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앙 카토 (Byang H. Kato)

아프리카 신학의 파수꾼, 비앙 카토: 혼합주의에 맞서 복음의 순수성을 지키다
서론: 아프리카 교회의 목소리를 찾아서
20세기 중반, 아프리카 교회는 폭발적인 부흥과 함께 심각한 정체성의 위기를 맞고 있었다. 서구 선교사들이 물러난 자리에, 아프리카의 전통 사상과 기독교 신앙을 혼합하려는 '혼합주의(Syncretism)' 신학의 물결이 거세게 밀려들고 있었다. "아프리카의 하나님은 누구인가?", "우리의 조상들이 믿었던 신은 거짓된 신이었는가?", "어떻게 하면 서구의 옷이 아닌, 아프리카의 옷을 입은 기독교를 만들 수 있는가?" 이러한 질문들 앞에서 아프리카 교회는 길을 잃고 있었다.

바로 이 혼돈의 시기에, "성경은 모든 문화와 시대를 초월하는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외치며, 복음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한 나이지리아의 젊은 신학자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비앙 카토. 그는 아프리카 복음주의 신학의 아버지이자, 아프리카 복음주의 연맹(AEAA)의 초대 총무로서, 아프리카 교회가 신학적 자립을 이루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한 인물이다.

그는 아프리카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복음이 아프리카의 전통과 어떻게 대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성경적인 길을 제시했다. 그의 삶은 불꽃처럼 짧았지만, 그가 남긴 신학적 유산은 오늘날 아프리카 교회가 나아가야 할 길을 밝히는 등불이 되고 있다. 본 글은 이처럼 '아프리카 신학의 파수꾼'이었던 비앙 카토의 생애와 유산을 탐구하고자 한다.

본론: 아프리카의 아들, 성경의 진리를 변호하다
1936년 나이지리아 북부의 작은 부족 마을에서 태어난 비앙 카토는, '수단 내지 선교회(SIM)'를 통해 기독교를 접하고, 런던 성경 대학과 댈러스 신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한 수재였다. 그는 아프리카인으로서 서구 최고의 신학 훈련을 받은 첫 세대 지도자 중 한 명이었다.

혼합주의와의 신학적 투쟁
그가 신학자로서 맞서 싸운 가장 큰 적은, 당시 아프리카 신학계를 휩쓸고 있던 자유주의적 혼합주의 신학이었다. 이들은 아프리카 전통 종교의 신과 성경의 하나님을 동일시하고, 조상 숭배와 같은 전통 관습을 기독교 예배에 통합하려 했다.

이에 맞서 비앙 카토는 그의 대표작 『아프리카의 신학적 함정(Theological Pitfalls in Africa)』(1975)을 통해, 이러한 시도가 복음의 유일성과 절대성을 훼손하는 치명적인 오류임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그는 아프리카 문화 자체를 악으로 규정하지는 않았지만, 성경의 권위를 기준으로 모든 문화를 비판적으로 성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복음은 모든 문화의 주인이 되어야지, 손님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아프리카 복음주의 연맹(AEAA)
그는 비판에만 머무르지 않고, 아프리카 복음주의 교회를 위한 연합과 교육에 헌신했다. 그는 1974년, 아프리카 복음주의 신학교 협의회(AETEA)를 창설하여, 아프리카의 신학교들이 서구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높은 수준의 신학 교육을 제공할 수 있도록 기틀을 마련했다. 그는 또한 아프리카 복음주의 연맹(Association of Evangelicals in Africa and Madagascar, AEAM, 훗날 AEA)의 초대 총무로서, 대륙 전체의 복음주의 교회를 하나로 묶는 구심점 역할을 했다.

결론: 비극적 죽음, 그러나 영원한 유산
1975년,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 세계교회협의회(WCC) 총회에 복음주의 진영의 대표로 참석했던 비앙 카토는, 총회 기간 중 몸바사 해변에서 수영을 하다가 익사 사고로 39세라는 너무나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그의 죽음을 둘러싸고 여러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분명한 것은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아프리카 교회에 엄청난 손실이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가 남긴 유산은 그의 죽음으로 사라지지 않았다. 그가 세운 신학교 협의회는 오늘날까지 아프리카 신학 교육의 발전을 이끌고 있으며, 그가 지키고자 했던 성경적 복음주의 신앙은 아프리카 교회의 굳건한 주류로 자리 잡았다. 그는 아프리카 교회가 더 이상 서구 신학의 그림자에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로 성경의 진리를 선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위대한 선구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