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선교 단체 탐방
북방선교회

북방선교회는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영적 북방 지역, 즉 중국, 러시아(연해주 및 시베리아), 몽골, 중앙아시아,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북한을 복음화하는 것을 유일한 목표로 삼는 매우 특수하고 전략적인 초교파 선교 단체입니다. 이 단체의 핵심 정체성은 '북방(北方)'이라는 지리적 개념을 단순한 방향이 아니라, 수십 년간 공산주의 이념의 장벽에 갇혀 있었고, 한민족의 디아스포라가 흩어져 살고 있으며, 기독교 복음화율이 현저히 낮은 전략적 선교지로 바라본다는 점에 있습니다. 따라서 북방선교회는 이 험난하고 닫힌 땅을 향해 나아가는 개척자이자, 흩어진 한민족 디아스포라를 복음으로 회복시켜 현지 선교의 교두보로 삼는 '디아스포라 선교'의 전문가로서의 역할을 감당합니다.
북방선교회의 역사는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초, 냉전이라는 거대한 얼음벽이 무너져 내리던 역사적인 전환기에 그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의 붕괴와 1991년 소련의 해체, 그리고 1992년 한중 수교는 지난 반세기 동안 굳게 닫혀 있던 북방 지역의 문을 활짝 열어젖힌 사건이었습니다. 한국 교회는 이 역사적인 변화를 '하나님이 주신 선교의 황금어장'이자 '마케도니아의 환상'과 같은 시급한 부르심으로 받아들였습니다. 특히, 중국 동북 3성에 거주하는 약 200만 명의 조선족과, 스탈린에 의해 중앙아시아와 연해주로 강제 이주되었던 수십만 명의 고려인 동포들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이들을 통해 북방 지역을 복음화해야 한다는 강한 사명감이 불일듯 일어났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부르심에 응답하여, 북방 선교에 대한 비전을 품은 목회자와 평신도들이 뜻을 모아 기도하며 준비했고, 마침내 1993년에 북방선교회가 공식적으로 창립되었습니다. 창립 초기부터 이 단체는 정치적으로 민감하고 선교 활동이 쉽지 않은 북방 지역의 특성을 고려하여, 대규모의 공개적인 활동보다는 소수의 전문 사역자들을 통해 조용하지만 깊이 있게 뿌리내리는 선교 전략을 추구했습니다.
북방선교회 사역의 중심에는 **'디아스포라를 통한 현지인 선교'**라는 분명하고도 독창적인 전략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들은 한국인 선교사가 직접 모든 것을 주도하는 방식의 한계를 분명히 인식하고, 현지 언어와 문화에 이미 익숙한 한민족 디아스포라(조선족, 고려인)를 먼저 복음으로 양육하여, 이들이 자신의 이웃인 한족, 러시아인, 그리고 여러 소수민족에게 복음을 전하는 '현지인 선교사'가 되도록 돕는 것을 가장 효과적인 전략으로 삼습니다. 이를 위해 북방선교회는 크게 디아스포라 사역, 현지인 지도자 양성, 그리고 북한 사역이라는 세 가지 영역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된 활동을 펼칩니다.
첫 번째이자 가장 근간이 되는 사역은 디아스포라 사역입니다. 북방선교회는 중국 동북 3성의 조선족 사회와 러시아 연해주 및 중앙아시아의 고려인 사회에 선교사들을 파송하여, 이들을 대상으로 교회 개척과 제자 훈련 사역을 펼칩니다. 이 과정은 단순히 신자의 수를 늘리는 것을 넘어, 공산주의 체제 하에서 잃어버렸던 민족적, 신앙적 정체성을 회복시키는 과정입니다. 선교사들은 이들의 아픈 역사를 위로하고, 한글 교육과 문화 활동을 통해 민족의 자긍심을 심어주며, 복음 안에서 진정한 정체성을 찾도록 돕습니다. 이렇게 신앙으로 굳건히 세워진 디아스포라 성도들은 자연스럽게 주변의 다수 민족(한족, 러시아인 등)과 소통하며 복음을 전하는 가장 강력한 선교의 통로가 됩니다.
두 번째 핵심 사역은 현지인 지도자 양성입니다. 선교의 최종 목표는 선교사가 없어도 현지 교회가 스스로 성장하고 재생산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북방선교회는 디아스포라와 현지인 중에서 리더십 자질이 있는 이들을 발굴하여 집중적으로 신학 교육과 리더십 훈련을 실시합니다. 공식적인 신학교를 세우기 어려운 정치적 환경을 고려하여, 소그룹 형태의 '성경대학'이나 '제자훈련원', 그리고 '신학 집중 세미나'와 같은 다양한 형태의 비공식적인 신학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이를 통해 훈련된 현지인 지도자들은 각자의 마을과 도시로 돌아가 가정교회를 개척하고, 또 다른 지도자를 세워나가는 자생적인 복음 확산의 주역이 됩니다.
세 번째는 이 모든 사역의 궁극적인 지향점이라 할 수 있는 북한 사역입니다. 북방선교회는 중국과의 긴 국경을 맞대고 있는 지리적 이점을 활용하여, 북한을 향한 다양한 간접 선교를 수행합니다. 중국 내 조선족 교회와 성도들은 언어와 문화가 동일한 북한 사람들을 만났을 때 가장 효과적으로 복음을 전할 수 있는 최고의 선교사입니다. 북방선교회는 이들 조선족 사역자들을 훈련시켜 북중 국경 지역에서의 무역 활동이나 인도적 지원 활동을 통해 북한 주민들과 접촉하고 복음을 전하도록 돕습니다. 또한, 북한을 탈출하여 중국을 떠도는 탈북민들을 구출하고 보호하며, 이들을 신앙으로 양육하여 미래 통일 시대의 복음 전도자로 준비시키는 사역도 감당합니다. 이처럼 북방선교회에게 중국 동북 3성은 그 자체가 중요한 선교지이자, 동시에 북한 선교를 위한 가장 중요한 전략적 배후 기지인 셈입니다.
이처럼 북방선교회는 매우 특수하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 지혜로운 전략을 통해 사역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사역 앞에는 여러 가지 험난한 과제들이 놓여 있습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선교지의 정치적 불안정성과 종교 탄압입니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 정부의 종교 정책이 갈수록 강화되면서 선교사들의 활동이 크게 위축되고 있으며, 추방이나 구금의 위험이 항상 존재합니다. 이로 인해 사역의 모든 과정을 철저한 보안 속에서 진행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둘째는 디아스포라의 정체성 변화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조선족과 고려인 다음 세대들은 민족적 정체성보다 현지 사회에 동화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어, 이들에게 한민족이라는 유대감을 바탕으로 접근하는 전통적인 방식의 한계에 부딪히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위험하고 척박한 환경의 북방 지역으로 헌신할 차세대 선교 자원을 발굴하고 훈련하는 것 역시 이들이 마주한 중요한 과제입니다.
결론적으로, 북방선교회는 닫힌 문을 향해 끊임없이 두드리는 믿음의 개척자들입니다. 이들은 냉전의 상처와 이산의 아픔이 서려 있는 북방 땅을 포기하지 않고, 흩어진 디아스포라를 복음의 군사로 일으켜 세워 그 땅을 회복시키려는 하나님의 큰 그림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비록 그들의 사역은 세상에 잘 드러나지 않고 많은 위험이 따르지만, 꽁꽁 얼어붙은 북방의 땅에 복음의 씨앗을 심고 싹을 틔우는 이들의 묵묵한 헌신은 언젠가 그 땅에 푸르고 푸른 그리스도의 계절이 오게 하는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