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슨 트로트맨 (Dawson Trotman)

한 사람을 통해 세계를, 도슨 트로트맨: '일대일 제자 양육' 운동의 개척자
서론: "배가(倍加)의 원리"를 발견한 선교사
만약 당신이 한 해 동안 한 명의 사람을 그리스도께 인도하고, 그를 1년 동안 집중적으로 훈련시켜 또 다른 사람을 제자 삼을 수 있는 사람으로 키워낸다고 상상해보라. 그리고 그 다음 해, 당신과 당신의 제자가 각각 또 다른 한 명씩을 제자 삼는다면, 두 명은 네 명이 된다. 이 '배가(multiplication)'의 원리가 계속된다면, 이론적으로 33년 후에는 전 세계 모든 인구가 복음을 듣게 될 수 있다.

이 단순하면서도 폭발적인 '영적 배가'의 원리를 발견하고, 그것을 자신의 사역 핵심에 둔 인물이 바로 도슨 트로트맨이다. 그는 거대한 집회나 대중 매체를 통해 수천 명을 한 번에 변화시키려 하지 않았다. 그는 예수님께서 열두 제자를 부르셨던 것처럼, '한 사람'에게 집중했다. 그는 한 사람을 그리스도의 온전한 제자로 세우면, 그 한 사람이 또 다른 사람을, 그리고 그 사람이 또 다른 사람을 세워, 결국 세상을 변화시키는 거대한 영적 운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그의 이러한 비전은 '네비게이토 선교회(The Navigators)'의 창설로 이어졌다. 네비게이토는 성경 암송과 일대일 제자 양육, 그리고 순종하는 삶을 강조하며, 20세기 평신도 선교 운동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단체 중 하나가 되었다. 본 글은 이처럼 '한 사람'의 가치를 통해 세계 복음화의 새로운 길을 연 도슨 트로트맨의 생애와 유산을 탐구하고자 한다. 먼저 방황하던 젊은이가 어떻게 제자 양육의 비전을 품게 되었는지 살펴보고, 네비게이토 사역의 핵심 원리인 '일대일 양육'과 '영적 배가'의 개념을 분석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의 삶과 갑작스러운 죽음이 오늘날 우리에게 남긴 교훈을 조명하며 글을 맺고자 한다.

본론 1: 방황하던 청년, 한 선원의 영혼을 품다
1906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난 도슨 트로트맨의 청년기는 결코 모범적이지 않았다. 그는 학교를 중퇴하고, 트럭 운전사로 일하며 도박과 술에 빠져 지냈다. 그의 거친 삶은 경찰서를 드나드는 일로 얼룩졌다.

회심과 성경 암송
그의 인생이 바뀐 것은 1926년, 한 부흥 집회에서였다. 그는 그곳에서 자신의 죄를 깊이 깨닫고 그리스도를 영접했다. 그러나 회심 이후에도 그는 여전히 옛 습관의 유혹과 싸워야 했다. 그는 이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한 친구의 조언에 따라 매일 성경 구절을 암송하기 시작했다. 그는 작은 카드에 성경 구절을 적어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운전하는 중에도 틈틈이 말씀을 암송하고 묵상했다.

말씀을 암송하는 훈련은 그의 삶을 놀랍게 변화시켰다. 그는 죄의 유혹을 이길 힘을 얻었고,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는 지혜를 얻었다. 이 경험을 통해 그는 '말씀 암송'이 그리스도인의 삶에 얼마나 필수적인지를 뼈저리게 깨달았고, 이는 훗날 네비게이토 사역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가 되었다.

첫 번째 제자, 레스터 스펜서
1933년, 트로트맨은 해군 군함 USS 웨스트버지니아호에 승선한 한 젊은 수병, 레스터 스펜서(Lester Spencer)를 만났다. 스펜서는 막 그리스도인이 되었지만, 신앙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트로트맨은 그를 돕기로 결심하고, 자신이 효과를 보았던 성경 구절 암송법을 그에게 가르쳐주었다. 그는 매주 스펜서를 만나 함께 성경을 공부하고, 암송한 구절을 확인하며, 그의 삶의 문제들을 함께 기도했다. 이것이 바로 그의 첫 '일대일 제자 양육'이었다.

몇 달 후, 스펜서는 완전히 새로운 사람으로 변화되었다. 트로트맨은 변화된 스펜서에게 "이제 자네가 다른 수병에게, 내가 자네에게 했던 것과 똑같이 해주게"라고 말했다. 스펜서는 곧 다른 수병을 제자로 삼아 양육하기 시작했고, 그 수병은 또 다른 수병을 제자로 삼았다.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그 군함에 있던 1,000여 명의 수병들 중 125명이 훈련된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어 매일 성경을 공부하고 있었다. 트로트맨은 이 놀라운 결과를 통해, 한 사람을 제대로 세우는 것이 얼마나 폭발적인 '영적 배가'를 가져오는지를 직접 목격했다.

본론 2: 네비게이토 - 길을 안내하는 사람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트로트맨의 '일대일 제자 양육' 사역은 미군 전체로, 그리고 전 세계로 확산되는 결정적인 계기를 맞았다.

"To Know Christ and to Make Him Known"
수많은 젊은이들이 군에 입대하여 전 세계로 흩어지게 되자, 트로트맨은 이들을 영적으로 무장시켜 파송하는 것을 자신의 새로운 사명으로 삼았다. 그는 자신의 사역을 '네비게이토(The Navigators, 항해사)'라고 이름 붙였다. 이는 그리스도를 모르는 사람들이 그분께로 가는 길을 안내하고, 그리스도를 아는 사람들이 그분 안에서 성장하도록 길을 안내하는 '영적 항해사'가 된다는 의미였다. 네비게이토의 모토는 "그리스도를 알고, 그를 알게 하자(To Know Christ and to Make Him Known)"가 되었다.

네비게이토의 훈련 방식은 체계적이고 실질적이었다.

말씀의 수레바퀴: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말씀(읽는 것), 기도(호흡하는 것), 교제(함께하는 것), 증거(나아가는 것)라는 네 개의 바퀴살이 균형을 이루어야 건강한 신앙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가르쳤다.

주제별 성경 암송 시스템(Topical Memory System): 그리스도인의 삶에 필수적인 60개의 핵심 구절을 주제별로 묶어 암송하게 함으로써, 신자들이 어떤 상황에서도 하나님의 말씀으로 무장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일대일 양육: 모든 훈련의 핵심은 선배 신자가 후배 신자를 인격적으로 만나 삶을 나누고 말씀을 가르치는 '일대일' 관계에 있었다.

전쟁 기간 동안, 네비게이토를 통해 훈련받은 수천 명의 군인들은 전 세계의 전쟁터와 군 기지에서 살아있는 선교사가 되었다.

본론 3: 한 사람을 위한 마지막 헌신
전쟁이 끝난 후, 네비게이토는 군인 사역을 넘어 대학생, 직장인, 그리고 일반 평신도들을 위한 국제적인 제자 훈련 단체로 성장했다. 트로트맨은 전 세계를 다니며 집회를 인도하고 자신의 비전을 나누는 세계적인 지도자가 되었다.

갑작스러운 죽음과 마지막 교훈
그의 삶은 1956년 6월, 50세의 젊은 나이에 너무나 갑작스럽게 막을 내렸다. 그는 뉴욕의 한 호수에서 동료 사역자들과 함께 보트를 타던 중, 배가 갑자기 뒤집히는 사고를 당했다. 그는 뛰어난 수영 실력으로 물에 빠진 한 여성을 안전하게 다른 보트로 밀어 올려주었지만, 정작 자신은 지쳐서 물속으로 가라앉고 말았다.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바친 것이다.

그의 장례식에서, 빌리 그레이엄은 이렇게 말했다. "도슨 트로트맨은 제가 아는 그 누구보다도, 한 사람의 영혼에 대한 가치를 깊이 이해했던 사람입니다."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모두에게 큰 슬픔이었지만, 그의 삶과 죽음은 네비게이토가 추구하는 가치, 즉 '한 사람을 향한 전적인 헌신'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가장 강력하고도 마지막 메시지가 되었다.

결론: 배가의 원리, 영원한 유산
도슨 트로트맨은 20세기 평신도 운동의 패러다임을 바꾼 혁신가였다. 그는 소수의 엘리트 목회자나 선교사만이 사역의 주체라는 생각을 깨뜨리고, 모든 평범한 그리스도인이 '영적 부모'가 되어 다른 사람을 제자 삼을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의 유산은 그가 세운 네비게이토 선교회를 통해 오늘날까지 전 세계 100여 개국에서 이어지고 있다.

그는 '일대일 제자 양육'을 대중화했다. 그의 실질적이고 관계 중심적인 훈련 방식은 전 세계 수많은 교회와 선교 단체의 제자 훈련 모델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는 '영적 배가'의 가능성을 증명했다. 그는 한 사람에게 집중하는 것이 결코 비효율적인 방법이 아니라, 오히려 가장 빠르고 견고하게 세상을 변화시키는 방법임을 보여주었다.

도슨 트로트맨의 삶은 우리에게 질문한다. 우리는 수많은 군중을 향해 외치느라, 바로 우리 곁에 있는 '한 사람'의 가치를 잊고 있지는 않은가? 그의 삶은, 한 사람의 영혼을 그리스도의 온전한 제자로 세우는 것보다 더 위대한 사역은 없음을 우리에게 가르쳐준다. 그 한 사람 안에, 세상을 변화시킬 무한한 가능성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