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선교 단체 탐방
PCK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세계선교부)

PCK 총회세계선교부(The World Mission Department of the Presbyterian Church of Korea)는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총회에 소속된 공식 해외 선교 기구로서, 한국 교회의 세계 선교 역사에서 매우 중요하고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기관을 깊이 있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탄생의 배경이 된 교단의 역사적 결단, 그 결단을 뒷받침하는 핵심적인 선교 신학, 그리고 그 신학이 실제 사역 현장에서 구현되는 구체적인 방식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보아야 합니다. PCK의 선교는 단순히 선교사를 파송하는 행위를 넘어, 전 세계 교회와 더불어 하나님의 구원 사역에 동참하고자 하는 성숙한 신학적 고백의 실천입니다.
그 역사적 정체성의 뿌리는 1959년, 한국 장로교회가 신학적 노선의 차이로 인해 '통합'과 '합동'으로 분열되던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분열의 핵심 쟁점은 세계교회협의회(WCC) 가입 문제였습니다. 신학적 보수성과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WCC와의 교류를 반대한 합동 측과 달리, 통합 측은 신학적 차이가 존재하더라도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 된 전 세계 교회와의 연대와 협력, 즉 에큐메니컬(Ecumenical) 정신을 포기할 수 없다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이 역사적 결단은 PCK의 모든 선교 사역을 규정하는 가장 근본적인 DNA가 되었습니다. PCK의 선교는 시작부터 '우리만의' 선교가 아닌, 전 세계 교회라는 거대한 가족의 일원으로서 함께 걷는 '우리 모두의' 선교를 지향하게 된 것입니다. 이는 초기 한국 장로교 선교의 개척자였던 호러스 언더우드 선교사가 복음 전파와 함께 연희전문학교(연세대학교의 전신)를 세워 인재를 양성했던 것처럼, 사회와 역사 속에서 책임 있는 기독교의 역할을 감당하고자 하는 정신의 계승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 위에서 PCK 선교의 신학적 기둥 역할을 하는 것은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라는 개념입니다. 이는 선교의 주체가 교회가 아니라, 세상을 창조하시고 구원하시며 완성하시는 성부, 성자, 성령 삼위일체 하나님 자신이라는 신학적 고백입니다. 즉, 선교는 인간의 계획이나 교회의 프로그램이 아니라, 온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거대한 구원 활동에 교회가 부름받아 참여하는 것입니다. 이 신학은 PCK 선교사들에게 매우 중요한 자세를 가르칩니다. 선교사는 복음을 소유한 우월한 시혜자가 아니라, 자신이 가고자 하는 선교지에 이미 먼저 가셔서 일하고 계시는 하나님의 사역을 발견하고 그에 겸손히 동참하는 동역자라는 인식입니다. 이는 과거 제국주의 시대의 선교가 범했던 문화적 우월주의나 일방주의적 태도를 철저히 경계하고, 현지 문화와 현지 교회를 깊이 존중하는 태도로 이어집니다. 또한 '하나님의 선교'는 총체적 구원의 개념을 포함합니다. 하나님의 관심은 개인의 영혼 구원에만 머무르지 않고, 가난과 질병, 사회적 불의와 구조적 악, 그리고 파괴된 자연 환경 등 피조세계의 모든 영역을 회복시키는 데 있습니다. 따라서 PCK의 선교 사역은 복음 전도와 교회 개척, 그리고 교육, 의료, 개발, 환경, 평화, 인권 사역을 분리하지 않고, 이 모든 것이 하나님 나라를 이 땅에 이루어가는 통합적이고 총체적인 활동이라고 이해합니다.
이 '하나님의 선교' 신학이 실제 현장에서 구현되는 가장 핵심적인 전략이 바로 **'동반자 정신(Partnership)'**에 입각한 협력 선교입니다. PCK 선교의 제1원칙은 독자적으로 활동하기보다, 선교지에 이미 존재하는 현지 교단 및 기독교 기관과 공식적인 파트너십을 맺고 그들의 필요에 응답하는 방식으로 사역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PCK 선교사는 독립적인 개척자로 활동하기보다, 파트너 교단이 운영하는 신학교의 교수, 병원의 의료진, 위원회의 행정가, 지역 교회의 협력 목회자 등 파트너가 요청하는 역할 속으로 깊이 들어갑니다. 이는 선교의 목표가 '한국 교회의 세력 확장'이 아니라 **'현지 교회의 자립과 성장'**에 있음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현지 지도자들이 스스로 자신의 교회를 건강하게 세우고, 나아가 또 다른 곳으로 선교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시켜 주는 것이 선교사의 가장 중요한 임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PCK는 전 세계의 개혁교회 및 장로교회 연맹, 그리고 세계선교협의회(CWM)와 같은 국제적 에큐메니컬 기구들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선교 정보를 교환하고, 인력을 파송하며, 재정적 협력을 진행하는 등 글로벌 차원의 파트너십을 매우 중요하게 여깁니다.
이러한 선교 철학을 실현하기 위해 PCK 총회세계선교부는 교단 총회 산하의 '부서'로서 체계적으로 운영됩니다. 이는 전국 9,000여 교회로 구성된 교단 전체에 사역을 보고하고 신학적, 재정적 책임을 지는 구조임을 의미합니다. 선교사는 교단에 소속된 목회자나 성도 중에서 엄격한 심사 과정을 거쳐 선발되며, 파송 전 총회가 운영하는 선교훈련원에서 언어, 신학, 타문화 이해, 위기관리 등 전문적이고 심도 있는 교육을 받습니다. 선교사들의 활동은 현지 파트너 교회와의 협의를 통해 결정되며, 선교부는 이들의 사역과 생활, 자녀 교육, 건강 문제 등을 총괄적으로 지원하고 돌보는 멤버 케어 시스템을 운영하여 선교사들이 장기적으로 건강하게 사역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실제 사역 현장에서 PCK의 총체적 선교는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가장 중요한 사역 중 하나는 단연 신학 교육을 통한 현지 지도자 양성입니다.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 수많은 국가의 신학교에 교수 요원을 파송하여, 현지 목회자 후보생들이 자신들의 상황에 맞는 건강한 신학을 정립하고 미래의 교회를 이끌어 갈 수 있도록 돕습니다. 또한, 교육과 의료 사역은 PCK의 오랜 전통입니다. 문맹률이 높은 지역에 학교를 세워 다음 세대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고, 의료 시설이 부족한 곳에 병원과 진료소를 운영하며 그리스도의 치유하는 사랑을 실천합니다. 나아가 가난의 악순환을 끊기 위한 농업 개발, 식수 공급, 소득 증대 프로젝트 등 지역사회 개발 사역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합니다. 특히, 분쟁과 갈등이 있는 지역에서는 평화와 화해를 위한 사역을 전개하며, 최근에는 전 지구적 과제인 기후 위기 대응과 창조 세계 보전을 위한 환경 선교에도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 모든 사역은 서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총체적인 구원 계획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현지 사회의 전인적인 변화를 목표로 합니다.
결론적으로 PCK 총회세계선교부는 에큐메니컬 운동에 대한 역사적 결단을 바탕으로, '하나님의 선교'라는 깊이 있는 신학 위에 서서, 전 세계 파트너들과의 겸손한 동역을 통해 하나님 나라를 총체적으로 증거하는 성숙한 선교를 지향합니다. 그들의 사역은 단기적인 성과나 가시적인 결과에 연연하기보다, 사람을 키우고 현지 교회를 세우며 장기적인 안목으로 공동체의 변화를 일구어가는 묵묵하고 꾸준한 길을 걷습니다. 이는 한국 교회가 세계 교회 속에서 어떻게 책임 있는 일원으로 성장하고 섬겨야 하는지에 대한 하나의 분명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