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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신도 전문인 선교학 49 과정

이슬람, 불교, 힌두교, 유대교 핵심 교리 및 현황

종교학 및 비교 종교

살아있는 전통: 이슬람교, 불교, 힌두교, 유대교의 핵심 교리 및 현대적 현황에 대한 포괄적 분석

서론
목적과 범위
본 보고서는 세계 주요 종교인 이슬람교, 불교, 힌두교, 유대교의 핵심 교리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21세기 현대 사회에서 이들 종교가 직면한 현황과 과제를 심층적으로 탐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본 분석은 각 종교의 창시, 경전, 핵심 신학적 개념, 주요 분파, 그리고 현대 사회와의 상호작용을 포괄하는 분석적 틀을 기반으로 한다. 보고서는 각 종교 전통 내에 존재하는 광범위한 다양성과 복잡성을 인지하며, 단일하고 획일적인 해석을 지양하고 다각적인 시각을 제공하고자 한다. 신앙의 근본 원리가 어떻게 현대의 정치, 사회, 문화적 현실 속에서 재해석되고, 때로는 갈등을 유발하며,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는지를 추적함으로써, 이들 살아있는 전통의 역동성을 조명할 것이다.

방법론
본 보고서는 비교 종교학적 접근법을 채택한다. 각 종교를 개별 장으로 나누어 체계적으로 서술하되, 경전의 권위, 분파의 형성, 신비주의 전통의 역할, 근대성과의 조우와 같은 공통된 주제에 대해 암묵적인 비교와 대조를 시도할 것이다. 이를 통해 각 종교의 고유한 특성뿐만 아니라, 인류의 보편적인 종교적 경험의 양상 또한 드러내고자 한다. 또한, 본 보고서는 모든 데이터를 표나 도표 형식이 아닌 산문 형태로 통합하여 서술함으로써, 각 종교의 교리와 역사를 하나의 유기적인 서사로 풀어내고자 한다. 이는 독자들이 복잡한 개념과 역사적 사건들을 보다 깊이 있고 맥락적으로 이해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제1부: 이슬람 - 순종의 길
1.1. 예언자들의 봉인: 기원과 계시
이슬람의 기원은 예언자 무함마드(c. 570–632 CE)의 생애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그는 메카의 유력 부족인 쿠라이시족의 하심 가문에서 태어났으나, 출생 전에 아버지를 여의고 여섯 살에 어머니마저 잃어 고아가 되었다. 이후 할아버지 압둘 무탈립과 삼촌 아부 탈리브의 보살핌 아래 성장하며 정직하고 신뢰받는 상인으로 명성을 얻었다.   

그의 삶은 40세가 되던 610년경 극적인 전환을 맞이한다. 영적 성찰을 위해 히라산 동굴에서 명상하던 중, 그는 대천사 가브리엘(지브릴)로부터 알라(하나님)의 첫 계시를 받았다고 전한다. 이 사건은 이슬람의 경전인 쿠란의 시작이자 그의 예언자적 사명의 출발점이었다. 무함마드는 메카의 다신교 사회에서 "알라는 유일하다"는 급진적인 일신론(타우히드)을 선포하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이 아담, 노아, 아브라함, 모세, 예수를 잇는 예언자들의 계보에서 마지막 예언자, 즉 '예언자들의 봉인'임을 선언했다. 그의 가르침은 초기 소수의 추종자를 얻었으나, 메카의 기득권층으로부터 극심한 저항과 박해에 직면했다. 이로 인해 일부 무슬림들은 박해를 피해 아비시니아(오늘날의 에티오피아)로 이주하기도 했다.   

이슬람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는 622년에 일어난 헤지라(Hijra)이다. 계속되는 박해를 피해 무함마드와 그의 추종자들은 메카를 떠나 야트립(훗날 메디나로 불림)으로 이주했다. 이 이주는 단순한 도피가 아니라, 이슬람 공동체인 '움마'(Ummah)가 본격적으로 형성되는 계기가 되었으며, 이슬람력의 원년이 되었다. 메디나에서 무함마드는 예언자를 넘어 정치적, 사회적 지도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며, '메디나 헌장'을 통해 다양한 부족과 종교 집단을 아우르는 공동체를 구축했다. 이후 메카와의 간헐적인 분쟁 끝에 629년, 무함마드는 1만 명의 군대를 이끌고 거의 무혈로 메카를 정복했다. 그는 메카의 카바 신전에 있던 우상들을 파괴하고 이를 유일신 알라를 위한 성소로 봉헌함으로써 아라비아 반도의 종교적 중심지를 이슬람의 구심점으로 만들었다. 632년 그가 사망할 무렵, 아라비아 반도의 대부분은 이슬람의 깃발 아래 통일되었다.   

1.2. 신앙과 실천의 기둥: 핵심 신학 교리
이슬람의 신앙과 법률 체계는 두 가지 핵심적인 원천에 기반을 둔다. 첫째는 쿠란으로, 무함마드에게 23년간 계시된 알라의 말씀을 문자 그대로 기록한 것으로 여겨지며, 신앙의 최종적이고 완전한 토대를 이룬다. 둘째는 순나(Sunnah)로, 예언자 무함마드의 언행과 암묵적 동의를 포함하는 관행을 의미한다. 순나는 하디스(Hadith)라는 방대한 전승 기록을 통해 전해지며, 쿠란을 해석하고 실생활에 적용하는 가장 중요한 지침으로 기능한다.   

이슬람 신학의 핵심은 '여섯 가지 믿음'(아끼다, Aqidah)으로 요약된다. 첫째이자 가장 중요한 것은 유일신 알라에 대한 믿음, 즉 '타우히드'(Tawhid)이다. 이는 알라의 절대적인 유일성과 불가분성을 강조하며, 다신교는 물론 기독교의 삼위일체 교리도 명백히 부정하는 이슬람 신앙의 근간이다. 이러한 엄격한 일신론은 우상 숭배를 금기시하여, 이슬람 예술이 인물 묘사 대신 서예와 아라베스크 문양으로 발전하는 배경이 되었다. 둘째는 천사(말라이카, Mala'ika)에 대한 믿음이다. 천사들은 빛으로 창조되었으며 자유의지 없이 오직 알라의 명령에 복종하는 존재로, 가브리엘처럼 계시를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인간과 천사 사이에는 자유의지를 가진 '진'(Jinn)이라는 영적 존재도 있다고 믿는다. 셋째는 경전(쿠툽, Kutub)에 대한 믿음이다. 무슬림들은 알라가 인류에게 여러 경전을 보냈다고 믿지만, 쿠란이 그 최종적이고 완벽하며 변질되지 않은 계시라고 확신한다. 넷째는 예언자(루술, Rusul)들에 대한 믿음으로, 무함마드는 아담에서 예수에 이르는 모든 예언자들의 메시지를 확인하고 완성한 마지막 예언자로 존중받는다. 다섯째는 최후 심판의 날(야움 알끼야마, Yawm al-Qiyamah)에 대한 믿음이다. 모든 인간은 부활하여 자신의 행위에 대해 심판받고, 그 결과에 따라 천국 또는 지옥에서 영원한 삶을 살게 된다고 믿는다. 여섯째는 정명(까다르, Qadr)에 대한 믿음으로, 세상의 모든 일이 알라의 신성한 계획과 의지 안에서 일어난다는 신앙이다. 다만 이 교리에서 수니파는 신의 절대적 주권을 강조하는 반면, 시아파는 인간의 자유의지를 더 중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믿음을 바탕으로 무슬림의 삶을 구조화하는 실천적 의무가 '다섯 기둥'(아르칸 알이슬람, Arkan al-Islam)이다. 첫째는 신앙 고백(샤하다, Shahada)으로, "알라 외에 다른 신은 없으며, 무함마드는 그분의 사도이다"라고 증언하는 것이다. 이는 무슬림이 되는 첫걸음이자 신앙의 핵심이다. 둘째는 하루 다섯 번 메카의 카바 신전을 향해 드리는 기도(살라, Salah)이다. 셋째는 자선(자카트, Zakat)으로, 자신의 재산 일부를 가난한 이들을 위해 의무적으로 기부하는 것이다. 넷째는 이슬람력 9월인 라마단 기간 동안 해가 뜰 때부터 질 때까지 금식(사움, Sawm)하는 것이다. 다섯째는 메카로의 순례(하지, Hajj)로, 건강과 재정적 능력이 있는 모든 무슬림이 일생에 한 번은 이행해야 할 의무이다.   

이슬람의 법과 윤리 체계인 샤리아(Sharia)는 이러한 교리와 실천을 사회적 차원으로 확장한 것이다. 샤리아는 쿠란과 순나라는 두 가지 기본 법원에서 파생되며, 학자들의 합의(이즈마, Ijma)와 유추 해석(끼야스, Qiyas)이라는 두 가지 보조 법원을 통해 새로운 문제에 대한 법적 판단을 내린다. 이슬람 법학(피끄, Fiqh)은 이 네 가지 원천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법규를 도출하는 학문적 과정이며, 독립적 법리 해석(이즈티하드, Ijtihad)과 같은 유연한 방법론도 포함한다. 샤리아의 형법은 쿠란에 명시된 특정 범죄에 대한 고정된 형벌인 '후두드'(Hudud), 보복적 정의를 다루는 '끼사스'(Qisas), 그리고 판사의 재량에 맡겨진 '타지르'(Tazir) 등으로 구분된다.   

1.3. 분열된 공동체: 수니-시아파 분열과 수피즘의 신비주의적 길
이슬람 공동체는 예언자 무함마드가 사망한 632년 직후, 후계자 문제를 둘러싼 정치적 갈등으로 인해 역사상 가장 중대한 분열을 겪게 된다. 이 갈등은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수니파와 시아파의 분열로 귀결되었다. 수니파는 공동체가 가장 자격 있는 지도자를 선출해야 한다고 믿었으며, 예언자의 가까운 동료였던 아부 바크르를 초대 칼리프로 추대했다. 이들은 예언자의 동료들(사하바)의 전승과 합의를 중요한 권위의 원천으로 삼는다. 반면, '시아트 알리'(알리의 추종자들)로 불리는 시아파는 지도권이 혈통을 통해 신성하게 계승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무함마드가 그의 사촌이자 사위인 알리 이븐 아비 탈리브를 후계자로 지명했다고 믿으며, 예언자의 가문(아흘 알바이트)만이 공동체를 이끌 신성한 권리를 지닌다고 본다.   

초기의 정치적 대립은 시간이 흐르면서 깊은 신학적, 법리적 차이로 발전했다. 수니파의 칼리프 제도가 정치적, 군사적 지도자의 성격을 띠는 반면, 시아파의 이맘(Imam) 개념은 훨씬 더 심오한 의미를 지닌다. 특히 시아파의 다수를 차지하는 12이맘파는 알리를 시작으로 하는 12명의 이맘들이 신에 의해 지명되었으며, 죄와 오류가 없는 무오한 존재라고 믿는다. 이맘들은 단순한 통치자를 넘어, 쿠란의 내적, 비의적 의미를 해석하고 인류를 영적으로 인도하는 유일한 권위자로 간주된다. 이러한 이맘에 대한 믿음은 시아파 신학의 근본적인 기둥을 이룬다. 이러한 권위의 차이는 법 해석에도 영향을 미친다. 수니파와 시아파 모두 쿠란을 경전으로 삼지만, 하디스 전승 집이 다르다. 수니파가 예언자 동료들의 전승을 중시하는 반면, 시아파는 예언자 가문과 이맘들로부터 전해진 하디스를 우선시한다. 법학 방법론에서도 수니파가 유추(끼야스)를 주요 도구로 사용하는 데 비해, 시아파는 이성/논리(아끌)의 역할을 더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차이는 기도 자세나 예배 시간을 합치는 관행 등 사소한 의례적 차이로도 나타난다.   

이러한 주류 분파와는 다른 차원에서 이슬람의 내면적, 신비주의적 전통을 추구하는 흐름이 바로 수피즘(타사우우프, Tasawwuf)이다. 수피즘은 별도의 종파가 아니라 수니파와 시아파 모두에 존재하는 영성 운동으로, 교리나 율법의 외형적 준수를 넘어 신과의 직접적이고 체험적인 합일을 추구한다. 수피즘의 핵심 목표는 '나프스'(nafs)라고 불리는 이기적인 자아를 정화하여 탐욕, 정욕, 오만과 같은 부정적 속성을 제거하고, 관용, 사랑, 겸손과 같은 신적인 성품을 체득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인간의 원초적 순수성(피트라, fitra)을 회복하고 신과의 신비적 합일에 이르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는다.   

수피 수행의 중심에는 '디크르'(dhikr), 즉 '신을 기억하는 행위'가 있다. 디크르는 신의 이름을 반복적으로 암송하거나, 조용한 명상(무라까바, muraqabah), 호흡 수련, 그리고 때로는 음악과 춤을 동반한 황홀경 의식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빙글빙글 도는 더비시'로 유명한 메블레비 교단은 이러한 수피 의식의 대표적인 예이다. 수피 수행자들은 영적 스승(셰이크, Shaykh)의 지도를 받으며 '타리카'(tariqa)라고 불리는 특정 교단에 소속되어 영적 여정을 걷는다. 대표적인 타리카로는 나크슈반디, 까디리, 치슈티 등이 있다. 13세기 페르시아의 시인 잘랄루딘 루미는 수피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의 대서사시 『마스나위』는 신적인 사랑, 자아의 초월, 우주적 합일이라는 수피 사상의 정수를 시적으로 표현한 걸작으로, 오늘날 이슬람 세계를 넘어 서구 사회에까지 깊은 영적 영감을 주고 있다.   

1.4. 21세기 이슬람: 인구 통계, 정치적 흐름, 그리고 세계적 과제
21세기 이슬람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종교로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2024년 기준 전 세계 무슬림 인구는 약 20억 명에 달하며, 이는 기독교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이다. 흔히 이슬람의 중심지로 중동을 떠올리지만, 인구 통계학적 현실은 다르다. 세계에서 무슬림 인구가 가장 많은 4개국은 인도네시아(약 2억 4,200만 명), 파키스탄(약 2억 4,000만 명), 인도(약 2억 1,300만 명), 방글라데시(약 1억 5,000만 명)로, 이들 국가만으로도 전 세계 무슬림의 약 40%를 차지한다. 이는 이슬람의 인구학적 중심이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현대 이슬람 세계는 다양한 이념적 흐름들이 경합하는 복잡한 양상을 띤다. 그중 가장 영향력 있는 흐름 중 하나는 살라피즘(Salafism)이다. 살라피즘은 이슬람 초기 3세대, 즉 '살라프'(Salaf, 선조)의 신앙과 실천으로 돌아가자는 근본주의적 개혁 운동이다. 이들은 후대에 발생한 신학적 발전이나 수피즘, 시아파 등 다른 분파의 해석을 '비드아'(bid'ah, 종교적 혁신)로 간주하여 배격한다. 특히 18세기 무함마드 이븐 압둘 와하브에 의해 주창된 와하비즘(Wahhabism)은 살라피즘의 가장 엄격하고 배타적인 형태로, 사우디아라비아의 국가 이데올로기이기도 하다.   

이러한 살라피즘의 이념적 토양 위에서 현대의 정치적 상황과 결합하여 나타난 것이 이슬람 극단주의이다. 이슬람 국가(ISIS)와 같은 살라피-지하디스트 그룹들은 와하비즘의 신학적 경직성에 혁명적 정치 이념을 결합한 혼합 이데올로기를 따른다. 이들은 자신들의 해석에 동의하지 않는 다른 무슬림들까지 '타크피르'(takfir, 불신자로 규정)하여 폭력의 대상으로 삼음으로써 이슬람 내부의 분열을 극대화한다. 이들의 잔혹한 행위와 정교한 미디어 선전은 전 세계적으로 이슬람에 대한 공포와 혐오를 확산시키는 주요 원인이 되었다.   

이러한 극단주의의 발호는 '이슬라모포비아'(Islamophobia)라는 또 다른 세계적 문제를 심화시키는 악순환을 낳았다. 이슬라모포비아는 이슬람과 무슬림에 대한 비이성적인 공포와 증오, 차별을 의미한다. 그 뿌리는 중세 십자군 전쟁과 같은 역사적 경쟁 관계와 서구의 식민주의적 편견에 닿아 있지만 , 현대에 들어 9/11 테러와 같은 극단주의자들의 테러 공격을 계기로 폭발적으로 확산되었다. 이슬라모포비아는 "한 손엔 칼, 한 손엔 쿠란"이라는 오래된 고정관념을 강화하며 , 극소수 극단주의자들의 행위를 20억 무슬림 전체의 본질인 것처럼 일반화한다. 이는 증오 발언, 고용 및 주거 차별, 모스크 공격, 일부 유럽 국가의 히잡 착용 금지 정책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이러한 외부적, 내부적 도전 속에서 이슬람 세계 내에서는 자기 성찰과 개혁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이슬람 페미니즘 운동이다. 파티마 메르니시, 아미나 와두드와 같은 학자들은 지난 수 세기 동안 남성 중심적으로 이루어진 쿠란과 하디스 해석이 가부장적 문화를 정당화했다고 비판한다. 이들은 쿠란의 근본 메시지 자체는 성 평등을 지지한다고 주장하며, 텍스트가 계시된 역사적, 문화적 맥락과 문법 구조, 그리고 경전 전체의 세계관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새로운 해석학적 방법을 통해 여성의 권리를 옹호한다. 한편, 무슬림 다수 국가에서 여성의 인권 현황은 획일적이지 않다. 이는 종교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각국의 경제 발전 수준, 정치 체제, 문화적 전통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예를 들어, 아랍에미리트나 쿠웨이트에서는 여성의 교육 및 사회 진출이 비교적 활발한 반면, 과거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여성의 기본적인 자유조차 극도로 제한되었던 것처럼, 그 편차는 매우 크다. 이는 이슬람 세계의 내부적 다양성과 변화의 역동성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이슬람 극단주의의 부상과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나타난 이슬라모포비아는 서로를 강화하는 공생적 관계를 형성한다. 극단주의 단체들은 정교한 미디어 전략을 통해 자신들의 폭력적인 샤리아 해석을 전파하며 , 이는 이슬라모포비아를 부추기는 이들에게 이슬람 전체가 폭력적이고 현대 사회와 양립 불가능하다는 주장의 '증거'로 활용된다. 역으로, 극단주의자들은 서구 사회의 차별, 군사적 개입, 히잡 금지와 같은 문화적 적대 행위를 이슬람에 대한 '십자군 전쟁'의 증거로 제시하며 자신들의 폭력적 지하드를 정당화하고 새로운 조직원을 모집하는 강력한 도구로 사용한다. 이 과정에서 한쪽의 존재가 다른 쪽의 존재를 정당화하고 연료를 공급하는 상호 강화의 고리가 만들어진다. 이슬라모포비아는 서구 사회 내 무슬림 청년들의 소외감을 증폭시켜 급진화의 토양을 제공하고, 극단주의자들의 테러는 다시 서구 사회의 공포를 확인시키며 더 많은 차별적 정책을 낳는다. 이러한 악순환은 양측의 온건한 목소리를 잠식시키고, 이 갈등을 '문명의 충돌'이라는 피할 수 없는 대결 구도로 몰아간다. 이는 서구의 극우 세력과 지하디스트 이데올로그 모두에게 이로운 서사이다. 이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무슬림 공동체 내에서 극단주의 이데올로기의 정당성을 해체하는 노력과, 비무슬림 사회에서 이슬라모포비아적 담론에 맞서는 노력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제2부: 불교 - 깨달음의 길
2.1. 왕자의 출가: 붓다의 생애와 깨달음
불교는 기원전 6-5세기경 인물인 싯다르타 고타마의 생애와 깨달음에서 시작된다. 그는 오늘날 네팔 남부 룸비니에서 샤캬족의 왕 슈도다나와 마야 부인 사이의 왕자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아들이 위대한 통치자가 될 것이라는 예언을 듣고, 그가 세상의 고통을 보지 못하도록 호화로운 궁전 안에 가두어 키웠다.   

그러나 싯다르타의 삶은 궁전 밖으로의 네 번의 외출을 통해 송두리째 바뀐다. 그는 늙은 사람, 병든 사람, 죽은 시신을 차례로 목격하며 인간의 삶이 피할 수 없는 늙음, 병듦, 죽음(生老病死)의 고통으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직시했다. 이 세 가지 모습은 그에게 깊은 충격을 주었으나, 네 번째로 만난 평온한 모습의 출가 수행자는 그에게 고통을 넘어설 수 있는 길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안겨주었다. 이 '네 가지 모습'(四門出遊)은 그가 깨달음을 향한 길을 떠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결국 29세의 나이에 그는 왕자의 지위, 사랑하는 아내, 그리고 '장애물'이라는 뜻의 '라훌라'라는 이름을 가진 갓 태어난 아들까지 모든 것을 버리고 고통의 소멸을 찾기 위해 출가했다.   

출가 후 싯다르타는 당대의 여러 스승을 찾아다니며 가르침을 받고, 이후 6년간 극심한 고행을 실천했다. 그러나 육체를 학대하는 고행이 정신적 해탈을 가져다주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고 이를 포기했다. 그는 감각적 쾌락에 대한 탐닉과 극단적인 고행의 양극단을 피하는 '중도'(Middle Way)야말로 깨달음으로 이르는 올바른 길임을 자각했다. 이후 보드가야의 한 보리수 아래에서 깊은 선정에 들어간 그는, 마침내 35세의 나이에 모든 번뇌와 무명의 근원을 끊고 완전한 깨달음, 즉 '보리'(Bodhi)를 성취하여 '붓다'(Buddha, 깨달은 자)가 되었다.   

깨달음을 얻은 붓다는 자신이 성취한 심오한 진리를 다른 이들에게도 전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사르나트의 녹야원으로 가서 과거 함께 고행했던 다섯 명의 수행자들에게 첫 번째 설법, 즉 '초전법륜'(初轉法輪)을 행했다. 이 설법에서 그는 불교의 핵심 교리인 사성제와 팔정도를 처음으로 밝혔다. 이후 45년간 갠지스강 유역을 유랑하며 왕에서부터 천민에 이르기까지 모든 계층의 사람들에게 차별 없이 가르침을 폈고, 승가(Sangha)라 불리는 제자 공동체를 형성했다. 80세의 나이로 쿠시나가라에서 열반에 들기 직전, 그는 제자들에게 "자신을 등불로 삼고, 법을 등불로 삼아 정진하라"는 마지막 유훈을 남겼다.   

2.2. 드러난 법(Dharma): 핵심 철학 교리
붓다의 가르침, 즉 법(Dharma)의 핵심은 인간 고통의 원인을 진단하고 그 치유법을 제시하는 실천적인 체계로 구성되어 있다. 그 근간을 이루는 것이 '네 가지 성스러운 진리'(사성제, 四聖諦)이다. 첫째, '고성제'(苦聖諦)는 삶이란 본질적으로 고통(두카, Dukkha)이라는 진리이다. 이는 생로병사의 직접적인 고통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것과 헤어지는 고통, 싫어하는 것을 만나야 하는 고통,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고통, 그리고 모든 것이 변하기에 만족할 수 없는 근원적인 괴로움을 포함한다. 둘째, '집성제'(集聖諦)는 그 고통의 원인이 바로 갈애(渴愛, 탄하)와 집착, 그리고 근원적으로는 실상에 대한 무지(無明, 아비드야)에 있다는 진리이다. 셋째, '멸성제'(滅聖諦)는 이러한 갈애와 집착, 무명을 완전히 소멸시킴으로써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진리이며, 이 상태가 바로 열반(니르바나, Nirvana)이다. 넷째, '도성제'(道聖諦)는 고통의 소멸에 이르는 구체적인 길이 있으며, 그것이 바로 '여덟 가지 올바른 길'(팔정도, 八正道)이라는 진리이다.   

팔정도는 지혜(반야, Prajñā), 도덕적 행위(계, Śīla), 그리고 정신 집중(정, Samādhi)의 세 가지 범주로 나뉜다. 지혜의 영역에는 올바른 견해(정견, 正見)와 올바른 사유(정사유, 正思惟)가 속한다. 도덕적 행위에는 올바른 말(정어, 正語), 올바른 행위(정업, 正業), 올바른 생활(정명, 正命)이 포함된다. 정신 집중의 영역에는 올바른 노력(정정진, 正精進), 올바른 마음챙김(정념, 正念), 올바른 집중(정정, 正定)이 있다. 이 여덟 가지 길은 고통의 소멸을 위한 통합적이고 점진적인 수행 체계이다.   

이러한 가르침의 철학적 기반에는 '세 가지 존재의 보편적 특징'(삼법인, 三法印)이 있다. 첫째, '제행무상'(諸行無常, 아니카)은 세상의 모든 형성된 것들은 영원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진리이다. 둘째, '일체개고'(一切皆苦, 두카)는 영원하지 않은 것들에 집착하기 때문에 모든 것이 근본적으로 고통이라는 진리이다. 셋째, '제법무아'(諸法無我, 아나타/아나트만)는 모든 존재에는 독립적이고 불변하는 실체로서의 '나' 또는 '자아'(自我)가 없다는 진리이다. 이는 불교 철학의 가장 독특하고 핵심적인 개념으로, 우리가 '나'라고 인식하는 것은 단지 물질(색, 色), 느낌(수, 受), 인식(상, 想), 의지(행, 行), 의식(식, 識)이라는 다섯 가지 무더기(오온, 五蘊)가 일시적으로 결합한 것에 불과하다고 본다. 이는 영원불변하는 자아(아트만, Atman)의 존재를 상정하는 힌두교의 관점과 근본적으로 대립한다.   

모든 현상이 상호 의존하여 발생한다는 '연기설'(緣起說, 파티카사무파다)은 무아 사상을 더욱 정교하게 뒷받침한다. 연기설에 따르면, 어떤 것도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것은 다른 조건들과의 관계 속에서만 일어난다.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생하므로 저것이 생한다"는 구절은 연기설의 핵심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무아의 관점에서 불교의 윤회(재생) 개념은 영혼의 이전이라는 힌두교적 개념과 구별된다. 불변하는 영혼이 없기 때문에, 한 생에서 다음 생으로 넘어가는 것은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마음의 흐름'(심상속, 心相續, citta-santāna)이다. 이는 마치 하나의 촛불이 다른 초에 불을 옮겨 붙이는 것과 같다. 불꽃은 전달되지만, 그것은 이전과 동일한 불꽃이 아니다. 이 마음의 흐름에 각인된 업(카르마)의 인상(바사나, vāsanās)이 다음 생의 조건을 결정하는 원동력이 된다.   

2.3. 대승: 테라와다, 마하야나, 그리고 금강승
붓다의 열반 이후, 그의 가르침에 대한 해석과 실천 방법을 둘러싸고 불교 내부에 다양한 분파가 형성되었다. 오늘날 불교는 크게 세 가지 흐름, 즉 테라와다, 마하야나, 그리고 바즈라야나로 구분된다.

테라와다 불교는 '장로들의 가르침'이라는 의미로, 초기 불교의 형태를 가장 잘 보존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이 전통에서 수행의 최고 이상은 '아라한'(Arhat)이 되는 것이다. 아라한은 붓다의 가르침을 따라 모든 번뇌를 끊고 개인의 해탈, 즉 열반을 성취한 성자를 의미한다. 테라와다는 역사적 인물로서의 싯다르타 고타마를 우리 시대의 유일한 붓다로 간주하며, 그의 가르침이 담긴 팔리 경전을 유일한 권위로 인정한다. 현재 스리랑카, 태국,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주류를 이루고 있다.   

마하야나 불교는 '큰 수레'라는 의미로, 테라와다의 아라한 사상을 개인적 해탈에 머무는 '작은 수레'(소승)라고 비판하며 등장했다. 마하야나의 이상적 인간상은 '보살'(Bodhisattva)이다. 보살은 자신의 깨달음을 완성할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자비심으로 윤회의 세계에 머물며 그들을 돕는 존재이다. 이러한 이타적인 정신은 마하야나의 핵심 가치이다. 마하야나는 모든 중생이 본래 붓다가 될 수 있는 가능성, 즉 '여래장'(Tathāgatagarbha) 또는 불성을 지니고 있다고 가르친다. 또한, 무아 사상을 심화시킨 '공'(空, 슈냐타) 사상을 발전시켰는데, 이는 모든 현상이 독립적인 실체 없이 텅 비어 있다는 철학이다. 마하야나는 아미타불이나 관세음보살과 같이 중생을 구원하는 다양한 우주적 붓다와 보살의 개념을 도입했으며, 팔리 경전 외에 『법화경』, 『반야심경』 등 방대한 대승 경전을 소의 경전으로 삼는다. 마하야나는 중국, 한국, 일본, 베트남 등 동아시아 지역으로 전파되어 그 지역의 문화와 융합하며 발전했다.   

바즈라야나 불교는 '금강승' 또는 '다이아몬드 수레'라는 의미로, 주로 마하야나의 한 분파로 간주되며 티베트, 부탄, 몽골 등지에서 성행한다. 탄트라 불교 또는 밀교(密敎)라고도 불리는 이 전통은 만트라(진언), 만다라(우주를 상징하는 그림), 복잡한 시각화 수행(사다나) 등 강력하고 심오한 밀교적 수행법을 통해 깨달음의 과정을 급진적으로 단축시켜 한 생애 안에 성불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수행은 반드시 자격을 갖춘 스승(라마, Lama)으로부터의 입문 의식(관정, 灌頂)과 구전(口傳)을 통해 비밀리에 전수되어야 하며, 엄격한 계율(삼매야, Samaya)의 준수가 요구된다. 티베트 불교의 독특한 특징 중 하나는 '툴쿠'(Tulku) 시스템이다. 이는 위대한 스승이 중생 구제의 원력을 이어가기 위해 의도적으로 다시 태어난 존재, 즉 환생자임을 인증하는 제도이다. 가장 널리 알려진 툴쿠가 바로 달라이 라마로, 그는 자비의 보살인 관세음보살의 화신으로 여겨진다.   

중국에서 발생하여 한국, 일본, 베트남 등으로 전파된 선(禪) 불교는 마하야나의 한 갈래로서 독특한 수행 체계를 발전시켰다. 선불교는 경전 공부나 교리적 논쟁보다는 '좌선'(坐禪, 자젠)이라는 명상 수행을 통한 직접적인 체험과 깨달음을 강조한다. 일본의 조동종(Sōtō)에서는 오직 앉는 것 자체에 집중하는 '지관타좌'(只管打坐, 시칸타자)를, 임제종(Rinzai)에서는 스승이 제자에게 던지는 역설적이고 비논리적인 질문인 '화두'(公案, 코안)를 참구하여 언어와 분별지를 넘어선 깨달음(견성, 겐쇼 또는 사토리)에 이르는 것을 중요한 수행법으로 삼는다.   

2.4. 현대 시대의 불교: 세계적 확산, 세속적 적용, 그리고 사회 참여
현재 전 세계 불교 인구는 약 5억 3,40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되며, 그 대다수는 아시아에 거주하고 있다. 그러나 20세기 이후 불교는 아시아를 넘어 서구 사회에까지 광범위하게 확산되며 새로운 변화의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특히 서구 사회에서 불교의 영향력은 '마음챙김'(Mindfulness)의 유행을 통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불교의 핵심 수행법 중 하나인 '사띠'(sati)는 본래 팔리어로 '기억', '마음에 새김'을 의미하며, 깨달음과 해탈이라는 종교적 목표를 향한 팔정도의 한 부분이다. 그러나 서구에서는 이러한 종교적, 윤리적 맥락이 제거된 채, 스트레스 감소와 집중력 향상을 위한 심리치료 기법으로 변용되었다. '마음챙김에 기반한 스트레스 감소'(MBSR)와 같은 프로그램들은 불교 명상을 세속화하여 병원, 기업, 학교 등 다양한 영역에 보급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맥마인드풀니스'(McMindfulness)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론 퍼서(Ron Purser)와 같은 비판가들은 자본주의 체제가 불교의 마음챙김을 상품화하여, 개인들이 사회 구조적 문제에서 오는 고통을 내면의 문제로 돌리고 시스템에 순응하도록 만드는 도구로 전락시켰다고 주장한다. 이들에 따르면, 본래 자아에 대한 집착을 해체하고 모든 존재에 대한 자비심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했던 수행법이, 이제는 직원의 생산성을 높이고 군인의 전투 집중력을 강화하는 데 사용되는 '자본주의적 영성'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와 대조적인 흐름으로 '참여 불교'(Engaged Buddhism) 운동이 있다. 베트남 전쟁 당시 틱낫한 스님이 주창한 이 운동은 불교의 자비, 비폭력, 상호의존(연기)의 원리를 사회, 정치, 환경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적용하려는 시도이다. 인도의 불가촉천민 해방 운동을 이끈 B. R. 암베드카르의 달릿 불교 운동은 카스트 제도라는 사회적 고통으로부터의 해방을 위해 불교를 채택한 대표적인 참여 불교의 사례이다. 서구에서는 불교평화연대(Buddhist Peace Fellowship)와 같은 단체들이 반핵 운동, 환경 보호, 인권 문제 등 다양한 사회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참여 불교가 항상 평화적인 형태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미얀마의 경우처럼, 불교가 민족주의와 결합하여 로힝야족과 같은 소수 집단에 대한 폭력을 정당화하는 '인종중심적 참여 불교'의 어두운 측면도 존재한다.   

현대 불교가 직면한 또 다른 중요한 문제는 티베트의 정치적 상황과 달라이 라마의 후계 문제이다. 제14대 달라이 라마 텐진 갸초는 티베트 불교의 최고 영적 지도자이자, 2011년까지 티베트 망명정부의 정치 지도자로서 전 세계적으로 평화와 자비의 상징으로 존경받고 있다. 그의 사후 후계자 문제는 티베트의 미래와 직결된 중대한 사안이다. 달라이 라마는 자신의 환생자가 중국의 통제를 받지 않는 '자유 세계'에서 발견될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청나라 시대에 도입된 '금항아리 추첨' 제도를 내세우며, 차기 달라이 라마의 지정은 오직 중국 정부의 승인 하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현재의 달라이 라마가 서거할 경우, 티베트 망명 사회가 인정한 달라이 라마와 중국 정부가 지명한 달라이 라마라는 두 명의 경쟁자가 나타나 심각한 정치적, 종교적 혼란이 야기될 가능성이 매우 높음을 시사한다.   

현대 불교의 두 가지 주요 흐름인 세속적 마음챙김의 유행과 참여 불교의 부상은 '탈맥락화'라는 공통된 현상의 역설적인 두 측면을 보여준다. 두 흐름 모두 전통적인 출가 중심의 세속 포기적 틀에서 불교를 벗어나게 한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그러나 그 방향은 정반대이다. '맥마인드풀니스'는 불교 수행을 해탈이라는 구원론적 목표와 계율이라는 윤리적 틀에서 분리하여, 기존 사회 구조 내에서 개인의 스트레스 관리와 적응을 돕는 도구로 극단적으로 사유화하고 내면화한다. 반면, 참여 불교는 불교의 원리를 사회 구조에 적용함으로써, 개인의 내면적 해방을 넘어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고통으로부터의 집단적 해방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외면화하고 정치화한다. 이는 현대 불교가 직면한 깊은 긴장을 드러낸다. 즉, 법(Dharma)은 고통스러운 세상 속에서 개인의 평화를 찾는 길인가, 아니면 그 세상을 변혁하기 위한 청사진인가? 고통, 자비와 같은 동일한 핵심 개념이 한편에서는 체제 순응적인 자기계발을, 다른 한편에서는 급진적인 사회 운동을 정당화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이는 세계화 시대에 불교 사상이 지닌 놀라운 적응성과 동시에 분열의 가능성을 명확히 보여준다.

제3부: 힌두교 - 영원한 길
3.1. 고대의 태피스트리: 베다에서 서사시까지의 기원
힌두교는 단일 창시자나 통일된 경전 체계 없이 오랜 세월에 걸쳐 다양한 신앙과 철학이 융합되어 형성된 복합적인 종교 전통이다. 그 기원은 최소 기원전 1500년경 인도-아리안 민족의 고대 베다 종교로 거슬러 올라간다. 힌두교의 가장 오래된 경전인 베다(Vedas)는 신으로부터 '들려온 것'(슈루티, śruti)으로 간주되는 신성한 계시 문헌 모음집이다. 초기 베다 시대의 종교는 인드라, 아그니와 같은 다양한 신(데바, devas)들에게 제물(야즈나, yajña)을 바치는 복잡한 의례 중심의 형태를 띠었다.   

기원전 800년에서 500년 사이, 후기 베다 시대에 이르러 우파니샤드(Upanishads)가 저술되면서 힌두 사상에 중대한 철학적 전환이 일어났다. 우파니샤드는 외부적인 제사 의례에서 벗어나, 우주와 자아의 본질에 대한 내면적 탐구로 초점을 옮겼다. 이 문헌들을 통해 우주의 궁극적 실재인 '브라흐만'(Brahman), 개인의 내면에 존재하는 참된 자아인 '아트만'(Ātman), 행위에 따른 인과응보의 법칙인 '카르마'(karma), 그리고 끝없는 윤회의 수레바퀴인 '삼사라'(saṃsāra)와 같은 힌두교의 핵심 철학 개념들이 정립되었다.   

베다 시대 이후에는 '기억된 것'(스므리티, smṛti)으로 불리는 전통 문헌들이 등장했다. 여기에는 『마하바라타』와 『라마야나』와 같은 대서사시, 그리고 다양한 신들의 신화와 이야기를 담은 『푸라나』가 포함된다. 이 문헌들은 비슈누, 시바, 데비(여신)와 같은 인격신들에 대한 신앙을 대중화했으며, 복잡한 철학적 개념들을 흥미로운 서사를 통해 일반 대중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특히 『마하바라타』의 일부인 『바가바드 기타』(Bhagavad Gītā)는 힌두교에서 가장 중요하고 사랑받는 경전 중 하나이다. 이 텍스트는 쿠룩셰트라 전쟁터에서 자신의 의무(다르마)와 친족을 향한 애정 사이에서 고뇌하는 왕자 아르주나와, 그의 마부로 변신한 신 크리슈나 사이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크리슈나는 아르주나에게 행위의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자신의 의무를 다하는 '카르마 요가'(행위의 요가), 신에 대한 절대적인 사랑과 헌신을 통한 '박티 요가'(헌신의 요가), 그리고 지혜를 통해 진정한 자아를 깨닫는 '즈냐나 요가'(지식의 요가) 등 다양한 해탈의 길을 제시한다. 결과에 대한 집착 없이 자신의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가르침 중 하나이다.   

3.2. 우주와 자아: 브라흐만, 아트만, 그리고 존재의 순환
힌두교의 형이상학적 세계관의 중심에는 브라흐만과 아트만이라는 두 가지 핵심 개념이 있다. 브라흐만은 모든 존재의 근원이 되는 궁극적이고 불변하는 우주적 실재 혹은 우주 의식이다. 이는 '존재-의식-환희'(사트-치트-아난다, sat-cit-ānanda)로 묘사되며, 시간, 공간, 인과율을 포함한 모든 이원성과 속성을 초월하는 절대적 원리이다. 힌두교의 삼주신 중 창조신인 브라흐마(Brahmā)는 인격신인 반면, 브라흐만은 성별이 없는 비인격적이고 추상적인 원리라는 점에서 명확히 구분된다.   

아트만은 개별 존재의 내면에 깃든 영원한 자아 또는 영혼을 의미한다. 힌두 철학의 여러 학파, 특히 아드바이타 베단타(불이일원론) 학파에서는 이 아트만이 궁극적으로 우주적 실재인 브라흐만과 동일하다고 본다. "그것이 바로 너다"(Tat Tvam Asi)라는 우파니샤드의 유명한 경구는 바로 이 범아일여(梵我一如) 사상을 압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이러한 궁극적 실재를 인식하지 못하고 분리된 개체로 존재하는가? 힌두교는 그 이유를 '마야'(māyā)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마야는 우주적 환영 또는 현상 세계를 창조하는 힘으로, 유일한 실재인 브라흐만을 가리고 다채로운 현상 세계가 실재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어두운 길에서 밧줄을 뱀으로 착각하는 고전적인 비유처럼, 우리는 무지(아비드야, avidyā) 때문에 현상 세계를 실재로 착각하고 자신을 유한한 육체와 마음으로 동일시하며 고통을 겪는다. 마야로 인해 나타나는 세계가 완전히 비실재적인 것은 아니지만, 그 참된 본질을 오해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기만적이다.   

이러한 세계관 속에서 인간의 삶은 순환적인 시간관을 따른다. '삼사라'는 카르마의 법칙에 의해 구동되는 끝없는 출생, 죽음, 그리고 재탄생의 순환이다. '카르마'는 모든 행위에는 그에 상응하는 결과가 따른다는 인과율의 법칙으로, 현생의 행위가 내생의 운명을 결정한다. 힌두교에서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는 '목샤'(mokṣa), 즉 삼사라의 굴레로부터의 해탈이다. 이는 자신의 참된 자아인 아트만이 브라흐만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달음으로써 카르마의 속박에서 벗어나 영원한 자유를 얻는 것이다.   

이 해탈의 길을 안내하는 원리가 바로 '다르마'(dharma)이다. 다르마는 의무, 윤리, 법, 덕목, 그리고 우주를 지탱하는 질서 등 매우 복합적인 의미를 지닌 개념이다. 자신의 다르마를 따르는 것은 좋은 카르마를 쌓고 사회적, 우주적 조화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전통적으로 개인의 고유한 다르마(스바다르마, svadharma)는 그가 속한 사회적 계급(바르나, varṇa)과 인생의 단계(아슈라마, āśrama)에 따라 결정된다. 네 가지 바르나는 브라만(사제/학자), 크샤트리아(전사/통치자), 바이샤(상인/농민), 슈드라(노동자)로 구성되며, 네 가지 아슈라마는 학생기, 가주기, 임서기, 유행기로 나뉜다. 『마누 법전』(Manusmriti)은 이러한 각 집단의 의무를 상세히 규정하는 대표적인 문헌이다.   

3.3. 헌신과 지식의 길: 박티 운동과 베단타 철학
힌두교의 역사 속에서 해탈에 이르는 길은 다양한 방식으로 제시되어 왔다. 그중 가장 대중적이고 영향력 있었던 흐름 중 하나가 중세 시대에 일어난 박티(Bhakti) 운동이다. 이 운동은 복잡한 제사 의례나 난해한 철학적 지식 대신, 비슈누나 시바와 같은 인격신에 대한 열정적이고 감정적인 헌신(박티)을 해탈의 핵심 경로로 제시했다. 박티 운동의 가장 큰 사회적 의의는 카스트나 성별에 관계없이 누구나 신에 대한 순수한 사랑만으로 구원받을 수 있다고 선언함으로써, 브라만 중심의 위계적 종교 질서에 도전했다는 점이다. 카비르, 미라바이, 그리고 시크교를 창시한 구루 나나크와 같은 시인-성자들은 산스크리트어가 아닌 각 지역의 민중 언어로 신에 대한 사랑을 노래했다. 이는 영성을 대중화하고, 각 지역의 문학과 문화를 풍요롭게 하는 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철학적 차원에서는 우파니샤드의 사상을 체계화한 베단타(Vedanta) 철학이 힌두 사상의 주류를 형성했다. 베단타 학파 중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것은 8세기경의 철학자 샹카라(Shankara)에 의해 체계화된 아드바이타 베단타(Advaita Vedānta), 즉 불이일원론(不二一元論)이다. 이 학파는 개별 자아(아트만)와 우주적 실재(브라흐만)가 절대적으로 동일하며, 우리가 경험하는 현상 세계는 궁극적으로 마야(환영)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해탈은 이러한 불이(不二)의 실재에 대한 무지(아비드야)를 지혜(즈냐나)를 통해 타파함으로써 성취된다. 이 외에도 라마누자(Ramanuja)의 비쉬슈타드바이타(제한적 불이일원론)나 마드바(Madhva)의 드바이타(이원론) 등 다양한 베단타 학파들이 존재하며, 이는 힌두 철학의 풍부한 사상적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이러한 힌두교의 심오한 철학이 서구 세계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된 계기는 1893년 시카고에서 열린 세계 종교 의회였다. 이 자리에서 인도의 승려 스와미 비베카난다는 힌두교, 특히 그가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아드바이타 베단타 사상을 보편적이고 합리적이며 관용적인 종교로 소개하여 서구 지성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힌두교를 세계 주요 종교의 반열에 올려놓았을 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에 베단타 협회를 설립하여 요가와 힌두 철학이 서구에 전파되는 초석을 마련했다.   

3.4. 현대 인도와 그 너머의 힌두교: 카스트, 민족주의, 그리고 세계적 운동
오늘날 힌두교는 전 세계적으로 11억 명 이상의 신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 압도적 다수가 인도에 거주하고 있다. 현대 힌두 사회는 심오한 전통과 급진적인 변화가 공존하는 복잡한 현실에 직면해 있다.   

그중 가장 첨예한 문제는 카스트 제도의 지속이다. 인도 헌법은 카스트에 기반한 차별과 '불가촉천민' 제도를 명백히 금지하고 있지만, 이는 법적 현실과 사회적 현실 사이의 깊은 괴리를 보여준다. 특히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카스트는 여전히 개인의 사회적 지위, 직업, 결혼을 결정하는 강력한 기제로 작동하고 있다. 최하층 계급인 달리트(Dalit, 과거 '불가촉천민')는 '오염된' 존재로 간주되어 주거지 분리, 공용 우물 사용 금지, 사원 출입 제한 등 구조적인 차별과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 이러한 차별은 인도 내부에만 국한되지 않고, 실리콘밸리의 인도계 기술 공동체 내부에서조차 카스트에 기반한 차별이 발생하는 등 디아스포라 사회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도 달리트 소년에 대한 괴롭힘과 사망 사건이 발생하는 등, 카스트 문제는 현대 인도의 가장 고질적인 사회적 병폐로 남아있다.   

정치 영역에서는 힌두 민족주의, 즉 '힌두트바'(Hindutva)의 부상이 현대 인도의 정체성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힌두트바는 인도의 국가 정체성을 힌두교의 종교 및 문화적 정체성과 동일시하는 정치 이데올로기이다. 이 이념은 인도를 본질적으로 힌두 국가(Hindu Rashtra)로 규정하며, 이슬람교도나 기독교도와 같은 소수 종교 집단을 '외부인'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인도 인민당(BJP)의 집권 이후, 이러한 이념은 국가 정책에 깊숙이 반영되기 시작했다.   

힌두트바 정치의 상징적인 사건은 아요디아의 람 사원(Ram Mandir) 건설이다. 이 사원은 1992년 힌두 민족주의자들에 의해 파괴된 16세기 이슬람 사원 바브리 마스지드의 부지 위에 세워졌다. 2024년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직접 주관한 사원 봉헌식은 힌두트바 운동의 오랜 숙원이 성취되었음을 알리는 동시에, 인도의 세속주의 헌법 정신이 중대한 도전에 직면했음을 보여주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또한, 2019년 제정된 시민권 개정법(CAA)은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비무슬림 종교 소수자들에게는 신속한 시민권 취득 경로를 제공하면서도 무슬림은 명시적으로 배제했다. 비판자들은 이 법이 장차 시행될 전국민등록(NRC)과 결합될 경우, 인도 내 무슬림들의 시민권을 박탈하고 인도의 세속적 정체성을 훼손하는 종교 기반의 시민권 심사 제도로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편, 힌두교는 인도를 넘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1965년 A. C. 박티베단타 스와미 프라부파다가 뉴욕에서 설립한 국제크리슈나의식협회(ISKCON), 즉 '하레 크리슈나 운동'이다. 이 운동은 가우디야 바이슈나바 전통의 박티 요가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크리슈나를 최고 인격신으로 숭배하고 '하레 크리슈나' 만트라를 반복적으로 암송하는 것을 핵심 수행으로 삼는다. 채식주의, 금주, 금욕 등 엄격한 생활 규율을 따르며, 1960년대 서구의 반문화 운동과 맞물려 젊은 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었다.   

현대 힌두 민족주의는 '다르마'라는 고전적 개념을 성공적으로 정치적 도구로 변용시켰다. 전통적으로 다르마는 개인의 사회적 계급(바르나)과 생애 주기(아슈라마)에 따라 주어진 우주적, 사회적 의무를 의미하는 복합적인 철학 원리였다. 그러나 힌두트바 이데올로기는 이 개인적, 사회적 차원의 다르마를 국가적, 집단적 차원의 다르마로 재해석한다. 이제 개인의 의무는 단순히 사회 질서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넘어, '힌두 국가'로서의 인도 정체성을 '수호'하고 '회복'하는 것으로 확장된다. 이러한 변용은 힌두트바의 주요 정치적 행보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바브리 마스지드를 파괴하고 그 자리에 람 사원을 건설하는 행위는 단순한 부동산 분쟁이 아니라, '외세의 침략'의 상징을 제거하고 신성한 장소를 되찾는 국가적 다르마의 실현으로 포장된다. 마찬가지로, 시민권 개정법(CAA)은 이웃 이슬람 국가에서 박해받는 힌두교도를 보호해야 할 '다르마적 의무'로 제시되며, 이를 통해 시민권의 개념 자체가 종교-민족주의적 렌즈를 통해 재정의된다. 이처럼 다르마 개념의 정치적 재해석은 세속적 헌법의 관점에서는 논란의 여지가 큰 차별적 정책들을 신성한 의무의 이행으로 정당화한다. 이는 종교적, 문화적 정체성에 호소하여 대중적 지지를 동원하는 강력한 기제로 작용하며, 인도의 종교와 국가 간의 관계를 세속주의에서 벗어나 종교-민족주의로 전환시키는 근본적인 동력이 되고 있다.   

제4부: 유대교 - 계약의 백성
4.1. 아브라함에서 시나이까지: 한 민족과 율법의 형성
유대교의 기원은 기원전 1800년경 아브라함과 하나님 사이의 계약(언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성서에 따르면,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그의 후손을 통해 위대한 민족을 이루고 약속의 땅 가나안을 주겠다고 약속했으며, 그 대가로 아브라함과 그의 후손들은 오직 하나님만을 섬기고 그의 뜻에 순종할 것을 맹세했다. 이 계약의 물리적 징표는 할례였다.   

유대 민족의 정체성이 결정적으로 형성된 사건은 이집트에서의 노예 생활과 모세의 인도를 통한 탈출(출애굽)이다. 기원전 13세기경으로 추정되는 이 사건의 정점은 시나이산에서 하나님이 모세에게 십계명을 비롯한 율법, 즉 토라(Torah)를 수여한 계시 체험이다. 이 '시나이 계약'을 통해 이스라엘은 단순한 혈연 부족 공동체를 넘어, 신성한 법에 의해 결속된 하나의 국가이자 종교 공동체로 거듭났다.   

유대교의 가장 중심적이고 신성한 경전은 바로 이 토라이다. 히브리어 성경의 첫 다섯 권(창세기,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을 지칭하는 토라는 유대인의 삶을 규율하는 근본적인 율법, 역사적 서사, 그리고 윤리적 가르침을 담고 있다. 유대인들에게 토라는 단순한 책이 아니라, 하나님의 계시 그 자체이자 삶의 모든 영역을 아우르는 지침서이다.   

4.2. 계약과 계명: 핵심 신학 원리
유대교 신학의 가장 근본적인 원리는 타협 불가능한 유일신 사상이다. 유대교는 세계 최초의 지속적인 유일신 종교로서, 우주를 창조하고 유지하며 인간에게 윤리적 삶을 요구하는 유일하고, 불가분하며, 비물질적인 한 분의 하나님을 믿는다.

하나님과 유대 민족의 관계는 '브리트'(Brit)라고 불리는 일련의 계약을 통해 정의된다. 이는 단순한 믿음의 체계를 넘어, 상호 의무를 포함하는 구속력 있는 합의이다. 하나님은 유대 민족에게 보호와 땅을 약속하고, 유대 민족은 하나님의 율법을 준수할 책임을 진다.

유대인의 삶의 길을 안내하는 종교법 전체를 '할라카'(Halakha, '걸어가야 할 길')라고 부른다. 할라카의 근원은 성문 토라(기록된 토라)와 구전 토라(입으로 전해진 토라)에 있다. 유대 전승에 따르면, 하나님은 시나이산에서 모세에게 성문 토라와 함께 그 해석과 적용에 관한 구전 토라도 함께 전수했다. 이 구전 토라는 수 세기 동안 랍비들을 통해 전승되다가, 기원후 200년경 『미슈나』(Mishnah)로 집대성되었고, 이후 수 세기에 걸쳐 『미슈나』에 대한 심층적인 논의와 주석이 『게마라』(Gemara)로 기록되었다. 이 『미슈나』와 『게마라』를 합쳐 『탈무드』(Talmud)라고 부른다. 탈무드는 랍비 율법 해석의 중심 텍스트로서, 토라의 원리를 삶의 모든 구체적인 상황에 적용하는 방법론을 제공한다.   

유대교는 또한 메시아 사상과 내세관을 가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유대교는 다윗 왕의 후손 중에서 '마쉬아흐'(Mashiach, 기름 부음 받은 자), 즉 메시아가 나타나 이스라엘을 회복하고, 전 세계에 평화와 정의를 가져오며, 모든 인류가 하나님을 알게 되는 메시아 시대를 열 것이라고 믿는다. 유대교는 예수를 위대한 교사나 예언자 중 한 명으로 볼 수는 있지만, 신적인 존재나 메시아로는 인정하지 않는다. 이는 메시아를 신이 아닌 인간 지도자로 보는 유대교의 관점과 기독교의 핵심 교리 사이의 근본적인 차이점이다. 내세에 관해서는, 유대교는 현세의 삶을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지만, 죽은 자의 부활과 '올람 하바'(Olam Ha-Ba, 오는 세상)라 불리는 내세에 대한 믿음도 존재한다.   

4.3. 전통과 변혁: 현대 분파와 신비주의적 흐름
근대 계몽주의와 현대성의 도전에 직면하면서, 유대교 내부에서는 전통을 어떻게 계승하고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둘러싸고 다양한 분파가 형성되었다.

정통파 유대교(Orthodox Judaism)는 성문 토라와 구전 토라 모두가 시나이산에서 내려온 신의 변치 않는 말씀이며, 할라카는 오늘날에도 완전한 구속력을 지닌다고 믿는 가장 전통적인 분파이다. 보수파 유대교(Conservative Judaism)는 할라카가 구속력을 지닌다는 점에서는 정통파와 같지만, 그것이 시대의 변화에 따라 발전하고 진화하는 살아있는 전통이라고 본다. 따라서 정통파와 개혁파 사이의 중도적 입장을 취한다. 개혁파 유대교(Reform Judaism)는 토라가 신성한 영감을 받았지만 인간에 의해 기록된 문서라고 보며, 의례적 율법보다는 윤리적 가르침을 더 강조한다. 할라카를 현대적 감수성에 맞게 능동적으로 재해석하고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여성 랍비 안수와 남녀평등을 가장 먼저 수용한 분파이다.   

이러한 신학적 분파 외에, 유대인 공동체는 역사적, 지리적 배경에 따라 문화적으로도 구분된다. 아슈케나지 유대인(Ashkenazi Jews)은 중부 및 동부 유럽에 정착했던 유대인들의 후손으로, 이디시어를 일상어로 사용했던 문화적 전통을 지닌다. 반면, 세파르디 유대인(Sephardic Jews)은 스페인과 포르투갈(이베리아 반도)에 기원을 둔 유대인들로, 히브리어 발음, 예배 양식, 음식 문화 등에서 아슈케나지와 구별되는 독특한 전통을 가지고 있다.   

유대교의 신비주의 전통은 '카발라'(Kabbalah)로 알려져 있다. 카발라는 신의 숨겨진 본성과 우주의 창조 원리를 탐구하는 비의적 가르침이다. 카발라의 핵심 개념에는 인간의 인식 너머에 있는 무한한 신의 본질인 '에인 소프'(Ein Sof)와, 이 에인 소프가 자신을 '축소'(침춤, tzimtzum)하여 유한한 세계를 창조하는 과정에서 발현되는 10가지 신성한 속성 또는 에너지 흐름인 '세피로트'(Sefirot)가 있다. 이 10개의 세피로트는 '생명의 나무'(Tree of Life)라는 도식으로 배열되며, 신의 창조 에너지가 세상을 통해 흐르는 경로를 상징한다. 카발라의 가장 중요한 문헌은 2세기경의 랍비 시몬 바르 요하이가 저술했다고 전해지는 『조하르』(Zohar)로, 토라에 대한 신비주의적 주석서이다.   

4.4. 현대 시대의 유대교: 시오니즘, 이스라엘 국가, 그리고 지속되는 질문들
전 세계 유대인 인구는 약 1,500만에서 1,600만 명으로 추산되며, 이 중 약 740만 명이 이스라엘에, 나머지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디아스포라에 거주하고 있다. 현대 유대인의 정체성과 역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건은 시오니즘 운동과 이스라엘 국가의 건립이다.   

시오니즘(Zionism)은 19세기 말 유럽에서 만연했던 반유대주의에 대한 대응으로 등장한 근대 민족주의 운동이다. 이 운동의 목표는 유대인들이 역사적 고향인 시온(Zion), 즉 팔레스타인 지역에 주권 국가를 재건하는 것이었다. 시오니즘은 세속적 민족주의와 종교적 메시아 사상이 결합된 복합적인 이념이었다.   

오늘날 이스라엘 정치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념 중 하나는 종교적 시오니즘이다. 이들은 1948년 이스라엘 국가의 건립과 1967년 전쟁을 통해 점령한 서안 지구(성서의 유대와 사마리아)에 유대인 정착촌을 건설하는 것을 신성한 예언의 성취이자 메시아 시대의 도래를 앞당기는 과정으로 해석한다. 이러한 이념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핵심 쟁점인 서안 지구 정착촌 확대 정책의 주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유대 민족은 오랜 역사 동안 반유대주의라는 지속적인 위협에 직면해왔다. 기독교 세계에서 예수를 죽인 민족이라는 종교적 비난에서부터 19세기 인종주의적 편견, 그리고 홀로코스트라는 극단적인 비극에 이르기까지 그 형태는 다양했다. 현대의 반유대주의는 극우 백인 민족주의, 이스라엘의 정책에 대한 비판을 넘어 반유대주의적 상징과 결부되는 반시오니즘, 그리고 온라인 공간에서 확산되는 음모론 등 새로운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큐어넌(QAnon)과 같은 음모론은 '시온 장로 의정서'와 같은 고전적인 반유대주의 문헌에 등장하는 '세계를 지배하는 비밀 유대인 집단'이라는 허구를 현대적으로 변주하여 유포하고 있다.   

유대교 내부에서도 현대 사회의 도전에 대한 응답으로 치열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여성의 역할과 성소수자 문제는 각 분파의 입장을 가르는 주요 쟁점이다. 여성 랍비 안수 문제에 있어, 개혁파, 재건파, 보수파는 모두 여성 랍비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반면, 정통파는 대체로 이를 허용하지 않지만, '열린 정통주의'와 같은 일부 흐름에서 여성에게 '마하랏'(Maharat)과 같은 대안적인 지도자 직함을 부여하기 시작하면서 내부적으로 격렬한 논쟁이 진행 중이다. 동성애와 동성 결혼에 대한 입장도 분파별로 뚜렷하게 갈린다. 개혁파와 재건파는 성소수자의 정체성을 완전히 긍정하고 동성 결혼을 주재한다. 보수파 역시 동성 결혼과 성소수자 랍비 안수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변화했다. 그러나 정통파는 토라에 명시된 동성 간 성행위 금지 조항을 근거로 동성 결혼을 인정하지 않는 전통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기원후 70년 제2성전 파괴 이후 약 2천 년 동안 유대인의 정체성은 본질적으로 디아스포라, 즉 이산(離散)의 경험에 기반했다. 유대인의 법(할라카)과 문화는 주권 국가 없이 소수 공동체로 살아가는 현실에 맞춰 발전했다. "내년에는 예루살렘에서"라는 기도는 즉각적인 정치적 행동 강령이 아니라, 영적이고 메시아적인 희망을 담은 염원이었다. 그러나 19세기 말에 등장한 근대 정치 운동으로서의 시오니즘은 이러한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전복시켰다. 시오니즘은 유대 민족의 중심 과제를 유배지에서 견디는 것에서부터 주권적 고향을 적극적으로 건설하는 것으로 재정의했다. 이로써 유대인 집단생활의 중심은 회당과 공동체(케힐라)에서 민족국가로 이동했다. 이러한 전환은 유대인의 정체성에 심대한 영향을 미쳤다. 첫째, 유대 민족을 정치적으로 무력한 소수자에서 주권을 가진 다수자(이스라엘 내에서)로 변모시킴으로써, 국가 권력, 군사 행동, 그리고 소수자(팔레스타인인) 처우와 관련된 새로운 윤리적, 정치적 딜레마를 낳았다. 이는 지난 2천 년간의 랍비 사상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도전이었다. 둘째, '유대인'이라는 종교적·민족적 정체성과 '이스라엘인'이라는 국가적 정체성 사이에 새로운 긴장 관계를 만들어냈다. 이는 오늘날 이스라엘 내부에서 세속주의자와 종교주의자 간의 핵심적인 논쟁점이 되고 있다. 셋째, 이스라엘에 거주하는 유대인과 디아스포라에 거주하는 유대인 간의 관계를 재구성했다. 강력한 유대 국가의 존재는 디아스포라 유대인 정체성의 중심 요소가 되었으며, 이스라엘 정책에 대한 지지 여부는 전 세계 유대인 공동체 내에서 주요한 분열선이 되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이스라엘 국가의 건립은 지난 2천 년 유대 역사상 가장 변혁적인 사건이다. 이는 단순한 정치적 발전을 넘어, 유대인의 존재 조건을 급진적으로 변화시킨 신학적 사건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유배'와 '구원'의 의미, 신의 약속과 인간의 정치적 행위 사이의 관계, 그리고 유대인의 권력과 책임의 본질과 같은 핵심 개념들에 대한 재평가가 불가피해졌다. 종교적 시오니즘, 정착촌 운동, 그리고 국가의 성격을 둘러싼 현재 진행형의 논쟁들은 단순한 정치적 다툼이 아니라, 유배라는 근본 조건이 역전된 시대에 유대교의 의미 자체를 정의하려는 심오한 투쟁의 과정이다.   

결론
연구 결과 종합
본 보고서는 이슬람교, 불교, 힌두교, 유대교라는 네 가지 세계 주요 종교의 핵심 교리와 현대적 현황을 포괄적으로 분석했다. 이슬람은 유일신 알라에 대한 절대적 '순종'을 핵심으로, 쿠란과 순나를 통해 삶의 모든 영역을 규율하는 신앙 체계이다. 현대 이슬람은 20억에 달하는 거대한 인구의 역동성 속에서 살라피즘과 같은 근본주의적 흐름과 이슬람 페미니즘과 같은 개혁적 흐름이 공존하며, 극단주의와 이슬라모포비아라는 내외부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불교는 '깨달음'을 통해 생로병사의 고통(두카)에서 벗어나는 길을 제시하는 철학이자 종교이다. 무아(無我)와 연기(緣起)라는 독특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며, 현대 사회에서는 세속화된 '마음챙김'과 사회 변혁을 추구하는 '참여 불교'라는 상반된 형태로 적응하며 새로운 긴장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힌두교는 '영원한 길'(사나타나 다르마)로서, 브라흐만과 아트만, 카르마와 윤회, 그리고 다르마라는 개념을 통해 우주와 인간의 삶을 설명하는 다층적인 전통이다. 현대 인도에서 힌두교는 카스트 제도의 잔존이라는 고질적인 문제와 함께, '힌두트바'라는 강력한 민족주의 이데올로기와 결합하여 인도의 세속적 정체성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유대교는 하나님과의 '계약'을 통해 형성된 민족의 종교로서, 토라와 할라카를 통해 신과의 관계 및 공동체의 삶을 규정한다. 2천 년간의 디아스포라 경험을 거쳐 시오니즘을 통해 국가를 재건한 현대 유대교는, 주권 국가의 존재가 야기하는 새로운 신학적, 윤리적 질문들과 씨름하며 정체성을 재구성하고 있다.

비교 성찰
네 종교는 각기 고유한 역사와 교리를 지니고 있지만, 현대성과의 조우라는 공통된 과제 앞에서 유사한 패턴을 보여준다. 첫째, 세계화와 세속주의의 물결 속에서 네 종교 모두 자신들의 전통을 재확인하려는 근본주의적 또는 민족주의적 흐름이 강화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슬람의 살라피즘, 힌두교의 힌두트바, 유대교의 종교적 시오니즘, 그리고 불교의 민족주의적 경향(미얀마 사례)은 모두 외부의 위협에 맞서 종교적 정체성을 정치적으로 동원하려는 시도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둘째, 이러한 보수적 흐름에 대한 반작용으로, 각 전통 내부에서 가부장적 구조를 비판하고 사회 정의를 추구하는 진보적, 개혁적 신학이 등장하고 있다. 이슬람 페미니즘, 참여 불교, 힌두교의 반(反)카스트 운동, 그리고 유대교 내의 평등주의 운동은 모두 종교의 핵심 가르침을 현대적 인권 감수성에 맞게 재해석하려는 노력이다. 셋째, 고대의 영적 수행법들이 종교적 맥락에서 벗어나 새로운, 때로는 세속적인 형태로 대중화되는 현상도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불교의 마음챙김 명상이 서구 심리치료의 도구가 되고, 힌두교의 요가가 세계적인 건강 산업으로 변모한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결론적 제언
이슬람교, 불교, 힌두교, 유대교는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21세기에도 여전히 수십억 인류의 삶에 의미와 도덕, 그리고 공동체의 틀을 제공하는 살아있는 전통이다. 이들 종교는 내부적으로는 교리 해석을 둘러싼 치열한 논쟁을, 외부적으로는 세속화, 정치화, 세계화라는 거대한 도전을 겪으며 끊임없이 자신을 재구성하고 있다. 이들의 지속적인 변모 과정은 앞으로도 세계의 문화, 정치, 그리고 영성의 지형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따라서 이들 종교 전통에 대한 깊이 있고 다각적인 이해는 현대 세계의 복잡성을 이해하고, 종교 간의 갈등을 넘어 상호 존중과 평화로운 공존을 모색하는 데 필수적인 과제로 남는다.

세계 주요 종교의 이해

살아있는 전통: 이슬람교, 불교, 힌두교, 유대교의 핵심 교리 및 현대적 현황에 대한 포괄적 분석

서론
목적과 범위
본 보고서는 세계 주요 종교인 이슬람교, 불교, 힌두교, 유대교의 핵심 교리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21세기 현대 사회에서 이들 종교가 직면한 현황과 과제를 심층적으로 탐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본 분석은 각 종교의 창시, 경전, 핵심 신학적 개념, 주요 분파, 그리고 현대 사회와의 상호작용을 포괄하는 분석적 틀을 기반으로 한다. 보고서는 각 종교 전통 내에 존재하는 광범위한 다양성과 복잡성을 인지하며, 단일하고 획일적인 해석을 지양하고 다각적인 시각을 제공하고자 한다. 신앙의 근본 원리가 어떻게 현대의 정치, 사회, 문화적 현실 속에서 재해석되고, 때로는 갈등을 유발하며,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는지를 추적함으로써, 이들 살아있는 전통의 역동성을 조명할 것이다.

방법론
본 보고서는 비교 종교학적 접근법을 채택한다. 각 종교를 개별 장으로 나누어 체계적으로 서술하되, 경전의 권위, 분파의 형성, 신비주의 전통의 역할, 근대성과의 조우와 같은 공통된 주제에 대해 암묵적인 비교와 대조를 시도할 것이다. 이를 통해 각 종교의 고유한 특성뿐만 아니라, 인류의 보편적인 종교적 경험의 양상 또한 드러내고자 한다. 또한, 본 보고서는 모든 데이터를 표나 도표 형식이 아닌 산문 형태로 통합하여 서술함으로써, 각 종교의 교리와 역사를 하나의 유기적인 서사로 풀어내고자 한다. 이는 독자들이 복잡한 개념과 역사적 사건들을 보다 깊이 있고 맥락적으로 이해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제1부: 이슬람 - 순종의 길
1.1. 예언자들의 봉인: 기원과 계시
이슬람의 기원은 예언자 무함마드(c. 570–632 CE)의 생애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그는 메카의 유력 부족인 쿠라이시족의 하심 가문에서 태어났으나, 출생 전에 아버지를 여의고 여섯 살에 어머니마저 잃어 고아가 되었다. 이후 할아버지 압둘 무탈립과 삼촌 아부 탈리브의 보살핌 아래 성장하며 정직하고 신뢰받는 상인으로 명성을 얻었다.  

그의 삶은 40세가 되던 610년경 극적인 전환을 맞이한다. 영적 성찰을 위해 히라산 동굴에서 명상하던 중, 그는 대천사 가브리엘(지브릴)로부터 알라(하나님)의 첫 계시를 받았다고 전한다. 이 사건은 이슬람의 경전인 쿠란의 시작이자 그의 예언자적 사명의 출발점이었다. 무함마드는 메카의 다신교 사회에서 "알라는 유일하다"는 급진적인 일신론(타우히드)을 선포하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이 아담, 노아, 아브라함, 모세, 예수를 잇는 예언자들의 계보에서 마지막 예언자, 즉 '예언자들의 봉인'임을 선언했다. 그의 가르침은 초기 소수의 추종자를 얻었으나, 메카의 기득권층으로부터 극심한 저항과 박해에 직면했다. 이로 인해 일부 무슬림들은 박해를 피해 아비시니아(오늘날의 에티오피아)로 이주하기도 했다.  

이슬람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는 622년에 일어난 헤지라(Hijra)이다. 계속되는 박해를 피해 무함마드와 그의 추종자들은 메카를 떠나 야트립(훗날 메디나로 불림)으로 이주했다. 이 이주는 단순한 도피가 아니라, 이슬람 공동체인 '움마'(Ummah)가 본격적으로 형성되는 계기가 되었으며, 이슬람력의 원년이 되었다. 메디나에서 무함마드는 예언자를 넘어 정치적, 사회적 지도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며, '메디나 헌장'을 통해 다양한 부족과 종교 집단을 아우르는 공동체를 구축했다. 이후 메카와의 간헐적인 분쟁 끝에 629년, 무함마드는 1만 명의 군대를 이끌고 거의 무혈로 메카를 정복했다. 그는 메카의 카바 신전에 있던 우상들을 파괴하고 이를 유일신 알라를 위한 성소로 봉헌함으로써 아라비아 반도의 종교적 중심지를 이슬람의 구심점으로 만들었다. 632년 그가 사망할 무렵, 아라비아 반도의 대부분은 이슬람의 깃발 아래 통일되었다.  

1.2. 신앙과 실천의 기둥: 핵심 신학 교리
이슬람의 신앙과 법률 체계는 두 가지 핵심적인 원천에 기반을 둔다. 첫째는 쿠란으로, 무함마드에게 23년간 계시된 알라의 말씀을 문자 그대로 기록한 것으로 여겨지며, 신앙의 최종적이고 완전한 토대를 이룬다. 둘째는 순나(Sunnah)로, 예언자 무함마드의 언행과 암묵적 동의를 포함하는 관행을 의미한다. 순나는 하디스(Hadith)라는 방대한 전승 기록을 통해 전해지며, 쿠란을 해석하고 실생활에 적용하는 가장 중요한 지침으로 기능한다.  

이슬람 신학의 핵심은 '여섯 가지 믿음'(아끼다, Aqidah)으로 요약된다. 첫째이자 가장 중요한 것은 유일신 알라에 대한 믿음, 즉 '타우히드'(Tawhid)이다. 이는 알라의 절대적인 유일성과 불가분성을 강조하며, 다신교는 물론 기독교의 삼위일체 교리도 명백히 부정하는 이슬람 신앙의 근간이다. 이러한 엄격한 일신론은 우상 숭배를 금기시하여, 이슬람 예술이 인물 묘사 대신 서예와 아라베스크 문양으로 발전하는 배경이 되었다. 둘째는 천사(말라이카, Mala'ika)에 대한 믿음이다. 천사들은 빛으로 창조되었으며 자유의지 없이 오직 알라의 명령에 복종하는 존재로, 가브리엘처럼 계시를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인간과 천사 사이에는 자유의지를 가진 '진'(Jinn)이라는 영적 존재도 있다고 믿는다. 셋째는 경전(쿠툽, Kutub)에 대한 믿음이다. 무슬림들은 알라가 인류에게 여러 경전을 보냈다고 믿지만, 쿠란이 그 최종적이고 완벽하며 변질되지 않은 계시라고 확신한다. 넷째는 예언자(루술, Rusul)들에 대한 믿음으로, 무함마드는 아담에서 예수에 이르는 모든 예언자들의 메시지를 확인하고 완성한 마지막 예언자로 존중받는다. 다섯째는 최후 심판의 날(야움 알끼야마, Yawm al-Qiyamah)에 대한 믿음이다. 모든 인간은 부활하여 자신의 행위에 대해 심판받고, 그 결과에 따라 천국 또는 지옥에서 영원한 삶을 살게 된다고 믿는다. 여섯째는 정명(까다르, Qadr)에 대한 믿음으로, 세상의 모든 일이 알라의 신성한 계획과 의지 안에서 일어난다는 신앙이다. 다만 이 교리에서 수니파는 신의 절대적 주권을 강조하는 반면, 시아파는 인간의 자유의지를 더 중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믿음을 바탕으로 무슬림의 삶을 구조화하는 실천적 의무가 '다섯 기둥'(아르칸 알이슬람, Arkan al-Islam)이다. 첫째는 신앙 고백(샤하다, Shahada)으로, "알라 외에 다른 신은 없으며, 무함마드는 그분의 사도이다"라고 증언하는 것이다. 이는 무슬림이 되는 첫걸음이자 신앙의 핵심이다. 둘째는 하루 다섯 번 메카의 카바 신전을 향해 드리는 기도(살라, Salah)이다. 셋째는 자선(자카트, Zakat)으로, 자신의 재산 일부를 가난한 이들을 위해 의무적으로 기부하는 것이다. 넷째는 이슬람력 9월인 라마단 기간 동안 해가 뜰 때부터 질 때까지 금식(사움, Sawm)하는 것이다. 다섯째는 메카로의 순례(하지, Hajj)로, 건강과 재정적 능력이 있는 모든 무슬림이 일생에 한 번은 이행해야 할 의무이다.  

이슬람의 법과 윤리 체계인 샤리아(Sharia)는 이러한 교리와 실천을 사회적 차원으로 확장한 것이다. 샤리아는 쿠란과 순나라는 두 가지 기본 법원에서 파생되며, 학자들의 합의(이즈마, Ijma)와 유추 해석(끼야스, Qiyas)이라는 두 가지 보조 법원을 통해 새로운 문제에 대한 법적 판단을 내린다. 이슬람 법학(피끄, Fiqh)은 이 네 가지 원천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법규를 도출하는 학문적 과정이며, 독립적 법리 해석(이즈티하드, Ijtihad)과 같은 유연한 방법론도 포함한다. 샤리아의 형법은 쿠란에 명시된 특정 범죄에 대한 고정된 형벌인 '후두드'(Hudud), 보복적 정의를 다루는 '끼사스'(Qisas), 그리고 판사의 재량에 맡겨진 '타지르'(Tazir) 등으로 구분된다.  

1.3. 분열된 공동체: 수니-시아파 분열과 수피즘의 신비주의적 길
이슬람 공동체는 예언자 무함마드가 사망한 632년 직후, 후계자 문제를 둘러싼 정치적 갈등으로 인해 역사상 가장 중대한 분열을 겪게 된다. 이 갈등은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수니파와 시아파의 분열로 귀결되었다. 수니파는 공동체가 가장 자격 있는 지도자를 선출해야 한다고 믿었으며, 예언자의 가까운 동료였던 아부 바크르를 초대 칼리프로 추대했다. 이들은 예언자의 동료들(사하바)의 전승과 합의를 중요한 권위의 원천으로 삼는다. 반면, '시아트 알리'(알리의 추종자들)로 불리는 시아파는 지도권이 혈통을 통해 신성하게 계승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무함마드가 그의 사촌이자 사위인 알리 이븐 아비 탈리브를 후계자로 지명했다고 믿으며, 예언자의 가문(아흘 알바이트)만이 공동체를 이끌 신성한 권리를 지닌다고 본다.  

초기의 정치적 대립은 시간이 흐르면서 깊은 신학적, 법리적 차이로 발전했다. 수니파의 칼리프 제도가 정치적, 군사적 지도자의 성격을 띠는 반면, 시아파의 이맘(Imam) 개념은 훨씬 더 심오한 의미를 지닌다. 특히 시아파의 다수를 차지하는 12이맘파는 알리를 시작으로 하는 12명의 이맘들이 신에 의해 지명되었으며, 죄와 오류가 없는 무오한 존재라고 믿는다. 이맘들은 단순한 통치자를 넘어, 쿠란의 내적, 비의적 의미를 해석하고 인류를 영적으로 인도하는 유일한 권위자로 간주된다. 이러한 이맘에 대한 믿음은 시아파 신학의 근본적인 기둥을 이룬다. 이러한 권위의 차이는 법 해석에도 영향을 미친다. 수니파와 시아파 모두 쿠란을 경전으로 삼지만, 하디스 전승 집이 다르다. 수니파가 예언자 동료들의 전승을 중시하는 반면, 시아파는 예언자 가문과 이맘들로부터 전해진 하디스를 우선시한다. 법학 방법론에서도 수니파가 유추(끼야스)를 주요 도구로 사용하는 데 비해, 시아파는 이성/논리(아끌)의 역할을 더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차이는 기도 자세나 예배 시간을 합치는 관행 등 사소한 의례적 차이로도 나타난다.  

이러한 주류 분파와는 다른 차원에서 이슬람의 내면적, 신비주의적 전통을 추구하는 흐름이 바로 수피즘(타사우우프, Tasawwuf)이다. 수피즘은 별도의 종파가 아니라 수니파와 시아파 모두에 존재하는 영성 운동으로, 교리나 율법의 외형적 준수를 넘어 신과의 직접적이고 체험적인 합일을 추구한다. 수피즘의 핵심 목표는 '나프스'(nafs)라고 불리는 이기적인 자아를 정화하여 탐욕, 정욕, 오만과 같은 부정적 속성을 제거하고, 관용, 사랑, 겸손과 같은 신적인 성품을 체득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인간의 원초적 순수성(피트라, fitra)을 회복하고 신과의 신비적 합일에 이르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는다.  

수피 수행의 중심에는 '디크르'(dhikr), 즉 '신을 기억하는 행위'가 있다. 디크르는 신의 이름을 반복적으로 암송하거나, 조용한 명상(무라까바, muraqabah), 호흡 수련, 그리고 때로는 음악과 춤을 동반한 황홀경 의식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빙글빙글 도는 더비시'로 유명한 메블레비 교단은 이러한 수피 의식의 대표적인 예이다. 수피 수행자들은 영적 스승(셰이크, Shaykh)의 지도를 받으며 '타리카'(tariqa)라고 불리는 특정 교단에 소속되어 영적 여정을 걷는다. 대표적인 타리카로는 나크슈반디, 까디리, 치슈티 등이 있다. 13세기 페르시아의 시인 잘랄루딘 루미는 수피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의 대서사시 『마스나위』는 신적인 사랑, 자아의 초월, 우주적 합일이라는 수피 사상의 정수를 시적으로 표현한 걸작으로, 오늘날 이슬람 세계를 넘어 서구 사회에까지 깊은 영적 영감을 주고 있다.  

1.4. 21세기 이슬람: 인구 통계, 정치적 흐름, 그리고 세계적 과제
21세기 이슬람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종교로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2024년 기준 전 세계 무슬림 인구는 약 20억 명에 달하며, 이는 기독교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이다. 흔히 이슬람의 중심지로 중동을 떠올리지만, 인구 통계학적 현실은 다르다. 세계에서 무슬림 인구가 가장 많은 4개국은 인도네시아(약 2억 4,200만 명), 파키스탄(약 2억 4,000만 명), 인도(약 2억 1,300만 명), 방글라데시(약 1억 5,000만 명)로, 이들 국가만으로도 전 세계 무슬림의 약 40%를 차지한다. 이는 이슬람의 인구학적 중심이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현대 이슬람 세계는 다양한 이념적 흐름들이 경합하는 복잡한 양상을 띤다. 그중 가장 영향력 있는 흐름 중 하나는 살라피즘(Salafism)이다. 살라피즘은 이슬람 초기 3세대, 즉 '살라프'(Salaf, 선조)의 신앙과 실천으로 돌아가자는 근본주의적 개혁 운동이다. 이들은 후대에 발생한 신학적 발전이나 수피즘, 시아파 등 다른 분파의 해석을 '비드아'(bid'ah, 종교적 혁신)로 간주하여 배격한다. 특히 18세기 무함마드 이븐 압둘 와하브에 의해 주창된 와하비즘(Wahhabism)은 살라피즘의 가장 엄격하고 배타적인 형태로, 사우디아라비아의 국가 이데올로기이기도 하다.  

이러한 살라피즘의 이념적 토양 위에서 현대의 정치적 상황과 결합하여 나타난 것이 이슬람 극단주의이다. 이슬람 국가(ISIS)와 같은 살라피-지하디스트 그룹들은 와하비즘의 신학적 경직성에 혁명적 정치 이념을 결합한 혼합 이데올로기를 따른다. 이들은 자신들의 해석에 동의하지 않는 다른 무슬림들까지 '타크피르'(takfir, 불신자로 규정)하여 폭력의 대상으로 삼음으로써 이슬람 내부의 분열을 극대화한다. 이들의 잔혹한 행위와 정교한 미디어 선전은 전 세계적으로 이슬람에 대한 공포와 혐오를 확산시키는 주요 원인이 되었다.  

이러한 극단주의의 발호는 '이슬라모포비아'(Islamophobia)라는 또 다른 세계적 문제를 심화시키는 악순환을 낳았다. 이슬라모포비아는 이슬람과 무슬림에 대한 비이성적인 공포와 증오, 차별을 의미한다. 그 뿌리는 중세 십자군 전쟁과 같은 역사적 경쟁 관계와 서구의 식민주의적 편견에 닿아 있지만 , 현대에 들어 9/11 테러와 같은 극단주의자들의 테러 공격을 계기로 폭발적으로 확산되었다. 이슬라모포비아는 "한 손엔 칼, 한 손엔 쿠란"이라는 오래된 고정관념을 강화하며 , 극소수 극단주의자들의 행위를 20억 무슬림 전체의 본질인 것처럼 일반화한다. 이는 증오 발언, 고용 및 주거 차별, 모스크 공격, 일부 유럽 국가의 히잡 착용 금지 정책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이러한 외부적, 내부적 도전 속에서 이슬람 세계 내에서는 자기 성찰과 개혁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이슬람 페미니즘 운동이다. 파티마 메르니시, 아미나 와두드와 같은 학자들은 지난 수 세기 동안 남성 중심적으로 이루어진 쿠란과 하디스 해석이 가부장적 문화를 정당화했다고 비판한다. 이들은 쿠란의 근본 메시지 자체는 성 평등을 지지한다고 주장하며, 텍스트가 계시된 역사적, 문화적 맥락과 문법 구조, 그리고 경전 전체의 세계관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새로운 해석학적 방법을 통해 여성의 권리를 옹호한다. 한편, 무슬림 다수 국가에서 여성의 인권 현황은 획일적이지 않다. 이는 종교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각국의 경제 발전 수준, 정치 체제, 문화적 전통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예를 들어, 아랍에미리트나 쿠웨이트에서는 여성의 교육 및 사회 진출이 비교적 활발한 반면, 과거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여성의 기본적인 자유조차 극도로 제한되었던 것처럼, 그 편차는 매우 크다. 이는 이슬람 세계의 내부적 다양성과 변화의 역동성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이슬람 극단주의의 부상과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나타난 이슬라모포비아는 서로를 강화하는 공생적 관계를 형성한다. 극단주의 단체들은 정교한 미디어 전략을 통해 자신들의 폭력적인 샤리아 해석을 전파하며 , 이는 이슬라모포비아를 부추기는 이들에게 이슬람 전체가 폭력적이고 현대 사회와 양립 불가능하다는 주장의 '증거'로 활용된다. 역으로, 극단주의자들은 서구 사회의 차별, 군사적 개입, 히잡 금지와 같은 문화적 적대 행위를 이슬람에 대한 '십자군 전쟁'의 증거로 제시하며 자신들의 폭력적 지하드를 정당화하고 새로운 조직원을 모집하는 강력한 도구로 사용한다. 이 과정에서 한쪽의 존재가 다른 쪽의 존재를 정당화하고 연료를 공급하는 상호 강화의 고리가 만들어진다. 이슬라모포비아는 서구 사회 내 무슬림 청년들의 소외감을 증폭시켜 급진화의 토양을 제공하고, 극단주의자들의 테러는 다시 서구 사회의 공포를 확인시키며 더 많은 차별적 정책을 낳는다. 이러한 악순환은 양측의 온건한 목소리를 잠식시키고, 이 갈등을 '문명의 충돌'이라는 피할 수 없는 대결 구도로 몰아간다. 이는 서구의 극우 세력과 지하디스트 이데올로그 모두에게 이로운 서사이다. 이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무슬림 공동체 내에서 극단주의 이데올로기의 정당성을 해체하는 노력과, 비무슬림 사회에서 이슬라모포비아적 담론에 맞서는 노력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제2부: 불교 - 깨달음의 길
2.1. 왕자의 출가: 붓다의 생애와 깨달음
불교는 기원전 6-5세기경 인물인 싯다르타 고타마의 생애와 깨달음에서 시작된다. 그는 오늘날 네팔 남부 룸비니에서 샤캬족의 왕 슈도다나와 마야 부인 사이의 왕자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아들이 위대한 통치자가 될 것이라는 예언을 듣고, 그가 세상의 고통을 보지 못하도록 호화로운 궁전 안에 가두어 키웠다.  

그러나 싯다르타의 삶은 궁전 밖으로의 네 번의 외출을 통해 송두리째 바뀐다. 그는 늙은 사람, 병든 사람, 죽은 시신을 차례로 목격하며 인간의 삶이 피할 수 없는 늙음, 병듦, 죽음(生老病死)의 고통으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직시했다. 이 세 가지 모습은 그에게 깊은 충격을 주었으나, 네 번째로 만난 평온한 모습의 출가 수행자는 그에게 고통을 넘어설 수 있는 길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안겨주었다. 이 '네 가지 모습'(四門出遊)은 그가 깨달음을 향한 길을 떠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결국 29세의 나이에 그는 왕자의 지위, 사랑하는 아내, 그리고 '장애물'이라는 뜻의 '라훌라'라는 이름을 가진 갓 태어난 아들까지 모든 것을 버리고 고통의 소멸을 찾기 위해 출가했다.  

출가 후 싯다르타는 당대의 여러 스승을 찾아다니며 가르침을 받고, 이후 6년간 극심한 고행을 실천했다. 그러나 육체를 학대하는 고행이 정신적 해탈을 가져다주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고 이를 포기했다. 그는 감각적 쾌락에 대한 탐닉과 극단적인 고행의 양극단을 피하는 '중도'(Middle Way)야말로 깨달음으로 이르는 올바른 길임을 자각했다. 이후 보드가야의 한 보리수 아래에서 깊은 선정에 들어간 그는, 마침내 35세의 나이에 모든 번뇌와 무명의 근원을 끊고 완전한 깨달음, 즉 '보리'(Bodhi)를 성취하여 '붓다'(Buddha, 깨달은 자)가 되었다.  

깨달음을 얻은 붓다는 자신이 성취한 심오한 진리를 다른 이들에게도 전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사르나트의 녹야원으로 가서 과거 함께 고행했던 다섯 명의 수행자들에게 첫 번째 설법, 즉 '초전법륜'(初轉法輪)을 행했다. 이 설법에서 그는 불교의 핵심 교리인 사성제와 팔정도를 처음으로 밝혔다. 이후 45년간 갠지스강 유역을 유랑하며 왕에서부터 천민에 이르기까지 모든 계층의 사람들에게 차별 없이 가르침을 폈고, 승가(Sangha)라 불리는 제자 공동체를 형성했다. 80세의 나이로 쿠시나가라에서 열반에 들기 직전, 그는 제자들에게 "자신을 등불로 삼고, 법을 등불로 삼아 정진하라"는 마지막 유훈을 남겼다.  

2.2. 드러난 법(Dharma): 핵심 철학 교리
붓다의 가르침, 즉 법(Dharma)의 핵심은 인간 고통의 원인을 진단하고 그 치유법을 제시하는 실천적인 체계로 구성되어 있다. 그 근간을 이루는 것이 '네 가지 성스러운 진리'(사성제, 四聖諦)이다. 첫째, '고성제'(苦聖諦)는 삶이란 본질적으로 고통(두카, Dukkha)이라는 진리이다. 이는 생로병사의 직접적인 고통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것과 헤어지는 고통, 싫어하는 것을 만나야 하는 고통,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고통, 그리고 모든 것이 변하기에 만족할 수 없는 근원적인 괴로움을 포함한다. 둘째, '집성제'(集聖諦)는 그 고통의 원인이 바로 갈애(渴愛, 탄하)와 집착, 그리고 근원적으로는 실상에 대한 무지(無明, 아비드야)에 있다는 진리이다. 셋째, '멸성제'(滅聖諦)는 이러한 갈애와 집착, 무명을 완전히 소멸시킴으로써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진리이며, 이 상태가 바로 열반(니르바나, Nirvana)이다. 넷째, '도성제'(道聖諦)는 고통의 소멸에 이르는 구체적인 길이 있으며, 그것이 바로 '여덟 가지 올바른 길'(팔정도, 八正道)이라는 진리이다.  

팔정도는 지혜(반야, Prajñā), 도덕적 행위(계, Śīla), 그리고 정신 집중(정, Samādhi)의 세 가지 범주로 나뉜다. 지혜의 영역에는 올바른 견해(정견, 正見)와 올바른 사유(정사유, 正思惟)가 속한다. 도덕적 행위에는 올바른 말(정어, 正語), 올바른 행위(정업, 正業), 올바른 생활(정명, 正命)이 포함된다. 정신 집중의 영역에는 올바른 노력(정정진, 正精進), 올바른 마음챙김(정념, 正念), 올바른 집중(정정, 正定)이 있다. 이 여덟 가지 길은 고통의 소멸을 위한 통합적이고 점진적인 수행 체계이다.  

이러한 가르침의 철학적 기반에는 '세 가지 존재의 보편적 특징'(삼법인, 三法印)이 있다. 첫째, '제행무상'(諸行無常, 아니카)은 세상의 모든 형성된 것들은 영원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진리이다. 둘째, '일체개고'(一切皆苦, 두카)는 영원하지 않은 것들에 집착하기 때문에 모든 것이 근본적으로 고통이라는 진리이다. 셋째, '제법무아'(諸法無我, 아나타/아나트만)는 모든 존재에는 독립적이고 불변하는 실체로서의 '나' 또는 '자아'(自我)가 없다는 진리이다. 이는 불교 철학의 가장 독특하고 핵심적인 개념으로, 우리가 '나'라고 인식하는 것은 단지 물질(색, 色), 느낌(수, 受), 인식(상, 想), 의지(행, 行), 의식(식, 識)이라는 다섯 가지 무더기(오온, 五蘊)가 일시적으로 결합한 것에 불과하다고 본다. 이는 영원불변하는 자아(아트만, Atman)의 존재를 상정하는 힌두교의 관점과 근본적으로 대립한다.  

모든 현상이 상호 의존하여 발생한다는 '연기설'(緣起說, 파티카사무파다)은 무아 사상을 더욱 정교하게 뒷받침한다. 연기설에 따르면, 어떤 것도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것은 다른 조건들과의 관계 속에서만 일어난다.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생하므로 저것이 생한다"는 구절은 연기설의 핵심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무아의 관점에서 불교의 윤회(재생) 개념은 영혼의 이전이라는 힌두교적 개념과 구별된다. 불변하는 영혼이 없기 때문에, 한 생에서 다음 생으로 넘어가는 것은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마음의 흐름'(심상속, 心相續, citta-santāna)이다. 이는 마치 하나의 촛불이 다른 초에 불을 옮겨 붙이는 것과 같다. 불꽃은 전달되지만, 그것은 이전과 동일한 불꽃이 아니다. 이 마음의 흐름에 각인된 업(카르마)의 인상(바사나, vāsanās)이 다음 생의 조건을 결정하는 원동력이 된다.  

2.3. 대승: 테라와다, 마하야나, 그리고 금강승
붓다의 열반 이후, 그의 가르침에 대한 해석과 실천 방법을 둘러싸고 불교 내부에 다양한 분파가 형성되었다. 오늘날 불교는 크게 세 가지 흐름, 즉 테라와다, 마하야나, 그리고 바즈라야나로 구분된다.

테라와다 불교는 '장로들의 가르침'이라는 의미로, 초기 불교의 형태를 가장 잘 보존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이 전통에서 수행의 최고 이상은 '아라한'(Arhat)이 되는 것이다. 아라한은 붓다의 가르침을 따라 모든 번뇌를 끊고 개인의 해탈, 즉 열반을 성취한 성자를 의미한다. 테라와다는 역사적 인물로서의 싯다르타 고타마를 우리 시대의 유일한 붓다로 간주하며, 그의 가르침이 담긴 팔리 경전을 유일한 권위로 인정한다. 현재 스리랑카, 태국,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주류를 이루고 있다.  

마하야나 불교는 '큰 수레'라는 의미로, 테라와다의 아라한 사상을 개인적 해탈에 머무는 '작은 수레'(소승)라고 비판하며 등장했다. 마하야나의 이상적 인간상은 '보살'(Bodhisattva)이다. 보살은 자신의 깨달음을 완성할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자비심으로 윤회의 세계에 머물며 그들을 돕는 존재이다. 이러한 이타적인 정신은 마하야나의 핵심 가치이다. 마하야나는 모든 중생이 본래 붓다가 될 수 있는 가능성, 즉 '여래장'(Tathāgatagarbha) 또는 불성을 지니고 있다고 가르친다. 또한, 무아 사상을 심화시킨 '공'(空, 슈냐타) 사상을 발전시켰는데, 이는 모든 현상이 독립적인 실체 없이 텅 비어 있다는 철학이다. 마하야나는 아미타불이나 관세음보살과 같이 중생을 구원하는 다양한 우주적 붓다와 보살의 개념을 도입했으며, 팔리 경전 외에 『법화경』, 『반야심경』 등 방대한 대승 경전을 소의 경전으로 삼는다. 마하야나는 중국, 한국, 일본, 베트남 등 동아시아 지역으로 전파되어 그 지역의 문화와 융합하며 발전했다.  

바즈라야나 불교는 '금강승' 또는 '다이아몬드 수레'라는 의미로, 주로 마하야나의 한 분파로 간주되며 티베트, 부탄, 몽골 등지에서 성행한다. 탄트라 불교 또는 밀교(密敎)라고도 불리는 이 전통은 만트라(진언), 만다라(우주를 상징하는 그림), 복잡한 시각화 수행(사다나) 등 강력하고 심오한 밀교적 수행법을 통해 깨달음의 과정을 급진적으로 단축시켜 한 생애 안에 성불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수행은 반드시 자격을 갖춘 스승(라마, Lama)으로부터의 입문 의식(관정, 灌頂)과 구전(口傳)을 통해 비밀리에 전수되어야 하며, 엄격한 계율(삼매야, Samaya)의 준수가 요구된다. 티베트 불교의 독특한 특징 중 하나는 '툴쿠'(Tulku) 시스템이다. 이는 위대한 스승이 중생 구제의 원력을 이어가기 위해 의도적으로 다시 태어난 존재, 즉 환생자임을 인증하는 제도이다. 가장 널리 알려진 툴쿠가 바로 달라이 라마로, 그는 자비의 보살인 관세음보살의 화신으로 여겨진다.  

중국에서 발생하여 한국, 일본, 베트남 등으로 전파된 선(禪) 불교는 마하야나의 한 갈래로서 독특한 수행 체계를 발전시켰다. 선불교는 경전 공부나 교리적 논쟁보다는 '좌선'(坐禪, 자젠)이라는 명상 수행을 통한 직접적인 체험과 깨달음을 강조한다. 일본의 조동종(Sōtō)에서는 오직 앉는 것 자체에 집중하는 '지관타좌'(只管打坐, 시칸타자)를, 임제종(Rinzai)에서는 스승이 제자에게 던지는 역설적이고 비논리적인 질문인 '화두'(公案, 코안)를 참구하여 언어와 분별지를 넘어선 깨달음(견성, 겐쇼 또는 사토리)에 이르는 것을 중요한 수행법으로 삼는다.  

2.4. 현대 시대의 불교: 세계적 확산, 세속적 적용, 그리고 사회 참여
현재 전 세계 불교 인구는 약 5억 3,40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되며, 그 대다수는 아시아에 거주하고 있다. 그러나 20세기 이후 불교는 아시아를 넘어 서구 사회에까지 광범위하게 확산되며 새로운 변화의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특히 서구 사회에서 불교의 영향력은 '마음챙김'(Mindfulness)의 유행을 통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불교의 핵심 수행법 중 하나인 '사띠'(sati)는 본래 팔리어로 '기억', '마음에 새김'을 의미하며, 깨달음과 해탈이라는 종교적 목표를 향한 팔정도의 한 부분이다. 그러나 서구에서는 이러한 종교적, 윤리적 맥락이 제거된 채, 스트레스 감소와 집중력 향상을 위한 심리치료 기법으로 변용되었다. '마음챙김에 기반한 스트레스 감소'(MBSR)와 같은 프로그램들은 불교 명상을 세속화하여 병원, 기업, 학교 등 다양한 영역에 보급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맥마인드풀니스'(McMindfulness)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론 퍼서(Ron Purser)와 같은 비판가들은 자본주의 체제가 불교의 마음챙김을 상품화하여, 개인들이 사회 구조적 문제에서 오는 고통을 내면의 문제로 돌리고 시스템에 순응하도록 만드는 도구로 전락시켰다고 주장한다. 이들에 따르면, 본래 자아에 대한 집착을 해체하고 모든 존재에 대한 자비심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했던 수행법이, 이제는 직원의 생산성을 높이고 군인의 전투 집중력을 강화하는 데 사용되는 '자본주의적 영성'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와 대조적인 흐름으로 '참여 불교'(Engaged Buddhism) 운동이 있다. 베트남 전쟁 당시 틱낫한 스님이 주창한 이 운동은 불교의 자비, 비폭력, 상호의존(연기)의 원리를 사회, 정치, 환경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적용하려는 시도이다. 인도의 불가촉천민 해방 운동을 이끈 B. R. 암베드카르의 달릿 불교 운동은 카스트 제도라는 사회적 고통으로부터의 해방을 위해 불교를 채택한 대표적인 참여 불교의 사례이다. 서구에서는 불교평화연대(Buddhist Peace Fellowship)와 같은 단체들이 반핵 운동, 환경 보호, 인권 문제 등 다양한 사회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참여 불교가 항상 평화적인 형태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미얀마의 경우처럼, 불교가 민족주의와 결합하여 로힝야족과 같은 소수 집단에 대한 폭력을 정당화하는 '인종중심적 참여 불교'의 어두운 측면도 존재한다.  

현대 불교가 직면한 또 다른 중요한 문제는 티베트의 정치적 상황과 달라이 라마의 후계 문제이다. 제14대 달라이 라마 텐진 갸초는 티베트 불교의 최고 영적 지도자이자, 2011년까지 티베트 망명정부의 정치 지도자로서 전 세계적으로 평화와 자비의 상징으로 존경받고 있다. 그의 사후 후계자 문제는 티베트의 미래와 직결된 중대한 사안이다. 달라이 라마는 자신의 환생자가 중국의 통제를 받지 않는 '자유 세계'에서 발견될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청나라 시대에 도입된 '금항아리 추첨' 제도를 내세우며, 차기 달라이 라마의 지정은 오직 중국 정부의 승인 하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현재의 달라이 라마가 서거할 경우, 티베트 망명 사회가 인정한 달라이 라마와 중국 정부가 지명한 달라이 라마라는 두 명의 경쟁자가 나타나 심각한 정치적, 종교적 혼란이 야기될 가능성이 매우 높음을 시사한다.  

현대 불교의 두 가지 주요 흐름인 세속적 마음챙김의 유행과 참여 불교의 부상은 '탈맥락화'라는 공통된 현상의 역설적인 두 측면을 보여준다. 두 흐름 모두 전통적인 출가 중심의 세속 포기적 틀에서 불교를 벗어나게 한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그러나 그 방향은 정반대이다. '맥마인드풀니스'는 불교 수행을 해탈이라는 구원론적 목표와 계율이라는 윤리적 틀에서 분리하여, 기존 사회 구조 내에서 개인의 스트레스 관리와 적응을 돕는 도구로 극단적으로 사유화하고 내면화한다. 반면, 참여 불교는 불교의 원리를 사회 구조에 적용함으로써, 개인의 내면적 해방을 넘어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고통으로부터의 집단적 해방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외면화하고 정치화한다. 이는 현대 불교가 직면한 깊은 긴장을 드러낸다. 즉, 법(Dharma)은 고통스러운 세상 속에서 개인의 평화를 찾는 길인가, 아니면 그 세상을 변혁하기 위한 청사진인가? 고통, 자비와 같은 동일한 핵심 개념이 한편에서는 체제 순응적인 자기계발을, 다른 한편에서는 급진적인 사회 운동을 정당화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이는 세계화 시대에 불교 사상이 지닌 놀라운 적응성과 동시에 분열의 가능성을 명확히 보여준다.

제3부: 힌두교 - 영원한 길
3.1. 고대의 태피스트리: 베다에서 서사시까지의 기원
힌두교는 단일 창시자나 통일된 경전 체계 없이 오랜 세월에 걸쳐 다양한 신앙과 철학이 융합되어 형성된 복합적인 종교 전통이다. 그 기원은 최소 기원전 1500년경 인도-아리안 민족의 고대 베다 종교로 거슬러 올라간다. 힌두교의 가장 오래된 경전인 베다(Vedas)는 신으로부터 '들려온 것'(슈루티, śruti)으로 간주되는 신성한 계시 문헌 모음집이다. 초기 베다 시대의 종교는 인드라, 아그니와 같은 다양한 신(데바, devas)들에게 제물(야즈나, yajña)을 바치는 복잡한 의례 중심의 형태를 띠었다.  

기원전 800년에서 500년 사이, 후기 베다 시대에 이르러 우파니샤드(Upanishads)가 저술되면서 힌두 사상에 중대한 철학적 전환이 일어났다. 우파니샤드는 외부적인 제사 의례에서 벗어나, 우주와 자아의 본질에 대한 내면적 탐구로 초점을 옮겼다. 이 문헌들을 통해 우주의 궁극적 실재인 '브라흐만'(Brahman), 개인의 내면에 존재하는 참된 자아인 '아트만'(Ātman), 행위에 따른 인과응보의 법칙인 '카르마'(karma), 그리고 끝없는 윤회의 수레바퀴인 '삼사라'(saṃsāra)와 같은 힌두교의 핵심 철학 개념들이 정립되었다.  

베다 시대 이후에는 '기억된 것'(스므리티, smṛti)으로 불리는 전통 문헌들이 등장했다. 여기에는 『마하바라타』와 『라마야나』와 같은 대서사시, 그리고 다양한 신들의 신화와 이야기를 담은 『푸라나』가 포함된다. 이 문헌들은 비슈누, 시바, 데비(여신)와 같은 인격신들에 대한 신앙을 대중화했으며, 복잡한 철학적 개념들을 흥미로운 서사를 통해 일반 대중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특히 『마하바라타』의 일부인 『바가바드 기타』(Bhagavad Gītā)는 힌두교에서 가장 중요하고 사랑받는 경전 중 하나이다. 이 텍스트는 쿠룩셰트라 전쟁터에서 자신의 의무(다르마)와 친족을 향한 애정 사이에서 고뇌하는 왕자 아르주나와, 그의 마부로 변신한 신 크리슈나 사이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크리슈나는 아르주나에게 행위의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자신의 의무를 다하는 '카르마 요가'(행위의 요가), 신에 대한 절대적인 사랑과 헌신을 통한 '박티 요가'(헌신의 요가), 그리고 지혜를 통해 진정한 자아를 깨닫는 '즈냐나 요가'(지식의 요가) 등 다양한 해탈의 길을 제시한다. 결과에 대한 집착 없이 자신의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가르침 중 하나이다.  

3.2. 우주와 자아: 브라흐만, 아트만, 그리고 존재의 순환
힌두교의 형이상학적 세계관의 중심에는 브라흐만과 아트만이라는 두 가지 핵심 개념이 있다. 브라흐만은 모든 존재의 근원이 되는 궁극적이고 불변하는 우주적 실재 혹은 우주 의식이다. 이는 '존재-의식-환희'(사트-치트-아난다, sat-cit-ānanda)로 묘사되며, 시간, 공간, 인과율을 포함한 모든 이원성과 속성을 초월하는 절대적 원리이다. 힌두교의 삼주신 중 창조신인 브라흐마(Brahmā)는 인격신인 반면, 브라흐만은 성별이 없는 비인격적이고 추상적인 원리라는 점에서 명확히 구분된다.  

아트만은 개별 존재의 내면에 깃든 영원한 자아 또는 영혼을 의미한다. 힌두 철학의 여러 학파, 특히 아드바이타 베단타(불이일원론) 학파에서는 이 아트만이 궁극적으로 우주적 실재인 브라흐만과 동일하다고 본다. "그것이 바로 너다"(Tat Tvam Asi)라는 우파니샤드의 유명한 경구는 바로 이 범아일여(梵我一如) 사상을 압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이러한 궁극적 실재를 인식하지 못하고 분리된 개체로 존재하는가? 힌두교는 그 이유를 '마야'(māyā)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마야는 우주적 환영 또는 현상 세계를 창조하는 힘으로, 유일한 실재인 브라흐만을 가리고 다채로운 현상 세계가 실재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어두운 길에서 밧줄을 뱀으로 착각하는 고전적인 비유처럼, 우리는 무지(아비드야, avidyā) 때문에 현상 세계를 실재로 착각하고 자신을 유한한 육체와 마음으로 동일시하며 고통을 겪는다. 마야로 인해 나타나는 세계가 완전히 비실재적인 것은 아니지만, 그 참된 본질을 오해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기만적이다.  

이러한 세계관 속에서 인간의 삶은 순환적인 시간관을 따른다. '삼사라'는 카르마의 법칙에 의해 구동되는 끝없는 출생, 죽음, 그리고 재탄생의 순환이다. '카르마'는 모든 행위에는 그에 상응하는 결과가 따른다는 인과율의 법칙으로, 현생의 행위가 내생의 운명을 결정한다. 힌두교에서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는 '목샤'(mokṣa), 즉 삼사라의 굴레로부터의 해탈이다. 이는 자신의 참된 자아인 아트만이 브라흐만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달음으로써 카르마의 속박에서 벗어나 영원한 자유를 얻는 것이다.  

이 해탈의 길을 안내하는 원리가 바로 '다르마'(dharma)이다. 다르마는 의무, 윤리, 법, 덕목, 그리고 우주를 지탱하는 질서 등 매우 복합적인 의미를 지닌 개념이다. 자신의 다르마를 따르는 것은 좋은 카르마를 쌓고 사회적, 우주적 조화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전통적으로 개인의 고유한 다르마(스바다르마, svadharma)는 그가 속한 사회적 계급(바르나, varṇa)과 인생의 단계(아슈라마, āśrama)에 따라 결정된다. 네 가지 바르나는 브라만(사제/학자), 크샤트리아(전사/통치자), 바이샤(상인/농민), 슈드라(노동자)로 구성되며, 네 가지 아슈라마는 학생기, 가주기, 임서기, 유행기로 나뉜다. 『마누 법전』(Manusmriti)은 이러한 각 집단의 의무를 상세히 규정하는 대표적인 문헌이다.  

3.3. 헌신과 지식의 길: 박티 운동과 베단타 철학
힌두교의 역사 속에서 해탈에 이르는 길은 다양한 방식으로 제시되어 왔다. 그중 가장 대중적이고 영향력 있었던 흐름 중 하나가 중세 시대에 일어난 박티(Bhakti) 운동이다. 이 운동은 복잡한 제사 의례나 난해한 철학적 지식 대신, 비슈누나 시바와 같은 인격신에 대한 열정적이고 감정적인 헌신(박티)을 해탈의 핵심 경로로 제시했다. 박티 운동의 가장 큰 사회적 의의는 카스트나 성별에 관계없이 누구나 신에 대한 순수한 사랑만으로 구원받을 수 있다고 선언함으로써, 브라만 중심의 위계적 종교 질서에 도전했다는 점이다. 카비르, 미라바이, 그리고 시크교를 창시한 구루 나나크와 같은 시인-성자들은 산스크리트어가 아닌 각 지역의 민중 언어로 신에 대한 사랑을 노래했다. 이는 영성을 대중화하고, 각 지역의 문학과 문화를 풍요롭게 하는 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철학적 차원에서는 우파니샤드의 사상을 체계화한 베단타(Vedanta) 철학이 힌두 사상의 주류를 형성했다. 베단타 학파 중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것은 8세기경의 철학자 샹카라(Shankara)에 의해 체계화된 아드바이타 베단타(Advaita Vedānta), 즉 불이일원론(不二一元論)이다. 이 학파는 개별 자아(아트만)와 우주적 실재(브라흐만)가 절대적으로 동일하며, 우리가 경험하는 현상 세계는 궁극적으로 마야(환영)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해탈은 이러한 불이(不二)의 실재에 대한 무지(아비드야)를 지혜(즈냐나)를 통해 타파함으로써 성취된다. 이 외에도 라마누자(Ramanuja)의 비쉬슈타드바이타(제한적 불이일원론)나 마드바(Madhva)의 드바이타(이원론) 등 다양한 베단타 학파들이 존재하며, 이는 힌두 철학의 풍부한 사상적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이러한 힌두교의 심오한 철학이 서구 세계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된 계기는 1893년 시카고에서 열린 세계 종교 의회였다. 이 자리에서 인도의 승려 스와미 비베카난다는 힌두교, 특히 그가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아드바이타 베단타 사상을 보편적이고 합리적이며 관용적인 종교로 소개하여 서구 지성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힌두교를 세계 주요 종교의 반열에 올려놓았을 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에 베단타 협회를 설립하여 요가와 힌두 철학이 서구에 전파되는 초석을 마련했다.  

3.4. 현대 인도와 그 너머의 힌두교: 카스트, 민족주의, 그리고 세계적 운동
오늘날 힌두교는 전 세계적으로 11억 명 이상의 신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 압도적 다수가 인도에 거주하고 있다. 현대 힌두 사회는 심오한 전통과 급진적인 변화가 공존하는 복잡한 현실에 직면해 있다.  

그중 가장 첨예한 문제는 카스트 제도의 지속이다. 인도 헌법은 카스트에 기반한 차별과 '불가촉천민' 제도를 명백히 금지하고 있지만, 이는 법적 현실과 사회적 현실 사이의 깊은 괴리를 보여준다. 특히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카스트는 여전히 개인의 사회적 지위, 직업, 결혼을 결정하는 강력한 기제로 작동하고 있다. 최하층 계급인 달리트(Dalit, 과거 '불가촉천민')는 '오염된' 존재로 간주되어 주거지 분리, 공용 우물 사용 금지, 사원 출입 제한 등 구조적인 차별과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 이러한 차별은 인도 내부에만 국한되지 않고, 실리콘밸리의 인도계 기술 공동체 내부에서조차 카스트에 기반한 차별이 발생하는 등 디아스포라 사회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도 달리트 소년에 대한 괴롭힘과 사망 사건이 발생하는 등, 카스트 문제는 현대 인도의 가장 고질적인 사회적 병폐로 남아있다.  

정치 영역에서는 힌두 민족주의, 즉 '힌두트바'(Hindutva)의 부상이 현대 인도의 정체성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힌두트바는 인도의 국가 정체성을 힌두교의 종교 및 문화적 정체성과 동일시하는 정치 이데올로기이다. 이 이념은 인도를 본질적으로 힌두 국가(Hindu Rashtra)로 규정하며, 이슬람교도나 기독교도와 같은 소수 종교 집단을 '외부인'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인도 인민당(BJP)의 집권 이후, 이러한 이념은 국가 정책에 깊숙이 반영되기 시작했다.  

힌두트바 정치의 상징적인 사건은 아요디아의 람 사원(Ram Mandir) 건설이다. 이 사원은 1992년 힌두 민족주의자들에 의해 파괴된 16세기 이슬람 사원 바브리 마스지드의 부지 위에 세워졌다. 2024년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직접 주관한 사원 봉헌식은 힌두트바 운동의 오랜 숙원이 성취되었음을 알리는 동시에, 인도의 세속주의 헌법 정신이 중대한 도전에 직면했음을 보여주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또한, 2019년 제정된 시민권 개정법(CAA)은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비무슬림 종교 소수자들에게는 신속한 시민권 취득 경로를 제공하면서도 무슬림은 명시적으로 배제했다. 비판자들은 이 법이 장차 시행될 전국민등록(NRC)과 결합될 경우, 인도 내 무슬림들의 시민권을 박탈하고 인도의 세속적 정체성을 훼손하는 종교 기반의 시민권 심사 제도로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편, 힌두교는 인도를 넘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1965년 A. C. 박티베단타 스와미 프라부파다가 뉴욕에서 설립한 국제크리슈나의식협회(ISKCON), 즉 '하레 크리슈나 운동'이다. 이 운동은 가우디야 바이슈나바 전통의 박티 요가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크리슈나를 최고 인격신으로 숭배하고 '하레 크리슈나' 만트라를 반복적으로 암송하는 것을 핵심 수행으로 삼는다. 채식주의, 금주, 금욕 등 엄격한 생활 규율을 따르며, 1960년대 서구의 반문화 운동과 맞물려 젊은 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었다.  

현대 힌두 민족주의는 '다르마'라는 고전적 개념을 성공적으로 정치적 도구로 변용시켰다. 전통적으로 다르마는 개인의 사회적 계급(바르나)과 생애 주기(아슈라마)에 따라 주어진 우주적, 사회적 의무를 의미하는 복합적인 철학 원리였다. 그러나 힌두트바 이데올로기는 이 개인적, 사회적 차원의 다르마를 국가적, 집단적 차원의 다르마로 재해석한다. 이제 개인의 의무는 단순히 사회 질서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넘어, '힌두 국가'로서의 인도 정체성을 '수호'하고 '회복'하는 것으로 확장된다. 이러한 변용은 힌두트바의 주요 정치적 행보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바브리 마스지드를 파괴하고 그 자리에 람 사원을 건설하는 행위는 단순한 부동산 분쟁이 아니라, '외세의 침략'의 상징을 제거하고 신성한 장소를 되찾는 국가적 다르마의 실현으로 포장된다. 마찬가지로, 시민권 개정법(CAA)은 이웃 이슬람 국가에서 박해받는 힌두교도를 보호해야 할 '다르마적 의무'로 제시되며, 이를 통해 시민권의 개념 자체가 종교-민족주의적 렌즈를 통해 재정의된다. 이처럼 다르마 개념의 정치적 재해석은 세속적 헌법의 관점에서는 논란의 여지가 큰 차별적 정책들을 신성한 의무의 이행으로 정당화한다. 이는 종교적, 문화적 정체성에 호소하여 대중적 지지를 동원하는 강력한 기제로 작용하며, 인도의 종교와 국가 간의 관계를 세속주의에서 벗어나 종교-민족주의로 전환시키는 근본적인 동력이 되고 있다.  

제4부: 유대교 - 계약의 백성
4.1. 아브라함에서 시나이까지: 한 민족과 율법의 형성
유대교의 기원은 기원전 1800년경 아브라함과 하나님 사이의 계약(언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성서에 따르면,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그의 후손을 통해 위대한 민족을 이루고 약속의 땅 가나안을 주겠다고 약속했으며, 그 대가로 아브라함과 그의 후손들은 오직 하나님만을 섬기고 그의 뜻에 순종할 것을 맹세했다. 이 계약의 물리적 징표는 할례였다.  

유대 민족의 정체성이 결정적으로 형성된 사건은 이집트에서의 노예 생활과 모세의 인도를 통한 탈출(출애굽)이다. 기원전 13세기경으로 추정되는 이 사건의 정점은 시나이산에서 하나님이 모세에게 십계명을 비롯한 율법, 즉 토라(Torah)를 수여한 계시 체험이다. 이 '시나이 계약'을 통해 이스라엘은 단순한 혈연 부족 공동체를 넘어, 신성한 법에 의해 결속된 하나의 국가이자 종교 공동체로 거듭났다.  

유대교의 가장 중심적이고 신성한 경전은 바로 이 토라이다. 히브리어 성경의 첫 다섯 권(창세기,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을 지칭하는 토라는 유대인의 삶을 규율하는 근본적인 율법, 역사적 서사, 그리고 윤리적 가르침을 담고 있다. 유대인들에게 토라는 단순한 책이 아니라, 하나님의 계시 그 자체이자 삶의 모든 영역을 아우르는 지침서이다.  

4.2. 계약과 계명: 핵심 신학 원리
유대교 신학의 가장 근본적인 원리는 타협 불가능한 유일신 사상이다. 유대교는 세계 최초의 지속적인 유일신 종교로서, 우주를 창조하고 유지하며 인간에게 윤리적 삶을 요구하는 유일하고, 불가분하며, 비물질적인 한 분의 하나님을 믿는다.

하나님과 유대 민족의 관계는 '브리트'(Brit)라고 불리는 일련의 계약을 통해 정의된다. 이는 단순한 믿음의 체계를 넘어, 상호 의무를 포함하는 구속력 있는 합의이다. 하나님은 유대 민족에게 보호와 땅을 약속하고, 유대 민족은 하나님의 율법을 준수할 책임을 진다.

유대인의 삶의 길을 안내하는 종교법 전체를 '할라카'(Halakha, '걸어가야 할 길')라고 부른다. 할라카의 근원은 성문 토라(기록된 토라)와 구전 토라(입으로 전해진 토라)에 있다. 유대 전승에 따르면, 하나님은 시나이산에서 모세에게 성문 토라와 함께 그 해석과 적용에 관한 구전 토라도 함께 전수했다. 이 구전 토라는 수 세기 동안 랍비들을 통해 전승되다가, 기원후 200년경 『미슈나』(Mishnah)로 집대성되었고, 이후 수 세기에 걸쳐 『미슈나』에 대한 심층적인 논의와 주석이 『게마라』(Gemara)로 기록되었다. 이 『미슈나』와 『게마라』를 합쳐 『탈무드』(Talmud)라고 부른다. 탈무드는 랍비 율법 해석의 중심 텍스트로서, 토라의 원리를 삶의 모든 구체적인 상황에 적용하는 방법론을 제공한다.  

유대교는 또한 메시아 사상과 내세관을 가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유대교는 다윗 왕의 후손 중에서 '마쉬아흐'(Mashiach, 기름 부음 받은 자), 즉 메시아가 나타나 이스라엘을 회복하고, 전 세계에 평화와 정의를 가져오며, 모든 인류가 하나님을 알게 되는 메시아 시대를 열 것이라고 믿는다. 유대교는 예수를 위대한 교사나 예언자 중 한 명으로 볼 수는 있지만, 신적인 존재나 메시아로는 인정하지 않는다. 이는 메시아를 신이 아닌 인간 지도자로 보는 유대교의 관점과 기독교의 핵심 교리 사이의 근본적인 차이점이다. 내세에 관해서는, 유대교는 현세의 삶을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지만, 죽은 자의 부활과 '올람 하바'(Olam Ha-Ba, 오는 세상)라 불리는 내세에 대한 믿음도 존재한다.  

4.3. 전통과 변혁: 현대 분파와 신비주의적 흐름
근대 계몽주의와 현대성의 도전에 직면하면서, 유대교 내부에서는 전통을 어떻게 계승하고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둘러싸고 다양한 분파가 형성되었다.

정통파 유대교(Orthodox Judaism)는 성문 토라와 구전 토라 모두가 시나이산에서 내려온 신의 변치 않는 말씀이며, 할라카는 오늘날에도 완전한 구속력을 지닌다고 믿는 가장 전통적인 분파이다. 보수파 유대교(Conservative Judaism)는 할라카가 구속력을 지닌다는 점에서는 정통파와 같지만, 그것이 시대의 변화에 따라 발전하고 진화하는 살아있는 전통이라고 본다. 따라서 정통파와 개혁파 사이의 중도적 입장을 취한다. 개혁파 유대교(Reform Judaism)는 토라가 신성한 영감을 받았지만 인간에 의해 기록된 문서라고 보며, 의례적 율법보다는 윤리적 가르침을 더 강조한다. 할라카를 현대적 감수성에 맞게 능동적으로 재해석하고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여성 랍비 안수와 남녀평등을 가장 먼저 수용한 분파이다.  

이러한 신학적 분파 외에, 유대인 공동체는 역사적, 지리적 배경에 따라 문화적으로도 구분된다. 아슈케나지 유대인(Ashkenazi Jews)은 중부 및 동부 유럽에 정착했던 유대인들의 후손으로, 이디시어를 일상어로 사용했던 문화적 전통을 지닌다. 반면, 세파르디 유대인(Sephardic Jews)은 스페인과 포르투갈(이베리아 반도)에 기원을 둔 유대인들로, 히브리어 발음, 예배 양식, 음식 문화 등에서 아슈케나지와 구별되는 독특한 전통을 가지고 있다.  

유대교의 신비주의 전통은 '카발라'(Kabbalah)로 알려져 있다. 카발라는 신의 숨겨진 본성과 우주의 창조 원리를 탐구하는 비의적 가르침이다. 카발라의 핵심 개념에는 인간의 인식 너머에 있는 무한한 신의 본질인 '에인 소프'(Ein Sof)와, 이 에인 소프가 자신을 '축소'(침춤, tzimtzum)하여 유한한 세계를 창조하는 과정에서 발현되는 10가지 신성한 속성 또는 에너지 흐름인 '세피로트'(Sefirot)가 있다. 이 10개의 세피로트는 '생명의 나무'(Tree of Life)라는 도식으로 배열되며, 신의 창조 에너지가 세상을 통해 흐르는 경로를 상징한다. 카발라의 가장 중요한 문헌은 2세기경의 랍비 시몬 바르 요하이가 저술했다고 전해지는 『조하르』(Zohar)로, 토라에 대한 신비주의적 주석서이다.  

4.4. 현대 시대의 유대교: 시오니즘, 이스라엘 국가, 그리고 지속되는 질문들
전 세계 유대인 인구는 약 1,500만에서 1,600만 명으로 추산되며, 이 중 약 740만 명이 이스라엘에, 나머지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디아스포라에 거주하고 있다. 현대 유대인의 정체성과 역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건은 시오니즘 운동과 이스라엘 국가의 건립이다.  

시오니즘(Zionism)은 19세기 말 유럽에서 만연했던 반유대주의에 대한 대응으로 등장한 근대 민족주의 운동이다. 이 운동의 목표는 유대인들이 역사적 고향인 시온(Zion), 즉 팔레스타인 지역에 주권 국가를 재건하는 것이었다. 시오니즘은 세속적 민족주의와 종교적 메시아 사상이 결합된 복합적인 이념이었다.  

오늘날 이스라엘 정치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념 중 하나는 종교적 시오니즘이다. 이들은 1948년 이스라엘 국가의 건립과 1967년 전쟁을 통해 점령한 서안 지구(성서의 유대와 사마리아)에 유대인 정착촌을 건설하는 것을 신성한 예언의 성취이자 메시아 시대의 도래를 앞당기는 과정으로 해석한다. 이러한 이념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핵심 쟁점인 서안 지구 정착촌 확대 정책의 주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유대 민족은 오랜 역사 동안 반유대주의라는 지속적인 위협에 직면해왔다. 기독교 세계에서 예수를 죽인 민족이라는 종교적 비난에서부터 19세기 인종주의적 편견, 그리고 홀로코스트라는 극단적인 비극에 이르기까지 그 형태는 다양했다. 현대의 반유대주의는 극우 백인 민족주의, 이스라엘의 정책에 대한 비판을 넘어 반유대주의적 상징과 결부되는 반시오니즘, 그리고 온라인 공간에서 확산되는 음모론 등 새로운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큐어넌(QAnon)과 같은 음모론은 '시온 장로 의정서'와 같은 고전적인 반유대주의 문헌에 등장하는 '세계를 지배하는 비밀 유대인 집단'이라는 허구를 현대적으로 변주하여 유포하고 있다.  

유대교 내부에서도 현대 사회의 도전에 대한 응답으로 치열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여성의 역할과 성소수자 문제는 각 분파의 입장을 가르는 주요 쟁점이다. 여성 랍비 안수 문제에 있어, 개혁파, 재건파, 보수파는 모두 여성 랍비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반면, 정통파는 대체로 이를 허용하지 않지만, '열린 정통주의'와 같은 일부 흐름에서 여성에게 '마하랏'(Maharat)과 같은 대안적인 지도자 직함을 부여하기 시작하면서 내부적으로 격렬한 논쟁이 진행 중이다. 동성애와 동성 결혼에 대한 입장도 분파별로 뚜렷하게 갈린다. 개혁파와 재건파는 성소수자의 정체성을 완전히 긍정하고 동성 결혼을 주재한다. 보수파 역시 동성 결혼과 성소수자 랍비 안수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변화했다. 그러나 정통파는 토라에 명시된 동성 간 성행위 금지 조항을 근거로 동성 결혼을 인정하지 않는 전통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기원후 70년 제2성전 파괴 이후 약 2천 년 동안 유대인의 정체성은 본질적으로 디아스포라, 즉 이산(離散)의 경험에 기반했다. 유대인의 법(할라카)과 문화는 주권 국가 없이 소수 공동체로 살아가는 현실에 맞춰 발전했다. "내년에는 예루살렘에서"라는 기도는 즉각적인 정치적 행동 강령이 아니라, 영적이고 메시아적인 희망을 담은 염원이었다. 그러나 19세기 말에 등장한 근대 정치 운동으로서의 시오니즘은 이러한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전복시켰다. 시오니즘은 유대 민족의 중심 과제를 유배지에서 견디는 것에서부터 주권적 고향을 적극적으로 건설하는 것으로 재정의했다. 이로써 유대인 집단생활의 중심은 회당과 공동체(케힐라)에서 민족국가로 이동했다. 이러한 전환은 유대인의 정체성에 심대한 영향을 미쳤다. 첫째, 유대 민족을 정치적으로 무력한 소수자에서 주권을 가진 다수자(이스라엘 내에서)로 변모시킴으로써, 국가 권력, 군사 행동, 그리고 소수자(팔레스타인인) 처우와 관련된 새로운 윤리적, 정치적 딜레마를 낳았다. 이는 지난 2천 년간의 랍비 사상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도전이었다. 둘째, '유대인'이라는 종교적·민족적 정체성과 '이스라엘인'이라는 국가적 정체성 사이에 새로운 긴장 관계를 만들어냈다. 이는 오늘날 이스라엘 내부에서 세속주의자와 종교주의자 간의 핵심적인 논쟁점이 되고 있다. 셋째, 이스라엘에 거주하는 유대인과 디아스포라에 거주하는 유대인 간의 관계를 재구성했다. 강력한 유대 국가의 존재는 디아스포라 유대인 정체성의 중심 요소가 되었으며, 이스라엘 정책에 대한 지지 여부는 전 세계 유대인 공동체 내에서 주요한 분열선이 되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이스라엘 국가의 건립은 지난 2천 년 유대 역사상 가장 변혁적인 사건이다. 이는 단순한 정치적 발전을 넘어, 유대인의 존재 조건을 급진적으로 변화시킨 신학적 사건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유배'와 '구원'의 의미, 신의 약속과 인간의 정치적 행위 사이의 관계, 그리고 유대인의 권력과 책임의 본질과 같은 핵심 개념들에 대한 재평가가 불가피해졌다. 종교적 시오니즘, 정착촌 운동, 그리고 국가의 성격을 둘러싼 현재 진행형의 논쟁들은 단순한 정치적 다툼이 아니라, 유배라는 근본 조건이 역전된 시대에 유대교의 의미 자체를 정의하려는 심오한 투쟁의 과정이다.  

결론
연구 결과 종합
본 보고서는 이슬람교, 불교, 힌두교, 유대교라는 네 가지 세계 주요 종교의 핵심 교리와 현대적 현황을 포괄적으로 분석했다. 이슬람은 유일신 알라에 대한 절대적 '순종'을 핵심으로, 쿠란과 순나를 통해 삶의 모든 영역을 규율하는 신앙 체계이다. 현대 이슬람은 20억에 달하는 거대한 인구의 역동성 속에서 살라피즘과 같은 근본주의적 흐름과 이슬람 페미니즘과 같은 개혁적 흐름이 공존하며, 극단주의와 이슬라모포비아라는 내외부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불교는 '깨달음'을 통해 생로병사의 고통(두카)에서 벗어나는 길을 제시하는 철학이자 종교이다. 무아(無我)와 연기(緣起)라는 독특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며, 현대 사회에서는 세속화된 '마음챙김'과 사회 변혁을 추구하는 '참여 불교'라는 상반된 형태로 적응하며 새로운 긴장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힌두교는 '영원한 길'(사나타나 다르마)로서, 브라흐만과 아트만, 카르마와 윤회, 그리고 다르마라는 개념을 통해 우주와 인간의 삶을 설명하는 다층적인 전통이다. 현대 인도에서 힌두교는 카스트 제도의 잔존이라는 고질적인 문제와 함께, '힌두트바'라는 강력한 민족주의 이데올로기와 결합하여 인도의 세속적 정체성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유대교는 하나님과의 '계약'을 통해 형성된 민족의 종교로서, 토라와 할라카를 통해 신과의 관계 및 공동체의 삶을 규정한다. 2천 년간의 디아스포라 경험을 거쳐 시오니즘을 통해 국가를 재건한 현대 유대교는, 주권 국가의 존재가 야기하는 새로운 신학적, 윤리적 질문들과 씨름하며 정체성을 재구성하고 있다.

비교 성찰
네 종교는 각기 고유한 역사와 교리를 지니고 있지만, 현대성과의 조우라는 공통된 과제 앞에서 유사한 패턴을 보여준다. 첫째, 세계화와 세속주의의 물결 속에서 네 종교 모두 자신들의 전통을 재확인하려는 근본주의적 또는 민족주의적 흐름이 강화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슬람의 살라피즘, 힌두교의 힌두트바, 유대교의 종교적 시오니즘, 그리고 불교의 민족주의적 경향(미얀마 사례)은 모두 외부의 위협에 맞서 종교적 정체성을 정치적으로 동원하려는 시도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둘째, 이러한 보수적 흐름에 대한 반작용으로, 각 전통 내부에서 가부장적 구조를 비판하고 사회 정의를 추구하는 진보적, 개혁적 신학이 등장하고 있다. 이슬람 페미니즘, 참여 불교, 힌두교의 반(反)카스트 운동, 그리고 유대교 내의 평등주의 운동은 모두 종교의 핵심 가르침을 현대적 인권 감수성에 맞게 재해석하려는 노력이다. 셋째, 고대의 영적 수행법들이 종교적 맥락에서 벗어나 새로운, 때로는 세속적인 형태로 대중화되는 현상도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불교의 마음챙김 명상이 서구 심리치료의 도구가 되고, 힌두교의 요가가 세계적인 건강 산업으로 변모한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결론적 제언
이슬람교, 불교, 힌두교, 유대교는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21세기에도 여전히 수십억 인류의 삶에 의미와 도덕, 그리고 공동체의 틀을 제공하는 살아있는 전통이다. 이들 종교는 내부적으로는 교리 해석을 둘러싼 치열한 논쟁을, 외부적으로는 세속화, 정치화, 세계화라는 거대한 도전을 겪으며 끊임없이 자신을 재구성하고 있다. 이들의 지속적인 변모 과정은 앞으로도 세계의 문화, 정치, 그리고 영성의 지형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따라서 이들 종교 전통에 대한 깊이 있고 다각적인 이해는 현대 세계의 복잡성을 이해하고, 종교 간의 갈등을 넘어 상호 존중과 평화로운 공존을 모색하는 데 필수적인 과제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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