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 실전 전략 104
성경적 자기 이해: 하나님의 형상으로서의 정체성 확립

선교사의 가장 근본적인 정체성은 그가 가진 국적이나 은사, 사역의 열매가 아니라, '하나님의 형상(Imago Dei)'으로 지음 받은 존재라는 사실에 있습니다. 이 성경적 자기 이해 위에 굳게 설 때, 선교사는 사역의 성공이나 실패, 사람들의 인정이나 비난에 흔들리지 않는 내적인 견고함을 갖게 됩니다.
'하나님의 형상'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은 깨어지고 왜곡된 거울인 나를, 그리스도 안에서 본래의 모습으로 회복시키는 과정입니다.
## 1. '하나님의 형상'이란 무엇인가? - 우리의 원형
창세기 1장 26-27절은 "하나님이 이르시되 우리의 형상을 따라 우리의 모양대로 우리가 사람을 만들고... 하나님이 자기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고"라고 선포합니다. 이는 인간의 가치와 정체성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선언입니다.
① 관계적 형상 (Relational Image) 👥
"우리의 형상을 따라"라는 말씀에서 알 수 있듯, 삼위일체 하나님은 본질적으로 관계적인 분이십니다. 따라서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받은 우리 역시 관계를 맺도록 창조된 존재입니다.
하나님과의 관계: 하나님과 교제하며 그분을 예배하도록 창조되었습니다.
이웃과의 관계: 다른 사람과 사랑의 공동체를 이루도록 창조되었습니다.
자신과의 관계: 자기 자신을 하나님의 피조물로서 존귀하게 여기도록 창조되었습니다.
② 기능적 형상 (Functional Image) 👑
"그들로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온 땅을 다스리게 하자"는 말씀처럼, 우리는 하나님의 대리 통치자, 즉 **'청지기(Steward)'**로서 이 땅을 다스리고 돌보도록 창조되었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선하신 통치를 이 땅에 반영하고 실현해야 할 고귀한 사명을 받았습니다.
③ 본질적 형상 (Substantial Image)
인간은 다른 피조물과 구별되는 독특한 속성, 즉 이성, 도덕성, 창의성, 영성을 부여받았습니다. 이는 우리가 하나님을 닮은 인격적인 존재임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 2. 죄로 인해 '깨어진 형상' - 우리의 현실
아담의 타락은 우리 안에 있던 하나님의 형상을 완전히 파괴하지는 않았지만, 심각하게 깨뜨리고 왜곡시켰습니다. 마치 깨진 거울이 형상을 제대로 비추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관계의 파괴: 하나님을 떠나고(영적 죽음), 이웃을 미워하며(살인과 갈등), 자신을 수치스럽게 여기게(벌거벗음) 되었습니다.
기능의 왜곡: 창조 세계를 돌보는 청지기의 역할 대신, 그것을 이기적으로 착취하고 파괴하는 폭군이 되었습니다.
본질의 오염: 이성은 하나님을 대적하는 교만의 도구가 되었고, 도덕성은 자기 의를 쌓는 위선이 되었으며, 영성은 우상숭배로 변질되었습니다.
선교 현장에서 우리가 겪는 내면의 죄성, 관계의 갈등, 사역의 어려움은 모두 이 깨어진 형상의 증거입니다.
## 3. 그리스도 안에서 '회복되는 형상' - 우리의 정체성
복음은 이 깨어진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시키는 하나님의 위대한 프로젝트입니다.
① 예수 그리스도: 참된 하나님의 형상
예수님은 "보이지 아니하는 하나님의 형상"(골 1:15) 그 자체이십니다. 그분은 하나님과의 완전한 관계, 이웃을 향한 완전한 사랑, 창조 세계를 향한 완전한 다스림을 보여주신 유일한 분입니다.
② 칭의: 신분의 회복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를 믿을 때, 우리는 법적으로 하나님의 자녀라는 신분을 회복하게 됩니다. 더 이상 죄의 노예나 고아가 아니라, 하나님을 "아빠 아버지"라 부를 수 있는 존귀한 아들과 딸이 됩니다(롬 8:15). 이것이 우리의 새로운 정체성의 기초입니다.
③ 성화: 본성의 회복
구원받은 우리는 성령의 도우심을 통해, 깨어졌던 우리의 성품과 인격이 점점 더 예수 그리스도의 형상을 닮아가는 '성화(Sanctification)'의 과정을 시작합니다(고후 3:18). 선교는 이 성화의 과정을 가장 역동적으로 경험하는 영적 훈련장입니다.
## 결론: 확립된 정체성의 능력
"나는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그리스도 안에서 그 형상을 회복해가는 존귀한 자녀이다."
이 성경적 자기 이해 위에 굳게 설 때, 선교사는 다음과 같은 영적 능력을 경험하게 됩니다.
자존감의 근거: 사역의 성과나 사람들의 평가가 아닌, 변하지 않는 하나님의 사랑과 창조 목적에서 건강한 자존감을 찾습니다.
타인 존중: 내가 만나는 모든 현지인들, 심지어 나를 핍박하는 사람조차도 그 안에 '깨어진 하나님의 형상'이 있음을 인정하고 존귀하게 대할 수 있습니다.
고난 해석의 능력: 선교 현장의 고난을 하나님의 실패가 아니라, 나의 깨어진 형상을 깎아내시고 그리스도의 형상으로 빚어가시는 하나님의 신실한 손길로 해석하게 됩니다.
이 정체성 확립은 단회적 사건이 아니라, 매일의 경건 생활 속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 나의 참된 모습을 재확인하는 평생의 여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