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안녕하십니까?
1장. 출석 중심 구조와 신앙 생활화 부재 376

제6부
한국교회의 심화 위기 진단
주일예배 출석을 성도의 신앙을 판단
한국교회는 오랫동안 “주일예배 출석”을 신자의 신앙을 판단하는 최우선 기준으로 삼아왔습니다. 주일 아침 예배당에 얼마나 많은 인원이 모였는가, 정기적으로 출석하는 비율이 얼마나 되는가가 교회 운영의 중요한 지표로 작동해 왔으며, 교인 역시 출석 여부를 신앙의 충실도를 나타내는 상징처럼 여깁니다. 그러나 이러한 출석률 중심의 구조는 신앙의 본질을 흐리게 만들며, 교회의 본래 사명과 성도의 내면 성숙이라는 핵심 목표를 가리는 데 이르렀다. 이 글에서는 그 구조적 문제를 다섯 가지 층위에서 살펴보고자 합니다.
1. 신앙의 생활화를 가로막는 구조적 장벽
주일예배는 공동체가 한마음으로 하나님께 드리는 중요한 신앙 행위입니다. 그러나 예배당에 앉아 있는 시간이 신앙의 전부가 되는 순간, 신앙은 하나의 이벤트(Event)로 전락하고 맙니다. 출석 자체가 목적이 되고, 예배당에 나왔다는 사실만으로 경건이 증명되었다고 여겨집니다. 이러한 구조는 ‘주일 한 번으로 한 주간의 신앙을 해결합니다’는 식의 피상적 신앙 습관을 만들어 냅니다.
출석률 중심 사고는 삶과 신앙의 통합을 가로막습니다. 직장에서, 가정에서, 인간관계 속에서 복음을 살아내는 삶은 점점 희박해지고, ‘교회 안에서만 신자’인 사람들이 늘어납니다. 평일의 삶과 주일의 신앙 사이의 괴리는 깊어지며, 신앙은 점점 비일상적인 영역에 머무르게 됩니다. 결국, 교회는 “삶을 변화시키는 복음”이 아닌 “출석률로 유지되는 시스템”으로 기능하게 됩니다.
2. 공동체 건강성의 왜곡
교회의 건강성을 판단할 때 자주 사용되는 기준 중 하나가 ‘출석자 수’입니다. 이는 숫자로 확인 가능한 객관적 지표로 보이기 때문에 행정적으로 편리하지만, 실질적인 공동체의 성숙도를 반영하지는 않습니다. 출석률이 높더라도 공동체 안에 신뢰, 돌봄, 제자화, 영적 성장이 없다면 그것은 껍데기만 있는 공동체에 불과합니다.
특히 대형교회일수록 출석 통계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는데, 이는 단순히 행정적 수치에 대한 반응이 아니라 교회의 자존감과 정체성을 출석률에서 찾는 구조 때문입니다. 그러나 수치는 늘어도 내면은 공허한, 관계 없는 군중 속에 갇힌 교회는 쉽게 위기에 노출됩니다. 외형적 성장이 반드시 내적 건강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3. 목회 방향의 왜곡과 리더십의 전략화
출석률 중심 구조는 목회자의 사역 방향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칩니다. 목회자는 성도의 내면 성숙과 영적 성장보다, 어떻게 하면 주일에 더 많은 인원이 예배당을 채우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진리 중심 설교보다 흥미 중심 콘텐츠, 예배의 경건성보다 감각적 퍼포먼스, 양육과 훈련보다 이벤트 중심 행사에 집중하게 됩니다.
그 결과, 목회는 점점 ‘브랜딩’되고, 설교는 ‘프로그램’이 되며, 목회자는 ‘콘텐츠 크리에이터’의 성격을 띠게 됩니다. 이와 같은 흐름은 성도와 목회자 간의 관계를 ‘영적 동역’이 아닌 ‘서비스 제공자와 소비자’의 관계로 전락시킨다. 목회자는 사람을 모으는 기획자가 되고, 성도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관객이 됩니다.
4. 성도의 신앙 성숙 방해와 신앙 피상화
출석률 중심 구조는 성도에게도 왜곡된 신앙 이해를 심어줍니다. ‘나는 교회 잘 다니고 있어’, ‘주일은 빠지지 않으니 괜찮아’라는 자기 위안은, 내면의 실질적 변화나 신앙의 실천을 돌아보지 않게 만듭니다. 말씀을 삶 속에서 살아내기보다, 말씀을 듣는 것 자체에 안주하게 되고, 기도는 습관적이며, 예배는 관습적인 의식으로 전락합니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제자 훈련, 회개, 자기 성찰, 나눔, 실천이라는 본질적 신앙 요소들이 뒷전으로 밀려나고, ‘출석’이라는 외적 행위만으로 신앙을 정의하게 됩니다. 그 결과, 신앙은 피상화되고, 신자는 스스로의 내적 상태를 진지하게 돌아보지 못하게 됩니다.
5. 다음 세대와 탈교회 현상의 악순환
오늘날 다음 세대가 교회를 떠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교회가 출석을 강요하고 삶을 나누지 않기 때문입니다. 젊은 세대는 단순히 ‘예배당에 오라’는 요구보다는 ‘삶의 의미’, ‘공동체의 진정성’, ‘신앙의 현실성’을 묻습니다. 그러나 출석률 중심의 교회는 그들에게 ‘참여 여부’만을 강조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거나 삶의 고민을 함께하지 않습니다.
결국, 다음 세대는 교회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고, ‘자유롭게 신앙을 탐색할 수 있는 공간’을 외부에서 찾게 됩니다. 이들은 신앙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획일적 출석 구조 안에서는 자신의 존재를 찾을 수 없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또한, 출석률 중심 사고는 자칫 탈교회자나 비정기 출석자들을 ‘나쁜 신자’로 낙인찍고, 배제하거나 정죄하는 분위기를 만듭니다. 이는 교회가 가져야 할 포용성과 회복적 공동체성에 정면으로 반하는 태도입니다. 결국, 출석률에 얽매인 교회는 잃어버린 한 사람을 돌아보지 못하는 교회가 됩니다.
6. 새로운 질문을 던질 때
이제는 교회가 다른 질문을 던져야 할 때입니다. “주일에 출석했는가?”가 아니라, “그대는 삶에서 복음을 살아내고 있는가?”, “하루하루 말씀을 실천하고 있는가?”, “신앙은 당신의 직장과 가정 속에서 어떤 빛을 발하고 있는가?”와 같은 질문이 되어야 합니다. 출석은 신앙의 결과이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교회는 예배당 안에만 머무는 신앙을 넘어, 삶의 현장에서 하나님을 증언하는 신앙인을 세우는 것이 사명입니다.
교회의 본질은 숫자가 아니라 사람입니다. 하나님께서 찾으시는 것은 ‘출석자 수’가 아니라 ‘신령과 진정으로 드리는 예배자’ 입니다. 그리고 그 예배자는 주일 아침뿐 아니라, 월요일의 직장과 화요일의 가정, 수요일의 갈등 속에서도 하나님을 기억하며 살아가는 자들입니다.
출석은 시작일 뿐, 진짜 신앙은 그 이후에 드러납니다. 이제 우리는 신앙을 ‘출석률’이라는 좁은 틀에서 해방시켜야 합니다. 한국교회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신앙을 통계로 판단하지 않고, 사람의 내면과 삶으로 측정하는 교회로 변화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