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고전 강독
앙리 누엔 (Henri Nouwen), 『예수 이 름으로 (In the Name of Jesus)』

앙리 누엔 (Henri Nouwen)의 『예수 이름으로 (In the Name of Jesus)』
- 부제: 하버드에서 라르쉬로, 한 지성의 마지막 고백 -
서론: 하버드에서 라르쉬로, 한 지성의 마지막 고백
"앞으로 21세기를 이끌어갈 기독교 리더십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세계적인 명성을 누리던 하버드 대학의 교수 앙리 누엔은, 자신의 학문적 경력의 정점에서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아 세상이 가장 예상치 못한 곳으로 떠납니다. 그는 하버드라는 지성의 상아탑을 떠나, 지적 장애인들과 함께 살아가는 캐나다의 라르쉬 공동체로 들어갔습니다. 이 극적인 삶의 전환 속에서, 그의 마지막이자 가장 간결하며 가장 강력한 저서인 **『예수 이름으로』**가 탄생했습니다.
이 작은 책은 누엔이 라르쉬로 떠나기 전, 워싱턴의 한 목회자 모임에서 전한 고별 설교를 바탕으로 합니다. 따라서 이 책에는 한 위대한 지성인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발견한, 기독교 리더십의 본질에 대한 마지막 유언과도 같은 절실함이 담겨 있습니다.
누엔은 이 책을 통해, 현대 교회의 리더들이 세상의 성공 모델—유용함, 인기, 그리고 권력—에 얼마나 깊이 중독되어 있는지를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그리고 이 세 가지 유혹에 대한 예수님의 광야 시험을 재해석하며, 미래의 리더십이 나아가야 할 세 가지 대안의 길을 제시합니다.
본 강독에서는 이 위대한 영성가의 마지막 고백 속으로 깊이 들어가, 그가 왜 권력의 자리에서 내려와 약자들과 함께하는 삶을 선택했는지, 그리고 그 선택이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던지는지를 탐구하고자 합니다.
본론: 세상의 유혹을 넘어, 예수의 길을 따라
누엔은 예수님께서 광야에서 받으신 세 가지 시험이, 오늘날 기독교 리더들이 직면한 가장 근본적인 유혹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통찰합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예수님의 응답이야말로 우리가 따라야 할 유일한 길이라고 선언합니다.
1. 유용함의 유혹: '적실성'에서 '기도'로 (Temptation to be Relevant)
유혹: 첫 번째 유혹은 "돌로 빵을 만들라"는 시험입니다. 이것은 **'쓸모 있는 사람', '유용한 사람', '결과를 내는 사람'**이 되라는 유혹입니다. 현대의 목회자들은 수많은 프로그램과 화려한 프로젝트를 통해 자신의 사역이 얼마나 '적실성(relevant)' 있고 성공적인지를 증명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립니다. 누엔은 자기 자신도 하버드 교수로서 끊임없이 책을 쓰고 강의를 하며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려 했던 '유용함의 노예'였음을 고백합니다.
응답: 이 유혹에 대한 예수님의 대답은 "사람이 빵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입으로부터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 것이라"였습니다. 누엔은 이것이 미래의 리더십이 **'신비적 기도(Contemplative Prayer)'**에 깊이 뿌리내려야 한다는 부르심이라고 해석합니다. 리더의 가장 중요한 소명은 무언가를 '하는 것(doing)'이 아니라, 하나님의 임재 안에서 잠잠히 머물며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다"**라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것입니다. 이 무조건적인 사랑 안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을 때, 우리는 더 이상 세상의 기준으로 자신의 유용성을 증명할 필요가 없는 참된 자유를 얻게 됩니다.
2. 인기의 유혹: '화려함'에서 '사역'으로 (Temptation to be Spectacular)
유혹: 두 번째 유혹은 "성전 꼭대기에서 뛰어내리라"는 시험입니다. 이것은 사람들의 박수갈채를 받는 **'인기 있는 사람', '화려한 스타'**가 되라는 유혹입니다. 현대의 리더들은 종종 카리스마 넘치는 스타가 되어야 한다는 압박을 받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인기에 대한 갈망은, 리더를 고독하게 만들고 진실한 관계로부터 멀어지게 하며, 결국 교만한 개인주의에 빠지게 만듭니다.
응답: 누엔은 이 유혹에 대한 응답으로, **'고백과 용서'**에 기초한 상호적인 사역을 제시합니다. 미래의 리더는 홀로 빛나는 별이 아니라, 자신의 연약함과 죄를 정직하게 고백하고 다른 사람의 용서를 구하는 **'상처 입은 치유자(Wounded Healer)'**가 되어야 합니다. 진정한 공동체는 리더의 비범함이 아니라, 리더와 성도들이 서로의 연약함을 나누고 함께 용서하며 치유받는 상호 관계 속에서 탄생합니다.
3. 권력의 유혹: '주도함'에서 '인도받음'으로 (Temptation to be Powerful)
유혹: 세 번째 유혹은 "내게 엎드려 경배하면 이 모든 권세를 네게 주리라"는 시험입니다. 이것은 세상을 통제하고 지배하려는 **'권력자'**가 되라는, 가장 교묘하고 위험한 유혹입니다. 현대 교회의 리더들은 종종 세상을 바꾸기 위해 강력한 영향력과 권력을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누엔은 이러한 **'상향적 리더십(upward mobility)'**이 십자가의 길과 정반대되는 길임을 경고합니다.
응답: 누엔은 이 유혹에 대한 궁극적인 대안으로 **'신학적 성찰을 통한 리더십'**을 제시하며, 이것을 **'하향적 리더십(downward mobility)'**으로 설명합니다. 참된 기독교 리더십은 권력을 쥐는 것이 아니라, 권력을 내려놓고 섬기는 것입니다. 그것은 예수님께서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사" 십자가에 이르기까지 낮아지신 그 길을 따르는 것입니다. 누엔은 자신이 라르쉬 공동체에서 지적으로 가장 연약한 이들을 섬기면서, 오히려 그들에게서 하나님의 임재와 인도를 받는 놀라운 경험을 했다고 고백합니다. 진정한 힘은 세상을 주도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가장 연약한 자들 속에서 일하시는 하나님께 '인도받는' 데 있다는 것입니다.
결론: 예수 이름으로, 그리고 예수의 방식으로
앙리 누엔의 『예수 이름으로』는 그의 모든 지성과 영성이 응축된, 작지만 거대한 울림을 주는 책입니다. 이 책은 기독교 리더십에 대한 우리의 모든 세속적인 야망을 해체하고, 우리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그리고 그분의 방식으로 돌아가라고 촉구합니다.
이 책이 우리에게 던지는 최종적인 질문은 이것입니다. "우리는 과연 예수의 이름으로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 그분의 이름으로 자신의 왕국을 건설하려 하는가, 아니면 그분의 이름으로 그분께서 가신 그 낮아짐의 길을 따르려 하는가?"
누엔의 삶과 그의 마지막 저서는, 참된 리더십의 권위가 하버드 대학의 빛나는 강단이 아니라, 지적 장애를 가진 친구의 발을 닦아주는 라르쉬 공동체의 어두운 방에서 발견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영원한 증언입니다. 그것은 세상의 모든 리더들에게, 가장 높은 자리는 가장 낮은 자리가 될 수 있으며, 가장 큰 힘은 가장 큰 연약함 속에서 발견된다는 십자가의 역설로 우리를 초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