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선교 단체 탐방
서울의료선교회

서울의료선교회는 서울 및 수도권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기독 의료 전문인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국내외 의료 소외 계층에게 전문적인 의료 서비스와 함께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초교파 의료 선교 단체입니다. 이 단체의 핵심 정체성은 대형 병원의 안락한 진료실을 벗어나, 도움이 가장 절실하지만 의료 시스템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웃들을 **'직접 찾아가는 섬김'**에 있습니다. 서울의료선교회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병든 자를 고치시고 위로하셨던 '위대한 의사(The Great Physician)'의 사역을 본받아, 육체의 질병 치료를 넘어 마음의 상처를 보듬고 영적인 필요를 채워주는 **'전인적 치유(Holistic Healing)'**를 실천하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삼습니다. 이들은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자신의 시간과 재능, 재물을 기꺼이 내어놓는 기독 의료인들의 헌신적인 자원봉사를 통해 운영되는 살아있는 사랑의 공동체입니다.
서울의료선교회의 역사는 대한민국이 경제적 성장을 거듭하던 1980년대와 90년대, 그 화려한 성장의 그늘 아래 소외된 이웃들의 아픔이 깊어지던 시기에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 안에는 공단 지역에서 열악한 환경 속에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 쪽방촌에 거주하는 도시 빈민들, 그리고 가족 없이 홀로 병마와 싸우는 독거노인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건강보험이 없거나, 병원에 갈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없어 아파도 치료받지 못하는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습니다. 이러한 안타까운 현실을 목격한 몇몇 기독 의사들은, 자신들이 가진 의술이 개인의 부와 명예를 위한 도구가 아니라 하나님이 주신 거룩한 소명이며, 이웃을 섬기기 위한 달란트라는 것을 깊이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들은 "내가 옥에 갇혔을 때, 병들었을 때 돌아보았느냐"고 물으시는 주님의 음성에 응답하여, 주말이나 저녁 시간을 이용해 작은 진료 가방을 들고 소외된 이웃들을 찾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이 작은 헌신의 움직임이 점차 알려지면서 뜻을 같이하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약사, 간호사들이 모여들었고, 보다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사역을 위한 조직의 필요성이 대두되었습니다. 오랜 기도와 준비 끝에, 마침내 1991년에 서울의료선교회가 공식적으로 창립되었습니다.
서울의료선교회 사역의 중심에는 **'현장 중심의 실제적인 섬김'**이라는 분명하고도 일관된 철학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들의 모든 활동은 이론이나 구호에 머무르지 않고, 환자가 있는 곳으로 직접 찾아가 그들의 아픔에 동참하고 실제적인 도움을 주는 것을 기본 원리로 삼습니다. 이를 위해 서울의료선교회는 크게 국내 정기 의료봉사와 해외 단기 의료선교라는 두 가지 핵심적인 사역을 펼치고 있습니다.
첫 번째이자 가장 꾸준하게 이어져 온 사역은 국내 정기 의료봉사입니다. 이는 서울의료선교회의 심장과도 같은 사역으로, 거의 매주 주말마다 쉼 없이 이루어집니다. 이들은 주로 외국인 근로자 밀집 지역과 도시 빈민 지역에 위치한 작은 교회나 커뮤니티 센터와 협력하여 정기적인 무료 진료소를 운영합니다. 주일 오후가 되면, 각자의 병원에서 진료를 마친 수십 명의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들이 약속된 장소로 모여듭니다. 내과, 치과, 한의과, 정형외과, 피부과 등 다양한 진료과목의 전문의들이 각자의 진료 공간을 만들고, 약사들은 임시 약국을, 간호사들은 예진과 혈압, 혈당 체크를 담당하며, 일반 자원봉사자들은 접수와 안내를 맡아 순식간에 작은 종합병원을 만듭니다. 진료소를 찾은 외국인 근로자들과 주민들은 언어의 장벽이나 경제적 부담 없이 전문적인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사역은 진료와 투약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진료를 마친 환자들을 위해 별도의 공간에서 상담팀이 이들의 신앙적, 개인적 고민을 들어주고 함께 기도해주는 **'영적 처방'**의 시간을 갖습니다. 이는 육체의 질병이 마음의 고통과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이해하고, 한 영혼을 전인격적으로 돌보고자 하는 서울의료선교회의 핵심적인 사역 철학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정기적인 봉사는 지역 사회의 건강을 지키는 안전망 역할을 함과 동시에, 협력 교회가 지역 사회를 섬기고 신뢰를 얻는 중요한 전도의 문을 열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두 번째 핵심 사역은 해외 단기 의료선교입니다. 서울의료선교회는 국내 사역의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1년에 한두 차례 여름휴가나 명절 연휴 기간을 이용해 의료 환경이 극도로 열악한 해외 선교지를 찾아갑니다. 주로 동남아시아나 중앙아시아 등 한국인 장기 선교사가 사역하고 있는 지역과 협력하여, 그 지역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의료 서비스를 집중적으로 제공합니다. 수십 명에서 많게는 백여 명에 이르는 대규모 의료팀을 구성하여, 며칠 동안 수천 명의 환자를 진료하기도 합니다. 단순한 내과 진료를 넘어, 현지에서는 받기 어려운 치과 치료, 간단한 외과 수술, 물리 치료 등을 시행하며, 주민들을 대상으로 기생충 예방, 위생 교육 등 공중 보건 활동도 함께 펼칩니다. 비록 짧은 기간의 사역이지만, 이는 현지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과 함께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는 강렬한 경험을 제공하며, 장기적으로는 현지 선교사의 사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복음의 문을 여는 중요한 계기가 됩니다. 또한, 이 단기 선교에 참여하는 젊은 의료인들과 의대생들에게는 선교에 대한 비전을 심어주고, 자신의 달란트를 어떻게 하나님 나라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지를 깨닫게 하는 중요한 헌신의 훈련장이 됩니다.
이처럼 서울의료선교회는 기독 의료인들의 자발적인 헌신을 통해 '찾아가는 병원'의 역할을 묵묵히 감당해왔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사역 앞에는 여러 가지 현실적인 과제들이 놓여 있습니다. 첫째는 자원봉사 인력의 지속성과 번아웃 문제입니다. 주 6일의 고된 진료를 마치고 주말까지 반납하며 봉사하는 의료인들의 헌신은 존경스럽지만, 이러한 열정이 소진되지 않도록 이들을 격려하고, 새로운 젊은 의료인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둘째는 재정 및 의약품의 안정적인 확보입니다. 무료 진료에 필요한 막대한 양의 의약품과 의료 장비는 대부분 회원들의 회비와 소수의 후원금, 그리고 제약회사의 기부에 의존하기에, 사역의 안정성과 확대를 위한 재정 기반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입니다. 마지막으로, 단기 진료의 한계 극복 문제입니다. 고혈압, 당뇨와 같은 만성 질환의 경우, 꾸준한 관리가 필수적이지만 정기 진료소의 특성상 근본적인 치료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지역 보건소나 공공 의료 시스템과 연계하여 환자들이 지속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등, 사역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고민이 요구됩니다.
결론적으로, 서울의료선교회는 이 시대의 '선한 사마리아인'의 모습을 가장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공동체입니다. 이들은 강도 만난 자처럼 길가에 쓰러져 있는 아픈 이웃을 외면하지 않고, 기꺼이 자신의 시간과 재능을 나누어 상처를 싸매주고 돌보았습니다. 이들의 흰 가운은 단순한 의사의 상징을 넘어, 세상의 아픔을 짊어지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희생을 대변하는 거룩한 제복입니다. 서울의료선교회의 묵묵한 헌신은, 복음이 말로만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삶의 가장 구체적인 필요에 응답하는 사랑의 실천을 통해 가장 강력하게 증거된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