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 심리적 상황
수치심: 자신의 연약함이나 실패가 드러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수치심은 자신의 연약함, 실수, 실패가 다른 사람들에게 드러나 '부족하고 결함 있는 존재'로 낙인찍힐 것에 대한 깊은 두려움을 의미합니다. 이는 단순히 잘못된 '행동'에 대한 후회(죄책감)를 넘어, 자신의 '존재'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느끼는 고통스러운 감정입니다.
죄책감과 수치심의 차이
죄책감(Guilt): "내가 잘못된 행동을 했다." (I did something bad.)
수치심(Shame): "나는 잘못된 존재다." (I am bad.)
죄책감은 행동의 개선을 통해 해결될 수 있지만, 수치심은 존재 자체를 부정하기 때문에 개인을 더 깊은 어둠과 고립으로 몰아넣습니다.
무엇이 수치심을 유발하는가?
타문화권 사역과 같은 환경에서는 다양한 요인이 수치심을 자극합니다.
언어 능력의 부족: 어른임에도 불구하고 아이처럼 말을 더듬거나 실수를 연발할 때, 자신의 지성과 능력이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지며 수치심을 느낍니다.
사역의 실패: 야심 차게 시작한 프로젝트가 실패로 돌아갔을 때, 후원자와 동료들에게 "역시 그는 능력이 부족했어"라고 평가받을 것에 대한 두려움에 휩싸입니다.
드러나는 성격적 결함: 스트레스 상황 속에서 이기적이거나 분노를 표출하는 등 자신의 밑낯이 드러날 때, '거룩한 사역자'라는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자신의 모습에 환멸을 느끼고 숨고 싶어집니다.
가족 문제: 자녀가 현지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부부 갈등을 겪을 때, "가정 하나 제대로 돌보지 못하면서 무슨 사역을 하느냐"는 비난을 받을까 두려워 문제를 숨기게 됩니다.
수치심이 마음에 미치는 영향
수치심은 관계를 단절시키고 영혼을 병들게 하는 독과 같습니다.
숨고 고립됨: 자신의 결점을 감추기 위해 사람들과의 깊은 관계를 회피하고,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하려 애쓰며 스스로를 고립시킵니다.
완벽주의 강화: 다시는 수치심을 느끼지 않기 위해, 사소한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완벽주의의 덫에 갇히게 됩니다.
비난에 대한 방어기제: 타인의 비판이나 조언을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고, 변명하거나 분노를 표출하며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수치심의 가장 큰 비극은 스스로를 '사랑받을 자격 없는 존재'로 여기게 만든다는 점입니다. 이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은 완벽한 모습이 아닌, 실패하고 연약한 모습 그대로를 드러낼 용기를 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받아주고 사랑해주는 안전한 관계(공동체, 상담가, 하나님) 속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나의 가치가 성과나 능력이 아닌 존재 자체에 있음을 깨달을 때, 수치심은 설 자리를 잃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