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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고전 강독

익명의 러시아 순례자, 『순례자의 길 (The Way of a Pilgrim)』

익명의 러시아 순례자, 『순례자의 길 (The Way of a Pilgrim)』
- 부제: "쉬지 말고 기도하라" - 한 순례자의 거룩한 여정 -

서론: "쉬지 말고 기도하라" - 한 순례자의 거룩한 여정
"쉬지 말고 기도하십시오." (데살로니가전서 5:17)

만약 당신이 이 성경 구절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어떻게 될까요? 먹고, 일하고, 잠자는 일상의 모든 순간 속에서 어떻게 단 한 순간도 쉬지 않고 기도할 수 있을까요? 여기, 이 불가능해 보이는 명령에 사로잡혀 그 비밀을 풀기 위해 광활한 러시아 대륙을 정처 없이 떠돈 한 사람이 있습니다. 19세기 러시아의 이름 없는 농부 순례자가 쓴 것으로 알려진 이 작고 소박한 책, 『순례자의 길』은 바로 이 거룩한 질문에 대한 탐구이자 그 응답을 찾아가는 위대한 영적 모험기입니다.

이 책은 심오한 신학 이론이나 화려한 문체로 쓰이지 않았습니다. 대신, 주인공인 순례자가 자신의 순례 여정에서 겪는 일들을 담담하고 진솔하게 기록한 일기 형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의 유일한 소유물은 어깨에 멘 자루 속 마른 빵과 성경, 그리고 동방 정교회 영성의 보고(寶庫)인 『필로칼리아(Philokalia)』뿐입니다. 그는 오직 "어떻게 끊임없이 기도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 하나를 품고, 그 답을 가르쳐 줄 영적 스승(스타레츠)을 찾아 헤맵니다.

본 강독에서는 이 이름 없는 순례자의 발자취를 따라, 동방 기독교 영성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예수 기도(The Jesus Prayer)'**의 세계로 들어가 보고자 합니다. 우리는 이 단순하고 반복적인 기도가 어떻게 입술에서 시작하여 마침내 마음속에서 멈추지 않는 강물처럼 흐르게 되는지를 배울 것입니다. 또한 이 기도가 어떻게 영혼을 변화시키고, 고통스러운 세상을 하나님의 현존으로 가득 찬 축복의 장소로 변모시키는지를 목격하게 될 것입니다.

본론: 마음속에서 드리는 끊임없는 기도
1. 위대한 질문과 유일한 해답
순례자의 여정은 하나의 집요한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여러 사제와 학자들에게 물어보아도 아무도 그에게 '끊임없는 기도'의 방법을 명확히 가르쳐주지 못합니다. 마침내 그는 한 수도원에서 은수 생활을 하는 영적 아버지(스타레츠)를 만나게 되고, 그에게서 그토록 찾아 헤매던 해답을 얻습니다. 그 해답은 바로 **'예수 기도'**였습니다.

"주 예수 그리스도, 하느님의 아들이시여, 죄인인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Lord Jesus Christ, Son of God, have mercy on me, a sinner.)

이 짧은 기도는 그 자체로 복음의 완벽한 요약입니다.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하느님의 아들")과 인성("주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고백이자, 우리 자신의 죄인 됨과 그분의 자비에 대한 절실한 간구입니다. 영적 아버지는 이 기도를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이 바로 '쉬지 않는 기도'의 비결이라고 가르칩니다.

2. 기도의 기술: 입술에서 마음으로
그러나 단순히 입으로만 기도문을 반복하는 것은 지루한 노동일 뿐입니다. 영적 아버지는 순례자에게 기도가 영혼 깊은 곳에 뿌리내리게 하는 구체적인 기술을 단계적으로 가르쳐줍니다.

양적인 반복: 처음에는 기도 묵주(쵸트키)를 사용하여 하루에 수천 번씩 정해진 횟수만큼 기도를 반복하도록 합니다. 이는 마음의 집중력을 훈련하고, 기도를 혀와 입술에 완전히 익숙하게 만드는 과정입니다. 처음에는 3천 번, 다음에는 6천 번, 마침내는 1만 2천 번까지 횟수를 늘려갑니다.

호흡과의 조화: 기도가 입에 익숙해지면, 다음 단계는 기도를 호흡과 일치시키는 것입니다. 숨을 들이쉬면서 "주 예수 그리스도, 하느님의 아들이시여"라고 기도하고, 내쉬면서 "죄인인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라고 기도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기도는 생명의 가장 기본적인 활동인 호흡과 하나가 됩니다.

마음으로의 하강: 가장 중요하고 신비로운 단계는, 기도의 중심을 머리(지성)에서 **'마음의 자리(the place of the heart)'**로 옮기는 것입니다. 순례자는 숨을 쉴 때마다 자신의 의식을 마음속 깊은 곳에 집중하며, 그곳에서 기도가 울려 퍼지도록 훈련합니다. 이것은 '지성과 마음의 결합'을 추구하는 동방 정교회 '헤시카즘(Hesychasm)' 영성의 핵심입니다.

저절로 드려지는 기도: 이 훈련을 꾸준히 계속하면, 마침내 기도는 의식적인 노력을 넘어섭니다. 마치 심장이 저절로 뛰는 것처럼, 예수 기도가 마음속에서 스스로, 끊임없이 울려 퍼지는 경지에 이르게 됩니다. 순례자는 잠을 잘 때조차도 마음속에서 이 기도가 계속되고 있음을 발견하고 놀라워합니다.

3. 영성의 보고(寶庫): 『필로칼리아』와 헤시카즘
순례자의 여정에서 성경과 함께 그의 유일한 동반자가 되어주는 책이 바로 **『필로칼리아』**입니다. '아름다움을 사랑함'이라는 뜻의 이 책은 4세기부터 15세기에 이르는 동방 교회의 위대한 영성가들(사막의 교부들 등)이 '마음의 기도'와 '내적 고요'에 대해 쓴 글들을 모은 방대한 문헌집입니다. 『순례자의 길』은 바로 이 『필로칼리아』의 심오한 가르침을 한 평범한 순례자의 체험을 통해 대중적으로 풀어낸 이야기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의 배경이 되는 영성 전통은 **'헤시카즘(Hesychasm, 고요주의)'**입니다. '헤시키아(hesychia)'는 '고요', '침묵', '안식'을 의미하며, 헤시카즘은 마음속의 끝없는 생각들(로기스모이)을 잠재우고 내적인 고요 속에서 하나님을 만나려는 영성 훈련입니다. '예수 기도'는 바로 이 내적 고요를 얻기 위한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도구입니다.

결론: 변모된 세상, 기쁨의 순례자
'예수 기도'가 순례자의 마음속에서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 그의 삶과 그가 보는 세상은 완전히 변모합니다.

이전까지 기도는 힘든 의무였지만, 이제는 샘솟는 기쁨과 위로의 원천이 됩니다. 그는 마음속에서 형언할 수 없는 따스함을 느끼고, 세상 모든 사람과 피조물을 향한 깊은 사랑을 경험합니다. 춥고 험난한 시베리아의 황야는 더 이상 고통의 장소가 아니라, 모든 곳에 현존하시는 하나님의 임재로 가득 찬 아름다운 성전으로 보입니다. 그는 더 이상 외로운 방랑자가 아니라, 모든 것 안에서 하나님과 동행하는 **'기쁨의 순례자'**가 된 것입니다.

『순례자의 길』이 시대를 넘어 수많은 사람에게 깊은 감동을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단순함과 진솔함: 이 책은 한 평범하고 이름 없는 사람의 목소리를 통해, 동방 교회의 가장 깊은 신비주의적 가르침을 누구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들어줍니다.

구체적인 방법 제시: '끊임없이 기도하고 싶다'는 막연한 영적 갈망을 가진 이들에게, '예수 기도'라는 매우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길을 제시합니다.

희망의 메시지: 깊은 영적 체험과 하나님과의 합일이 소수의 선택된 수도사나 성직자에게만 주어진 것이 아니라, 진실하고 꾸준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는 희망을 줍니다.

『순례자의 길』은 신학적 논증이 아니라 살아있는 간증입니다. 성경의 한 구절을 온 존재를 다해 진지하게 받아들였던 한 사람이, 어떻게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현실로 들어가는 문을 열었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책은 우리에게 인생에서 가장 길고도 중요한 순례는 바로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가는 내면의 여정이며, 그 길 위에서 울려 퍼지는 "주 예수 그리스도여,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라는 기도가 어떻게 우리를 하나님과 동행하는 기쁨의 순례자로 만들어주는지를 보여주는 영원한 증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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