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 스틸 (Ann Steal)

콩고의 어머니, 앤 스틸: 50년의 사랑으로 아프리카 여성을 깨우다
서론: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세계 선교의 역사에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거인들의 이름이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그 역사만큼이나 두꺼운 것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오지의 작은 마을에서 평생을 묵묵히 헌신하다 이름 없이 사라져 간 수많은 평범한 선교사들의 이야기이다. 앤 스틸은 바로 그 '이름 없는' 거인 중 한 명이었다.

그녀는 책을 쓰거나 세계적인 부흥 운동을 이끌지 않았다. 그녀의 이름은 유명한 선교 역사책에서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그녀는 20세기 중반, 아프리카의 심장부 콩고(Congo)에서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그 누구보다 깊이 뿌리내려 아프리카 여성들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은 위대한 '어머니'였다.

그녀의 선교는 드라마틱한 사건이 아니라, 매일매일의 꾸준한 삶으로 이루어졌다. 그녀는 성경을 가르쳤고, 바느질을 가르쳤으며, 아픈 아이를 돌보았고, 남편에게 매 맞는 아내의 피난처가 되어주었다. 그녀는 선교사가 아니라, 그들의 삶의 일부가 되었다. 본 글은 이처럼 조용하지만 강인했던 여성 선교사 앤 스틸의 생애와 유산을 탐구하고자 한다. 그녀가 어떻게 콩고의 오지에서 50년이라는 긴 세월을 버텨낼 수 있었는지, 그녀의 사역이 콩고 여성들의 삶에 어떤 구체적인 변화를 가져왔는지, 그리고 그녀의 삶이 오늘날 우리에게 던지는 '평범한 위대함'의 의미가 무엇인지 조명하며 글을 맺고자 한다.

본론 1: 순종의 발걸음, 미지의 땅 콩고로
앤 스틸의 선교는 거창한 비전이 아닌, 하나님의 부르심에 대한 단순하고 완전한 순종에서 시작되었다.

1901년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난 앤 스틸은 평범한 여성이었다. 그녀는 1928년, C. T. 스터드가 설립하여 '급진적인 헌신'으로 유명했던 세계복음화십자군(Worldwide Evangelisation Crusade, WEC) 소속의 선교사로 헌신했다. 그녀가 받은 첫 파송지는 당시 벨기에령이었던 콩고의 북동부, 이투리(Ituri) 정글의 깊숙한 곳이었다.

그녀가 도착한 곳은 문명과 완전히 단절된 땅이었다. 말라리아와 수면병이 창궐했고, 부족 간의 갈등이 끊이지 않았으며, 여성에 대한 억압은 상상을 초월했다. 그녀는 이곳에서 선배 선교사들과 함께 살며, 현지 언어를 배우고, 풍토병과 싸우며 조금씩 아프리카의 삶에 적응해 나갔다.

본론 2: 아프리카 여성들의 친구이자 어머니
앤 스틸 사역의 중심에는 언제나 '아프리카 여성'이 있었다. 그녀는 콩고 사회의 가장 근본적인 변화가 여성을 깨우는 데서 시작된다고 굳게 믿었다.

삶을 나누는 교육
그녀는 전통적인 교실 교육을 넘어, 여성들의 삶 속으로 직접 들어갔다. 그녀는 마을 여성들과 함께 앉아 텃밭을 가꾸고, 음식을 만들고, 바느질을 하며 자연스럽게 그들의 친구가 되었다. 그녀는 이 과정 속에서 성경 이야기를 들려주고, 찬송을 가르쳤으며, 자신의 글을 읽지 못하는 여성들을 위해 직접 글을 읽고 써주었다.

그녀의 가장 중요한 사역 중 하나는 '결혼 예비 학교'였다. 당시 콩고 여성들은 결혼에 대한 아무런 준비 없이 조혼(早婚)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녀는 결혼을 앞둔 젊은 여성들을 모아, 그리스도인 아내이자 어머니로서 어떻게 가정을 꾸려나가야 하는지, 자녀를 어떻게 양육해야 하는지, 그리고 남편과 어떻게 동등한 인격체로서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를 성경적으로 가르쳤다. 그녀의 가르침은 수많은 콩고 가정들을 변화시키는 씨앗이 되었다.

상처 입은 영혼들의 피난처
그녀의 집은 언제나 고통받는 여성들을 위한 피난처였다. 남편에게 폭행당한 아내, 가족에게 버림받은 과부, 병든 아이를 둔 어머니들이 끊임없이 그녀를 찾아왔다. 그녀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기도하며, 그들이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언덕이 되어주었다. 그녀는 단순한 선교사가 아니라, 그들의 '어머니'이자 '큰언니'였다.

본론 3: 50년의 헌신, 그리고 남겨진 유산
앤 스틸은 1928년 콩고에 도착한 이후, 1981년 80세의 나이로 은퇴하여 영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무려 53년이라는 세월을 콩고에서 보냈다. 그녀는 콩고의 독립과 끔찍한 내전, 그리고 독재 정권의 수립 등 격동의 현대사를 모두 온몸으로 겪어냈다. 수많은 동료 선교사들이 질병과 위험, 혹은 은퇴로 콩고를 떠났지만, 그녀는 마지막까지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그녀가 남긴 유산은 눈에 보이는 건물이나 기관이 아니다. 그녀의 유산은 그녀의 삶을 통해 변화된 수많은 콩고 여성들의 삶 그 자체이다.

그녀는 수많은 영적 자녀와 손주를 남겼다. 그녀에게 성경을 배우고 삶을 나눴던 여성들은 신실한 그리스도인 어머니가 되어, 그들의 자녀 세대에게 신앙을 전수했다. 그녀가 세운 교회는 그녀가 떠난 후에도 현지인 지도자들에 의해 굳건히 이어져 내려왔다.

그녀는 '이름 없는 헌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그녀의 삶은 위대한 선교가 반드시 세계적인 명성이나 극적인 사건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한 자리에서, 수십 년간, 변함없는 사랑과 성실함으로 이웃을 섬기는 삶이야말로 가장 위대한 선교임을 증거했다.

결론: 평범함 속에 깃든 위대함
앤 스틸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진정한 선교적 삶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한다. 그녀는 한 번의 설교로 수천 명을 회심시키지 못했다. 그러나 그녀는 한 명의 여인에게 글을 가르치고, 한 명의 아이를 품에 안았으며, 한 명의 상처 입은 영혼과 함께 울었다. 그리고 그 '한 사람'을 향한 50년의 꾸준한 사랑이, 결국 한 지역 사회 전체를 변화시키는 거대한 힘이 되었다.

그녀의 삶은 화려하지 않았기에 더욱 위대하다. 그녀는 어떤 기적이나 특별한 은사를 자랑하지 않았다. 그녀의 유일한 무기는 변함없는 성실함과 이웃을 향한 꾸준한 사랑이었다. 오늘날처럼 빠르고 가시적인 성과를 요구하는 시대에, 앤 스틸의 삶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하지만 가장 잊기 쉬운 진리, 즉 '오래 참음으로 열매를 맺는' 사랑의 위대함을 일깨워준다. 그녀는 콩고의 흙먼지 속에 이름 없이 묻힌 수많은 밀알 중 하나였지만, 그녀를 통해 맺어진 생명의 열매는 지금도 아프리카의 심장부에서 풍성하게 자라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