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교사의 가정과 자녀(MK) – 1부 상 (총론·개론적 논의)
1. 서론: 선교사의 가정과 자녀 문제의 중요성
선교 역사를 돌아보면, 하나님의 부르심을 따라 헌신한 이들 중 다수가 가정을 이루고 자녀와 함께 현장에 나아갔다. 그러나 선교학적 논의는 종종 ‘개인 선교사’ 혹은 ‘사역 전략’에 집중해 왔다. 그 결과, 선교사의 가정과 자녀 문제는 뒷전으로 밀려나거나 단순히 부차적인 과제로 여겨지곤 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선교사의 가정과 자녀 문제야말로 선교 사역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된 핵심적 요소이다.
가정은 선교사에게 첫 번째 사역지이며, 자녀는 단순히 ‘부양해야 할 존재’가 아니라 하나님 나라 확장의 특별한 동역자이다. 선교사의 영성과 훈련이 개인적 차원에서 강조되듯, 가정의 영성, 자녀 교육과 정체성, 심리적 돌봄은 필수적이다. 본 강의에서는 선교사의 가정과 자녀 문제를 신학적, 역사적, 교육학적, 선교학적 측면에서 개관하며, 교회와 선교 단체가 감당해야 할 책임을 논의한다.
2. 신학적 기초: 가정과 선교
(1) 성경 속 가정과 하나님의 사명
성경은 가정을 단순한 사적 단위로 보지 않는다. 창세기에서 하나님은 아브라함을 부르시며 “너와 네 씨로 말미암아 모든 민족이 복을 얻을 것이라”(창 12:3)고 말씀하셨다. 이 약속은 가정 단위의 부르심이자 선교적 사명으로 이어진다. 신명기 6장은 부모가 자녀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부지런히 가르쳐야 함을 강조하며, 이는 가정이 선교적 공동체임을 보여준다.
사도행전에서도 브리스길라와 아굴라 같은 부부 선교팀이 등장한다. 가정은 선교 사역의 기반이자 공동체적 증언의 장이었다. 따라서 선교사의 가정은 선택적 요소가 아니라 성경적 선교의 본질 속에 자리한다.
(2) 교회론적 관점
교회가 선교 공동체이듯, 교회의 한 지체로서 가정 역시 선교 공동체이다. 교회가 선교사를 파송할 때, 개인만이 아니라 그 가정 전체를 파송해야 한다. 이는 교회가 선교사의 배우자와 자녀를 동역자로 인정하고, 그들의 영적·정서적 필요를 함께 감당해야 함을 의미한다.
3. 역사 속 선교사 가정의 도전
(1) 초기 서구 선교사들의 사례
19세기 서구 선교사들은 가족과 함께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 등지로 나아갔다. 많은 선교사 자녀(Missionary Kids, 이하 MK)들은 열악한 의료 환경과 교육 부족 속에서 고통을 겪었다. 수많은 자녀들이 병으로 세상을 떠나기도 했다. 그러나 동시에 이들 중 일부는 후에 선교사로 헌신하거나 현지 교회의 지도자가 되었다. 이는 가정과 자녀 양육이 선교 사역의 열매와 깊은 연관이 있음을 보여준다.
(2) 한국 초기 선교의 맥락
언더우드, 아펜젤러, 게일 등 한국 초기 선교사들의 가정 역시 큰 도전을 겪었다. 언어와 문화 적응, 자녀 교육의 어려움, 건강 문제 등은 선교사 가정을 압박했다. 그러나 이들의 자녀 중 일부는 한국을 다시 찾아 사역을 이어갔으며, 이로써 가정 단위의 헌신이 한국 교회의 성장에 기여했다.
4. MK의 정체성과 교육 문제
(1) MK의 정의와 특성
MK는 선교사의 자녀로서 다중문화 환경 속에서 성장한다. 이들은 종종 “제3의 문화 아이들(Third Culture Kids, TCK)”이라 불린다. 부모의 모국 문화, 선교지의 현지 문화, 그리고 다국적 선교 네트워크의 문화가 혼합된 환경에서 성장하기 때문이다. 이는 MK에게 풍부한 경험과 개방성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정체성 혼란과 소속감 문제를 야기한다.
(2) 교육적 도전
MK들은 현지 학교, 국제학교, 홈스쿨링 등 다양한 교육 환경 속에 놓인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언어 문제, 문화 적응 문제, 학업 격차 등 복합적인 어려움을 겪는다. 또한 부모가 사역에 집중하는 동안 자녀의 교육이 소홀히 다뤄질 경우, 이는 장기적으로 선교사역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5. 심리적·정서적 과제
MK들은 자주 이사하고, 친구 관계가 단절되며, 부모의 사역으로 인해 가족 간 시간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는 불안, 우울, 정체성 위기 등 심리적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MK들이 청소년기에 신앙적·정서적 방황을 겪으며, 일부는 부모의 선교 사역 때문에 상처받았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따라서 선교사의 가정 사역과 자녀 돌봄은 단순한 부수적 문제가 아니라 복음 사역의 필수적 조건이다.
6. 선교 단체와 교회의 책임
선교사의 가정과 자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회와 선교 단체의 체계적 지원이 필요하다. 파송 교회는 재정 지원뿐 아니라 자녀 교육 지원, 상담 서비스, 정기적인 안식년 제공 등을 통해 가정을 돌보아야 한다. 선교 단체는 MK 교육 기관 설립, 전문 상담 인력 배치,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한 교류 프로그램 개발 등을 추진해야 한다.
7. 결론
선교사의 가정과 자녀(MK)는 선교 사역의 부속물이 아니라 핵심 동역자이다. 가정의 영성이 지켜질 때, 자녀의 정체성이 건강하게 세워질 때, 선교 사역은 지속성과 열매를 갖는다. 따라서 선교학적 논의 속에서 반드시 가정과 자녀 문제를 중심 주제로 다루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선교사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교회와 세계 선교 공동체가 함께 감당해야 할 과제이다.
선교사의 가정과 자녀(MK) – 1부 하
(역사적‧교리적 전개와 학문적 논의, 심화 내용)
1. 선교사의 가정: 소명과 긴장
선교는 개인적 부르심이 아니라 가정 전체의 참여를 전제한다. 하나님께서는 아브라함을 부르실 때 단지 한 개인이 아니라 “너와 네 집이 여호와를 섬기라” 하셨다. 구약의 부르심에서부터 신약의 사도행전까지, 가정 단위의 헌신은 선교 역사에서 지속적인 패턴을 이루었다. 그러나 실제 선교 현장에서는 가정과 사역이 긴장 관계 속에 놓인다. 선교사는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전심으로 헌신해야 하지만, 동시에 배우자와 자녀에 대한 책임을 소홀히 할 수 없다.
초기 선교 역사에서 선교사의 배우자와 자녀는 종종 사역의 ‘부수적 존재’로 여겨졌다. 윌리엄 캐리(William Carey)의 아내 도로시 캐리는 인도의 낯선 환경과 과중한 부담으로 인해 정신적 고통 속에서 생을 마감하였다. 허드슨 테일러의 아내 마리아 또한 중국 내지 선교 현장에서 큰 고난을 겪다 일찍 세상을 떠났다. 이와 같은 사례들은 선교사 가정의 사명이 단지 남편 혹은 아내의 헌신을 넘어, 전체 가정의 공동 사명임을 일깨워 준다.
2. MK(선교사 자녀)의 정체성 문제
2-1. “제3문화 아이들”(Third Culture Kids, TCK)의 개념
MK는 흔히 TCK라는 범주 속에서 이해된다. 이들은 부모의 모국 문화와 파송지의 현지 문화 사이에서 자라나지만, 동시에 어느 한쪽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한다. 그 결과 독특한 정체성을 형성하게 된다. 긍정적으로는 문화적 유연성과 언어 능력, 세계시민적 시각을 갖게 되지만, 부정적으로는 소속감의 결핍, 정체성 혼란, 뿌리 상실을 경험한다.
2-2. 심리적·영적 도전
MK는 종종 부모의 사명을 위해 희생되는 존재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다. 학교나 사회에서 “외국인”으로 간주되거나, 본국에 돌아왔을 때는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는 낯섦을 경험한다. 이는 정체성 위기의 주요 원인이 된다. 더 나아가, 부모의 선교 사역 때문에 충분한 관심을 받지 못한다고 느낄 경우, 영적·심리적 상처가 깊어진다. 따라서 MK의 영적 양육은 단순한 부차적 사역이 아니라 선교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 과제라 할 수 있다.
3. 선교사 배우자의 사명
선교사의 배우자는 단순히 동반자가 아니라 함께 부름받은 동역자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배우자의 헌신은 종종 기록되지 못하거나 과소평가되었다. 선교지에서 배우자는 사역, 가정 관리, 언어 학습, 자녀 교육, 현지인과의 관계 구축 등 다중적 부담을 짊어진다. 신학적으로 볼 때, 가정은 작은 교회이며, 배우자의 헌신은 사도행전적 공동체 사역의 중요한 일부다.
오늘날 많은 선교 단체들은 배우자 돌봄 사역(Spousal Care Ministry)과 가정 사역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단지 후방 지원이 아니라, 복음 사역의 현장적 지속성을 위한 필수 요소이기 때문이다.
4. 교회사 속 MK와 선교 가정
교회 역사에서 선교사 자녀들이 교회와 선교에 끼친 영향은 지대하다. 어떤 MK들은 부모의 소명을 계승하여 새로운 세대의 선교사가 되었다. 예를 들어, 허드슨 테일러의 자녀들과 손주들은 중국 내지 선교회의 후계자가 되어 사역을 확장했다. 그러나 반대로 어떤 MK들은 부모의 사역으로 인한 상처 때문에 교회와 신앙을 떠나기도 했다.
이처럼 MK의 정체성과 신앙 형성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선교 운동 전체의 미래와 직결된다. 교회와 선교 단체가 MK 교육과 양육에 전략적으로 투자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5. 신학적 성찰: 선교사의 가정은 작은 교회
교부 어거스틴은 가정을 “작은 교회(domus ecclesia)”라고 불렀다. 이는 단지 비유적 표현이 아니라, 가정이 교회의 본질을 반영한다는 신학적 선언이다. 선교사 가정은 현지에서 세워지는 첫 번째 교회이며, 이 교회를 통해 선교의 영성이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가정이 복음의 모범을 보이지 못한다면, 선교사의 메시지는 힘을 잃는다.
따라서 선교사의 가정은 단지 사역을 돕는 환경이 아니라, 곧 선교의 본질적 장이다. 부모의 부르심은 자녀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으며, 하나님께서는 한 가정을 통해 열방을 축복하신다.
6. 현대 선교학의 도전과 과제
6-1. MK 교육 기관
현대 선교에서는 MK를 위한 국제 학교, 홈스쿨링 네트워크, 온라인 교육 등 다양한 대안이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여전히 비용, 언어, 신학적 정체성의 문제들이 도전으로 남아 있다.
6-2. 심리·상담 지원
많은 선교 단체들이 MK와 배우자를 위한 전문 상담 사역을 시작했다. 예컨대 “Barnabas International”이나 “Interaction International” 같은 단체는 MK의 정체성·재적응 문제를 돕는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6-3. 한국 교회의 역할
한국 교회는 세계 선교 2위 국가로서 MK 지원에 중요한 책임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아직 MK를 위한 체계적 지원은 서구권에 비해 부족하다. MK 수련회, 장학금, 멘토링 프로그램 등에서 더 큰 발전이 필요하다.
7. 결론: 가정 중심 선교 신학
선교사의 가정은 단순히 사역자의 개인적 삶을 뒷받침하는 역할이 아니다. 그것은 선교 사명의 본질적인 일부이며, 가정 자체가 하나님 나라의 증거이다. MK의 정체성과 배우자의 헌신은 선교 역사의 중요한 동력이며, 교회는 이를 무시할 수 없다. 앞으로의 선교학은 개인 선교사의 헌신뿐 아니라, 가정 단위의 선교 영성과 돌봄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선교사의 가정과 자녀(MK) – 2부 상
(방법론과 실제적 접근: 상편)
1. 가정 중심 선교 전략의 필요성
선교학은 오랫동안 ‘개인 헌신’과 ‘사역 전략’을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그러나 현장의 경험은 언제나 선교사가 가정이라는 구체적 공동체 속에서 사역한다는 사실을 증언한다. 한 선교사가 현지에 잘 정착하려면 배우자의 적응, 자녀의 교육, 가족 전체의 정서적 안정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현대 선교학은 이제 개인 선교사의 전략을 넘어, 가정 단위의 선교 전략을 강조하게 되었다.
이를 위해 많은 선교 단체들은 선교사를 파송할 때 ‘가정 면접’을 통해 배우자와 자녀까지 포함해 사역 적합성을 검토한다. 또한 사역지 배치, 교육, 의료, 생활 지원까지 가정 전체를 고려한다. 이런 변화는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복음이 삶 전체를 통해 증거된다는 신학적 확신에서 나온다.
2. 배우자 사역의 실제
2-1. 배우자의 역할 재정립
배우자는 더 이상 ‘선교사의 부속자’가 아니다. 가정 사역, 여성 사역, 교육 사역, 의료 봉사, 문화 교류 등 다양한 영역에서 독자적인 사명을 감당한다. 예컨대, 동남아시아의 한 선교사 아내는 전문 간호사 자격을 활용해 지역 보건소에서 봉사하며 복음의 문을 열었다. 또 어떤 경우에는 배우자가 현지 여성들에게 성경 공부와 문해 교육을 제공함으로써 공동체 전체가 복음화되는 길을 열었다.
2-2. 배우자 돌봄(Care Ministry)
그러나 배우자가 과중한 부담을 지게 되면 가정 전체가 위기를 맞는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선교 단체들은 배우자를 위한 돌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정기적 상담, 영적 지도, 재충전 수련회 등이 대표적이다. 배우자의 영적·정서적 건강은 가정 전체의 선교 사명을 지속 가능하게 만든다.
3. MK 교육의 다양한 모델
3-1. 국제학교
가장 일반적인 대안은 선교지에 위치한 국제학교다. 영어·현지어·모국어 교육이 동시에 이루어지며, 다양한 문화권 아이들과 어울리면서 세계시민적 시각을 키울 수 있다. 그러나 등록금 부담이 크고, 기독교적 정체성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3-2. 홈스쿨링
많은 선교사 가정은 홈스쿨링을 선택한다. 부모가 직접 자녀를 가르치거나 온라인 교육 과정을 병행한다. 장점은 교육의 유연성과 기독교 세계관 중심 교육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부모의 부담이 크고, 또래 관계 형성이 어렵다는 약점이 있다.
3-3. MK 보딩스쿨(기숙학교)
서구권 선교 역사에서 흔히 사용된 모델은 MK 보딩스쿨이다. 부모는 선교지에서 사역을 계속하고, 자녀는 본국이나 특정 지역의 기숙학교에서 교육받는다. 이는 부모가 사역에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자녀와의 분리가 정서적 상처를 남기는 경우가 많았다. 오늘날 많은 선교 단체들은 보딩스쿨 대신 가정 중심 모델을 더 강조한다.
4. MK의 정체성 양육 방법
MK 사역의 핵심은 교육 그 자체보다 정체성 형성에 있다.
첫째, 부모가 자녀에게 “너는 하나님 나라를 위한 귀한 부르심 안에 있다”는 메시지를 꾸준히 심어주어야 한다.
둘째, 교회와 선교 단체는 MK를 ‘선교의 희생자’가 아니라 ‘선교의 동역자’로 인정해야 한다.
셋째, 또래와의 교제, 본국 교회의 멘토링, MK 수련회 같은 공동체 경험이 필요하다.
실제로 한국의 MK 수련회에서는 “당신은 하나님의 선교 이야기 속에 쓰임받는 주인공”이라는 메시지를 강조하며, MK들이 동일한 경험을 나누며 치유와 회복을 얻는다.
5. 선교사 가정 돌봄 네트워크
5-1. 교회의 역할
파송 교회는 단순히 재정적 지원을 넘어서, 선교사 가정을 돌보는 영적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정기적 영상 교제, 편지, 기도 편지에 대한 응답, 단기 방문 등이 선교사 가정에 큰 힘이 된다.
5-2. 선교 단체의 역할
선교 단체는 상담사, 교육 전문가, MK 담당 간사를 배치하여 장기적 돌봄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또 위기 상황(예: 의료 문제, 교육 문제, 심리적 붕괴)에 긴급히 대응할 수 있는 안전망을 확보해야 한다.
5-3. MK 네트워크
MK들끼리 연결망을 형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같은 경험을 공유하는 또래와의 교제는 정체성 혼란을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한국에서도 최근 MK 페스티벌, MK 네트워크 모임 등이 활성화되고 있다.
6. 실제 현장의 도전과 응답
현장에서 자주 발생하는 문제들은 다음과 같다.
언어 장벽으로 인한 자녀의 학습 지연
문화적 차이로 인한 왕따와 소외
부모의 사역 과중으로 인한 정서적 방치
본국 귀국 후 재적응의 어려움
이에 대한 응답으로는 멘토링 제도, 교회-가정 공동 교육, 재적응 캠프, 온라인 커뮤니티 활용 등이 있다. 일부 교회는 귀국한 MK들을 위해 대학 장학금을 제공하거나, 청년부에서 특별 멘토링을 제공하기도 한다.
7. 결론: 선교사 가정은 ‘보내심 받은 공동체’
현대 선교학은 선교사를 더 이상 개인적 사역자로만 보지 않는다. 그는 가정을 동반한, 하나님께 보내심 받은 공동체다. 배우자와 자녀는 사역의 부담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 선교의 동역자다. 따라서 교회와 선교 단체는 선교사의 가정을 돌보고, MK를 다음 세대 선교 리더로 세우는 책임을 다해야 한다.
선교사의 가정과 자녀(MK) – 2부 하
(방법론과 실제적 적용: 하편)
1. 현장의 실제 사례 분석
1-1. 동남아 지역의 선교사 가정
A 선교사 가정은 동남아시아의 무슬림 다수 지역에서 사역한다. 부모는 교회 개척과 제자 훈련에 집중했지만, 자녀들은 언어와 문화 적응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초기에는 공립학교에 보냈으나, 차별과 소외를 겪으면서 결국 국제학교로 전학시켰다. 국제학교를 통해 자녀가 자신감을 회복했고, 현지 친구들과도 자연스러운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그러나 학비 부담이 커 파송 교회가 장학금 제도를 마련해 지속 가능성을 확보했다. 이 사례는 교회의 재정·교육적 파트너십이 가정을 살린 사례다.
1-2. 아프리카 지역의 MK 보딩스쿨 경험
B 선교사 가정은 아프리카에서 의료 선교를 감당했다. 자녀들은 수도에서 운영되는 MK 보딩스쿨에 다녔고, 부모와는 떨어져 살았다. 자녀들은 신앙적으로 잘 양육되었지만, 사춘기에 부모와의 정서적 거리감이 커졌다. 귀국 후에는 부모와의 갈등이 표면화되었으나, MK 네트워크 모임과 전문 상담을 통해 관계 회복의 길을 걸었다. 이는 정서적 돌봄이 교육만큼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1-3. 한국 선교사 자녀의 귀국 후 적응
C 선교사 가정은 중남미에서 15년간 사역하다 귀국했다. 자녀들은 한국어보다 스페인어에 익숙했고, 한국 학교의 경쟁적 분위기에 큰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파송 교회의 MK 멘토링 프로그램과 대학 청년부 공동체의 포용으로 점차 적응해갔다. 이 사례는 귀국 후 재적응 사역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2. MK 사역의 실제 전략
2-1. 교육 지원 체계
교회와 선교 단체는 MK 교육을 장학금, 온라인 수업, 전문 교사의 순회 교육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한국의 일부 선교 단체는 **“MK 온라인 학교”**를 운영하여 현지에서도 양질의 한국 교육과 신앙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2-2. 정체성 훈련 프로그램
MK 캠프, 수련회, 멘토링은 단순한 친목 행사가 아니라 정체성 회복의 장이 되어야 한다. 자녀가 선교사 자녀라는 사실을 ‘짐’이 아니라 ‘부르심’으로 인식하게 도와야 한다. 훈련의 목표는 “너는 하나님 나라의 대사로 부름받았다”는 자기 이해를 심어주는 것이다.
2-3. 심리·정서적 케어
MK들은 종종 “나는 어디에 속한 사람인가?”라는 정체성 혼란을 겪는다. 따라서 심리 상담, 영적 멘토링, 또래 교제 기회가 필수적이다. 한국 교회는 전문 상담가를 양성하거나 선교 단체와 협력하여 MK 맞춤형 심리·영성 케어를 제공해야 한다.
3. 한국 교회의 실천 모델
3-1. 파송 교회의 전인적 돌봄
많은 한국 교회는 여전히 선교사를 ‘보내고 잊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파송 교회는 선교사뿐 아니라 가정 전체를 책임지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정기적 화상 교제, 자녀 생일 챙기기, 교회학교와 MK의 자매결연 등이 그 방법이다.
3-2. MK 교육 지원 센터
일부 교회는 MK 교육센터를 세워 귀국한 자녀들에게 한국 교육에 적응할 수 있는 교두보를 제공한다. 언어 교육, 한국 역사·문화 교육, 대학 입시 상담 등을 돕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배려’가 아니라, 미래 세대 선교 인력을 세우는 전략적 투자다.
3-3. MK와 청년 선교사의 연계
한국 교회 청년부와 MK를 연결하여, 귀국 후에도 지속적으로 영적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MK들은 동일한 경험을 한 멘토와의 만남을 통해 안정감을 얻는다. 나아가 MK들이 스스로 청년 선교 리더로 성장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
4. 선교사 배우자 사역의 구체적 방법
4-1. 여성 사역의 확장
많은 선교지에서 여성들은 사회적·종교적 차별로 인해 복음을 듣기 어렵다. 선교사 배우자가 여성 사역에 참여할 때, 가정 사역은 강력한 선교적 도구가 된다. 한국의 한 선교사 아내는 현지 여성들에게 요리·재봉 기술을 가르치며 복음을 전했고, 가정 교회가 세워졌다.
4-2. 배우자 케어 프로그램
교회와 선교 단체는 배우자의 영성 훈련, 심리적 쉼, 사역 재충전의 기회를 정기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배우자를 돌보는 것은 사역 효율성을 위한 관리 차원이 아니라, 가정 전체를 하나님의 선교 공동체로 세우는 영적 사역이다.
5. 미래 선교를 위한 제언
5-1. 가정 중심 파송
앞으로 선교사는 개인이 아니라 가정 단위로 파송되어야 한다. 파송 교회는 선교사의 사역 계획뿐 아니라 배우자의 은사, 자녀의 교육 계획까지 함께 논의해야 한다.
5-2. MK 리더십 개발
MK들은 다문화 경험, 언어 능력, 세계시민적 시각을 이미 갖추고 있다. 교회와 선교 단체는 이들을 단순히 ‘돌봄의 대상’으로만 보지 말고, 다음 세대 선교 리더로 세워야 한다.
5-3.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MK들을 위한 국제적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한국 교회는 세계 교회와 협력하여 MK 컨퍼런스, 글로벌 장학금, 온라인 네트워크를 확장할 수 있다.
6. 결론: 가정이 곧 선교의 현장
선교사의 가정은 단순히 사역의 기반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 선교의 현장 그 자체다. 가정 안에서 배우자는 영적 동역자이며, 자녀는 선교적 정체성을 가진 하나님의 사람이다. 교회와 선교 단체가 이 사실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때, 선교는 더 이상 개인적 희생의 영역이 아니라 가정이 함께 누리고 증거하는 하나님 나라 운동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