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 전문인 선교학 49 과정
미전도 종족(UPG) 선교, 도시 선교, 비즈니스 선교(BAM)
선교 역사 및 전략

현대 선교 전략
21세기 선교의 전략적 패러다임: 미전도 종족, 도시 사역, 비즈니스 선교에 대한 분석 보고서
서론: 2차 세계대전 이후의 선교학적 전환: 지리에서 사람과 플랫폼으로
현대 선교 전략의 진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20세기 중반에 일어난 패러다임의 근본적 전환을 먼저 인식해야 한다. 이 시기는 전통적인 국가 단위 혹은 지리적 경계 중심의 선교 개념에서 벗어나, 보다 정교하고 다차원적인 전략적 틀로 이동하는 분기점이었다. 이러한 새로운 틀 가운데 가장 중요하고 영향력 있는 세 가지 패러다임이 바로 특정 언어·문화 집단에 집중하는 '미전도 종족(Unreached People Group, UPG) 선교', 인구가 밀집된 영향력의 중심지인 '도시 선교', 그리고 통합적 직업 소명을 활용하는 '비즈니스 선교(Business as Mission, BAM)'이다. 이 세 가지 패러다임은 현대 복음주의 선교의 지형을 형성하고 재정의한 가장 중요한 전략적 발전이라 할 수 있다.
본 보고서는 이 세 가지 핵심 패러다임 각각의 정의, 신학적 기초, 역사적 발전 과정, 전략적 적용, 그리고 내재적 도전 과제들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이 패러다임들은 각기 고유한 초점과 방법론을 가지고 있지만, 결코 상호 배타적인 개념이 아니다. 오히려 21세기의 복잡한 선교 현장에서는 이 세 가지가 서로 융합되고 교차하며 복합적인 전략 매트릭스를 형성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 세 패러다임은 주요 초점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미전도 종족(UPG) 선교는 자체적으로 복음을 전파할 수 있는 토착 교회가 없는 특정 언어·문화 집단을 대상으로 한다. 반면 도시 선교는 지리적으로 밀집되고 다원화되었으며 영향력이 큰 도시의 인구 집단에 집중한다. 비즈니스 선교(BAM)는 수익성 있고 지속 가능한 하나님 나라 원칙의 비즈니스를 통해 총체적(영적, 경제적, 사회적) 변화를 추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역사적 배경 또한 각기 다르다. UPG 개념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복음주의, 풀러 신학교, 그리고 로잔 운동을 통해 형성되었으며 , 도널드 맥가브란(Donald McGavran)과 랄프 윈터(Ralph Winter)와 같은 인물들이 핵심 주창자였다. 도시 선교는 초대교회 사도 바울의 사역에 뿌리를 두고 산업혁명을 거쳐 21세기 대규모 도시화 현상 속에서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었으며 , 현대에는 팀 켈러(Tim Keller) 등이 주요 인물로 꼽힌다. BAM은 탈냉전 시대의 세계화와 선교 제한 국가로의 접근성 문제를 배경으로 등장했으며, 2004년 로잔 포럼을 통해 본격화되었다. 매츠 튜네핵(Mats Tunehag)과 조 플러머(Jo Plummer) 등이 이 운동의 핵심 주창자들이다.
각 패러다임은 고유한 방법론과 도전 과제를 안고 있다. UPG 선교는 종족 연구, 타문화 교회 개척, '종족 입양' 운동, 디아스포라 사역 등을 주요 방법론으로 삼으며, 자생적 복음 전파 운동을 시작하기 위한 문화적, 언어적 장벽을 극복하는 것을 핵심 과제로 한다. 도시 선교는 전략적 교회 개척, 총체적 공동체 개발, 사회 복지 사역 등을 통해 밀집된 공간 내의 복합적인 사회 문제와 영적 다원주의를 해결하고자 한다. BAM은 영리 기업 설립, 일자리 창출, 윤리적 공급망 구축 등을 실행하며, 신앙과 일의 통합, 수익 동기에 맞선 선교적 정체성 유지, 그리고 장기적 지속가능성 확보라는 도전 과제에 직면해 있다.
따라서 본 보고서는 각 패러다임에 대한 개별적 분석을 넘어, 이들의 상호 연관성과 통합적 적용 가능성까지 탐구함으로써, 세계 교회가 직면한 선교적 과업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이해와 전략적 통찰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제 1부: 프론티어 패러다임: 미전도 종족(UPG) 선교
1.1. '미전도'의 정의: 과업의 분류체계
미전도 종족(UPG) 선교 운동의 근간을 이루는 것은 '미전도'라는 개념에 대한 정교한 정의이다. 이 운동은 선교의 대상을 지리적 단위가 아닌 사회학적, 교회론적 단위로 재정의했다는 점에서 혁명적이었다. 1982년 시카고에서 열린 '미전도 종족 회의'와 로잔 운동을 통해 확립된 핵심 정의에 따르면, 한 종족 집단은 "자신의 종족 집단에 복음을 전파할 수 있는 믿는 그리스도인들의 자생적인 공동체가 없는" 상태일 때 '미전도' 상태로 규정된다. 이는 단순히 복음을 들어본 사람이 있는가의 여부가 아니라, 외부의 타문화권 사역자의 도움 없이 스스로 복음을 전파하고 교회를 재생산할 수 있는 '토착 교회'의 존재 유무를 핵심 기준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중요한 전환이었다.
이러한 기본 정의는 조슈아 프로젝트(Joshua Project)와 같은 선교 연구 기관들에 의해 더욱 세분화되고 구체적인 통계적 기준으로 발전했다. 현대 UPG 선교 전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분류체계를 명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미전도 종족 (Unreached People Groups, UPG): 가장 넓은 범주의 개념으로, 일반적으로 해당 종족 내 기독교인 비율이 5% 미만이고, 복음주의 기독교인 비율이 2% 미만인 종족을 지칭한다. 여기서 2%라는 기준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는 사회학적으로 한 집단 내에서 새로운 사상이나 운동이 외부의 도움 없이 자생적으로 확산될 수 있는 임계점으로 간주되며, 이 기준을 넘어서면 해당 종족은 내부적인 동력만으로 복음화가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비개척 미전도 종족 (Unengaged Unreached People Groups, UUPG): 미전도 종족 중에서도 가장 시급하고 우선적인 선교 대상으로, 복음화율이 0%에 가까우며, 알려진 현장 사역자나 선교사, 교회가 전혀 없는 종족을 의미한다. 이들은 복음의 씨앗 자체가 전혀 뿌려지지 않은 '선교의 최전선'이다. 흥미로운 점은 UUPG의 통계를 집계하는 기관에 따라 그 숫자에 상당한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남은과업성취'(Finishing The Task, FTT) 네트워크는 단 한두 명의 현지 사역자나 교회가 개척되어 복음이 전해지기 시작하면 해당 종족을 '개척된'(Engaged) 것으로 간주하여 UUPG 목록에서 제외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남은 UUPG는 100여 개에 불과하다. 반면, 국제선교부(International Mission Board, IMB)는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여,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교회 개척 노력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어야만 '개척된' 것으로 본다. 이 기준으로는 여전히 3,000여 개의 UUPG가 남아있다고 보고 있다.
최소 복음화 종족 (Most Unreached People Groups, MUPG) / 전방개척 종족 (Frontier Peoples, FPG): 이는 전략적 초점을 더욱 세밀하게 조정한 개념으로, 복음주의 기독교인 비율이 0.1% 미만인 종족을 가리킨다. 이들은 복음이 겨우 전달되었거나 극소수의 신자만 존재하여, 사실상 자생적 복음 전파가 불가능한 '미전도 종족 중의 미전도 종족'이다. 조슈아 프로젝트는 이들을 '전방개척 종족'이라고도 부르며, UUPG 개척이 상당 부분 진척된 현시점에서 이 MUPG가 새로운 프론티어 선교의 핵심 대상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처럼 '개척(engagement)'이라는 용어의 정의에 대한 기술적인 차이는 단순히 통계 수치의 불일치를 넘어선다. 이는 전 세계 선교 자원의 분배와 전략 수립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FTT의 통계를 따르는 선교 단체나 교회는 UUPG에 대한 초기 개척 과업이 거의 마무리되었다고 판단하고, 자원을 '미개척'(Under-engaged) 종족으로 전환할 수 있다. 반면 IMB의 통계를 따르는 단체는 여전히 수천 개의 종족에 대한 선구자적 개척 사역이 시급하다고 판단하고, 여기에 자원과 인력을 집중적으로 투입할 것이다. 이처럼, 선교 현황을 진단하는 정의의 차이가 곧 수십억 달러의 재정과 수천 명의 선교 인력 배치를 결정하는 전략적 분기점이 되는 것이다. 이는 특정 정의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할 경우, 심각한 전략적 공백을 초래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1.2. 역사적 발전: 사람 중심 선교학의 부상
미전도 종족 선교 운동의 지적, 역사적 계보를 추적하면 그 뿌리가 미국 풀러 신학교의 '교회 성장학'에 닿아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도널드 맥가브란 교수가 주창한 '동질집단 원리(homogeneous unit principle)'는 이 운동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했다. 이 원리는 사람들이 자신의 사회적, 문화적, 언어적 경계를 넘어 복음을 받아들이는 것을 어려워하며, 같은 동질집단 내에서 복음이 효과적으로 전파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당시 서구 선교학의 주류였던 개인주의적 접근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이 집단주의적 선교론은, 성공지상주의, 물량주의, 심지어 인종주의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선교의 대상을 '개인'이 아닌 '집단(people)'으로 전환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러한 학문적 이론이 전 세계 복음주의권의 핵심 선교 전략으로 부상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1974년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제1차 세계복음화국제대회(Lausanne Congress on World Evangelization)였다. 이 대회에서 풀러 신학교의 선교학 교수였던 랄프 윈터는 기조연설을 통해 '미전도 종족' 개념을 전 세계 교회에 각인시켰다. 그의 연설은 '선교학적 중대 사건'으로 평가받으며, 교회의 선교적 우선순위를 이미 교회가 존재하는 지역에서의 사역에서, 아직 교회가 없는 타문화권의 미개척 영역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강력한 도전을 주었다.
로잔 대회를 기점으로 미전도 종족 개념은 구체적인 선교 전략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복음이 전파되지 않은 지역들이 주로 북위 10도에서 40도 사이에 집중되어 있다는 분석을 바탕으로 '10/40창(10/40 Window)'이라는 전략적 개념이 등장했으며, 이는 미전도 종족 선교에 지리적 초점을 제공했다.
이 운동은 이후 여러 국제 대회를 통해 조직화되고 확산되었다. 1980년 영국 에딘버러 선교대회에서는 "2000년까지 모든 종족에게 하나의 교회를(A Church for every people by 2000)"이라는 구호가 채택되며 '종족 입양 운동'이 본격화되었다. 이 대회에서 각국 대표들은 자국의 미전도 종족 현황을 보고하고 정보를 교환했으며, 한국 대표단은 북한을 미전도 종족으로 보고하기도 했다. 이 운동의 세계적인 조직화는 1995년 대한민국 서울에서 열린 '세계복음화대회(Global Consultation on World Evangelization: GCOWE '95)'를 통해 정점에 달했다. "2000년까지 모든 종족을 위한 한 교회, 모든 개인을 위한 복음"이라는 주제 아래, 전 세계 약 60만 교회가 국가, 인종, 교파를 초월하여 협력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처럼 미전도 종족 선교는 하나의 이론을 넘어, 20세기 후반 세계 선교를 이끈 가장 강력한 운동으로 자리매김했다.
1.3. 세계 현황: 미완성 과업의 통계적 조망
미전도 종족 선교의 현주소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조슈아 프로젝트와 같은 연구 기관이 제공하는 데이터를 통해 미완성 과업의 규모를 정량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통계는 여전히 막대한 선교적 과제가 남아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핵심 통계:
전체 종족 수: 전 세계적으로 약 17,000개의 종족이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미전도 종족(UPG) 수: 이 중 약 7,400개의 종족이 미전도 종족으로 분류된다.
미전도 종족 인구: 미전도 종족에 속한 인구는 약 30억 명 이상으로, 이는 전 세계 인구의 40%를 상회하는 수치이다.
최소 복음화 종족(MUPG/FPG) 수: 복음화율이 0.1% 미만인 최소 복음화 종족은 약 5,000개이며, 이들의 인구는 약 19억 명에 달한다.
지리적 분포: 미전도 종족은 역사적으로 정의된 '10/40창' 지역, 특히 중국과 인도에 여전히 많이 분포하고 있다. 아프리카 대륙에도 990개의 미전도 종족이 있으며, 이 중 서아프리카에만 450개의 미전도 종족이 집중되어 있다.
이러한 통계가 드러내는 가장 충격적인 사실은 선교 자원의 분배가 필요와 정반대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전 세계 인구의 40% 이상이 복음을 접할 기회가 거의 없는 '미전도' 상태에 놓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사역하는 전 세계 선교사의 비율은 약 3.3%에 불과하다는 보고가 있다. 이는 '거대한 불균형(The Great Imbalance)'이라 불릴 만한 현상이다.
이러한 불균형이 발생하는 원인은 복합적이다. 미전도 종족의 대다수가 동남아시아, 중동, 북아프리카의 오지에 거주하여 물리적 접근이 어렵고, 이슬람이나 힌두교 국가와 같이 기독교에 적대적인 정치적, 문화적 환경에 놓여 있어 선교사들의 활동이 극도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외부적 요인만으로는 이 현상을 온전히 설명할 수 없다. 이는 세계 선교계 내부의 구조적인 문제를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미전도 종족이라는 개념은 선교의 가장 시급한 과제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정의하고 식별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정작 세계 교회의 인적, 물적 자원의 대부분을 그 과제를 향해 재배치하는 데에는 실패했음을 보여준다. 즉, 선교학적 이론과 선교 단체 및 교회의 실제적인 실행 사이에 심각한 괴리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이 불균형은 미전도 종족 패러다임이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이자, 향후 세계 선교 전략이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이다.
1.4. 미전도 종족을 향한 전략적 접근
미전도 종족이라는 거대한 과업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선교 전략들이 개발되고 실행되어 왔다. 이 전략들은 각각 다른 상황과 대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외부 의존성을 최소화하고 내부적인 복음 전파 동력을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교회 개척 운동 (Church Planting Movements, CPM) / 제자 삼기 운동 (Disciple Making Movements, DMM): 이 방법론은 미전도 종족 선교의 핵심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CPM/DMM은 단순히 개별 교회를 세우는 것을 넘어, 빠르고, 토착적이며, 재생산이 가능한 교회의 폭발적인 증가를 목표로 한다. 이 운동의 핵심 원리는 19세기 말 한국 선교에 큰 영향을 미친 존 네비우스(John Nevius)의 '3자 원리(Three-Self Principle)'—자립(self-supporting), 자치(self-governing), 자전(self-propagating)—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외부 선교사는 촉매제 역할을 할 뿐, 현지인 신자들이 스스로 복음을 전하고, 새로운 신자들을 제자 삼아 가정 교회나 소그룹 형태의 공동체를 계속해서 만들어나가도록 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호주나 이슬람권 등 다양한 문화권에서 진행된 사례 연구들은 이 전략이 어떻게 복음의 불모지에서 여러 세대에 걸친 교회 개척의 연쇄 반응을 일으키는지를 보여준다.
디아스포라 선교: 우리 곁의 미전도 종족: 세계화와 함께 급증한 이주민, 즉 디아스포라는 선교의 '새로운 대륙'으로 부상했다. 과거에는 선교사가 미전도 종족을 찾아가야 했지만, 이제는 수많은 미전도 종족 출신들이 노동자, 유학생, 난민의 신분으로 우리 곁에 와 있다. 디아스포라 선교는 크게 세 단계로 발전한다. 첫째는 이주해 온 디아스포라 '에게' 복음을 전하는 단계(mission
to the diaspora), 둘째는 신자가 된 디아스포라'와 함께' 그들의 공동체를 섬기는 단계(mission with the diaspora), 셋째는 훈련된 디아스포라'를 통해' 그들의 본국과 또 다른 미전도 종족에게 복음을 전하는 단계(mission through the diaspora)이다. 디아스포라 선교는 여러 전략적 강점을 가진다. 이주 과정에서 겪는 외로움과 어려움으로 인해 이들은 영적으로 '가난한 마음, 좋은 밭'과 같은 상태에 있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이들은 비자나 재정 후원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우며, 본국과 거주국의 언어와 문화를 모두 이해하는 독특한 '교량'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잠재력을 인식한 한국 교회들은 국내외 한인 디아스포라 2, 3세를 훈련시켜 현지 선교사로 재파송하는 전략에 주목하고 있다.
종족 입양 운동: 이 전략은 1990년대부터 특히 한국 교회에서 활발하게 전개되었다. 개별 지역 교회가 특정 미전도 종족을 '입양'하여, 그 종족을 위해 집중적으로 기도하고, 재정을 후원하며, 단기 및 장기 선교사를 파송하는 방식이다. 이는 선교의 대상을 구체화하여 교인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 한국의 여러 교회가 이 운동을 통해 이라크와 터키 등지에 흩어져 있는 쿠르드족을 입양하여 선교사를 파송하고 지원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 모델은 그 취지에도 불구하고 실제 적용 과정에서 여러 한계와 문제점에 부딪혔으며, 이에 대한 비판적 평가는 다음 장에서 자세히 다룰 것이다.
1.5. 비판적 평가: UPG 패러다임의 도전과 한계
미전도 종족 패러다임은 지난 50년간 세계 선교에 지대한 공헌을 했지만, 동시에 신학적, 방법론적, 실제적 측면에서 여러 비판과 도전에 직면해왔다. 이에 대한 균형 잡힌 평가는 미래 선교 전략 수립에 필수적이다.
신학적 및 방법론적 비판:
이 운동의 이론적 기반이 된 풀러 신학교의 교회 성장학은 그 실용주의적 성격 때문에 지속적으로 비판의 대상이 되어 왔다. 선교의 성공을 가시적인 숫자(회심자, 교회 수)로 측정하려는 경향이 복음의 깊이와 제자도의 질을 간과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일부 비평가들은 이러한 접근이 "물량주의, 성공위주, 혹은 집단주의"적 편향을 가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마태복음 24장 14절("이 천국 복음이 모든 민족에게 증언되기 위하여 온 세상에 전파되리니 그제야 끝이 오리라")과 같은 종말론적 성경 구절을 문자적으로 해석하여, '남은 과업 완수'를 서두르려는 경향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조급함은 장기적이고 깊이 있는 관계 형성이나 문화적 이해 없이, 피상적인 복음 전파에만 몰두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
실천적 실패 사례: 한국의 미전도 종족 입양 운동:
한국 교회가 1990년대부터 열정적으로 추진했던 미전도 종족 입양 운동은 UPG 전략을 실제 현장에 적용했을 때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 연구이다. 이 운동이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정체된 원인은 복합적이다.
문화적 부조화: 한국 사회에서 '입양'이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하고 부담스러운 문화적 함의를 가지고 있어, 이를 선교 전략으로 수용하는 데 근본적인 어려움이 있었다.
조직적 한계: 종족 입양이 담임목사나 특정 부서의 주도로 이루어져 교회 전체의 공감대와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입양식'이라는 일회성 행사에 그치고, 지속적인 후속 프로그램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전략의 모호성: 교회의 규모에 비해 너무 크고 잘 알려진 종족(예: 캄보디아의 크메르족)을 입양하여, 선교의 대상이 구체적으로 와닿지 않고 자원이 특정 종족에 편중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는 중복 투자를 피하고 소외된 종족에게 집중하려던 본래의 전략적 취지와는 반대되는 결과를 낳았다.
협력의 부재: 가장 결정적인 실패 요인 중 하나는 지역 교회, 선교 단체, 현지 선교사 간의 유기적인 협력 체계가 구축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교회가 선교 단체의 전문성과 현장 경험을 배제하고 직접 선교를 주도하려 하면서, 지속 가능하고 효과적인 사역을 전개하는 데 한계를 드러냈다.
이러한 분석은 UPG 패러다임이 가진 역설을 드러낸다. 전략적 개념으로서 UPG는 세계 교회에 '미완성 과업'에 대한 명확하고, 측정 가능하며, 동기를 부여하는 강력한 비전을 제공했다. 이는 의심할 여지 없는 전략적 성공이다. 그러나 한국의 사례에서 보듯, 그 실행 과정은 수많은 문제에 봉착했다. 전략의 개념은 수용되었지만, 그 전략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데 필요한 문화적 번역, 조직적 변화, 그리고 파트너십의 생태계는 제대로 구축되지 않았다. 그 결과, 교회들은 '입양 선교'를 선포함으로써 UPG 선교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적인 영향력을 창출하는 데 필요한 장기적이고 복잡하며 협력적인 노력은 부족했다. 이는 강력한 선교학적 개념이라도 그것이 잘못된 아이디어이기 때문이 아니라, 실행 과정에서 문화적 맥락화, 조직의 변화, 진정한 파트너십의 중요성을 간과했기 때문에 실패할 수 있다는 중요한 교훈을 준다. 전략 자체는 성공을 보장하지 않으며, 단지 목표를 재정의할 뿐이다.
제 2부: 지리적 패러다임: 도시라는 상황 속의 선교
2.1. 신학적 기초: 바벨론에서 새 예루살렘까지
도시에 대한 선교적 집중은 성경 전체를 관통하는 깊은 신학적 근거를 가지고 있다. 성경은 인류의 역사를 도시라는 무대를 중심으로 서술하며, 도시에 대한 두 가지 상반된 원형을 제시한다. 하나는 인간의 교만과 하나님에 대한 반역을 상징하는 '인간의 도시'(바벨, 바벨론)이다. 이 도시는 폭력과 탐욕, 우상숭배로 가득 찬 인간 중심적 자치단체의 표상이다. 다른 하나는 하나님의 통치와 평화, 공의가 실현되는 '하나님의 도성'(예루살렘, 새 예루살렘)이다. 이 도성은 인류를 향한 하나님의 궁극적인 구속 계획의 완성을 상징한다. 어거스틴이 지적했듯이, 현실의 모든 도시에는 이 두 도성의 모습이 공존하며, 그리스도인들은 바벨론의 가치에 맞서 예루살렘의 시민으로서 살아가도록 부름받았다.
이러한 신학적 틀 안에서 신약성경의 선교 모델은 명백히 도시 중심적이다. 특히 사도 바울의 선교 사역은 초기 기독교가 근본적으로 '도시적 현상(urban phenomenon)'이었음을 증명한다. 바울은 로마 제국의 주요 거점 도시들—안디옥, 에베소, 고린도, 데살로니가, 그리고 로마—를 전략적으로 공략했다. 그는 이 도시들을 복음 전파의 허브로 삼아, 그곳에 교회를 세우고 지도자들을 양육함으로써 주변의 중소 도시와 농촌 지역으로 복음이 자연스럽게 확산되도록 하는 '거점 중심 선교' 전략을 구사했다.
따라서 도시 선교의 신학적 당위성은 단순히 인구가 많다는 실용적인 이유를 넘어선다. 그것은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에 동참하는 교회의 본질적 사명에 근거한다. "아버지께서 나를 세상에 보내신 것 같이 나도 그들을 세상으로 보낸다"(요 17:18)는 예수의 말씀은, 교회가 세상의 문화와 권력, 사상이 형성되고 집결되는 중심지인 도시 속으로 들어가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해야 함을 의미한다. 예레미야 선지자를 통해 포로로 잡혀간 바벨론 성읍의 평안을 위해 기도하고 힘쓰라고 명령하신 하나님의 말씀처럼, 그리스도인들은 도시를 외면하거나 탈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하나님의 통치를 선포하고 도시의 총체적 번영을 위해 헌신해야 할 책임을 부여받았다.
2.2. 도시의 현실: 세계적 도시화의 도전과 기회
현대 사회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전례 없는 속도로 진행되는 세계적 도시화이다. 도시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드는 용광로이자, 기회와 절망이 공존하는 역동적인 공간이다. 이러한 도시의 현실은 선교에 있어 막대한 도전과 동시에 무한한 기회를 제공한다.
핵심 도전 과제: 도시는 인류의 가장 심각한 문제들이 응축되어 나타나는 공간이다.
빈곤과 주거 문제: 개발도상국 도시 인구의 상당수(40-50%)가 열악한 환경의 슬럼이나 무허가 정착촌에 거주하고 있으며, 주거 불안정은 심각한 사회 문제이다.
기반 시설 부족: 수많은 도시 거주민들이 적절한 위생 시설, 기초 교육, 의료 서비스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사회적 병리 현상: 인권 침해, 성매매와 같은 착취, 마약과 폭력에 노출된 청소년 문제 등 사회적 해체 현상이 도시에 집중되어 있다.
미전도 디아스포라: 도시는 수많은 미전도 종족 출신 이주민들이 모여 사는 곳이기도 하다. 이들은 종종 자신들만의 민족 관계망(ethnic network)을 형성하며 살아가지만, 동시에 사회적 압력과 차별 속에서 복음에 접근하기 어려운 장벽에 직면하기도 한다.
전략적 기회:
접근성: 도시는 과거에는 접근하기 어려웠던 수많은 미전도 종족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선교의 교차로'이다. 국경을 넘지 않고도 타문화권 선교가 가능한 기회의 장이 열린 것이다.
영향력: 도시는 한 국가와 지역의 정치, 경제, 문화, 교육, 미디어의 중심지이다. 따라서 도시에서 일어나는 복음 운동은 그 파급력이 농촌 지역에 비해 훨씬 크며, 사회 전체에 변화를 가져올 잠재력을 지닌다. 도시를 변화시키는 것은 곧 세상을 변화시키는 전략적 교두보를 확보하는 것과 같다.
2.3. 도시 선교 모델: 선포에서 공동체 변혁까지
복잡하고 다층적인 도시의 현실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도시 선교 모델이 발전해왔다. 이 모델들은 단순한 복음 선포를 넘어, 도시 공동체의 총체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사도적 교회 개척 모델: 이 모델은 사도 바울의 전략을 따라, 도시의 전략적 요충지에 교회를 세우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다. 현대적인 사례로는 팀 켈러 목사가 뉴욕에서 시작한 리디머 장로교회와 그 산하의 '리디머 시티투시티(Redeemer City to City)' 네트워크를 들 수 있다. 이들은 전 세계 주요 대도시에 복음 중심의 교회를 개척할 지도자들을 훈련하고 지원하는 데 집중함으로써, 도시 문화를 복음으로 변혁하고자 한다.
총체적 공동체 개발 모델: 이 접근법은 복음 전파와 사회적 책임을 통합하여, 지역사회의 영적, 물리적 필요를 동시에 채우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과테말라의 한 마야 원주민 마을에서 진행된 선교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이 사역은 지역 국립대학과 협력하여, 대학생 장학금 지원 및 제자훈련과 함께 의료보건 사역, 어린이 성경 교육, 그리고 주민 소득 증대를 위한 양계 사업 등을 병행했다. 이는 복음이 말로만 선포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구체적인 행동을 통해 증명되는 '총체적 선교'의 전형이다.
디아스포라 선교 모델: 이 모델은 도시에 거주하는 다양한 이주민 및 다문화 공동체에 초점을 맞춘다. 대한민국에서 외국인 거주 비율이 가장 높은(인구의 11% 이상, 86개국 출신) 안산시의 사례는 이 모델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안산의 온누리 M센터와 같은 기관들은 이주민들을 대상으로 특화된 사역을 펼친다. 이들은 단기 체류 외국인 근로자에게는 복음 전파와 본국으로의 '역파송'에, 장기 정착을 목표로 하는 다문화 가정에게는 제자양육과 한국 사회 통합에 중점을 두는 등 대상에 따라 차별화된 전략을 구사한다. 또한 안산이주민센터와 같이 노동 상담, 법률 지원, 무료 진료, 쉼터 제공, 이주민 노인 돌봄 서비스 등 이주민들의 구체적인 필요를 채우는 사역을 통해 복음의 문을 열기도 한다.
사회적 기업 및 일터 사역 모델: 이 모델은 비즈니스와 사회적 기업을 통해 도시 문제를 해결하고 복음을 증거하는 플랫폼을 만든다. 교회가 직접 운영하는 카페, 재활용 센터, 혹은 노숙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도농 직거래 사업 등이 그 예이다. 이러한 활동들은 지역사회와 자연스러운 접점을 만들고, 교회가 지역의 필요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복음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준다. 전주 효자동교회의 '참새 방앗간' 사역은 택배 기사, 환경미화원 등 지역 주민들에게 무료 음료와 쉼터를 제공하고, 24시간 화장실과 주차장을 개방하는 등 교회의 공간을 공공의 자산으로 공유하며 지역사회를 섬기는 좋은 사례이다.
2.4. 현행 사역에 대한 비판: 도시 선교의 공백
도시 선교의 전략적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실제 현장에서의 실행은 여러 구조적 문제점들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의 연구 보고서는 한국 선교의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있는데, 이러한 문제들은 인구와 자원이 밀집된 도시 상황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가시적 성과주의: 많은 선교사들이 제자양육의 질이나 지역사회에 미치는 실질적인 영향력보다, 눈에 보이는 결과, 특히 교회 건물의 수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협력 부족과 중복 투자: 선교사, 선교 단체, 교단 간의 협력이 부족하여, 같은 도시 안에서 서로 경쟁하거나 유사한 사역을 중복해서 투자하는 비효율이 발생한다.
문화적 이식: 현지 문화와 상황에 맞는 토착적인 교회 모델을 개발하기보다, 한국 교회의 형태와 프로그램을 그대로 이식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자원의 편중: 선교 자원과 인력이 대도시에 과도하게 집중되면서, 정작 도움이 필요한 다른 농촌 지역이나 소외 계층이 방치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러한 문제점들은 도시라는 환경이 기존 선교 방식의 기능 장애를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선교 전략에 내재된 성과주의, 협력 부재, '일률적(one-size-fits-all)' 접근법과 같은 약점들은 어느 곳에서나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인구 밀도가 높고, 문화적 다양성이 크며, 사회 구조가 복잡한 도시 환경 속에서는 이러한 약점들의 부정적인 결과가 훨씬 더 크고 명확하게 드러난다. 예를 들어, 협력의 부재는 수십 개의 단체가 한정된 자원을 두고 같은 지역에서 경쟁할 때 그 폐해가 극대화된다. 특정 형태의 교회 건물 설립에만 집중하는 방식은 카페 교회, 가정 교회 등 유연하고 다양한 공동체 형태를 요구하는 도시 상황에서는 특히 비효과적이다.
결론적으로, 도시는 단순히 선교를 위한 새로운 '장소'가 아니다. 도시는 파송 교단과 선교 단체가 가진 기존의 강점과 약점을 남김없이 드러내고 시험하는 '도가니'와 같다. 도시 선교의 실패는 종종 도시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파송 주체가 가진 더 깊고 해결되지 않은 구조적 문제의 증상인 경우가 많다.
제 3부: 직업 소명 패러다임: 비즈니스 선교(BAM)
3.1. 개념적 틀: 비즈니스와 선교의 통합 정의하기
비즈니스 선교(BAM)는 현대 선교 담론에서 가장 역동적이면서도 동시에 가장 빈번하게 오해되는 개념 중 하나이다. 따라서 효과적인 전략 수립을 위해서는 BAM에 대한 명확하고 견고한 정의를 확립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BAM은 단순히 돈을 벌어 선교를 후원하는 것을 넘어선다. 가장 핵심적인 정의에 따르면, BAM은 의도적으로 영리성과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며, 동시에 총체적인 하나님 나라의 영향력(영적,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을 창출하도록 운영되는 영리 상업 기업이다. 즉, 비즈니스 활동 그 자체가 선교의 본질적인 행위가 되는 것이다.
BAM의 개념적 명료성을 확보하기 위해, 흔히 혼용되는 유사 개념들과의 차이점을 명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이 개념들은 일터와 선교를 연결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그 동기와 구조, 목적에서 근본적인 차이를 보인다.
BAM 모델에서 비즈니스는 선교의 **핵심 수단(Vehicle)**으로, 선교와 비즈니스가 총체적으로 통합된다. 실행자는 CEO나 창업가와 같은 비즈니스 전문가이면서 동시에 선교사이다. 수익성과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며, 이윤은 사업 성장과 총체적 영향력 확대를 위해 재투자된다. 그러나 선교 제한 국가 진입을 위한 위장 수단으로 전락하거나, 수익 추구 과정에서 선교적 정체성을 상실할 위험이 내재되어 있다.
반면, **텐트메이킹(Tentmaking)**은 비즈니스나 직업을 선교사의 합법적 체류와 재정 자립을 위한 **플랫폼(Platform)**으로 활용한다. 선교 활동은 업무와 분리될 수 있으며, 실행자는 전문 직업을 가진 선교사, 즉 피고용인인 경우가 많다. 직업에서 얻는 급여가 선교사의 생활과 사역을 지원하여 외부 후원 의존도를 줄이거나 없애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사실상 두 개의 전일제 직업을 감당해야 하므로 극심한 소진(burnout)에 이를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비즈니스를 '위한' 선교(Business 'for' Mission, BFM)**는 비즈니스를 전통적 선교 활동을 위한 **재정 공급원(Funding Engine)**으로 본다. 주된 목적은 이윤을 창출하여 선교 단체나 프로젝트에 기부하는 것이며, 실행자는 주로 자선활동을 하는 기독교인 사업가이다. 이 모델은 비즈니스 자체는 선교적이지 않다는 성속 이원론을 강화할 수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기독교 사회적 기업은 비즈니스를 특정 **사회적 선(Social Good)**을 이루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며, 영적 목표가 명시적이지 않을 수 있다. 실행자는 기독교인일 수 있는 사회적 기업가이며, 창출된 이윤은 사회적 영향력 확대를 위해 재투자된다. 때로는 비영리 또는 저수익 모델로 운영되기도 하며, 사회적 성과를 우선시하여 명시적인 영적 증거 활동을 배제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구분을 통해 BAM의 본질이 드러난다. BAM은 비즈니스를 선교를 위한 '수단'이나 '위장'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 경영의 모든 과정—제품 개발, 직원 고용, 고객 응대, 이윤 창출 및 재투자—을 통해 하나님의 성품과 가치를 드러내는 총체적 사역으로 이해한다.
3.2. BAM의 부상: 21세기형 전략
BAM이 하나의 공식적인 선교 운동으로 체계화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특히 2004년 태국에서 열린 로잔 포럼은 전 세계적으로 BAM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하고 그 신학적, 전략적 기틀을 마련한 중요한 기점으로 평가된다. BAM이 21세기에 들어 급격히 부상하게 된 데에는 몇 가지 중요한 시대적 요인이 작용했다.
접근성(Access)의 문제: 냉전 종식 이후에도 이슬람권, 힌두권, 공산권 등 많은 국가에서 전통적인 선교사 비자를 발급받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졌다. BAM은 이러한 '선교 제한 국가'에 종교인이 아닌 사업가나 전문가 신분으로 합법적으로 체류하며 장기적인 관계를 맺고 복음을 나눌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의 추구: 외부 후원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전통적인 선교 모델은 경제 변동에 취약하며 장기적인 사역의 안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BAM은 현지에서 스스로 수익을 창출하고 재투자함으로써, 재정적으로 자립하고 지속 가능한 선교적 기반을 구축하려는 시도이다.
총체성(Holism)의 회복: 일과 신앙, 사역과 삶을 분리하는 성속(聖俗) 이원론에 대한 신학적 반성이 BAM의 성장을 촉진했다. BAM은 모든 그리스도인이 자신의 직업과 일터를 하나님 나라 확장을 위한 소명의 현장으로 인식하고, 비즈니스 활동을 통해 가난, 실업, 불의와 같은 사회 문제를 해결하며 총체적인 복음을 증거해야 한다는 신학적 비전을 담고 있다.
3.3. BAM 생태계: 네트워크, 훈련, 그리고 자원
BAM 운동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이를 지원하고 촉진하기 위한 다양한 조직과 네트워크, 즉 'BAM 생태계'가 구축되고 있다. 이 생태계는 BAM 실행가들에게 필요한 자원과 훈련, 그리고 협력의 기회를 제공하는 중요한 인프라 역할을 한다.
핵심 조직 및 네트워크:
BAM Global: 로잔 운동과 긴밀하게 연결된 BAM Global은 전 세계 BAM 운동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핵심 네트워크이다. 이들은 정기적으로 글로벌 컨퍼런스(예: 2025 BAM Global Summit)와 온라인 네트워킹 이벤트를 개최하여 전 세계의 BAM 실행가들을 연결한다. 또한, 다양한 주제별, 지역별 이슈를 다루는 싱크탱크 보고서를 발간하고, 25개 이상의 파트너 네트워크를 육성하며 운동의 확산을 돕고 있다.
국제 BAM 연대 (International BAM Alliance, IBA): 한국이 주도하는 중요한 BAM 네트워크로, 비즈니스 리더, 지역 교회, 선교 단체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한다. IBA는 서울을 비롯한 여러 도시에서 정기적으로 포럼을 개최하여 한국 교회의 BAM 참여를 독려하고, 실제적인 사례와 전략을 공유하는 플랫폼을 제공한다.
훈련 프로그램:
BAM 실행가들은 선교적 비전과 신학적 깊이뿐만 아니라, 치열한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뛰어난 비즈니스 역량을 동시에 갖추어야 한다. 이러한 필요에 부응하기 위해 '파리 창업학교(PARIS BAM SCHOOL)'와 같은 전문 훈련 프로그램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 프로그램들은 BAM의 개념 정립부터 실제 비즈니스 컨설팅까지 제공하며, 준비된 인재를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3.4. 실행 사례 연구: 성공과 실패의 교훈
BAM의 이론과 실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그 역동성과 어려움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성공 사례는 영감을 주지만, 실패 사례는 더 깊은 전략적 교훈을 제공한다.
성공 사례: 핸즈커피 (Hands Coffee):
대구를 기반으로 한 한국의 커피 프랜차이즈 '핸즈커피'는 통합적 BAM 모델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 회사의 대표인 진경도 장로는 "비즈니스는 선교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비즈니스 자체가 본질적 가치"라고 강조하며, 비즈니스와 선교의 완전한 융합을 추구한다. 핸즈커피는 입사 시 동의를 얻어 전 직원이 참여하는 기독교식 예배를 드리며, 매일 온라인을 통해 기도제목을 나눈다. 이들은 단순히 수익의 일부를 선교에 사용하는 것을 넘어, 정직하고 탁월한 비즈니스 운영, 직원을 인격적으로 대우하고 성장시키는 기업 문화 자체가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실현하는 선교라고 믿는다. 이러한 경영 철학은 많은 비기독교인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복음을 접하고 신앙을 갖게 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실패 원인 분석:
BAM의 현실은 성공보다 실패가 훨씬 더 많다. 한 전문가는 일반 창업의 성공 가능성이 5%라면, BAM 창업의 성공 가능성은 0%에 가깝다고까지 말한다. 실패 사례에 대한 솔직한 분석은 BAM 운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비즈니스의 진정성 부족: 많은 경우, 비즈니스는 전통적인 선교 활동을 위한 '위장'이나 '방패막'으로만 사용된다. 이러한 접근은 현지 정부와 사회로부터 환영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자체의 성공 가능성도 현저히 떨어뜨린다.
비즈니스 역량 부재: 선교적 열정만 있을 뿐, 비즈니스에 필요한 특수한 재능이나 훈련, 경험이 없는 선교사들이 사업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 비즈니스는 단순히 교육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부지런함, 전략적 사고, 재무 관리 능력 등 고유한 역량이 요구되는 전문 분야이다.
'부드러운 돈(Soft Money)'의 문제: 시장의 냉정한 평가를 받는 투자금이 아닌, 교회의 '후원금'으로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실패에 대한 책임감을 무디게 만들고, 사업성이 없는 비즈니스를 인위적으로 연명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후원금이 없다면 이러한 BAM 기업의 99%는 1년 안에 폐업할 것이라는 신랄한 지적도 있다.
집중력 부족: 비즈니스와 전통적인 선교 사역(예: 교회 개척, 제자훈련)을 동시에 병행하려는 시도는 거의 필패로 이어진다. 비즈니스가 안정 궤도에 오르기까지는 다른 사역을 일정 부분 포기하고 비즈니스에 전적으로 집중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이러한 실패 분석은 BAM 운동의 중심에 '실패'라는 주제가 자리해야 함을 보여준다. 성공 사례를 공유하는 것을 넘어, 실패의 원인을 솔직하게 나누고 학습하는 문화가 절실하다. 성공한 BAM은 영감을 주지만, 수많은 실패한 BAM은 운동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값비싼 수업료를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성숙한 BAM 선교학은 단순히 성공의 신학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실패와 학습, 회복탄력성을 포용하는 신학이어야 한다. BAM 운동의 가장 시급한 전략적 과제는 더 많은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시작된 비즈니스들의 생존 가능성과 선교적 진정성을 극적으로 높일 수 있는 훈련, 자금 조달, 책임성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3.5. 윤리적, 신학적 도전: BAM의 내재적 긴장
BAM은 그 잠재력만큼이나 깊은 윤리적, 신학적 긴장을 내포하고 있다. 한국선교연구원(kriM)이 제시한 'BAM의 7가지 유의점'은 이러한 도전들을 심도 있게 성찰하는 데 유용한 틀을 제공한다.
기독교와 자본주의의 동일시: BAM 모델은 자칫 복음을 서구의 자본주의적 경제 모델과 동일시할 위험이 있다. '이윤 추구'와 '적자생존'이라는 시장 논리가 과연 기독교적 가치와 양립할 수 있는가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어느 정도의 이윤이 '정당한' 것이고, 어느 정도가 '탐욕'인지에 대한 윤리적 기준을 세워야 하며, 서구의 경제 원칙을 비판 없이 이식하기보다 현지의 사회경제적 맥락 안에서 대안적인 사업 모델을 모색해야 한다.
의도치 않은 증거의 위험: 선교사들은 종종 자신들의 문화적 가치(예: 과업 중심적 성향, '시간은 돈'이라는 관념)가 현지인들에게 어떻게 비치는지 인식하지 못한다. 남미 정글의 한 원주민 부족은 20년간 함께한 선교사들의 삶의 중심이 '하나님'이 아닌 '돈'이었다고 결론 내렸다. BAM 실행가들의 선한 의도와 달리, 현지인들은 기독교를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아닌 '세계적 상업과 번영이라는 서구적 가치'와 결부시킬 수 있다. 이는 철저한 자기 성찰과 문화적 감수성 훈련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한다.
성경의 오용 가능성: 자신의 사업적 열망을 정당화하기 위해 성경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는 '개념적 유사성 몰두하기(conceptual parallelomania)'의 위험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예가 사도 바울의 '텐트메이킹' 사역이다. 많은 BAM 옹호론자들은 바울이 전략적인 시장 접근을 위해 일을 했다고 주장하지만, 신학적 분석에 따르면 바울이 일을 한 주된 이유는 복음 사역의 순수성과 재정적 독립성을 지켜, 값없이 복음을 전하기 위함이었을 가능성이 더 높다. 이는 유대 랍비들의 전통에 따른 것으로, 세속적인 생계 수단과 거룩한 가르침을 분리하려는 의도가 강했다.
하나님 나라에 대한 자의적 정의: BAM의 성과를 경제적 번영이나 사회 개발과 직접적으로 연결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신약성경은 예루살렘 교회의 기근, 마게도니아 성도들의 극심한 가난, 히브리인 신자들의 재산 몰수 등, 의로운 성도들이 겪는 경제적 고난의 사례들을 분명히 보여준다. 하나님의 나라는 물질적 풍요와 동일시될 수 없으며, "오직 성령 안에 있는 의와 평강과 희락"(롬 14:17)으로 정의된다. BAM은 이러한 신학적 균형을 잃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제 4부: 전략적 통합과 미래 전망
4.1. 패러다임의 융합: 선교의 통합장 이론
지금까지 분석한 미전도 종족, 도시, 비즈니스 선교 패러다임은 이론적으로는 구분되지만, 21세기 선교 현장에서는 점차 하나의 통합된 전략으로 융합되고 있다. 가장 효과적인 선교적 접근은 종종 이 세 가지 패러다임의 강점을 결합할 때 나타난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통합적 시나리오를 구상해 볼 수 있다. 한 선교팀이 서울이나 뉴욕과 같은 글로벌 대도시(도시 선교 패러다임)에 정착한 쿠르드족이나 야지디족과 같은 특정 미전도 종족 디아스포라 공동체(UPG 패러다임)를 선교 대상으로 삼는다. 이들은 전통적인 교회 개척 방식 대신, 해당 공동체의 필요에 부응하는 IT 기업이나 식당과 같은 영리 비즈니스를 설립한다(BAM 패러다임). 이 비즈니스는 디아스포라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고, 경제적 자립을 도우며, 신뢰에 기반한 자연스러운 관계 형성의 장이 된다. 비즈니스를 통해 얻은 수익은 공동체 내부의 교육 및 복지 프로그램에 재투자되며, 일터는 제자 훈련과 리더십 개발의 현장이 된다.
이러한 통합적 접근은 각 패러다임의 강점을 극대화하고 약점을 보완한다. BAM은 지속 가능한 재정적 기반과 합법적인 사회적 신분을 제공하며, 도시라는 환경은 다양한 인적, 물적 자원과 네트워크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준다. 그리고 미전도 종족이라는 명확한 초점은 모든 활동이 궁극적으로 복음의 변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것임을 보장한다. 이처럼 세 패러다임의 융합은 지속 가능하고, 문화적으로 깊이 뿌리내리며, 전략적으로 집중된 선교적 임재를 가능하게 하는 강력한 모델을 제시한다.
4.2. 한국 교회의 역할: 전환기의 글로벌 선교 동력
대한민국 교회는 세계 선교 역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선교 동력을 보여주며, 세계 2위의 선교사 파송국으로 자리매김했다. 한국 교회는 본 보고서에서 다룬 세 가지 패러다임 모두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한국 선교는 중대한 전환기에 서 있으며, 여러 구조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미전도 종족 선교에서는 1990년대의 뜨거운 '종족 입양 운동'이 전략적 미숙과 협력 부재로 인해 정체를 겪은 경험이 있다. 도시 선교에서는 선교사들의 대도시 편중 현상과 단체 간의 과도한 경쟁, 지속가능성 문제 등이 지적되고 있다. 최근에는 IBA와 같은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BAM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와 같은 연합 기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KWMA는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합동, 고신 등)의 주요 교단들과 수많은 초교파 선교 단체들을 아우르는 협의체로서, 한국 선교의 방향을 설정하고 자원을 조율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향후 한국 선교가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성숙을 이루기 위해서는, 과거의 실패로부터 배우고, 패러다임 간의 전략적 통합을 촉진하며, 선교 단체와 지역 교회 간의 건강한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데 KWMA와 같은 연합체의 리더십이 절실히 요구된다.
4.3.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선교: 새로운 지평과 전략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초연결성으로 특징지어지는 4차 산업혁명(4IR)은 인류 사회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으며, 이는 선교의 지형 또한 재편하고 있다. 미래 선교 전략은 이러한 기술적 변화를 위협이 아닌 기회로 인식하고, 이를 창의적으로 활용하는 능력이 핵심이 될 것이다.
미전도 종족 선교에 미치는 영향: 디지털 플랫폼과 소셜 미디어는 물리적 접근이 불가능한 폐쇄 국가의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어준다. 유튜브나 SNS를 통한 복음 광고 캠페인은 수억 명에게 복음을 노출시키고, 온라인을 통해 제자를 삼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전통적인 '선교사 파송' 개념을 보완하고 확장하는 새로운 모델이다.
도시 선교에 미치는 영향: 스마트 시티 기술과 온라인 커뮤니티는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연결을 만들지만, 동시에 디지털 소외와 고립이라는 새로운 문제를 낳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회는 기술이 제공할 수 없는 진정성 있는 인격적 공동체를 제공하는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BAM에 미치는 영향: AI와 빅데이터 분석은 시장 조사, 고객 관리, 공급망 최적화 등 비즈니스 전략 수립에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 또한 전자상거래와 디지털 플랫폼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소규모 BAM 기업도 전 세계를 대상으로 사업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사역 현장에서의 AI 활용: 이미 많은 목회자와 선교사들이 ChatGPT나 Notion AI와 같은 도구를 행정 업무, 설교 준비, 언어 학습, 콘텐츠 제작 등 다양한 사역에 활용하고 있다. AI는 성경 인물을 현대적인 브이로그 형식으로 재창조하는 등, 다음 세대에게 복음을 창의적으로 전달하는 데에도 사용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딥페이크를 이용한 사기, AI 기반 자율 살상 무기 개발과 같은 기술의 악용 가능성은 디지털 윤리와 안보라는 새로운 선교적 과제를 제기한다.
4차 산업혁명이 선교학에 던지는 가장 근본적인 도전은 단순히 새로운 도구의 등장을 넘어선다. 그것은 우리가 선교의 대상을 정의해 온 기본 범주 자체를 흔든다는 데 있다. 미전도 '종족'과 '도시' 선교 패러다임은 근본적으로 사회학(사람 집단)과 지리학(장소)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과 '인포스피어(infosphere)'의 등장은 물리적 위치나 전통적인 민족 정체성에 얽매이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를 만들어내고 있다. 전 세계 수백만 명이 참여하는 온라인 게임 커뮤니티나 특정 관심사를 공유하는 글로벌 포럼이 그 예이다.
이는 선교 전략의 근본적인 재사고를 요구한다. 과연 수백만 명의 미전도 청소년으로 구성된 온라인 커뮤니티는 새로운 형태의 '미전도 종족'인가? 디지털 광장은 선교를 위한 새로운 '도시 중심부'인가? 따라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가장 중요한 선교적 과제는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뿐만 아니라, '디지털 종족'을 연구하고 '가상 도시 선교'를 수행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적 틀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는 지난 50년간 선교를 이끌어온 핵심 개념들에 대한 근본적인 업데이트를 요구하는 도전이다.
결론: 복잡한 시대를 위한 선교의 재조정
본 보고서는 현대 선교의 지형을 형성하는 세 가지 핵심 패러다임—미전도 종족, 도시, 비즈니스 선교—을 다각적으로 분석했다. 분석 결과, 이 세 패러다임은 각각 고유한 역사적 배경과 전략적 유용성을 지니며, 21세기 교회의 선교적 과업을 이해하고 수행하는 데 필수적인 틀을 제공함을 확인했다.
그러나 동시에 본 보고서는 각 패러다임이 직면한 심각한 도전들을 조명했다. 미전도 종족 선교는 명확한 전략적 비전을 제시했지만, 실제 실행 과정에서 문화적, 조직적 한계에 부딪히며 '전략과 실행의 격차'를 드러냈다. 도시 선교는 전략적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도시라는 복잡한 환경이 기존 선교의 구조적 약점을 증폭시키는 '시험대' 역할을 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비즈니스 선교는 혁신적인 잠재력을 가졌지만, 극도로 높은 실패율과 윤리적 긴장 속에서 '실패를 학습하는 능력'이 운동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과제임을 분석했다. 그리고 이 모든 패러다임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기술적 전환 앞에서 '사람'과 '장소'라는 기본 개념 자체를 재정의해야 하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복잡한 시대를 항해하는 교회와 선교 공동체를 위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방향성을 제언하며 보고서를 맺는다.
전략적 통합의 심화: 세 패러다임을 별개의 사역으로 간주하는 것을 넘어, 현장의 필요에 따라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통합적 모델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적용해야 한다.
진정한 파트너십 구축: 지역 교회, 선교 단체, 현지 사역자, 그리고 BAM 기업가들이 서로의 전문성을 존중하며 수평적으로 협력하는 건강한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특히 선교 단체는 교회의 '하청업체'가 아닌, 동등한 '전략적 파트너'로서의 위상을 회복해야 한다.
실패를 포용하는 학습 문화 조성: 성공 사례 공유를 넘어, 실패의 원인을 솔직하게 분석하고 교훈을 공유하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이는 특히 높은 리스크를 동반하는 BAM과 프론티어 UPG 선교 영역에서 필수적이다.
신학적·실천적 민첩성 함양: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하나님의 선교에 동참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틀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신학적으로 성찰하며, 창의적인 방법론을 끊임없이 모색하는 민첩성이 요구된다.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선교적 지평을 탐구하는 노력이 그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결국, 21세기의 효과적인 선교는 하나의 정답이나 완벽한 전략에 달려 있지 않다. 그것은 오히려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겸손하게 배우고, 용기 있게 협력하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을 재조정해 나가는 신실한 순종의 여정에 달려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