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고전 강독
존 오웬 (John Owen), 『성령론 (Pneumatologia)』

존 오웬 (John Owen)의 『성령론 (Pneumatologia)』
- 부제: "청교도의 황태자", 성령 하나님을 논하다 -
서론: "청교도의 황태자", 성령 하나님을 논하다
성령 하나님은 누구이시며, 무슨 일을 하시는가? 그분은 모호한 우주적 기운인가, 아니면 뜨거운 신비 체험인가, 혹은 그 이상의 존재인가? 17세기, 신학적 혼란이 극심했던 영국에서 '청교도의 황태자'라 불렸던 존 오웬은 당대의 양극단을 모두 겨냥하며 이 위대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펜을 들었습니다. 한편에서는 성경을 무시한 채 성령의 직접적인 개인적 계시만을 주장하는 급진적인 '열광주의자'들이 있었고, 다른 한편에서는 성령의 인격과 신성, 그리고 초자연적 사역을 부정하며 기독교를 차가운 도덕 체계로 전락시키려는 '이성주의자'들이 있었습니다.
존 오웬의 대작 **『성령론(Pneumatologia)』**은 바로 이 양쪽의 오류를 모두 바로잡기 위해 쓰인, 영어로 기록된 저작 중 성령에 관한 가장 방대하고 심오한 탐구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존 오웬 신학의 정수이자, 그의 목회적 열정이 녹아 있는 거대한 지적 기념비입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성령의 인격과 신성을 성경적으로 굳건히 변호하고, 창조에서부터 종말에 이르기까지 기독교 신앙과 삶의 모든 영역에서 성령께서 얼마나 필수적인 역할을 하시는지를 체계적으로 논증합니다.
본 강독에서는 이 거대한 신학의 산맥을 함께 등반해보고자 합니다. 우리는 먼저 오웬이 제시하는 성령론의 기초, 즉 성령께서 인격적인 하나님이심을 살펴볼 것입니다. 이어서, 창조와 구약, 신자의 중생과 성화, 그리고 기도와 위로에 이르기까지, 구속사의 모든 과정과 신자의 모든 삶의 순간에 함께하시고 역사하시는 성령의 사역을 따라갈 것입니다.
본론: 모든 것 안에, 모든 것을 행하시는 성령
오웬의 『성령론』은 성령의 사역을 특정 영역에 국한시키지 않고, 성경 전체와 기독교인의 삶 전체를 아우르는 광대한 파노라마로 펼쳐 보입니다.
1. 기초 다지기: 성령은 누구이신가?
오웬은 모든 논의에 앞서, 성령이 누구이신지에 대한 성경적 기초를 견고하게 세우는 데 많은 부분을 할애합니다.
인격적인 하나님, 비인격적인 힘이 아니다: 오웬은 성경의 수많은 증거들을 통해 성령께서 의지(고전 12:11)와 지성(롬 8:27), 그리고 감정(엡 4:30)을 가지신 인격적인(Personal) 존재이심을 논증합니다. 그분은 가르치시고, 인도하시며, 위로하시고, 슬퍼하시는 인격체이지, 단순한 '하나님의 능력'이나 '영향력'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완전한 하나님: 더 나아가, 성령께서는 성부와 성자와 동등하게 신적인 이름, 신적인 속성, 신적인 사역, 신적인 경배를 받으시는 **완전한 하나님(Deity)**이심을 역설합니다. 성령께서는 성부와 성자와 동등하며, 영원하신 삼위일체 하나님의 제3위격이십니다. 이 기초는 성령의 사역을 폄하하려는 모든 이성주의적 시도를 근본적으로 차단합니다.
말씀의 영: 오웬은 성령의 가장 중요한 계시 사역이 바로 성경의 영감이라고 강조합니다. 성경은 성령의 책입니다. 따라서 성령께서는 결코 당신께서 기록하신 말씀과 모순되거나 말씀을 무시하는 방식으로 역사하지 않으십니다. 이 원리는 성경을 벗어난 주관적인 '영적 체험'만을 주장하는 열광주의의 위험성을 막아서는 방파제 역할을 합니다. 오웬에게 말씀과 성령은 결코 분리될 수 없습니다.
2. 구원의 건축가, 성령
오웬 신학의 핵심에는 구원의 전 과정이 성령의 능력 있는 사역이라는 확신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중생(Regeneration): 창조적 행위: 오웬에게 '거듭남'은 인간의 결단이나 도덕적 개혁이 아니라, 영적으로 죽은 영혼 안에 성령께서 새 생명의 원리를 심으시는 초자연적이고 창조적인 행위입니다. 이것은 하나님께서 흙으로 사람을 빚으신 것과 같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시는 하나님의 주권적인 사역입니다.
성화(Sanctification): 평생의 사역: 중생 이후, 성령께서는 우리 안에서 평생에 걸친 성화의 사역을 시작하십니다.
그분은 우리 안에 내주하는 죄의 권세를 약화시키고 죽이는 **'죄 죽이기(Mortification)'**를 위한 능력을 공급하십니다.
그분은 우리 안에 성령의 열매(사랑, 희락, 화평 등)를 맺게 하십니다.
그분은 우리를 점진적으로 그리스도의 형상으로 빚어가시며, 우리를 거룩하게 하십니다.
3. 신자의 동반자, 성령
오웬은 성령의 사역을 단지 구원의 시작과 과정에만 국한시키지 않고, 신자의 매일의 삶 속에서 체험되는 구체적인 현실로 설명합니다.
위로와 확신: 성령께서는 약속된 **보혜사(Paraclete, 위로자)**이십니다. 그분은 우리 영과 더불어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임을 증언하시며(롬 8:16), 우리에게 구원의 확신을 주시고 환난 중에 위로하십니다.
기도와 예배: 모든 참된 기도는 성령 안에서 드려지는 기도입니다. 우리는 너무나 연약하여 무엇을 어떻게 기도해야 할지 알지 못하지만, 성령께서 우리 안에서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우리를 위해 간구하십니다. 그분은 우리가 '영과 진리로' 하나님을 예배하도록 도우십니다.
교회를 위한 은사: 성령께서는 교회의 유익과 사명을 위해 각양각색의 영적인 은사를 신자들에게 나누어 주십니다. 오웬은 사도 시대의 특별한 은사들과 오늘날 교회를 세우기 위해 주어지는 보편적인 은사들을 구별하여 설명합니다.
결론: 성령 하나님과의 살아있는 교제
존 오웬의 『성령론』은 성령의 인격과 사역에 대한 모든 성경적 가르침을 집대성하여 하나의 장엄한 교향곡으로 엮어낸 기념비적인 작품입니다. 이 책은 신학적으로는 지극히 깊고 정교하며, 동시에 신자의 삶을 향한 목회적인 따뜻함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오웬은 이 책을 통해 오늘날 교회가 빠지기 쉬운 두 가지 극단적인 위험에 대한 강력한 해독제를 제공합니다. 즉, 성령의 살아있는 역사를 무시하는 메마른 지성주의와, 성경 말씀의 객관적인 진리를 벗어난 혼란스러운 주관주의입니다. 오웬에게 성령 없는 말씀은 죽은 문자가 되고, 말씀 없는 성령은 미혹의 영이 될 수 있습니다.
비록 그의 문체는 현대 독자들에게 다소 무겁고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오웬의 『성령론』은 시대를 초월하여 성령에 대한 풍성하고 균형 잡힌 성경적 이해를 추구하는 모든 이들에게 가장 위대한 보물창고로 남아있습니다. 이 방대한 저작을 쓴 오웬의 궁극적인 목적은 단순히 신학 논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신자들이 삼위일체의 제3위격이신 성령 하나님을 더욱 깊이 알고, 그분의 임재와 능력을 매일의 삶 속에서 더욱 온전히 의지하며, 그분과의 살아있는 교제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도록 돕는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