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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인을 위한 서정적 에세이

1. 처음, 왜 시작했는가?

1. 처음, 왜 시작했는가?

1. 시작은 늘 고요했다.

시작은 늘 조용했다.세상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흘러가고,그 날의 하늘도 평소와 다름없었다.아무도 축포를 터뜨려주지 않았고,심지어 내 가족도 그 결정이 얼마나 큰 것인지 몰랐다.
나는 어느 평범한 날, 회사원에서 대표가 되기로 결심했다.퇴사서는 조용히 프린터에 뽑혔고,새로 만든 명함 파일은 노트북 바탕화면 구석에 작게 놓였다.그렇게 나의 ‘처음’은 누구의 박수도 없이 시작되었다.
사업을 한다는 건,세상 앞에 나 자신을 고백하는 일이었다.“이게 나의 가치입니다.”“이 아이디어에 내 전부를 겁니다.”그 고백은 크고 요란한 게 아니라, 오히려 두려움에 가까웠다.내가 맞는 길을 가고 있는지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기에.

나는 시작이 더 화려할 줄 알았다.계획서가 완성되고, 상호명을 정하고, 첫 사무실 열쇠를 받았을 때뭔가 영화 속 장면처럼 벅찰 줄 알았다.하지만 현실은 조용했다.대출 이자를 계산하며 혼자 앉아 있던 첫 사무실,벽지는 누렇게 떠 있었고, 책상은 중고였다.그곳에서 나는, 스스로에게 말없이 다짐했다.“그래도 끝까지 가보자.”

돌이켜보면, 그 고요함이 감사하다.누구의 눈도 없었기에 나는 천천히 생각할 수 있었고,의심도, 두려움도, 초조함도 조용히 껴안을 수 있었다.시작이 조용했던 만큼,나는 내 마음의 소리를 더 크게 들을 수 있었다.
세상은 결과에 박수를 친다.성공이라는 단어는 언제나 ‘이후’의 것이다.하지만 그 모든 시작 앞엔,말없이 스스로를 밀어 올린 용기가 있었다.

이 책을 펴든 당신에게 묻고 싶다.당신의 시작은 어땠는가?누군가 알아주지 않았더라도,당신이 혼자 품었던 그 결심은 얼마나 단단했는가?
고요한 시작이 나쁜 게 아니다.오히려 진짜 시작은 대부분 그렇게 온다.세상의 소음이 잦아들었을 때,우리 안에 있던 단 하나의 이유가말없이 고개를 든다.
그리고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우리는 지금 이 자리에 와 있다.


2. 사업보다 사람이 먼저였다.


처음엔 매출이 전부인 줄 알았다.돈을 벌어야 직원도 뽑고, 투자도 받을 수 있고,
가족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그래서 모든 판단의 기준은 숫자였다.비용 대비 효율, 단가, 회전율, 생산성.이 사람이 돈이 되는가 아닌가를 먼저 생각했다.
그러다 한 사람을 떠나보냈다.입사할 때 나를 믿고 따라온 친구였다.그는 실력이 부족했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했고,고객보다 동료를 먼저 챙겼고,항상 회사의 온도를 따뜻하게 해주는 사람이었다.
그가 떠난 날, 나는 무언가를 잃었다는 걸 직감했다.이익은 남았지만,회사 안이 이상하리만치 싸늘했다.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 같은 것이 빠져나간 듯했다.그제야 알았다.사업은 결국, 사람 위에 세워지는 것이라는 걸.

사람이 떠난 자리는 매출로 채워지지 않는다.그의 손길이 사라진 자리엔 공백이 남고,그의 말 한마디가 사라진 회의는 방향을 잃는다.숫자에 가려진 인격,성과에 눌린 마음,그것들을 너무 오래 외면하고 살았다.
경영은 결국 ‘사람을 대하는 태도’라는 걸나는 늦게서야 배웠다.

이후로 나는 달라졌다.실력보다 태도를 먼저 보기로 했다.이익보다 진심이 우선되는 관계를 만들기로 했다.“돈이 안 되는 사람”이 아니라“사람이 되는 사람”과 일하기로 했다.
물론, 쉽지 않았다.결정은 더뎌졌고, 결과는 느려졌다.하지만 그 느림 속에서 회사는 조금씩 깊어졌다.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조직은시간이 걸리더라도 무너지지 않는다.위기에도 등을 돌리지 않고,서로를 보호하려 한다.그것이 진짜 경쟁력이었다.

당신은 지금 누구를 먼저 보고 있는가?사람인가, 수치인가.한 사람의 온도보다 계약서의 단가가 더 중요해졌다면,우리는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지잠시 멈추고 생각해봐야 한다.
사업은 사람을 통해 이뤄진다.사람은 기억을 만들고,기억은 신뢰를 낳고,신뢰는 결국 성장을 불러온다.
나는 이제 안다.사업이 잘되려면,먼저 사람이 잘돼야 한다는 것을.


3. 창업은 선언이 아니라 질문이다.


창업을 했다고 하면, 사람들은 대단한 결심을 했다고 말한다.언제 회사를 만들었는지, 투자금은 얼마나 되는지,제품이나 서비스는 뭔지 묻는다.그 질문들 사이에 빠져 있는 게 있다.“왜?”라는 물음이다.
나는 왜 이 일을 시작했을까.돈을 벌기 위해서였나?자유롭고 싶어서였나?누구에게 인정받고 싶어서였나?
창업은 선언처럼 보일 수 있다.“나는 해낼 것이다.”“이 아이템으로 시장을 바꾸겠다.”하지만 진짜 창업은 ‘선언’이 아니라 질문에서 시작된다.그리고 그 질문은 창업 이후에도 계속 따라온다.

첫 고객이 외면했을 때,나는 내 아이디어에 의문을 가졌다.직원이 실수했을 때,나는 ‘내가 좋은 리더인가’를 되물었다.성장곡선이 꺾였을 때,나는 이 길이 맞는지를 밤마다 되짚었다.
사업은 매일 질문을 던진다.“이 방향이 맞는가?”“내가 지금 하고 있는 말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지는 않았나?”“고객은 왜 반응하지 않는가?”그 질문에 성실히 답하는 사람이 결국 살아남는다.기획보다 중요한 건, 되묻는 힘이다.
처음 회사를 만들던 날,나 자신에게 물어야 했던 질문이 있다.“이 일을 10년 후에도 하고 있을 수 있을까?”그 물음 앞에 잠시 멈춰선 적이 있다.당장 잘될 것 같아서, 돈이 될 것 같아서 시작한 일이라면그 대답은 쉽게 흔들릴 수 있다.
하지만 그 질문에“그래도 나는 이 일을 사랑한다”고 답할 수 있었기에나는 여전히 이 길 위에 서 있다.

질문을 품은 사람은 단단하다.무너질 때마다 다시 돌아갈 ‘처음의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질문 없는 창업은 표류하고,질문이 있는 경영은 방향을 잃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자주 묻는다.왜 이 일을 계속하는가.지금의 결정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나의 성공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당신에게도,놓치지 말아야 할 질문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그 질문이야말로당신을 경영자로 만든 가장 본질적인 이유다.
선언은 커질수록 멀어지지만,질문은 깊을수록 나를 가까이 데려온다.그리고 그 질문 하나가,회사를 지켜주는 마지막 줄기가 된다.


4. 설렘과 두려움의 이중주


새로운 시작 앞에서 마음은 늘 양쪽으로 갈라졌다.한쪽은 기대였고, 다른 쪽은 두려움이었다.“이거 잘 될 것 같아!”라고 외치는 설렘이 있었고,“괜히 시작한 건 아닐까…” 조용히 말리는 불안이 있었다.
설렘은 머릿속에서 시나리오를 그렸다.고객이 몰려오고, 시장이 반응하고,동료들과 함께 박수치는 순간을 상상했다.‘이런 게 내가 원하던 삶이지’ 하고 웃기도 했다.
하지만 두려움은 그보다 빨랐다.하루하루 버틸 자금은 충분한가,첫 고객이 외면하면 어떻게 하지,내가 과연 이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까.그 두려움은 현실보다 크고 생생했다.

창업은 ‘이중주’와 같았다.설렘이 없으면 시작할 수 없었고,두려움이 없으면 오래가지 못했다.
설렘은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했고,두려움은 나를 조심스럽게 지켜줬다.두 감정은 늘 함께 움직이며내 걸음을 조율해줬다.가끔은 들뜨는 마음을 눌러주었고,가끔은 지레 포기하지 않게 부추겨주었다.

사람들은 묻는다.“처음에 확신이 있었나요?”사실, 확신은 없었다.단지 해보고 싶었다.이대로 살다가는 후회할 것 같았고,내가 해보지 않으면 아무도 안 해줄 것 같았다.
설렘은 작은 용기를 만들어주었고,두려움은 깊은 책임감을 만들어주었다.내가 가진 것은 크지 않았지만,그 두 감정이 만든 균형이나를 끝까지 가게 했다.

지금 돌아보면,설렘은 내가 가진 희망의 증거였고,두려움은 내가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 둘이 동시에 존재했다는 건내가 진짜 원하는 것을 향해 가고 있었다는 뜻이다.진심으로 임한 일 앞에서만인간은 그렇게 복잡한 감정을 느끼니까.

당신도 그런 순간이 있었을 것이다.가슴이 뛰고, 동시에 식은땀이 나던 날.그 모든 것이 혼란이 아니라‘제대로 시작하고 있다’는 신호였다는 걸이제는 알 수 있을 것이다.
두 감정이 공존하는 날,우리는 조금 더 인간답게,조금 더 진심으로,사업이라는 여정을 걷고 있다.


5. 나의 첫 계약, 떨림의 기억


첫 계약은 종이 한 장이 아니었다.그건 내 인생에서 가장 떨리는 악수였고,내가 세상에 “존재합니다”라고 말한 첫 증명이었다.
그날의 공기를 나는 지금도 기억한다.초조한 마음으로 고객 앞에 앉아,내가 만든 서비스와 가치를 설명했다.목소리는 덜덜 떨렸고, 손끝은 식어 있었다.고객은 무표정하게 내 말을 들었고,나는 속으로 수없이 되뇌었다.“제발, 이번 한 번만 믿어주세요.”

계약서에 사인이 떨어졌을 때나는 겉으로는 차분한 척 했지만,마음속에서는 눈물이 나올 뻔했다.“누군가 나를 믿어줬다.”그 한 번의 믿음이내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한 동력이었다.
그날의 계약 금액은 크지 않았다.실제로는 재료비와 시간 계산을 하면 거의 남는 게 없었다.하지만 나에게 그 계약은돈이 아니라 존재의 확인이었다.내가 만든 무언가가,누군가에게는 쓸모가 있다는 것.그 사실이 내 자존심을 살렸다.

지금은 계약이 익숙해졌고,사인을 받을 때 더 이상 손이 떨리지 않는다.하지만 간혹,그 첫 계약서를 꺼내어 보며마음을 다잡곤 한다.그때의 간절함, 그때의 떨림.그것이 나를 만든 힘이었으니까.
사업을 하다 보면계약은 숫자로 보일 때가 많다.건당 얼마, 마진율 몇 퍼센트, 단가 조정.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그 계약 뒤에 있는 신뢰와 기대감이다.

고객은 단순히 돈을 쓰는 게 아니라당신에게 시간을 주고, 기회를 주는 것이다.그걸 잊지 않으려 한다.첫 계약의 떨림이 나에게 가르쳐준 것도 그것이었다.“그들은 당신에게 가능성을 맡긴 것이다.”

혹시 지금,당신에게도 누군가의 첫 신뢰가 들어오고 있는가?혹은 반대로,어느 순간부터 계약이 단순한 일과처럼 느껴지고 있는가?
계약은 거래가 아니다.그건 두 사람 사이의 믿음을 적는 행위다.첫 계약이 그랬던 것처럼.
그 감정을 기억한다면우리는 숫자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6. 명함 한 장의 무게


내 이름 석 자가 인쇄된작고 얇은 명함 한 장.나는 그 종잇조각을 처음 받아들었을 때,의외로 무거운 감정을 느꼈다.
‘대표이사’라는 직함 아래에 놓인나의 이름은 익숙하면서도 낯설었다.그 순간부터 나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어떤 책임이, 어떤 시선이그 종이 위에 함께 붙어 있었다.

명함을 건넬 때마다 마음이 무거웠다.이 작은 카드 하나가나의 실력, 철학, 태도를 대신 설명해야 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그 명함을 보고‘신뢰할 만한 사람인가’를 판단하고,누군가는 내 말보다이 직함의 무게로 나를 평가한다.
내가 명함을 건넨다는 건,내 이름에 책임을 지겠다는 약속이자 선언이었다.

사업 초기에, 나는 명함을 너무 많이 뿌렸다.자신을 알리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고,나도 어엿한 “대표”라는 걸 입증하고 싶었다.그런데 어느 순간,내가 건넨 명함들이돌아오지 않는 메아리처럼 느껴졌다.
한참을 지나서야 알게 됐다.명함은 많이 나눈다고 무게가 생기는 게 아니라,그 안의 ‘사람’이 무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어느 날, 오래 전 미팅에서 만났던 사람이 내게 말했다.“그때 받은 명함, 아직 지갑에 있어요.그날 대표님이 해준 말이 잊히지 않아서요.”
나는 잠시 말을 잊었다.그 명함이 누군가에겐그저 한 번의 만남이 아니라기억이고, 연결이고, 신뢰였다는 사실이새삼스럽게 와닿았다.

이젠 함부로 명함을 꺼내지 않는다.그 한 장의 무게를 알기 때문이다.‘누구에게 어떻게 기억될 것인가’라는 질문을늘 마음에 품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여전히 대표라는 이름이 익숙하지 않다.하지만 명함이 작다고 해서내가 작아지진 않는다.오히려, 그 안을 채우는 시간들이나를 단단하게 만든다.

혹시 오늘도 누군가에게당신의 명함을 건넬 예정이라면이 질문을 한번 스스로에게 해보자.
“나는 이 이름 위에, 어떤 신뢰를 남길 것인가?”
그 질문 앞에 선 사람만이진짜 무게를 견디는 리더가 될 수 있다.


7. 비즈니스 모델보다 더 중요한 것


창업 초기에 나는 비즈니스 모델에 집착했다.슬라이드를 만들고, 시장 분석을 하고,수익 구조를 다듬고, 경쟁사를 비교했다.투자자를 만나기 위해, 고객에게 설득하기 위해모든 걸 수치와 구조로 설명하려 애썼다.
비즈니스 모델이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실제로 많은 이들이 “가능성 있다”고 말해줬다.그런데 이상했다.모든 게 논리적으로 완벽해 보이는데,실제 고객은 반응하지 않았다.사람들은 “좋네요”라고 말했지만,지갑을 열지 않았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모델이 아니라 마음이 움직여야 일이 된다는 걸.고객이 공감하지 않는 비즈니스는아무리 구조가 좋아도 돌아가지 않는다.결국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면모든 계획은 허상일 뿐이다.

한 고객과의 통화가 있었다.그는 정중하게 계약을 거절하며 이렇게 말했다.“대표님의 생각은 좋은데,저희는 아직 필요성을 못 느끼겠어요.”그 말이 내 머리를 때렸다.내가 만든 모델은고객의 현실을 반영한 게 아니었다.내 입장에서만 만든 상상이었다.
사업은 계산이 아니라 공감이다.비즈니스 모델은 필요하다.하지만 그보다 먼저 물어야 할 건“이 서비스는 누구의 어떤 불편을 덜어주는가?”“이 일을 내가 왜 해야 하는가?”그 두 질문이 비어 있다면모든 전략은 공허해진다.

나는 그 이후, 모델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고객과의 대화에서 아이디어를 얻고,직원의 말을 경청하며 문제를 찾았다.아무리 수익이 잘 나도사람들의 삶에 진짜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그건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가 아니라‘잠깐의 거래’일 뿐이라는 걸 알았다.

지금도 종종 나는 묻는다.“우리가 하는 이 일, 정말 가치 있는가?”“누군가의 삶을 조금이라도 나아지게 하고 있는가?”
그 질문이 흔들릴 때마다모델보다 더 중요한 마음의 방향을 다시 잡는다.

당신도 지금,화려한 구조 안에 갇혀 있지는 않은가?논리적 완벽함보다,사람의 문제를 해결하는 단 하나의 진심이사업을 움직이는 진짜 힘이다.
비즈니스 모델은 바꿀 수 있어도,사람을 향한 철학은 쉽게 바꿀 수 없다.

8. 부모님께 말하지 못한 첫 실패


그날, 나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특히 부모님께는 더더욱 말할 수 없었다.내가 벌써 실패했다는 사실을.그것도 이렇게 빨리, 이렇게 초라하게.
계약이 무산되고,남은 재고는 창고에 쌓였다.첫 거래처는 돌아오지 않았고,통장 잔고는 빠르게 줄어갔다.밤에는 잠이 오지 않았고,아침엔 괜히 바쁜 척 출근했다.

부모님께 전화를 걸까 말까몇 번을 망설이다가 결국 끊었다.“괜찮아?” 하고 묻는 그 한마디에무너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처음 창업한다고 했을 때 부모님은 많이 놀라셨다.하지만 곧 웃으며 말했다.“너 하고 싶은 일 해봐.잘 될 거야. 넌 늘 열심히 하잖아.”
그 말이 부담이 되지 않으려 했지만,실패 앞에서는그 신뢰마저 미안함으로 변해버렸다.

나는 그날 처음 알았다.실패보다 더 아픈 건,누군가의 믿음을 저버린 것 같은 감정이라는 걸.
사업은 언제나 실전이고,첫 실패는 누구에게나 찾아온다.그걸 몰랐던 건 아니지만,막상 내 일이 되자그 단어는 생각보다 무거웠다.

시간이 조금 흐른 뒤나는 조심스럽게 부모님께 털어놓았다.그들은 놀라지 않았다.“다 그런 거지.실패도 네가 살아 있는 증거야.”아버지의 그 말에나는 그제야 편히 울 수 있었다.

사업을 하면서가족에게조차 말하지 못할 실패가 생긴다.내가 약하다는 걸 보이고 싶지 않아서,실망시킬까 두려워서,혼자 견디는 법을 배우게 된다.
하지만 기억해야 한다.실패는 나를 망치는 게 아니라, 나를 세우는 재료라는 걸.말하지 못해도 괜찮다.다만, 언젠가는 그 실패를스스로 꺼내어 껴안을 수 있어야 한다.

혹시 지금,말하지 못한 실패 하나쯤 가슴에 품고 있는가?
그것이 당신을 부끄럽게 하지 않기를.오히려 그 실패 덕분에당신이 조금 더 깊은 리더가 되기를.
우리는 결국 말하지 못한 것들로 성장한다.조용히, 그리고 묵직하게.
9.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해야만 했던 일


처음부터 이 일이 ‘하고 싶은 일’은 아니었다.그저, 해야만 했던 일이었다.선택지가 많지 않았고,뒤로 물러날 여유도 없었고,누군가는 이걸 해야 했기에내가 나섰다.
주변에서는 “꿈이 있어서 창업한 거지?” 하고 물었지만나는 그 질문 앞에서 늘 조용해졌다.누구보다 현실에 몰려 있었고,당장의 생계를 고민해야 했고,내 삶을 내가 책임져야 했기 때문이다.

자유롭고 싶어서 회사를 만들었지만,정작 자유는 하루도 없었다.스스로의 선택이었지만,억지로 끌려가듯 시작한 날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나는 매일 아침 문을 열었다.사무실 불을 켜고, 컴퓨터를 켜고,작은 일이라도 시작했다.하고 싶은 일이 아니었지만,해야 하는 일이었기에.

시간이 지나면서 이상한 일이 생겼다.억지로 하던 일이조금씩 나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고객의 한마디가 힘이 되었고,직원의 변화가 나를 움직이게 했고,작은 성취들이 쌓이며그 일이 ‘내 일’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어쩌면 진짜 중요한 건하고 싶은 일이냐가 아니라,어떤 마음으로 그 일을 계속 하느냐일지도 모른다.

이 일은 여전히 버겁다.여전히 내가 꼭 하고 싶어서 하는 건 아닐지도 모른다.하지만 이제는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이 일은 나에게 의미가 있다.”
때론 ‘선택’보다 ‘책임’이사람을 더 단단하게 만든다.누구나 좋아하는 일만 하며 살 순 없다.그러나 해야만 했던 일을진심으로 감당하다 보면,그 일이 결국 나를 지켜주는 뿌리가 된다.

혹시 당신도 지금하기 싫은 일을 붙들고 있는가?원래 원했던 길이 아니었는가?
괜찮다.우리는 늘 완벽한 선택으로 살아가지 않는다.중요한 건,지금 그 일을 어떤 태도로 마주하고 있는가이다.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해야만 했던 그 일이결국 당신을가장 깊이 성장시킬지도 모른다.


10. 진심이 전략을 이긴 순간


사업을 하면서 수없이 전략을 짰다.시장 분석, 가격 구조, 경쟁사 비교, 타깃 세분화…최적의 타이밍과 조건을 계산하며“이건 분명 잘 될 거야”라는 판단도 해봤다.
하지만 의외로,정교하게 짠 전략이 아닌순간의 진심이 고객을 움직이는 일이 더 많았다.

한 번은 고객의 불만 전화를 받았다.제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환불을 요구했다.전략대로라면, 정책을 안내하고 깔끔하게 정리했어야 했다.하지만 그날 나는고객의 이야기를 30분 넘게 묵묵히 들었다.
그는 말 끝에 이렇게 말했다.“사실 제품 때문이 아니라,그날 기분이 너무 안 좋았어요.근데 대표님이 이렇게 들어주셔서… 그냥 쓸게요.”
그건 전략이 아니었다.그저, 사람 대 사람으로 대했던 순간이었다.그리고 그때 알았다.진심은 계산을 넘어선다.

또 한 번은,회사에 큰 이익이 되는 계약을 앞두고 있었지만상대 업체가 직원에게 무례하게 대하는 모습을 보았다.조건은 완벽했지만, 나는 그 계약을 포기했다.
주변에선 “왜 그걸 놓치냐”고 물었지만나는 확신했다.이익보다 사람을 지키는 것이결국 회사를 지키는 길이라고.
얼마 후,더 좋은 조건의 기회가 찾아왔다.그리고 무엇보다조직 안의 신뢰가 자랐다.

전략은 분명히 중요하다.하지만 모든 상황이 계획대로 흘러가는 건 아니다.예상치 못한 변수가, 예상치 못한 관계가판을 바꾸는 경우도 많다.
그럴 때 진심이 방향을 정한다.진심은 위기를 막진 못하지만,위기 속에서도 사람을 붙잡아 준다.

지금도 나는 전략을 짠다.하지만 동시에 스스로에게 묻는다.“이 안에 진심이 담겨 있는가?”그 물음이 없다면그 어떤 전략도 공허한 계산일 뿐이다.

당신에게도진심이 전략을 이겼던 순간이 있었을 것이다.그게 바로당신이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 이유 아닐까?
우리는 결국진심이 통했던 그 한 번의 경험으로다시 하루를 견딘다.
그리고 그 하루하루가 우리를 ‘경영자’가 아닌사람답게 경영하는 사람으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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