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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고전 강독

숄 벨로 (Saul Bellow), 『허조그 (Herzog)』

숄 벨로 (Saul Bellow)의 『허조그 (Herzog)』
- 부제: 현대 지성의 절규, 쏟아지는 편지들 -

서론: 현대 지성의 절규, 쏟아지는 편지들
🧠 뛰어난 지성을 가진 한 교수의 삶이 송두리째 무너져 내렸을 때, 그는 무엇을 할까요? 그의 아내가 가장 친한 친구와 바람이 나 그를 떠나고, 학문적 경력은 정체되었으며, 세상의 모든 위대한 철학책들이 그의 심장이 찢어지는 고통에 아무런 위로도 주지 못할 때 말입니다. 그는 편지를 쓰기 시작합니다. 잠시도 쉬지 않고, 광적으로, 그러나 결코 보내지는 않을 편지들을. 옛 아내에게, 친구에게, 변호사에게, 그리고 살아있거나 죽은 모든 위대한 사상가들—스피노자, 니체, 하이데거—에게, 심지어 하나님에게까지.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인 숄 벨로의 대표작 **『허조그』**는 바로 이 혼돈과 고뇌의 한복판에 서 있는 중년의 지식인, 모지스 허조그의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장대한 드라마입니다. 이 소설은 전통적인 의미의 '기독교 소설'이 아닙니다. 주인공은 유대인이며, 세속적인 지식인입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20세기의 위대한 종교적 소설 중 하나로 꼽힙니다. 왜냐하면, 현대 세속 사회의 표면 아래에서 요동치는 깊은 영적 갈망과, 위대한 사상들이 마침내 파산하는 지점에서 시작되는 구원의 가능성을 가장 정직하게 탐구하기 때문입니다.

본 강독에서는 이 위대한 현대 문학의 고전을 통해, 한 지성인의 영적 붕괴와 재건의 과정을 따라가 보고자 합니다. 우리는 주인공 허조그가 쏟아내는 수많은 편지들을 통해, 그가 어떻게 현대 사상의 한계와 씨름하는지 살펴볼 것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모든 지적인 분투가 멈춘 자리에서 찾아오는 고요하고도 은총과 같은 평화의 순간을 목격하게 될 것입니다.

본론: 사상의 홍수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한 남자
1. 주인공 허조그: 지식의 무게에 짓눌리다
소설의 주인공 모지스 허조그는 개인적인 삶의 파탄과 지성적인 혼돈이라는 이중의 위기 속에 있습니다. 그는 이성, 진보, 그리고 위대한 사상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믿었던 계몽주의의 아들이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삶이 난파되자, 그가 평생 쌓아온 지식의 성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무기력한 잔해더미가 되어버립니다.

그의 문제는 지식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과잉'이라는 데 있습니다. 그는 너무 많이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낭만주의, 실존주의, 정신분석학 등 온갖 종류의 거대 담론들이 그의 머릿속에서 충돌하지만, 그 어떤 것도 그의 실존적인 고통—배신감, 수치심, 사랑의 갈망—을 해결해주지 못합니다. 이 소설은 추상적인 관념이 한 인간의 구체적인 고통 앞에서 얼마나 무력한지를 보여주는 통렬한 비판입니다.

2. 보내지 않은 편지들: 혼돈에 맞서는 글쓰기
허조그의 끊임없는 편지 쓰기는 그의 정신적 혼란의 증상이자, 동시에 그 혼란에 맞서 싸우려는 처절한 시도입니다.

치유와 저항의 행위: 이 편지들은 그에게 일종의 자기 치료이자, 무의미의 혼돈에 지성적인 질서를 부여하려는 저항입니다.

역사와의 대화: 그는 스피노자에게 질서에 대해 묻고, 니체에게 도덕에 대해 따지며, 하이데거에게 '일상성으로의 추락'에 대해 논합니다. 그는 서구 사상의 위대한 대화 속에서 자신의 좌표를 찾으려고 발버둥 칩니다.

영적인 갈망: 결정적으로, 그의 많은 편지들은 하나님을 향해 있습니다. 그것은 현대 세속인이 드리는 '시편'과도 같은 탄식과 질문입니다. 그는 완전히 믿을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초월에 대한 갈망을 완전히 버릴 수도 없는, '신에게 사로잡힌(God-haunted)' 현대인의 초상입니다.

3. '감자 사랑'을 넘어서
허조그는 현대 사회에 만연한 감상적인 휴머니즘, 즉 "우리 모두는 하나이며 서로 사랑해야 한다"는 식의 값싼 사랑을 **'감자 사랑(potato love)'**이라고 부르며 경멸합니다. 이것은 현실의 악과 인간의 타락을 직시하지 못하는, 물컹하고 무른 사랑이라는 것입니다.

그는 더 견고하고 정직한 삶의 방식을 갈망합니다. 이처럼 쉬운 낙관주의를 거부하고 현실의 '엄혹한 진실'을 대면하려는 그의 태도는, 역설적으로 기독교의 '원죄' 사상과 같은 더 깊은 종교적 세계관과 맞닿아 있습니다.

결론: 모든 편지를 멈추었을 때 찾아온 평화
이 소설의 결말은 극적인 회심이나 새로운 철학적 깨달음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복수를 위한 광적인 여정과 지적인 씨름 끝에, 허조그는 마침내 버려진 시골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그는 더 이상 편지를 쓰지 않습니다. 소설의 마지막, 그는 집을 청소하고, 저녁 식사를 준비하며, 그저 고요한 평화 속에 머뭅니다. 그의 마지막 독백은 이렇습니다.

"나는 존재하는 것에, 그저 뜻대로 존재하는 것에 꽤 만족한다. 내가 이 집을 차지하고 있는 동안에는."

이것은 모든 지적인 투쟁의 **'중단'**입니다. 그는 삶을 '설명'하려는 시도를 멈추고, 마침내 삶을 그저 '살아내기' 시작합니다. 이 광적인 자기 분석과 언어의 폭포가 멈춘 침묵과 수용의 순간은, 마치 은총처럼 그에게 찾아옵니다.

숄 벨로의 『허조그』는 전통적인 의미의 기독교 소설은 아니지만, 기독교 이후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영혼에 대한 가장 심오한 보고서입니다. 허조그의 필사적인 지적 몸부림은, 거대한 전통의 붕괴 이후 길을 잃어버린 현대인의 자화상입니다. 그리고 그가 마침내 도달한 기진맥진한 평화는, 우리 영혼의 가장 깊은 혼란에 대한 해답이 또 하나의 똑똑한 사상을 만들어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논쟁이 실패한 후 찾아오는 조용하고 겸손한 '존재의 수용' 속에 있음을 암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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