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고전 강독
존 스토트 (John Stott), 『그리스도 의 십자가 (The Cross of Christ)』

존 스토트 (John Stott)의 『그리스도의 십자가 (The Cross of Christ)』
- 부제: 복음주의 지성의 심장, 십자가의 모든 것을 말하다 -
서론: 복음주의 지성의 심장, 십자가의 모든 것을 말하다
기독교 신앙의 중심에 무엇이 있습니까? 만약 기독교의 모든 진리를 단 하나의 상징으로 압축해야 한다면, 그것은 의심할 여지 없이 십자가일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가장 익숙한 상징의 의미를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있을까요? 20세기 복음주의의 가장 위대한 지성이자 목회자였던 존 스토트는, 십자가가 단지 감상적인 종교 상징이나 익숙한 구호로 전락해버린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그의 일생의 학문과 묵상을 집대성한 기념비적인 대작을 남겼습니다. 그것이 바로 **『그리스도의 십자가』**입니다.
이 책은 단순한 속죄론 교과서가 아닙니다. 이 책은 존 스토트의 신학적, 목회적 여정의 정점이자, 십자가라는 주제에 대해 쓰인 현대의 가장 포괄적이고, 가장 균형 잡혔으며, 가장 심오한 저작으로 평가받습니다. 그의 목표는 십자가의 의미를 축소하려는 자유주의 신학과, 십자가를 단순한 구원 공식으로만 여기는 피상적인 복음주의 모두를 넘어, 성경이 증언하는 십자가의 다차원적이고 영광스러운 진리 전체를 드러내는 것이었습니다.
본 강독에서는 이 위대한 신학적 걸작의 구조를 따라, 십자가의 중심으로 깊이 들어가는 여정을 떠나보고자 합니다. 우리는 먼저 스토트가 왜 십자가가 '필연적'이었는지를 논증하는 데서 출발하여, 책의 심장부인 **'자기희생적 대속'**의 신비를 탐구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십자가가 성취한 위대한 구원의 결과들과, 오늘 우리의 삶 속에서 '십자가를 지는 삶'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묵상하며 이 여정을 마칠 것입니다.
본론: 십자가의 다차원적 진리
1. 여정의 출발점: 왜 십자가여야만 했는가?
스토트는 십자가의 의미를 설명하기에 앞서, 먼저 "왜 십자가가 필요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부터 던집니다. 그는 십자가가 하나님의 즉흥적인 결정이 아니라, 하나님의 성품과 인간의 죄라는 두 가지 현실 때문에 절대적으로 필연적인 사건이었음을 논증합니다.
하나님의 자기 계시: 하나님은 본질적으로 **거룩하신 사랑(holy-love)**이시다. 그분의 사랑은 결코 거룩함을 훼손하지 않으며, 그분의 거룩함은 결코 사랑을 배제하지 않는다. 이 두 가지 속성은 하나님 안에서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인간의 딜레마: 반면, 인간은 죄로 인해 하나님의 거룩함 앞에서 진노의 대상이 되었고, 동시에 그분의 사랑이 필요한 비참한 존재가 되었다.
따라서 하나님께서는 이 딜레마 앞에서, 당신의 거룩한 공의를 만족시키시는 동시에 죄인을 향한 당신의 사랑을 표현하셔야만 했습니다. 십자가는 바로 이 하나님의 거룩한 사랑이 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택한 유일하고도 완벽한 방법이었습니다.
2. 십자가의 심장: 만족을 통한 대속 (Satisfaction through Substitution)
이것이 책의 핵심이자, 스토트 신학의 정점입니다. 그는 십자가의 중심에 있는 사건이 바로 **'대속(Substitution)'**이라고 선언합니다.
'대속'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죄 없으신 그리스도께서 죄인인 우리를 대신하여, 우리가 마땅히 받아야 할 심판과 저주를 자신의 몸에 짊어지셨다는 진리입니다.
'만족'이란 무엇인가?: 스토트는 이 대속의 목적이, 마치 화난 폭군을 달래는 것처럼 하나님께 무언가를 바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여기서의 '만족'은, 죄를 용납하실 수 없는 하나님의 거룩한 공의가, 그리스도의 희생을 통해 완전히 충족되고 존중받았다는 의미입니다.
궁극적인 역설 - 하나님의 자기희생: 스토트는 여기서 가장 심오한 통찰을 제시합니다. 십자가에서 일어난 일은, 성부 하나님께서 성자 예수님을 '벌하시는' 그림이 아닙니다. 그것은 삼위일체 하나님 자신 안에서 일어난 자기희생적 사랑의 행위입니다. 즉, **"하나님 자신이, 하나님이신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대신하여 우리 죄의 짐을 지셨다"**는 것입니다. 심판하시는 하나님이 동시에 심판받는 자리에 서신 이 거룩한 역설이야말로 십자가의 가장 깊은 신비입니다.
3. 십자가의 성취: 구원의 다채로운 보석들
십자가가 이룬 구원은 단 하나의 측면으로만 설명될 수 없습니다. 스토트는 십자가를 다양한 각도에서 비출 때마다 다른 빛을 발하는 다채로운 보석에 비유하며, 그 풍성한 결과들을 설명합니다.
속죄(Propitiation): 하나님의 거룩한 진노를 돌이키셨다.
구속(Redemption): 죄의 노예 시장에서 우리를 피 값으로 사서 해방시키셨다.
칭의(Justification): 법정에서 우리를 무죄로 선언하시고 의롭다 칭하셨다.
화목(Reconciliation): 하나님과 원수 되었던 우리 사이의 장벽을 허물고 평화를 이루셨다.
4. 십자가의 유산: 공동체와 제자도
스토트에게 십자가는 결코 과거의 역사적 사건으로만 머물지 않습니다. 그것은 현재 우리의 삶을 규정하고 형성하는 살아있는 실재입니다.
새로운 공동체의 탄생: 십자가는 유대인과 이방인, 남자와 여자, 부자와 가난한 자 사이의 모든 장벽을 허물고, 이전에 서로 원수였던 사람들을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의 새로운 공동체, 즉 교회로 만드셨습니다.
제자도의 모델: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해 자신을 내어주신 것처럼, 이제 우리도 십자가를 지고 그분을 따라야 합니다. 십자가는 자기 부인, 겸손, 용서, 그리고 원수를 향한 사랑을 포함하는 제자도의 영원한 모델입니다.
고난의 의미: 십자가는 우리가 고난을 이해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습니다. 고난은 더 이상 무의미한 저주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고난에 동참하며 그분의 형상을 닮아가는 영광스러운 통로가 될 수 있습니다.
결론: 십자가 아래서의 삶
존 스토트의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신학적 깊이, 성경적 충실성, 논리적 명료함, 그리고 목회적 따뜻함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우리 시대의 기념비적인 걸작입니다. 이 책은 십자가에 대한 모든 피상적인 이해를 거부하고, 우리를 그 깊고도 두려우며 영광스러운 신비의 중심으로 이끌고 갑니다.
이 책의 가장 위대한 공헌은, 십자가의 객관적인 진리(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해 하신 일)와 주관적인 경험(그 십자가가 오늘 우리에게 의미하는 것) 사이의 완벽한 다리를 놓았다는 점입니다.
결론적으로, 존 스토트는 우리에게 십자가를 단지 '바라보는 것'을 넘어, **'십자가 아래에서 살아가는 것'**을 가르쳐줍니다. 십자가는 우리의 구원의 근거일 뿐만 아니라, 우리의 예배와 제자도, 공동체와 선교, 그리고 우리의 고난과 희망을 이해하는 유일한 열쇠입니다. 이 책은 모든 그리스도인이 평생에 걸쳐 읽고 묵상하며, 그 안에서 그리스도의 헤아릴 수 없는 사랑의 너비와 길이와 높이와 깊이를 발견해야 할 영원한 고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