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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고전 강독

마릴린 로빈슨 (Marilynne Robinson), 『길리아드 (Gilead)』

마릴린 로빈슨 (Marilynne Robinson)의 『길리아드 (Gilead)』
- 부제: 한 평생의 설교, 단 한 사람을 위한 마지막 편지 -

서론: 한 평생의 설교, 단 한 사람을 위한 마지막 편지
✉️ 만약 당신이 평생을 목회자로 살아온 76세의 노인이고, 심장병으로 죽음을 앞두고 있다면, 당신을 기억조차 못 할 어린 아들에게 어떤 말을 남기시겠습니까? 어떤 기억과 지혜, 어떤 축복의 말을 한 통의 긴 편지에 담아 전하시겠습니까?

현대 미국 문학의 가장 위대한 작가 중 한 명이자, 칼뱅의 신학을 깊이 사랑하는 사상가 마릴린 로빈슨은, 2005년 퓰리처상 수상작인 그녀의 대표작 **『길리아드』**를 바로 이 애틋한 질문 위에서 시작합니다. 이 소설은 1956년 아이오와 주의 작은 가상 마을 '길리아드'를 배경으로, 회중교회 목사인 존 에임스가 자신의 일곱 살 난 아들에게 남기는 한 편의 길고 아름다운 편지이자 유서입니다.

이 책은 결코 극적인 사건이나 빠른 전개를 가진 소설이 아닙니다. 오히려, 한 노목사의 의식의 흐름을 따라, 그의 기억과 묵상, 신학적 고뇌가 강물처럼 잔잔하고 깊게 흘러가는 명상적인 작품입니다.

본 강독에서는 존 에임스 목사의 온화하고 지혜로운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그가 아들에게 남기고자 했던 신앙의 유산을 탐험해보고자 합니다. 우리는 그의 눈을 통해 평범한 일상 속에 깃든 경이로운 신적 영광을 발견하고, 평생 설교해왔지만 정작 실천하기는 너무나 어려웠던 '은혜'의 문제와 씨름하며, 여러 세대에 걸쳐 이어진 신앙의 유산의 무게를 함께 성찰하게 될 것입니다.

본론: 한 노목사의 눈에 비친 세상의 영광
1. 화자(話者)와 형식: 아들에게 쓰는 축복의 유서
이 소설의 모든 것은 화자인 존 에임스 목사의 목소리를 통해 전달됩니다. 그는 3대째 목회자로 살아온, 온화하고 사려 깊으며, 자신의 신앙에 대해 평생토록 정직하게 고뇌해 온 인물입니다. 소설 전체가 그의 편지이자 일기라는 형식은, 독자로 하여금 마치 그의 서재에 조용히 앉아 그의 내밀한 독백을 듣는 듯한 깊은 친밀감을 느끼게 합니다.

2. 일상의 성찬: 평범함 속에 깃든 거룩함
이 소설이 주는 가장 큰 감동은, 존 에임스가 평범한 일상 속에서 신의 영광을 발견하는 경이로운 시선에 있습니다.

창조 세계의 영광: 그는 어린 아들이 잔디밭의 스프링클러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방울 사이로 비치는 햇빛을 보고 기뻐하는 모습을 묘사하며, 그 속에서 '영광'을 봅니다. 아내 라일라가 평범한 빵 한 조각을 먹는 모습, 해 질 녘 들판의 색깔, 세례식에서 아이의 이마에 물이 흐르는 순간 등, 그의 눈에는 세상의 모든 평범한 순간들이 하나님의 임재로 가득 찬 **'성찬(sacrament)'**과도 같습니다.

성육신적 영성: 이것은 세상을 떠나 거룩함을 추구하는 영성이 아니라, 바로 이 물질세계, 우리의 일상 속에서 하나님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깊이 있는 개혁주의적, 성육신적 영성입니다.

3. 은혜의 시험: 돌아온 탕자, 잭 바우튼
이 고요한 명상과도 같은 소설의 중심에는 하나의 갈등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에임스의 가장 친한 친구인 바우튼 목사의 '탕자' 같은 아들, '잭 바우튼'의 귀향입니다.

갈등의 원인: 잭은 에임스 목사의 대자(代子)이기도 하지만, 과거에 수많은 스캔들을 일으키고 가족에게 깊은 상처를 준 문제아입니다. 그는 냉소적이고, 알코올 중독자이며, 신앙을 조롱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에임스는 자신의 젊은 아내와 어린 아들이, 자신이 죽은 후에 이 불안정한 잭의 영향 아래 놓이게 될 것을 두려워하며, 본능적인 불신과 판단의 마음을 거두지 못합니다.

은혜의 씨름: 소설의 가장 큰 드라마는 바로 존 에임스의 내면에서 일어납니다. 평생을 강단에서 '은혜'에 대해 설교해왔던 그가, 정작 자신의 삶 속에서 가장 사랑하기 어려운 한 사람, 잭에게 그 은혜를 베푸는 데 실패하며 고뇌하는 것입니다.

은혜의 승리: 소설의 클라이맥스는 극적인 사건이 아닙니다. 그것은 에임스가 마침내 잭의 깊은 고통과 외로움을 이해하고, 자신의 두려움과 판단을 넘어 그에게 진심 어린 **축복(benediction)**을 건네는 조용하고도 성스러운 순간입니다. 이것은 그의 평생의 신학이 마침내 삶으로 증명되는, 은혜의 승리입니다.

결론: '길리아드'에 흐르는 향유, 은혜의 강물
책의 제목 '길리아드'는 구약성경에 나오는, 치유의 향유가 나는 땅의 이름입니다. 마릴린 로빈슨의 『길리아드』는 상처 입고 분열된 세상 속에서, 신앙과 은혜가 어떻게 한 개인과 공동체를 치유하는지를 아름답고 시적인 언어로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느리고 사려 깊은 신앙의 아름다움: 이 소설은 현대 교회의 소란스럽고 상업적인 모습에 대한 강력한 대안을 제시합니다. 그것은 한평생에 걸쳐 꾸준히 이어져 온, 조용하고, 사려 깊으며, 역사에 뿌리내린 신앙의 깊이와 아름다움을 그려냅니다.

현대 문학의 걸작: 『길리아드』는 기독교 소설의 범주를 넘어, 21세기 미국 문학이 낳은 가장 위대한 걸작 중 하나로 평가받습니다. 이 책은 신앙을 가진 독자와 그렇지 않은 독자 모두에게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질문들—사랑, 죽음, 용서, 세대 간의 유산—에 대한 깊은 울림을 줍니다.

결론적으로, 존 에임스의 마지막 편지는 단지 그의 아들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 모두를 위한 축복의 기도입니다. 그것은 우리에게 눈을 들어, 우리 자신의 지극히 평범한 삶 속에 이미 스며들어 있는 놀랍고도 은혜로운 영광을 발견하라고 초대하는, 우리 시대를 위한 가장 온화하고도 깊이 있는 목소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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