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선교 단체 탐방
네비게이토선교회

네비게이토선교회(The Navigators)는 **'각 사람을 그리스도 안에서 완전한 자로 세우는 것'**을 최고의 목표로 삼고, 개인적인 일대일 제자양육과 영적 재생산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국제적이고 초교파적인 선교 단체입니다. 네비게이토의 핵심 정체성은 대규모 집회나 이벤트를 통한 대중 전도보다는, 한 사람 한 사람을 깊이 있게 만나 성경 말씀을 삶에 적용하도록 돕고, 그 사람이 또 다른 사람을 제자 삼는 **'영적 배가(Spiritual Multiplication)'**의 원리를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는 데 있습니다. '네비게이토(Navigator)', 즉 '항해사'라는 이름처럼, 이들은 사람들이 성경이라는 인생의 지도를 바르게 읽고, 예수 그리스도라는 목적지를 향해 흔들림 없이 항해할 수 있도록 돕는 영적 길잡이의 역할을 감당합니다.
네비게이토선교회의 역사는 1930년대 미국, 대공황의 여파로 사회가 불안정하던 시기에 한 평범한 청년이었던 **도슨 트로트맨(Dawson Trotman)**의 헌신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청소년 시절 방황을 거듭하던 그는 회심 이후 말씀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갖게 되었고, 특히 디모데후서 2장 2절의 "또 네가 많은 증인 앞에서 내게 들은 바를 충성된 사람들에게 부탁하라 그들이 또 다른 사람들을 가르칠 수 있으리라"는 말씀에 깊이 사로잡혔습니다. 그는 이 말씀이야말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하나님의 전략이라고 확신했습니다. 이 비전을 품은 그는 1933년, 미 해군 함정 USS 웨스트버지니아호의 수병이었던 레스 스펜서(Les Spencer)라는 젊은이를 만나 일대일로 성경을 가르치고 암송하며 제자로 양육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에게 자신과 똑같이 다른 수병을 제자 삼으라고 도전했습니다. 이 작은 움직임은 놀라운 결과를 낳았습니다.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함정 내에 125명의 수병들이 제자양육의 관계로 엮이게 되었고, 이들은 항해하는 배 안에서 서로를 돕는다는 의미로 스스로를 '네비게이토'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이 영적 재생산 운동은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전 세계로 파송되는 미군들을 통해 급속도로 확산되었고, 마침내 1943년에 '네비게이토선교회'라는 이름으로 공식적인 단체가 창립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1960년대부터 미군을 통해 소개되기 시작하여, 1970년대 초반부터 한국인 사역자들이 세워지면서 본격적인 사역이 시작되었습니다.
네비게이토 사역의 중심에는 **'말씀 중심의 관계적 제자도'**라는 분명하고도 일관된 철학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들의 모든 사역은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과 인격적인 관계를 맺고, 삶을 나누며, 성경 말씀을 중심으로 함께 성장하는 것을 기본 원리로 삼습니다. 이를 위해 네비게이토는 몇 가지 핵심적인 사역 방법론을 체계적으로 활용합니다.
첫 번째이자 가장 근간이 되는 사역은 **'일대일 제자양육'**입니다. 이는 네비게이토 사역의 알파이자 오메가입니다. 영적으로 더 성숙한 사람이 이제 막 신앙을 시작했거나 성장을 갈망하는 사람과 정기적으로 만나, 함께 성경을 공부하고, 삶의 고민과 기도제목을 나누며, 말씀대로 살아갈 수 있도록 격려하고 도전하는 관계입니다. 이 과정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성경공부를 넘어, 삶의 모범을 통해 신앙이 인격적으로 전수되는 전인격적인 멘토링의 형태를 띱니다. 네비게이토는 이 일대일 관계를 통해 한 영혼이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에 이르기까지 깊이 있게 세워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
두 번째 핵심 사역은 **'말씀 암송과 묵상'**입니다. 창립자 도슨 트로트맨은 "네 마음속에 말씀을 채우지 않으면, 세상이 네 마음을 쓰레기로 채울 것이다"라고 말하며 말씀 암송을 평생 강조했습니다. 네비게이토는 그리스도인의 삶이 세상의 가치관에 흔들리지 않고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하나님의 말씀이 머리에 지식으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마음 판에 새겨져 삶의 모든 순간에 나침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이를 위해 주제별로 성경 구절을 묶어 체계적으로 암송하고 묵상하도록 돕는 다양한 자료(TMS, Topical Memory System 등)를 개발하여 활용합니다.
세 번째는 **'소그룹 성경공부(Bible Study)'**입니다. 일대일 양육을 통해 성장한 개인들은 3~5명 정도의 소그룹에 속하여 함께 성경을 깊이 있게 연구하고 토론하며 서로의 삶에 적용합니다. 네비게이토의 성경공부는 귀납적 방식을 사용하여, 학습자들이 스스로 본문을 관찰하고 해석하며, 자신의 삶에 구체적으로 적용할 점을 찾아내도록 이끄는 것을 특징으로 합니다. 이는 수동적으로 설교를 듣는 것을 넘어, 능동적으로 말씀과 씨름하며 살아있는 진리를 발견하도록 돕는 훈련입니다.
이러한 핵심 방법론을 바탕으로, 네비게이토는 대학 캠퍼스, 군부대, 직장, 지역사회 등 다양한 삶의 현장에서 사역을 펼칩니다. 캠퍼스 사역은 미래의 지도자가 될 대학생들을 제자로 훈련하는 전략적인 사역이며, 군 선교는 네비게이토의 태동기부터 이어져 온 중요한 전통입니다. 직장인 사역은 평신도들이 각자의 일터에서 신앙과 직업을 통합하여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도록 돕는 데 중점을 둡니다.
이처럼 체계적이고 깊이 있는 제자양육 모델을 가진 네비게이토이지만, 시대의 변화와 함께 몇 가지 과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첫째는 '관계'보다 '정보'에 익숙한 디지털 세대와의 소통 문제입니다. 깊이 있는 인격적 관계를 맺기까지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네비게이토의 전통적인 방식이, 빠르고 피상적인 관계에 익숙한 현대 젊은이들에게 어떻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둘째는 '폐쇄성'에 대한 오해입니다. 일대일과 소그룹 중심의 집중적인 양육 방식은 때로는 외부에서 보기에 다른 신자들과 교류하지 않는 배타적인 그룹처럼 비칠 수 있습니다. 네비게이토 공동체의 깊이와 지역 교회를 비롯한 다른 공동체와의 건강한 연합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맞출 것인가는 중요한 과제입니다. 마지막으로, 한 사람을 온전히 세우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기에, 즉각적이고 가시적인 성과를 중시하는 현대 사회와 교회 풍토 속에서 이 '느리고 더딘' 제자도의 가치를 굳건히 지켜나가는 것 자체가 하나의 도전일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네비게이토선교회는 "한 사람을 제자 삼는 것은 한 사람을 구원하는 것이지만, 한 사람을 제자 삼는 사람으로 만드는 것은 한 민족을 구원하는 것이다"라는 창립자의 비전을 따라, 지난 90여 년간 묵묵히 한 영혼을 세우는 일에 헌신해 온 단체입니다. 유행처럼 번지는 대규모 프로그램이나 화려한 이벤트 대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격적인 만남과 삶을 나누는 관계 속에서 하나님의 말씀이 생명력 있게 역사하도록 돕는 것, 이것이 바로 네비게이토가 지켜온 가장 소중한 가치이자 오늘날 교회가 다시 회복해야 할 본질적인 사명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