 다시금 타오르고, 새로운 축적의 여정을 시작할 용기와 영감을 얻으시기를 바랍니다. 하나님께서 이 책을 사용하셔서 한국 교회가 다시 한번 이 땅의 부흥을 이끌어가는 은혜의 통로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mainlogo.png

SWIM 세계인터넷선교협의회는 (KWMA소속단체) 1996년 창립한 선교단체로, 인터넷과 IT를 활용하여 30여 년간 세계선교에 기여해 왔습니다.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