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선교 단체 탐방
농어촌선교회

농어촌선교회는 대한민국의 산업화와 도시화 과정에서 소외되고 쇠퇴해가는 농어촌 지역의 교회를 지키고, 그곳의 주민들을 복음으로 섬기는 사역을 총칭하는 이름이자, 이를 위해 각 교단이나 연합 기관들이 설립한 기구들을 가리키는 명칭입니다. 특정 단일 조직을 지칭하기보다는, 한국 교회가 생명의 땅이자 신앙의 모판이었던 농어촌의 위기에 응답하기 위해 벌여온 신앙 운동 전체를 상징하는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농어촌선교회의 핵심 정체성은 도시의 대형 교회와는 정반대의 길, 즉 '낮아짐'과 '섬김'의 길을 걷는다는 데 있습니다. 이들은 성도 수가 줄고 재정이 열악해 문 닫을 위기에 처한 작은 시골 교회의 마지막 버팀목이 되어주고, 노인들만 남은 마을의 아들과 딸이 되어주며, 생명의 가치를 잃어버린 농촌 사회에 복음이 주는 희망과 회복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을 그들의 사명으로 삼습니다.
농어촌선교회의 역사는 대한민국의 근대화 역사와 그 궤를 같이합니다. 1960년대부터 본격화된 산업화 정책은 '이촌향도(離村向都)' 현상을 낳았고,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대도시로 물밀 듯이 빠져나가면서 농어촌은 급격한 인구 감소와 고령화에 직면했습니다. 한때 지역 사회의 중심이었던 농어촌 교회들 역시 이 거대한 흐름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주일학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기고, 교회당의 의자는 하나둘씩 비어갔으며, 헌금이 줄어 목회자의 생계조차 막막한 **'미자립교회'**가 속출했습니다. 이러한 위기 상황 속에서, 일부 선각자적인 목회자들과 평신도들은 "이대로 농어촌 교회가 무너지게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는 절박한 문제의식을 갖게 되었습니다. 농어촌 교회가 무너지는 것은 단순히 건물 하나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한국 교회의 뿌리이자 영적 고향이 소멸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공감대 속에서 1970년대와 80년대에 걸쳐 각 교단(예장통합, 기감 등) 내에 '농촌선교부' 또는 '농어촌선교회'와 같은 이름의 위원회나 부서들이 공식적으로 조직되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제도화된 농어촌 선교의 시작이었습니다. 창립 초기, 이들의 사역은 주로 도시 교회가 농촌의 미자립교회에 재정을 지원하고, 신학생들이 방학을 이용해 농촌 봉사활동을 펼치는 등의 '지원' 중심의 활동이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농어촌 선교의 패러다임은 큰 변화를 겪게 됩니다. 단순히 도시 교회가 농촌 교회를 돕는 수직적인 관계를 넘어, 농어촌이 가진 고유한 생명과 영성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그곳에서 새로운 선교의 모델을 창출해야 한다는 자각이 일어난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오늘날 농어촌선교회의 사역은 크게 세 가지 영역으로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미자립교회 지원과 목회자 돌봄 사역입니다. 이는 농어촌 선교의 가장 기본적이고도 시급한 사역입니다. 농어촌선교회는 도시 교회나 뜻있는 후원자들과 재정적으로 어려운 농어촌 교회를 연결하여, 목회자의 생활비와 교회 운영비를 지원하는 '자매결연' 사업을 추진합니다. 또한, 낡고 허름한 예배당이나 사택을 수리하고 보수해주는 사역을 펼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목회자들을 영적, 정서적으로 돌보는 일입니다. 고립된 환경과 사역의 열매가 보이지 않는 현실 속에서 영적 탈진을 겪기 쉬운 농어촌 목회자 부부를 위해 정기적인 수련회와 세미나를 개최하여 재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서로의 아픔을 나누고 격려하며 목회의 동력을 회복하도록 돕습니다.
두 번째 핵심 사역은 지역 사회를 섬기는 복지 및 문화 사역입니다. 오늘날 농어촌 선교는 교회 담장 안에서의 종교 활동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교회가 지역 사회의 실질적인 필요를 채우는 '마을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비전 아래, 다양한 복지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홀로 계신 어르신들을 위해 반찬을 만들어 배달하거나,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안부를 묻고 말벗이 되어드립니다. 거동이 불편한 분들을 위해 병원 동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역 아동들을 위한 방과 후 공부방이나 작은 도서관을 운영하여 교육 및 문화적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러한 사역은 교회가 지역 사회의 신뢰를 얻고, 자연스럽게 복음의 문을 여는 가장 효과적인 통로가 됩니다.
세 번째는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창조적 선교입니다. 인구 소멸의 위기 앞에서, 더 이상 전통적인 목회 방식만으로는 농어촌 교회가 생존할 수 없다는 인식하에, 새로운 형태의 선교 모델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일부 목회자들은 직접 농사를 지으며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는 **'생명 농업 목회'**를 시도합니다. 이들은 친환경 농법으로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고, 도시 교회와의 직거래를 통해 농가 소득 증대에 기여하며, 농업 노동 그 자체를 하나님의 창조 세계를 돌보는 거룩한 행위로 승화시킵니다. 또 다른 이들은 지역의 폐교나 빈집을 활용하여 문화 카페, 게스트하우스, 대안 학교 등을 운영하며, 귀농귀촌을 꿈꾸는 도시인들이나 지친 영혼들이 찾아와 쉴 수 있는 **'생태 문화 목회'**의 거점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는 교회가 지역 사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도시와 농촌이 상생하는 다리가 되는 창조적인 선교 모델입니다.
이처럼 농어촌선교회는 시대의 아픔에 응답하며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해왔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사역 앞에는 여전히 무거운 과제들이 놓여 있습니다. 농어촌 지역의 인구 소멸이라는 거대한 구조적 위기는 개별 교회의 노력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또한, 농촌 목회에 대한 깊은 이해와 헌신을 가진 후임 사역자를 구하는 것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도시 교인들의 농어촌에 대한 무관심과 이해 부족을 극복하고, 농어촌 선교가 일부의 특별한 사역이 아니라 한국 교회 전체가 함께 짊어져야 할 공동의 책임이라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것 역시 중요한 과제입니다.
결론적으로, 농어촌선교회는 한국 교회의 뿌리인 농어촌 교회를 지키기 위해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헌신하는 파수꾼들의 모임입니다. 이들은 모두가 떠나가는 땅에 남아, 마지막 한 사람이 남을 때까지 교회의 등불을 끄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십자가의 길을 묵묵히 걷고 있습니다. 이들의 존재와 사역은 '성공'과 '성장'만을 추구하는 이 시대의 교회에 '생명'과 '섬김'이라는 가장 본질적인 가치를 다시금 일깨워주는 소중한 울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