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선교 단체 탐방
세계전문인선교회 (WPM)

세계전문인선교회(WPM, World Professional Mission)는 자신의 직업적 전문성을 가지고 전 세계, 특히 복음이 들어가기 어려운 창의적 접근 지역으로 나아가는 평신도 전문인들을 동원, 훈련, 파송하는 일에 집중하는 초교파 전문인 선교 단체입니다. WPM의 핵심 정체성은 21세기 선교의 주력군이 전통적인 목회자 선교사뿐만 아니라, 의사, 교수, 사업가, 엔지니어, 예술가 등 각계각층의 평신도 전문가들이 되어야 한다는 확신에 있습니다. 따라서 WPM은 이들 평신도 전문인들이 각자의 직업 현장을 '선교지'로 삼아, 삶과 직업의 탁월함과 정직성을 통해 그리스도를 증거하고 하나님 나라를 확장해 나가는 **'일터 사역(Workplace Ministry)'**과 **'비즈니스 선교(BAM, Business as Mission)'**를 구현하도록 돕는 전략적 플랫폼이자 전문적인 지원 시스템의 역할을 감당합니다.
WPM의 역사는 한국 교회의 선교적 역량이 성숙해지면서, 선교 전략의 다변화와 전문화가 요구되던 1990년대 중반에 그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당시 전통적인 선교사 비자 발급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이슬람권, 힌두권, 공산권 국가들이 늘어나면서, 새로운 선교적 돌파구의 필요성이 절실해졌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도전 속에서, 교사, 의사, 사업가 등의 합법적인 직업 신분을 가지고 해당 국가에 들어가 자연스럽게 복음을 전하는 '전문인 선교'가 가장 효과적인 대안으로 떠올랐습니다. 이 가능성에 주목한 몇몇 선교 지도자들과 평신도 전문인들은, 열정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전문인 선교의 특수성을 인식하고, 이들을 체계적으로 훈련하고 파송하며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전문 기관의 필요성을 절감했습니다. 이 비전을 바탕으로, 수년간의 기도와 준비를 거쳐 마침내 1995년 9월에 세계전문인선교회(WPM)가 공식적으로 창립되었습니다. 창립 초기부터 WPM은 '모든 족속으로 제자를 삼으라'는 지상대위임명령을 21세기의 상황 속에서 어떻게 창의적으로 순종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평신도 전문인'에게서 찾았고, 이들을 발굴하고 세우는 일에 모든 역량을 집중했습니다.
WPM 사역의 중심에는 '이중 직업(Dual Calling)'을 가진 선교사를 세운다는 분명한 철학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WPM의 선교사들은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최고의 실력을 갖춘 '전문가'임과 동시에, 복음 전파의 사명을 가진 '선교사'라는 두 가지 소명을 동시에 감당해야 합니다. 이들의 모든 사역은 이 두 가지 정체성이 균형과 조화를 이루도록 돕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이를 위해 WPM은 크게 동원, 훈련, 파송 및 현장 지원이라는 세 단계의 체계적인 사역을 펼칩니다.
첫 번째 단계는 동원(Mobilization) 및 비전 공유입니다. WPM은 전국의 교회, 대학, 그리고 각 직능별 기독인 모임을 찾아다니며 '전문인 선교'의 비전을 나누고 헌신자들을 발굴합니다. 이들은 "당신이 가진 직업이 바로 당신의 선교지이며, 당신의 전문성이 가장 강력한 선교의 도구입니다"라고 도전하며, 평범한 직장 생활에 매몰되어 있던 기독 전문인들의 가슴에 선교적 불을 지핍니다. 이를 통해 수많은 평신도들이 자신의 삶과 직업을 하나님의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선교사로서의 삶을 구체적으로 꿈꾸게 됩니다.
두 번째 단계이자 WPM 사역의 핵심은 **전문적인 훈련(Training)**입니다. WPM은 선교사 후보생들을 대상으로 약 1년간의 강도 높은 합숙 훈련을 포함한 체계적인 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이 훈련 과정은 일반적인 선교 훈련이 다루는 성경적 선교신학, 타문화 이해, 언어 습득, 영성 형성 등과 더불어, 전문인 선교에 특화된 과목들을 깊이 있게 다룹니다. 예를 들어, '신학과 일의 통합' 과목을 통해 자신의 직업이 갖는 성경적 의미를 재정립하고, '비즈니스 선교(BAM) 전략' 과목을 통해 선교지에서 어떻게 사업을 계획하고 운영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배웁니다. 또한, **'창의적 접근 지역에서의 상황화 전략'**을 통해, 복음을 직접적으로 전하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 어떻게 지혜롭게 관계를 맺고 삶으로 복음을 증거할 것인지를 훈련받습니다. 이 모든 과정은 후보생들이 '선교를 위한 직업'이 아니라 '직업을 통한 선교'를 수행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전문인 선교사로 준비되도록 돕습니다.
세 번째 단계는 **파송(Sending) 및 현장 지원(Field Support)**입니다. 훈련을 마친 선교사들은 각자의 전문성과 비전에 따라 세계 각지로 파송됩니다. WPM은 선교사의 전문 기술을 가장 필요로 하는 지역과 사역을 전략적으로 연결하는 '매칭' 역할을 합니다. 교사가 필요한 곳에는 교사 선교사를, 의료인이 필요한 곳에는 의료인 선교사를, 그리고 비즈니스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곳에는 비즈니스 선교사를 파송합니다. 파송 이후에도 WPM의 지원은 계속됩니다. 본부에서는 선교사들의 기도와 재정 후원을 연결해주고, 행정적인 지원을 제공합니다. 또한, 정기적으로 현장을 방문하거나 온라인을 통해 선교사들이 겪는 어려움을 상담하고 격려하는 **'멤버 케어'**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특히, 직업과 사역이라는 이중의 스트레스를 감당해야 하는 전문인 선교사들의 독특한 어려움에 공감하며, 이들이 영적, 정신적으로 소진되지 않도록 돕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이처럼 WPM은 평신도 전문인 선교의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귀한 사역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사역 앞에는 여러 가지 어려운 과제들이 놓여 있습니다. 첫째는 '이중 직업'이 주는 극심한 부담감입니다. 선교사들은 치열한 비즈니스 현장이나 직장에서 전문가로서의 탁월함을 증명해야 하는 동시에, 남는 시간을 쪼개어 복음 전파와 제자 양육이라는 선교사 본연의 사역을 감당해야 합니다. 이 두 가지 역할 사이의 균형을 잡지 못하면 극심한 스트레스와 소진에 빠질 위험이 큽니다. 둘째는 사역의 성과를 측정하고 평가하는 것의 어려움입니다. 전문인 선교는 오랜 시간에 걸쳐 관계를 맺고 삶으로 보여주는 사역이기에, 단기간에 눈에 띄는 회심자의 숫자나 개척된 교회의 수로 성과를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사역의 특성을 후원 교회와 성도들에게 잘 설명하고 지속적인 지지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한 과제입니다. 마지막으로, 높은 수준의 전문성과 영적 성숙, 그리고 헌신을 겸비한 준비된 전문인 선교 자원을 발굴하는 것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안정된 경력을 포기하고 낯선 땅으로 떠나는 결단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세계전문인선교회(WPM)는 21세기 글로벌 시대에 맞는 가장 창의적이고 전략적인 선교의 길을 개척하고 있는 단체입니다. 이들은 평범한 기독교 직장인들의 삶에 거룩한 목적을 불어넣고, 세상의 모든 일터를 하나님 나라가 임하는 선교의 현장으로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WPM의 헌신적인 사역은, 선교가 더 이상 소수의 특별한 사역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인이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자신의 재능과 직업을 통해 동참해야 할 우리 모두의 사명임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