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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고전 강독

토마스 아퀴나스 (Thomas Aquinas), 『신학대전 (Summa Theologica)』

토마스 아퀴나스 (Thomas Aquinas)의 『신학대전 (Summa Theologica)』
- 부제: 신학의 대성당, 이성의 빛으로 쌓아 올린 신앙의 체계 -

서론: 신학의 대성당, 이성의 빛으로 쌓아 올린 신앙의 체계
만약 기독교의 모든 진리를 하나의 거대한 건축물에 비유한다면,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대전』은 의심할 여지 없이 가장 장엄하고, 가장 정교하며, 가장 높이 솟은 고딕 양식의 대성당이라 할 수 있습니다. 13세기 스콜라 철학의 정점에 서 있는 이 기념비적인 저작은, "신은 존재하는가?"라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에서부터 "천사는 생각을 어떻게 하는가?", "인간의 행복이란 무엇인가?", "정의로운 법의 조건은 무엇인가?"에 이르기까지, 신과 인간, 그리고 우주에 대해 제기될 수 있는 거의 모든 질문을 다루고 답하려는 인류 지성사의 가장 위대한 시도 중 하나입니다.

'천사 박사(Doctor Angelicus)'라 불렸던 토마스 아퀴나스는 이 책을 신학을 처음 배우는 "초심자들"을 위해 썼다고 겸손하게 밝혔지만, 그 내용은 서양 지성사 전체를 아우르는 방대한 종합체입니다. 그는 아리스토텔레스로 대표되는 그리스 철학의 '이성'과, 성경과 교부들로 대표되는 기독교의 '신앙'이 결코 서로 모순되지 않으며, 오히려 같은 진리를 향해 나아가는 두 개의 날개임을 증명하고자 했습니다.

본 강독에서는 이 거대한 '신학의 대성당' 안으로 들어가 그 구조와 논리를 탐험해보고자 합니다. 먼저, 『신학대전』의 독특하고 엄격한 '스콜라적 문답법'을 살펴보며 이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배울 것입니다. 이어서, 철학사에서 가장 유명한 논증 중 하나인 아퀴나스의 '신 존재 증명(다섯 가지 길)'을 분석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만물이 하나님에게서 나와(Exitus) 다시 하나님에게로 돌아간다(Reditus)는 이 책의 장엄한 구조 전체를 조망하며, 『신학대전』이 서양 사상사에 남긴 불멸의 유산이 무엇인지 고찰하고자 합니다.

본론: 질서정연한 우주, 그 안의 모든 것을 묻고 답하다
1. 스콜라 철학의 정수: 『신학대전』을 읽는 법
『신학대전』을 처음 마주하는 독자는 그 독특한 형식에 당황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서술식으로 쓰인 것이 아니라, 수백 개의 '질문(Question)'과 수천 개의 '물음(Article)'으로 구성된 문답 형식의 집합체입니다. 각각의 '물음'은 다음과 같은 엄격하고 변증법적인 구조를 따릅니다.

질문 제기: 탐구할 주제를 "신은 존재하는가?"와 같이 '예/아니오'로 답할 수 있는 질문으로 제시한다.

반론 제시 (Objectiones): 먼저 저자가 궁극적으로 취할 입장과 반대되는 유력한 주장들을 2~3개 이상 상세히 제시한다. (예: "신은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왜냐하면 세상에 악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는 지적인 정직함의 표현으로, 반대편의 주장을 최대한 존중하며 시작하는 방식이다.

권위에의 호소 (Sed contra): 앞선 반론들과 반대되는 입장을 담은 짧은 권위 있는 인용문(주로 성경이나 아우구스티누스와 같은 교부의 문장)을 제시한다. (예: "그러나 성경은 '나는 스스로 있는 자'라고 말한다...")

본론 답변 (Respondeo): "나는 다음과 같이 답한다"라는 말과 함께, 질문에 대한 저자 자신의 입장과 논증을 체계적으로 상세히 설명한다. 이곳이 각 물음의 핵심이다.

반론들에 대한 답변 (Ad primum, Ad secundum...): 마지막으로, 처음에 제기되었던 반론들 하나하나에 대해, 자신의 본론 답변에 근거하여 조목조목 논파한다.

이러한 형식은 독단적인 주장을 피하고, 모든 가능한 반론을 검토한 뒤 가장 합리적인 결론에 도달하려는 스콜라 철학의 정신을 완벽하게 구현한 것입니다.

2. 이성으로 오르는 다섯 개의 계단: 신 존재 증명 (The Five Ways)
아퀴나스는 신앙이 이성을 초월하지만, 이성과 모순되지는 않는다고 믿었습니다. 특히 '신의 존재'는 신앙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이성을 통해서도 그 존재를 증명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신학대전』 제1부 2번 질문 3번 물음에서 제시되는 '다섯 가지 길(Quinque Viae)'은 그 유명한 증명입니다. 이 증명들은 모두 세상에 대한 관찰(결과)에서 출발하여 그 제일 원인(신)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후험적(a posteriori)' 논증입니다.

운동의 논증 (The Argument from Motion): 세상의 모든 것은 움직이는데, 스스로 움직이는 것은 없다. 모든 움직임은 다른 것에 의해 시작된다. 이 인과 관계를 무한히 거슬러 올라갈 수는 없으므로, 모든 움직임을 시작하게 했지만 자신은 움직이지 않는 '첫 번째 움직이는 자(Unmoved Mover)'가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원인의 논증 (The Argument from Causation): 세상의 모든 것에는 원인이 있다. 원인의 원인을 무한히 따라갈 수는 없으므로, 모든 것의 원인이지만 자신은 원인을 갖지 않는 '첫 번째 원인(First Cause)'이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필연성의 논증 (The Argument from Contingency): 세상의 모든 존재는 존재할 수도 있고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는 '우연적 존재'이다. 만약 모든 것이 우연적이라면, 언젠가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던 순간이 있었을 것이고, 무(無)에서는 아무것도 나올 수 없다. 따라서 스스로 존재하며 다른 모든 것에 존재를 부여하는 '필연적 존재(Necessary Being)'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완전성의 논증 (The Argument from Gradation): 우리는 세상에서 '더 좋음', '더 진실됨'과 같은 등급과 정도의 차이를 발견한다. 이는 모든 완전함의 기준이 되는 '최고로 좋고 진실된 존재(Maximum Goodness)'가 존재함을 암시한다.

목적의 논증 (The Argument from Design): 지성이 없는 자연물(씨앗, 행성 등)이 마치 목적을 가진 것처럼 질서정연하게 움직인다. 이는 마치 화살이 과녁을 향해 날아가는 것이 궁수의 지성에 의해 인도되는 것과 같다. 따라서 우주의 모든 것을 목적을 향해 이끄는 '최고의 지성(Supreme Intelligence)'이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아퀴나스에게 이 다섯 가지 길은 '첫 번째 움직이는 자', '첫 번째 원인' 등 철학적인 신의 존재를 증명하며, 신앙은 이 존재가 바로 성경이 말하는 인격적인 하나님이라고 알려준다고 보았습니다.

3. 장엄한 구조: 만물의 출구(Exitus)와 귀로(Reditus)
『신학대전』의 구조는 단순한 주제의 나열이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완결된 신학적 세계관을 보여주는 거대한 순환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출구-귀로(Exitus-Reditus)' 구조입니다.

제1부: 출구 (Exitus) - 하나님과 그로부터의 창조
모든 것의 시작인 하나님 자신(그의 본성, 속성, 삼위일체)에 대해 탐구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 하나님으로부터 모든 만물이 흘러나오는 **창조(Exitus)**
모든 것의 시작인 하나님 자신(그의 본성, 속성, 삼위일체)에 대해 탐구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 하나님으로부터 모든 만물이 흘러나오는 창조(Exitus)의 과정을 다룹니다. 천사, 물리적 우주, 그리고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인간의 창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제2부: 귀로 (Reditus) - 인간의 하나님을 향한 여정
가장 방대한 부분으로, 창조된 인간이 자신의 궁극 목적인 하나님께로 돌아가는(Reditus) 여정을 다룹니다. 이것은 사실상 아퀴나스의 윤리학 전체입니다. 그는 인간의 궁극 목적이 '행복'(최고선이신 하나님과의 합일)에 있다고 보고, 그 행복에 이르기 위한 길로서 법, 은총, 그리고 덕(믿음, 소망, 사랑 등)과 피해야 할 악덕들을 상세히 분석합니다.

제3부: 길 (Via) - 우리의 길이신 그리스도
인간이 자신의 힘만으로는 하나님께 돌아갈 수 없으므로, 그 길을 열어주시는 분이 바로 그리스도이십니다. 제3부는 우리의 길이 되시는 그리스도의 성육신, 생애, 그리고 그분이 우리에게 남겨주신 구원의 통로인 **성사(Sacraments)**를 다룹니다.

이처럼 『신학대전』은 하나님에게서 나와, 그리스도를 통해, 다시 하나님에게로 돌아가는 장엄한 우주적 드라마를 질서정연하게 그려낸 하나의 완결된 서사입니다.

결론: 이성과 신앙의 영원한 대화
🏛️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대전』은 '신앙은 비합리적인 도약'이라는 현대의 편견에 대한 가장 강력한 반박입니다. 이 책은 이성과 신앙이 서로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의 궁극적인 표현입니다. 그것은 이성적이고 사랑이 많으신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질서정연하고 이해 가능한 우주에 대한 기념비이며, 인간은 계시를 통한 신앙뿐만 아니라 타고난 이성을 통해서도 그 우주를 이해할 수 있다는 신념의 결정체입니다.

그의 가장 큰 업적은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을 '세례'시켜 기독교 신학의 틀 안으로 성공적으로 통합시킨 것입니다. 이 위대한 종합은 이후 수 세기 동안 가톨릭교회의 지성적 삶을 규정했으며, 서구 사상 전체에 깊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오늘날 우리에게 스콜라 철학의 문답법은 낯설고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신학대전』의 핵심 프로젝트는 여전히 심오한 유효성을 지닙니다. 그것은 신앙이 맹목적인 복종이 아니라 합리적인 신뢰이며, 과학이든 철학이든 신학이든 진리를 향한 정직한 탐구는 궁극적으로 동일한 신적 근원을 향한다는 사상에 대한 강력한 옹호입니다.

🙏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토마스 아퀴나스는 말년에 신비로운 영적 체험을 한 후 『신학대전』의 집필을 중단하며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내가 지금까지 쓴 모든 것들은 지푸라기처럼 보이는구나." 이 마지막 겸손의 고백은 그의 평생의 업적을 무효로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것은 그가 이성으로 쌓아 올린 장엄한 대성당을 올바른 자리에 놓는 행위입니다. 즉, 그것은 인간의 모든 체계와 구조를 초월하시는 무한한 하나님의 신비를 그려내려는, 아름답고 정교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유한한 인간의 시도였음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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