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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고전 강독

토머스 머튼 (Thomas Merton), 『칠층산 (The Seven Storey Mountain)』

토머스 머튼 (Thomas Merton)의 『칠층산 (The Seven Storey Mountain)』
- 부제: 20세기 지성의 귀향, 수도원의 문을 두드리다 -

서론: 20세기 지성의 귀향, 수도원의 문을 두드리다
20세기 중반, 재즈와 영화, 문학과 이념의 용광로였던 뉴욕의 한복판에서, 명문 컬럼비아 대학을 졸업한 총명하고 세속적이며 야심만만한 한 젊은 지성인이 있었습니다. 그는 공산주의에 심취했고, 수많은 여성과 어울렸으며, 세상의 모든 쾌락과 지식을 탐닉했습니다. 그런데 무엇이 그로 하여금 이 모든 것을 버리고, 세상과 가장 철저히 단절된 켄터키의 한 봉쇄 수도원—가장 엄격하기로 이름난 트라피스트 수도원—의 문을 두드리게 만들었을까요?

20세기 최고의 영성 작가 중 한 명인 토머스 머튼의 영적 자서전 **『칠층산』**은 바로 이 극적인 여정을 담은 책입니다. 1948년 출간되자마자 이 책은 예상을 뛰어넘는 폭발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의 폐허 속에서 물질주의와 세속주의에 환멸을 느낀 수많은 젊은이들이,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수도 생활과 관상적 삶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에 눈을 떴고, 실제로 수천 명이 수도원으로 향하는 '머튼 현상'을 일으켰습니다.

책의 제목 '칠층산'은 단테의 『신곡』 연옥 편에 나오는, 영혼이 정화되어 천국에 이르기 위해 올라가는 일곱 층의 산을 의미합니다. 머튼은 자신의 삶 전체가 바로 이 죄악된 세상의 구렁텅이에서부터 시작하여, 하나님을 향해 한 층 한 층 올라가는 고통스럽고도 영광스러운 정화의 여정이었음을 고백합니다.

본 강독에서는 이 '현대판 아우구스티누스 고백록'이라 불리는 위대한 작품을 통해, 한 restless한 현대 지성인이 어떻게 세상의 광야를 헤매다 마침내 자신의 참된 본향을 발견하게 되는지를 따라가 보고자 합니다.

본론: 현대판 '탕자', 잃어버린 아버지를 찾아
이 책은 머튼이 트라피스트 수도원에 입회하기까지의 전반부 인생(1915-1941)을 연대기적으로 서술합니다.

1. 세상이라는 광야에서의 방황
책의 전반부는 '현대판 탕자'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예술가였던 부모님 아래 프랑스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어머니와 아버지를 차례로 잃고 사실상 고아로 자라납니다. 유럽과 미국을 오가는 그의 정처 없는 삶은, 그가 평생토록 찾아 헤맸던 '집'과 '아버지'에 대한 갈망을 상징합니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시절, 그는 지적인 교만과 방탕한 생활에 깊이 빠져듭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와 컬럼비아 대학에 입학한 그는, 마르크스주의와 같은 세속적 이념에 심취하고, 재즈 클럽과 술집을 전전하며 도시의 쾌락을 탐닉합니다. 그러나 이 모든 화려함과 지적 유희의 이면에는, 그를 잠식하는 깊은 공허감과 소외감이 있었습니다. 그는 자기 자신을 중심으로 세워진 현대 세속 세계의 삶이 결국 얼마나 공허한지를 온몸으로 체험한 것입니다.

2. 진리를 향한 수렴: 지성과 영혼의 귀향
머튼의 회심은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 감정적인 사건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그의 지성과 영혼이 여러 갈래의 길을 통해 서서히 진리를 향해 '수렴'되어 가는 과정이었습니다.

지적인 단서들: 그는 중세 철학에 대한 에티엔 질송의 책을 읽으며, 신앙과 이성이 결코 적대적이지 않다는 사실에 눈을 뜹니다. 또한 윌리엄 블레이크와 같은 신비주의 시인들의 작품과 중세의 종교 예술 속에서 세속 세계에서는 맛볼 수 없었던 깊은 진리의 흔적들을 발견합니다.

영적인 만남들: 그는 컬럼비아 대학 시절, 마크 반 도렌과 같은 진실한 스승들과, 브라마차리라는 이름의 힌두교 수도승과의 대화를 통해 영적인 세계에 대한 진지한 관심을 갖게 됩니다.

이 모든 지적, 영적 단서들은 마침내 그를 가톨릭 신앙으로 이끌었습니다. 1938년, 그가 세례를 받던 순간은 그에게 단순한 종교적 입문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오랫동안 잃어버렸던 집으로 돌아온, 지적이고 영적인 **'귀향(homecoming)'**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조각난 삶의 파편들을 하나로 모아줄 수 있는 보편적이고 역사적인 진리를 마침내 발견했다고 느꼈습니다.

3. 세상의 끝, 수도원의 시작
가톨릭 신자가 된 후에도, 머튼의 마음속에는 더 깊은 갈망, 즉 하나님과 완전히 하나가 되고자 하는 '견딜 수 없는 갈증'이 남아있었습니다. 그는 세상 속에서 작가나 교수로서 살아가는 삶에 만족할 수 없었습니다. 그는 하나님께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칠 수 있는 가장 급진적이고 완전한 삶의 방식을 갈망했습니다.

그가 찾은 해답은 바로 트라피스트 수도회였습니다. 철저한 침묵, 노동, 가난, 그리고 세속 세계로부터의 완전한 단절을 추구하는 이 수도회는, 그가 찾던 타협 없는 헌신을 위한 완벽한 장소처럼 보였습니다.

책의 마지막은 그가 마침내 켄터키 주에 있는 게쎄마니 수도원의 문 안으로 들어서는 장면으로 장엄하게 끝을 맺습니다.

"나는 세상의 문을 닫고 들어왔다. ... 이제 나는 자유로워졌다. 나는 나의 자리를, 나의 조국을 찾았다."

그에게 수도원의 문은 세상으로부터의 도피나 죽음이 아니라, 거짓된 그림자의 세계를 떠나 마침내 '실재'의 세계로 들어가는 탄생의 문이었습니다.

결론: 한 순례자의 여정, 한 시대의 상징이 되다
토머스 머튼의 『칠층산』은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영적 자서전 중 하나입니다. 이 책의 힘은, 한 현대 지성인이 겪는 내면의 방황과 영적 탐색을 놀라울 만큼 솔직하고 지적인 언어로 그려냈다는 데 있습니다.

20세기의 『고백록』: 이 책은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과 비견됩니다. 두 책 모두 총명하고, 세속적이며, 교만했던 한 젊은이가 오랜 방황 끝에 마침내 하나님의 압도적인 은혜에 굴복하는 위대한 회심의 이야기입니다.

한 시대의 갈망을 대변하다: 『칠층산』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물질주의와 허무주의에 지쳐 있던 한 세대의 영적 갈망을 정확히 포착하고 대변했습니다. 이 책은 관상적 삶과 수도 생활이 결코 낡은 중세의 유물이 아니라, 현대인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급진적이고 의미 있는 삶의 방식일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칠층산』은 한 영적 고아의 귀향 이야기입니다. 그것은 진정한 아버지를 찾아 헤매던 한 방랑자가 마침내 자신의 참된 집을 발견하는 여정입니다. 뉴욕의 소란스러운 지성인 모임에서 켄터키 수도원의 장엄한 침묵 속으로 이어진 토머스 머튼의 순례길은, 세상의 모든 화려함에도 불구하고 채워지지 않는 인간 영혼의 가장 깊은 갈망을 보여주는 영원한 지도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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