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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고전 강독

함석헌 (Ham Seok-heon), 『뜻으로 본 한국역사』

함석헌 (Ham Seok-heon)의 『뜻으로 본 한국역사』
- 부제: '뜻'으로 다시 읽는 수난의 역사 -

서론: '뜻'으로 다시 읽는 수난의 역사
📜 왜 한반도의 역사는 이토록 고난으로 가득 차 있는가? 중국과 일본이라는 거대한 힘 사이에 끼어 끊임없이 침략당하고, 식민지가 되고, 분단되어야 했던 이 수난의 역사는 과연 실패한 역사인가, 아니면 그 안에 숨겨진 거룩한 의미가 있는가? 20세기 한국의 위대한 사상가이자, '한국의 간디'라 불렸던 함석헌은, 이 고통스러운 질문에 답하기 위해 한국의 역사를 하나님의 **'뜻'**이라는 렌즈를 통해 다시 읽어내는 장엄하고도 도발적인 시도를 감행합니다.

그의 대표작 **『뜻으로 본 한국역사』**는 사실과 연대기를 나열하는 일반적인 역사책이 아닙니다. 이것은 역사의 표면 아래에 흐르는 거대한 영적 의미를 탐구하는 **'역사 신학'이자 '철학적 역사서'**입니다. 김교신과 마찬가지로 무교회주의 신앙에 깊이 뿌리를 두었던 함석헌은, 성경을 통해 하나님의 뜻을 찾던 그 방식으로, '한국사'라는 또 하나의 거대한 텍스트를 읽어 내려갑니다.

본 강독에서는 이 위대한 사상가의 독창적인 역사 해석 속으로 들어가 보고자 합니다. 우리는 그가 제시하는 충격적인 핵심 명제, 즉 **한국의 고난은 저주가 아니라 오히려 거룩한 '사명'**이라는 주장을 깊이 탐구할 것입니다. 또한, '여성의 역사'와 '남성의 역사'라는 그의 독특한 비유를 통해, 그가 어떻게 십자가의 신앙으로 민족의 운명을 재해석했는지를 살펴보며, 이 책이 오늘 우리에게 던지는 의미가 무엇인지 고찰하게 될 것입니다.

본론: 고난은 저주가 아닌 사명이다
1. 역사란 무엇인가?: 하나님의 '뜻'을 찾아
함석헌에게 역사는 우연한 사건들의 무의미한 나열이 아닙니다. 역사는 하나님께서 자신의 '뜻'을 펼쳐 보이시는 거대한 무대입니다. 따라서 역사가의 임무는 단순히 과거의 사실을 기록하는 '사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 역사적 사건들 속에 담긴 하나님의 신비로운 섭리와 의미를 읽어내는 '예언자'가 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그의 관점은, 성경을 통해 하나님의 뜻을 직접 찾으려 했던 무교회주의 신앙과, 모든 역사와 삶 속에서 '내면의 빛'을 따르려는 퀘이커(Quaker) 사상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습니다.

2. 한국 역사의 본질: '고난의 사명'
함석헌은 한국 역사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을 '고난'이라고 진단합니다. 그러나 그는 이 고난을 민족의 무능이나 실패의 증거로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는 이 고난이야말로 하나님께서 한국 민족에게 주신 독특하고 거룩한 **'사명(vocation)'**이라고 급진적으로 재해석합니다.

'남성의 역사'와 '여성의 역사': 그는 이 주장을 설명하기 위해 강력한 비유를 사용합니다.

남성의 역사: 정복하고, 지배하며, 힘을 과시하는 역사입니다. 그는 중국, 로마, 일본과 같은 주변 강대국들의 역사를 '주먹의 역사', 즉 남성의 역사로 규정합니다.

여성의 역사: 힘으로 지배하는 대신, 외부의 힘을 '받아내고', 고난을 '견뎌내며', 그 속에서 생명을 잉태하는 역사입니다. 그는 끊임없이 침략당하면서도 그 문화를 수용하고 소화하여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낸 한국의 역사를 바로 이 '여성의 역사', 즉 '고난받는 역사'로 봅니다.

십자가라는 열쇠: 그렇다면 왜 '고난받는 역사'가 사명이 되는가? 함석헌은 기독교 신앙의 핵심인 십자가에서 그 해답을 찾습니다. 인류 역사의 궁극적인 진리와 하나님의 영광은 세상을 지배했던 카이사르의 권력에서 드러난 것이 아니라, 무력하게 십자가에 달려 죽은 예수의 고난 속에서 가장 찬란하게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여성의 역사'로서 고난의 길을 걸어온 한민족이야말로, 이 십자가의 진정한 의미를 온몸으로 이해하고, 세상에 증언할 특별한 사명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3. 고난 너머의 희망: 세계를 향한 영적 사명
함석헌에게 이 '고난의 사명'은 결코 자기 연민이나 패배주의가 아닙니다. 그것은 세계를 향한 장엄한 희망의 선언입니다.

그는 한국 민족이 겪은 이 고난이 단지 우리 민족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이 고난의 경험을 통해, 한국은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상에 폭력이 아닌 비폭력, 지배가 아닌 섬김, 그리고 십자가의 사랑이라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제시해야 할 세계사적 사명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간디의 비폭력 저항과 퀘이커의 평화주의 사상이 그의 기독교 신앙과 깊이 결합된 결과입니다.

결론: 광야의 외침, 시대를 넘어선 울림
함석헌은 『뜻으로 본 한국역사』를 통해, 한국사의 서사를 치욕과 패배의 이야기에서, 심오한 영적 목적과 희망의 이야기로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그는 민족의 고난을 저주가 아닌 사명으로 승화시킴으로써, 식민지와 독재라는 암울한 시대를 살아가던 수많은 사람에게 깊은 영적 자긍심과 희망을 불어넣었습니다.

또한 그의 사상은, 그가 왜 평생에 걸쳐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독재 정권에 맞서 타협 없이 싸우는 '광야의 예언자'가 될 수 있었는지를 설명해 줍니다. 그는 외세의 억압뿐만 아니라, 우리 민족 내부의 권력욕과 불의에 대해서도 동일한 예언자적 비판의 칼날을 겨누었습니다.

물론, 그의 역사 해석은 실증주의 사학의 관점에서는 비판받을 수 있습니다. 이것은 객관적인 학술 논문이 아니라, 한 위대한 사상가의 불타는 영혼이 빚어낸 거대한 시(詩)이자 신학적 선언이기 때문입니다. 함석헌은 멍들고 찢겨진 조국의 역사를 두 손에 들고, 그것을 십자가의 빛에 비추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희생 제물의 운명이 아닌, 세상을 구원할 제사장의 사명을 읽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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