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선교 단체 탐방
엘림선교회

엘림선교회는 '엘림(Elim)'이라는 이름에 담긴 성경적 비전을 바탕으로, 이 사회에서 가장 소외되고 연약한 이웃, 특히 노인과 장애인들을 위한 전문적인 사회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독교 정신의 사회복지선교회입니다. 이 단체의 핵심 정체성은 선교사를 해외로 파송하거나 직접적인 복음 전파 활동을 최우선으로 삼기보다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병들고 가난한 자들을 돌보셨던 것처럼, 전문적인 복지 시설과 의료 서비스를 통해 이웃의 실제적인 고통을 덜어주는 '섬김(Diakonia)' 그 자체를 선교적 사명으로 삼는다는 것에 있습니다. '엘림'은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에서 쓴 물을 마시고 고통스러워할 때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열두 샘물과 칠십 그루의 종려나무가 있는 안식처였습니다. 이처럼 엘림선교회는 인생의 광야에서 질병과 가난, 외로움으로 지친 영혼들이 찾아와 쉼과 회복을 얻는 '영적 오아시스'가 되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삼습니다.
엘림선교회의 역사는 대한민국이 산업화를 거치며 경제적으로는 풍요로워졌지만, 그 이면에서는 핵가족화와 함께 노인 부양 문제, 장애인 인권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과제로 떠오르던 1980년대에 그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당시 사회복지 시스템이 미비했던 시절, 의지할 곳 없는 노인들과 장애인들은 가정과 사회로부터 방치된 채 존엄성을 잃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아픔 속에서, 몇몇 기독교 지도자들과 성도들은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말씀과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실천해야 한다는 강한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이들은 단순히 구제 헌금을 보내는 것을 넘어, 이들을 위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돌봄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비전을 품었습니다. 이 거룩한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수년간의 헌신적인 기도와 준비를 거쳐, 마침내 1984년 10월에 사회복지법인 '엘림복지회'를 설립하고, 경기도 이천 지역에 대규모 복지 시설 건립을 시작했으며, 이것이 엘림선교회의 공식적인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엘림선교회 사역의 중심에는 **'엘림복지타운'이라는 물리적인 공간을 기반으로 한 통합적이고 전인적인 돌봄(Holistic Care)**이라는 분명한 철학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들은 노인과 장애인의 필요가 단순히 먹고 자는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의료, 재활, 정서적 안정, 그리고 영적인 돌봄에 이르기까지 복합적이라고 봅니다. 따라서 이들의 모든 사역은 한 공간 안에서 이러한 모든 필요를 원스톱(One-stop)으로 제공할 수 있는 **'복지 클러스터(Welfare Cluster)'**를 구축하고 운영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이를 위해 엘림선교회는 크게 노인복지, 장애인복지, 의료, 그리고 영적 돌봄이라는 네 가지 영역에서 전문적인 사역을 펼치고 있습니다.
첫 번째이자 가장 큰 규모의 사역은 노인복지 사역입니다. 엘림선교회는 치매, 중풍 등 노인성 질환으로 인해 스스로를 돌보기 어려운 어르신들을 위한 전문 **요양 시설(엘림노인요양원)**을 운영합니다. 이곳에서는 간호사, 요양보호사, 물리치료사 등 전문 인력들이 24시간 상주하며 어르신들에게 수준 높은 의료 및 요양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또한, 비교적 건강한 어르신들을 위한 양로시설과, 지역 사회의 어르신들이 낮 동안 찾아와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주간보호센터를 운영하는 등, 어르신들의 건강 상태와 필요에 맞는 다양한 형태의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여 이들이 존엄하고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돕습니다.
두 번째 핵심 사역은 장애인복지 사역입니다. 엘림선교회는 지적장애, 발달장애 등을 가진 성인 장애인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생활하며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장애인 거주 시설을 운영합니다. 이들은 단순히 보호하고 수용하는 것을 넘어, 각 개인의 능력과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재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일상생활 훈련, 사회 적응 훈련과 함께, 제과제빵, 원예, 공예 등 다양한 직업재활 훈련을 실시하여, 장애인들이 직접 생산 활동에 참여하고 소정의 소득을 얻으며 성취감과 자존감을 회복하도록 돕습니다. 이는 장애인들이 평생 의존적인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힘으로 사회에 기여하는 당당한 주체로 설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이 모든 사역을 뒷받침하는 의료 사역입니다. 엘림선교회는 복지타운 내에 엘림병원이라는 자체 병원을 설립하여, 입소한 어르신들과 장애인들에게 신속하고 전문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특히, 노인성 질환과 재활의학과에 특화된 진료를 통해, 이들의 건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응급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합니다. 또한, 병원은 지역 사회 주민들에게도 개방되어, 의료 접근성이 낮은 지역 주민들의 건강을 돌보는 지역 거점 병원의 역할을 함께 감당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사역의 바탕에는 영적 돌봄 사역이 흐르고 있습니다. 엘림선교회는 기독교 정신으로 설립된 기관으로서, 모든 입소자들과 직원들이 신앙 안에서 위로와 희망을 찾도록 돕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복지타운 내에는 아름다운 교회가 세워져 있으며, 원목들을 중심으로 매일 예배와 기도회가 열립니다. 거동이 불편한 이들을 위해서는 각 생활관을 직접 찾아가 예배를 인도하고, 임종을 앞둔 이들을 위해 기도하며 평안한 마지막을 맞이하도록 돕는 등 영적인 필요를 세심하게 돌봅니다. 이러한 영적 돌봄은 엘림선교회가 단순한 복지 시설을 넘어, 지친 영혼들이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참된 안식을 누리는 '영적 오아시스'임을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증거입니다.
이처럼 엘림선교회는 수십 년간 이 땅의 가장 연약한 이웃들을 위한 거대한 방주 역할을 감당해왔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사역 앞에는 여러 가지 무거운 과제들이 놓여 있습니다. 첫째는 막대한 운영비 조달의 어려움입니다. 대규모 복지 및 의료 시설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데에는 정부 보조금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막대한 재정이 필요하기에, 안정적인 후원 기반을 확대하는 것이 이들의 가장 큰 숙제입니다. 둘째는 전문 인력 확보와 유지입니다. 노인과 장애인을 돌보는 일은 극도의 헌신과 전문성을 요구하는 고된 노동이기에, 사명감을 가진 간병인, 간호사, 사회복지사들을 구하고, 이들이 소진되지 않고 오랫동안 함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시설의 노후화와 시대 변화에 따른 새로운 복지 수요에 대한 대응입니다. 설립된 지 오래된 건물들을 현대화하고, 치매 전문 병동이나 발달장애인 평생 교육 센터와 같이 새롭게 요구되는 전문 서비스를 확충해나가야 하는 장기적인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엘림선교회는 말보다 행동으로, 이론보다 실천으로 그리스도의 사랑을 증명해 온 살아있는 공동체입니다. 이들은 세상이 외면하고 가족마저 포기한 이들의 마지막 손을 잡아주고, 그들이 인생의 마지막 길을 존엄하고 평안하게 걸어갈 수 있도록 묵묵히 곁을 지켜왔습니다. 엘림선교회의 존재와 헌신은, 교회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가장 구체적이고도 감동적으로 보여주는 이 시대의 진정한 '엘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