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선교 단체 탐방
갈렙선교회

갈렙선교회(Caleb Mission)는 분단된 한반도의 복음적 평화통일을 비전으로 삼고, 특히 북한 선교와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한인 디아스포라를 연결하는 사역에 집중하는 초교파 선교 단체입니다. 갈렙선교회의 정체성은 성경 여호수아서에 등장하는 인물 '갈렙'의 정신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그는 85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 산지를 지금 내게 주소서"라고 외치며 약속의 땅을 향한 믿음과 도전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갈렙선교회는 통일이라는, 어쩌면 불가능해 보이는 시대적 과업 앞에서 믿음으로 도전하며, 가장 어렵고 소외된 영역인 북한 동포들과 이산의 아픔을 겪는 디아스포라를 섬기는 것을 핵심 사명으로 삼고 있습니다.
갈렙선교회는 1990년대 초, 동서독의 통일과 소련의 붕괴를 목격하며 한반도의 통일 또한 머지않았다는 시대적 기대감 속에서 태동했습니다. 당시 많은 이들이 통일 이후의 북한 재건과 복음화를 논의했지만, 실질적인 준비는 미미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에스라성경대학원대학교 총장이었던 이승현 목사를 중심으로, 통일을 막연히 기다릴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구체적으로 준비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소명의식을 가진 이들이 모였습니다. 이들은 1995년 3월, '민족의 화해와 복음 통일을 위한'이라는 기치 아래 갈렙선교회를 공식적으로 창립했습니다. 창립 초기부터 갈렙선교회는 두 가지 분명한 방향성을 설정했습니다. 첫째는 북한에 직접 복음을 전하고 교회를 세우는 직접 선교이며, 둘째는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750만 한인 디아스포라가 통일 선교의 중요한 자원임을 깨닫고 이들을 선교적으로 동원하는 것이었습니다.
갈렙선교회 사역의 중심에는 **'북한'**과 **'디아스포라'**라는 두 개의 키워드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들은 북한을 단순히 원조나 구제의 대상이 아닌, 복음으로 회복되어야 할 하나님의 땅으로 바라봅니다. 동시에, 일제강점기, 6.25 전쟁, 그리고 경제적 이유 등으로 전 세계에 흩어진 한인 디아스포라가 겪는 이산의 아픔이, 분단된 조국의 아픔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고 이해합니다. 따라서 갈렙선교회의 핵심 전략은 이 두 대상을 연결하는 것입니다. 즉, 전 세계 디아스포라 한인들의 정체성을 복음 안에서 회복시키고, 이들을 통일 시대의 북한 선교를 위한 핵심 인력으로 훈련하고 동원하는 것입니다. 이는 디아스포라에게는 잃어버렸던 민족적 사명을 되찾게 하고, 북한 선교에는 다양한 언어와 문화를 경험한 준비된 인적 자원을 확보하게 하는 '윈윈' 전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비전을 이루기 위해 갈렙선교회는 크게 세 가지 영역에서 구체적인 사역을 펼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디아스포라 사역입니다. 갈렙선교회는 전 세계 한인 디아스포라가 거주하는 주요 지역을 방문하여 '디아스포라 비전 컨퍼런스'를 개최합니다. 이 컨퍼런스를 통해 1.5세대, 2세대 동포 청년들에게 한민족으로서의 정체성을 심어주고, 분단된 조국의 현실을 알리며, 통일 선교에 대한 비전을 공유합니다. 또한, 각 지역의 한인 교회 및 공동체와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지속적으로 통일 선교를 위한 기도 운동과 자원 동원을 이끌어냅니다. 이는 흩어져 있던 디아스포라의 역량을 '통일'이라는 하나의 목표 아래 결집시키는 매우 중요한 사역입니다.
두 번째 사역의 중심축은 북한 직접 선교입니다. 갈렙선교회는 정치적으로 민감하고 접근이 어려운 북한의 상황을 고려하여 매우 신중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사역을 진행합니다. 외부 세계의 정보를 접하기 어려운 북한 주민들을 위해 대북 라디오 방송을 송출하여 복음과 외부 세계의 소식을 전합니다. 또한, 인도적 지원의 통로를 통해 의약품, 식량, 농업 기술 등을 북한 내부에 전달하며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합니다. 가장 중요한 사역 중 하나는 북한 내부에 지하교회(Underground Church) 성도들을 세우고 지원하는 일입니다. 갈렙선교회는 외부의 도움이 닿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믿음을 지키는 북한의 지하교회 성도들과 비밀리에 소통하며, 이들에게 성경과 신앙 자료를 공급하고 영적으로 격려하는 위험하고도 중요한 사역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탈북민 사역입니다. '먼저 온 통일'이라 불리는 탈북민들을 돕는 것은 통일 시대를 준비하는 가장 실제적인 훈련입니다. 갈렙선교회는 남한 사회에 정착하는 탈북민들을 대상으로 신앙 및 심리 상담, 교육 지원, 취업 알선 등 그들이 한국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총체적인 사역을 펼칩니다. 특히, 탈북민 청년들을 대상으로 리더십 훈련을 실시하여, 이들이 미래 통일 시대에 북한 재건과 복음화의 핵심적인 역할을 감당할 인재로 성장하도록 돕는 데 큰 비전을 두고 있습니다.
이처럼 갈렙선교회는 디아스포라, 북한 내부, 그리고 탈북민이라는 세 영역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복음 통일을 위한 실제적인 준비를 해나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사역 앞에는 여러 가지 어려운 과제들이 놓여 있습니다. 급변하는 한반도의 정치 지형과 남북 관계의 경색은 북한 직접 사역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또한, 시간이 흐를수록 모국과의 유대감이 약해지는 디아스포라 다음 세대에게 어떻게 지속적으로 통일 선교의 비전을 심어줄 것인가 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남한 사회 내에 여전히 존재하는 탈북민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극복하고, 이들이 진정한 이웃으로 받아들여지도록 하는 사회적 인식 개선도 선교회가 감당해야 할 몫입니다.
결론적으로 갈렙선교회는 분단 시대의 아픔이 가장 깊게 새겨진 북한 동포들과 전 세계에 흩어진 디아스포라 한인들을 끌어안고, "이 산지를 내게 주소서"라고 외쳤던 갈렙의 믿음으로 한반도의 복음적 평화통일을 묵묵히 준비하는 선교 단체입니다. 그들의 사역은 통일이 정치적, 경제적 통합을 넘어, 사람과 사람이 복음 안에서 진정으로 하나가 되는 것임을 보여주는 소중한 증거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