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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고전 강독

크리소스토무스 (John Chrysostom), 『제사장직에 대하여 (On the Priesthood)』

요한 크리소스토무스 (John Chrysostom)의 『사제직에 대하여 (On the Priesthood)』
- 부제: "황금의 입"이 말하는 사제직의 두려움과 영광 -

**서론: "황금의 입"이 말하는 사제직의 두려움과 영광
세상에서 가장 강력하고, 동시에 가장 위험한 직업은 무엇일까요? 한 나라의 운명을 쥔 왕일까요? 아니면 수만 명의 목숨을 지휘하는 장군일까요? 기독교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설교가로 칭송받는 한 인물에 따르면, 정답은 그 둘이 아닙니다. 그가 보기에 가장 두렵고도 영광스러운 직무는 바로 양 떼를 돌보는 **목회자(사제)**였습니다.

'황금의 입'이라는 뜻의 **'크리소스토무스'**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한 4세기 콘스탄티노폴리스의 대주교 요한. 그의 설교는 황제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 만큼 담대했고, 가난한 이들의 마음을 울릴 만큼 따뜻했으며, 성경의 진리를 생생하게 풀어내는 데 타의 추종을 불허했습니다. 그런 그가 젊은 시절,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인 바실리우스를 속이고 자신은 도망쳐 사제 서품을 피했던 적이 있습니다. 『사제직에 대하여』는 바로 이 사건에 대해 상심한 친구에게 해명하고 용서를 구하기 위해 쓴, 일종의 '변명서'입니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한 개인적 변명을 넘어, 목회라는 소명이 얼마나 거룩하고 무거운 책임인지를 심도 깊게 탐구하는 불후의 명저가 되었습니다. 크리소스토무스는 친구를 속인 행위가 결코 악의나 비겁함 때문이 아니라, 사제직의 존엄함이 너무나 두려워 감당할 수 없다는 경외심과, 친구의 영혼을 아끼는 마음에서 비롯되었음을 역설합니다. 이 극적인 배경 속에서 그는 목회자가 짊어져야 할 영광과 고뇌를 남김없이 펼쳐 보입니다.

본 강독에서는 크리소스토무스의 이 위대한 고전 속으로 들어가, 그가 왜 사제직을 '왕보다 높고 천사도 감당 못 할 직무'라고 말했는지 살펴볼 것입니다. 우리는 먼저 그가 묘사하는 사제직의 아찔할 만큼 높은 존엄성을 확인하고, 이어서 그 영광에 수반되는 끔찍할 만큼 깊은 위험과 부담들을 탐구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왜 크리소스토무스가 이 거룩한 직무를 야망을 가지고 구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두려움 속에 피해야만 하는 대상으로 여겼는지 그 역설적인 진리를 깨닫게 될 것입니다.

본론: 천사도 감당 못 할 지상의 직무
이 책은 사제직의 양면성, 즉 그 무한한 영광과 그에 따르는 무서운 위험을 극적인 대조를 통해 보여줍니다.

1. 왕과 천사보다 높은 존엄
크리소스토무스는 사제직의 권위와 존엄을 세상의 그 어떤 직위보다 높은 곳에 둡니다.

영적 권위 대 세속 권위: 그는 왕과 사제를 비교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왕은 사람들의 육체를 다스리지만, 사제는 영혼을 다스린다. 왕은 죄지은 육체를 벌할 뿐이지만, 사제는 죄 자체를 다룬다." 왕의 권세는 이 땅에서 끝나지만, 사제가 행하는 직무는 하늘에까지 영향을 미치며 영원한 결과를 낳는다는 것입니다.

거룩한 신비의 집행자: 사제직의 존엄은 그가 거행하는 성찬식에서 절정에 이릅니다. 크리소스토무스는 경외심 가득한 언어로 제단 앞의 사제를 묘사합니다. "그대가 제단 위에 놓인 희생 제물이신 주님을 보고, 그 위에 서서 기도하는 사제를 볼 때... 그대는 아직도 자신이 인간들 사이에, 이 땅 위에 서 있다고 생각하는가?" 사제는 성령의 임재를 간구하며 하늘과 땅을 잇는 통로 역할을 합니다. 그는 하나님의 백성을 위해 거룩한 제사를 집전하는 지상의 대리인입니다.

죄를 사하는 권세: 크리소스토무스가 가장 두렵게 생각했던 권한은 바로 '죄를 매고 푸는(사하는) 권세'였습니다. 그는 "하나님께서는 천사들이나 대천사들에게도 주지 않으신 이 권세를 사제들에게 주셨다"고 말합니다. 연약한 인간이 다른 인간의 영원한 운명에 영향을 미치는 신적인 권위를 위임받았다는 사실 앞에서 그는 전율합니다.

이처럼 사제는 왕보다 높고, 천사보다 큰 권위를 위임받은 존재입니다. 그러나 크리소스토무스에게 이 높은 존엄성은 교만의 근거가 아니라, 상상할 수 없는 무게의 책임과 위험의 근원이 됩니다.

2. 영혼의 심연을 마주하는 위험
영광이 클수록 위험도 큰 법입니다. 크리소스토무스는 사제가 직면해야 하는 내적, 외적 위험들을 낱낱이 파헤칩니다.

가장 큰 적인 '교만': 사제는 그 직무의 존엄성 때문에 가장 강력한 유혹인 '교만'에 빠지기 쉽습니다. 사람들의 칭찬과 존경은 그의 영혼을 병들게 하는 독이 될 수 있습니다. 그는 명예를 사랑하는 마음이야말로 사제의 영혼을 파괴하는 가장 무서운 암초라고 경고합니다.

설교라는 불가능한 과업: '황금의 입'이라 불렸던 그조차도 설교의 어려움을 토로합니다. 설교자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해야 하지만, 동시에 각기 다른 수준과 기호를 가진 수많은 청중을 상대해야 합니다. 어떤 이들은 설교가 너무 단순하다고 비판하고, 다른 이들은 너무 어렵다고 불평합니다. 어떤 이는 너무 부드럽다고, 다른 이는 너무 거칠다고 말합니다. 청중의 박수갈채를 얻으려는 유혹과 비판에 대한 두려움 사이에서, 오직 진리만을 전하는 것은 마치 폭풍우 속에서 외줄 타기를 하는 것과 같다고 그는 말합니다.

영혼의 의사이자 목자로서의 부담감: 사제는 영혼의 의사로서, 성도들의 온갖 영적 질병과 숨겨진 죄를 다루어야 합니다. 또한 그는 양 떼를 노리는 이리들로부터 밤낮으로 양들을 지켜야 하는 목자와도 같습니다. 그는 수많은 영혼의 문제들을 상담하고 위로하며, 때로는 징계해야 하는 무거운 짐을 져야 합니다.

다른 이의 죄에 대한 책임: 크리소스토무스가 사제직을 피해 도망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이 **'책임감'**에 대한 두려움이었습니다. 그는 "만약 단 한 사람의 영혼이라도 사제의 태만 때문에 잃어버리게 된다면, 그 죄는 고스란히 사제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사제를 폭풍우 속에서 수많은 승객의 목숨을 책임져야 하는 배의 선장에 비유합니다. 자신의 구원도 확신할 수 없는 연약한 인간이, 어떻게 감히 다른 수많은 영혼의 구원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겠느냐는 것이 그의 고뇌에 찬 질문이었습니다.

결론: 도망쳐야만 맡을 수 있는 역설
『사제직에 대하여』는 사제직의 존엄과 위험이라는 두 기둥 사이에 놓인 거대한 긴장을 보여줍니다. 사제직은 인간이 땅 위에서 맡을 수 있는 가장 영광스러운 직무이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가장 위험하고 무서운 직무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분별력 있고 겸손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직무로부터 도망치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이 크리소스토무스의 결론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이 책이 담고 있는 심오한 역설과 마주하게 됩니다.

사제직을 갈망하는 사람은 그 직무에 합당하지 않다. 권력과 명예에 대한 야망을 가지고 그 자리를 구하는 사람은 이미 그 야망 자체로 실격이기 때문입니다.

진정으로 그 직무에 합당한 사람은 자신의 부적합함을 절실히 느끼고 그 직무로부터 도망치려는 사람이다.

결국 참된 소명은 인간의 야망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연약함을 고백하며 두려워 떠는 자에게 하나님과 교회가 부여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사제직은 쟁취하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과 떨림으로" 마지못해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크리소스토무스의 『사제직에 대하여』는 160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동방과 서방 교회를 막론하고 모든 목회자와 성직자들을 위한 가장 위대한 고전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 책은 직분 중심주의나 성직자의 야망을 향한 날카로운 경고이며, '영혼을 돌보는 일(cura animarum)'이 얼마나 거룩하고 무거운 소명인지를 되새기게 하는 영원한 교과서입니다.

결국 크리소스토무스가 친구를 속인 행위는, 그의 관점에서 볼 때 친구를 향한 최고의 사랑이자 사제직을 향한 최고의 경의의 표현이었습니다. 이 책은 교회 직분 관리 지침서가 아니라, 한 인간의 영혼이 감당할 수 없는 신적 소명 앞에 서서 "저는 감당할 자격이 없습니다"라고 외치는 처절하고도 진실된 고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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