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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사역, 바울 서신, 요한계시록의 선교 적 완성
성경신학 및 배경

신약의 선교적 관점
그리스도에서 만물까지: 신약의 선교적 서사와 그 완성
서론: 구약의 약속, 신약의 성취
구약성경은 온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구속적 선교(Missio Dei)가 어떻게 한 사람, 아브라함과 그의 후손인 이스라엘이라는 특수한 통로를 통해 시작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장대한 서막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열방을 위한 '제사장 나라'가 되라는 선교적 소명에 실패했고, 구약은 결국 이스라엘의 실패를 넘어설 새로운 언약과 참된 '여호와의 종'에 대한 기다림과 희망의 메시지로 막을 내린다.
신약성경은 바로 이 지점에서, 구약 전체가 가리키던 그 희망이 나사렛 예수라는 한 인격 안에서 어떻게 결정적으로 성취되는지를 증언하며 하나님의 선교 드라마 2막을 연다. 신약의 선교는 더 이상 열방이 시온으로 나아오기를 기다리는 구심적(centripetal) 방식에 머무르지 않는다.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권세와 오순절 성령의 능력으로, 이제 복음은 예루살렘의 경계를 넘어 땅끝을 향해 나아가는 폭발적인 원심적(centrifugal) 운동으로 전환된다.
본 강의안은 이러한 신약의 선교적 서사를 세 가지 핵심 축을 중심으로 심층적으로 탐구하고자 한다.
첫째,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이다. 그의 공생애 전체가 '하나님 나라' 복음의 선포와 시연이었음을 분석하고, 그의 성육신과 십자가, 부활이 어떻게 모든 선교의 원형이자 내용, 그리고 동력이 되는지를 고찰한다. 나아가, 그의 지상대위임명령이 어떻게 구약의 선교적 기대를 성취하고 교회의 선교적 사명을 위임하는 중추적 역할을 하는지 살펴볼 것이다.
둘째, 바울 서신에 나타난 선교 신학이다. '이방인의 사도'로서의 바울의 소명을 통해, 유대인과 이방인을 가르던 장벽이 그리스도의 십자가 안에서 어떻게 무너지고 '한 새 사람'으로 재창조되는지를 에베소서 2장을 중심으로 탐구한다. 또한, 그의 선교 전략과 선교적 교회론을 통해 초대교회가 어떻게 지상명령을 구체적으로 수행해 나갔는지 분석한다.
셋째, 요한계시록에 나타난 선교의 우주적 완성이다. 요한계시록을 단순히 미래에 대한 예언서가 아니라, 핍박받는 교회를 향한 선교적 격려와 궁극적 비전의 책으로 재해석한다. '모든 족속과 방언과 백성과 나라'가 어린 양을 경배하는 우주적 예배의 장면과, 만국을 치유하는 새 예루살렘의 비전을 통해 하나님의 선교가 지향하는 최종적인 목표와 그 영광스러운 완성을 조망할 것이다.
이 여정을 통해 우리는 신약성경 전체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시작되어, 교회를 통해 확장되고, 종말론적 새 창조로 완성되는 하나의 거대한 선교 이야기임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이는 오늘날 교회가 자신의 정체성을 '보냄 받은 공동체'로 재확인하고, 역사의 마지막을 향한 하나님의 위대한 계획 속에서 자신의 위치와 사명을 발견하도록 이끄는 신학적 토대를 제공할 것이다.
제1부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 선교의 중심이자 모델
구약의 모든 예언과 기대는 예수 그리스도라는 한 인격 안에서 그 초점을 찾는다. 그는 하나님의 선교 그 자체이며, 그의 전 생애는 선교의 완벽한 모델이자 내용이다. 그의 사역을 통해 하나님의 선교는 결정적인 전환점을 맞이하고,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1.1. 하나님 나라 복음의 선포와 시연
예수 그리스도의 공생애 사역은 한마디로 '하나님 나라 복음'의 선포와 시연으로 요약될 수 있다. 마가복음 1장 15절은 예수님의 첫 메시지를 이렇게 기록한다. "때가 찼고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으니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
하나님 나라의 개념: '하나님 나라'(βασιλεία τοῦ θεοῦ)는 지리적 영토나 정치적 체제가 아니라, 하나님의 통치와 다스림(reign and rule)이라는 역동적인 활동을 의미한다. 즉, 죄와 사탄의 권세 아래 신음하던 이 세상 속으로 하나님께서 왕으로서 당신의 주권을 회복하시고 구원을 베푸시는 사건을 가리킨다. 예수님은 바로 그 구약에서부터 대망하던 하나님의 통치가 자신을 통해 이 땅에 결정적으로 임했음을 선포하신 것이다.
하나님 나라의 시연: 예수님은 단순히 말로만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행동을 통해 그 나라의 실재를 눈에 보이게 드러내셨다. 그가 병든 자를 고치시고, 귀신 들린 자를 해방시키며, 죄인과 세리들과 함께 식사하시고, 가난한 자들에게 복음을 전파하신 모든 행위는 사탄의 지배 아래 있던 영역에 하나님의 통치가 침입하여 생명과 해방, 회복과 용서를 가져오는 '하나님 나라의 표적(sign)'이었다. 예수님이 계신 곳, 그의 통치가 미치는 곳에 하나님 나라는 현재적인 실재가 되었다.
'이미 그러나 아직'(Already and Not Yet)의 긴장: 예수 그리스도의 초림을 통해 하나님 나라는 이 땅에 '이미' 결정적으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 세상에는 여전히 죄와 고통, 불의와 죽음의 세력이 강력하게 역사하고 있다. 이는 하나님 나라가 '아직' 그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완전히 성취되지는 않았음을 보여준다. 하나님 나라의 완전한 실현은 역사의 마지막에 있을 그리스도의 재림 때에 이루어질 것이다. 교회와 그리스도인은 바로 이 '이미'와 '아직' 사이의 종말론적 긴장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이며, 이 긴장감이야말로 교회가 세상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선교적 삶을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다.
1.2. 성육신, 십자가, 부활: 선교의 원형과 동력
예수 그리스도의 삶의 여정 자체가 선교의 가장 심오한 신학적 원리를 담고 있다. 데이비드 보쉬는 성육신, 십자가, 부활, 승천, 오순절, 재림이라는 6가지 구원 사건을 통해 선교의 다양한 의미를 조명했다. 그중에서도 성육신, 십자가, 부활은 선교의 핵심적인 원형을 이룬다.
성육신(Incarnation): 선교의 방법론: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요 1:14). 하나님이 인간의 몸을 입고 인간의 역사와 문화 속으로 직접 들어오신 성육신은 가장 위대한 선교적 행위이다. 이는 자신을 비우고 낮추어 타자에게 다가가며, 그들의 언어와 문화 속에서 그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성육신적 선교'의 원형을 보여준다. 선교는 더 이상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시혜를 베푸는 행위가 아니라, 섬김과 동일시를 통해 자신을 내어주는 겸손의 행위가 되어야 함을 가르친다.
십자가(Cross): 선교의 메시지: 십자가는 죄로 인해 깨어진 하나님과 인간, 그리고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회복시키는 하나님의 화해 사역의 절정이다. 십자가는 하나님의 공의와 사랑이 가장 극적으로 만나는 지점이며, 선교가 선포해야 할 복음의 핵심 내용이다. 십자가 없는 선교는 인간의 업적을 자랑하는 사회개혁 운동이나 윤리 운동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오직 그리스도의 대속적 죽음을 통해서만 인간은 죄의 문제를 해결하고 하나님과 화목하게 될 수 있다.
부활(Resurrection): 선교의 능력과 소망: 부활은 죽음의 권세를 이기신 하나님의 최종적인 승리를 선포하며, 새로운 창조의 시작을 알리는 사건이다. 부활은 예수께서 선포하신 모든 말씀과 사역이 진리임을 확증하는 하나님의 인준이다. 만약 부활이 없다면 기독교 신앙은 헛것이며, 선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전 15:14). 부활은 선교사들에게 세상의 어떤 핍박과 고난, 심지어 죽음의 위협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담대하게 복음을 전할 수 있는 능력의 원천이 된다. 또한, 부활은 이 세상의 불의와 고통이 끝이 아니며, 장차 모든 것이 회복될 새 하늘과 새 땅에 대한 궁극적인 소망을 제공한다.
1.3. 지상대위임령: 선교적 권세의 위임과 교회의 파송
부활하신 예수님은 승천하시기 전, 제자들에게 마지막으로 유언과도 같은 명령을 남기시는데, 이를 '지상대위임명령'(The Great Commission)이라 부른다. 이는 네 복음서와 사도행전에 각기 다른 강조점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이들을 종합할 때 우리는 교회의 선교적 사명에 대한 온전한 그림을 그릴 수 있다.
마태복음 28:18-20: 권위와 제자 삼음
"예수께서 나아와 말씀하여 이르시되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를 내게 주셨으니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고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 볼지어다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
마태복음의 지상명령은 선교의 권위, 과업, 범위, 내용, 그리고 약속을 명확히 제시한다.
권위: 선교의 근거는 교회의 열심이나 능력이 아니라, 부활하사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를 소유하신 그리스도의 우주적 주권에 있다.
과업: 중심 동사는 '가라'가 아니라 "제자를 삼으라"(μαθητ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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σατε)이다. 선교는 단순히 복음을 한번 전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한 사람이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온전한 제자로 세워질 때까지 가르치고 양육하는 전 과정을 포함한다.
범위: 선교의 대상은 유대인을 넘어 "모든 민족"(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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ἔθνη)이다. 이는 아브라함에게 약속하신 보편적 축복의 성취이자, 구약의 구심적 선교가 원심적 선교로 전환되는 결정적인 선언이다.
약속: 이 불가능해 보이는 사명을 감당할 수 있는 비결은 "세상 끝날까지 항상 함께 있으리라"는 임마누엘의 약속에 있다.
마가복음 16:15: 복음 선포의 보편성
"또 이르시되 너희는 온 천하에 다니며 만민에게 복음을 전파하라"
마가복음은 선포 행위 자체의 보편성과 긴급성을 강조한다. 선교는 특정 지역이나 계층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지리적, 사회적, 문화적 경계를 넘어 '온 천하'의 '만민'에게 전파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복음에 대한 반응(믿음 혹은 불신)이 각 개인의 영원한 운명을 결정짓는다는 엄중한 사실을 일깨운다.
누가복음 24:46-49 & 사도행전 1:8: 성령의 능력과 증인의 삶
"또 그의 이름으로 죄 사함을 받게 하는 회개가 예루살렘에서 시작하여 모든 족속에게 전파될 것이 기록되었으니 너희는 이 모든 일의 증인이라... 너희는 위로부터 능력으로 입혀질 때까지 이 성에 머물라"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
누가-행전은 선교의 내용, 자격, 동력, 그리고 전략을 제시한다.
내용: 선교의 핵심 메시지는 그리스도의 고난과 부활에 근거한 '죄 사함을 받게 하는 회개'이다.
자격: 제자들은 이 구속 사건을 직접 목격한 '증인'(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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ρτυρες)으로 부름받았다. 증인은 자신의 사상이나 철학이 아닌, 자신이 보고 들은 사실을 증언하는 사람이다.
동력: 그러나 이 증인의 사명은 인간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오직 "위로부터 오는 능력", 즉 '성령의 권능'을 덧입을 때에만 가능하다. 성령은 선교의 엔진이다.
전략: 사도행전 1장 8절은 선교가 예루살렘(자신이 속한 문화권)에서 시작하여, 유대와 사마리아(유사 문화권 및 적대적 문화권)를 거쳐, 궁극적으로 "땅 끝"(타문화권)까지 확장되는 점진적이면서도 전 지구적인 과정임을 보여준다.
요한복음 20:21: 삼위일체적 선교에의 참여
"예수께서 또 이르시되 너희에게 평강이 있을지어다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 같이 나도 너희를 보내노라"
요한복음은 선교의 가장 심오한 신학적 근거를 제시한다. 교회의 선교는 독립적인 활동이 아니라, 성부께서 성자를 세상에 보내신 바로 그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에 참여하는 것이다. 교회의 '보냄 받음'(mission)은 예수 그리스도의 '보냄 받으심'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이는 선교가 삼위일체 하나님의 자기 파송이라는 존재론적 행위의 연장선상에 있음을 보여주는 가장 강력한 선언이다.
이처럼 네 복음서와 사도행전의 지상명령은 서로 다른 측면을 강조하며 하나의 온전한 선교적 위임을 구성한다. 마태는 선교의 깊이(제자도)를, 마가는 넓이(보편성)를, 누가는 동력(성령)을, 요한은 근원(삼위일체)을 밝힘으로써, 교회는 이 모든 것을 통합하여 선교적 사명을 감당해야 함을 가르친다.
제2부 바울 서신: 이방인 선교의 신학과 실천
예수 그리스도께서 열어놓으신 선교의 길을 신학적으로 정립하고, 로마 제국 전역에 복음을 전파함으로써 이방인 선교를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긴 인물은 단연 사도 바울이다. 그의 서신들은 단순히 특정 교회의 문제에 대한 목회적 권면을 넘어, 하나님의 선교가 어떻게 유대인의 경계를 넘어 이방 세계로 확장되는지에 대한 심오한 신학적 원리와 실천적 지침을 담고 있는 선교 문서이다.
2.1. 이방인의 사도: 바울의 소명과 정체성
바울 신학의 출발점은 다메섹 도상에서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만난 회심 사건에 있다. 그는 이 사건을 단순히 개인적인 구원 체험으로 이해하지 않고, 하나님께서 자신을 태중에서부터 택정하여 '이방인의 사도'로 부르신 소명 사건으로 이해했다(갈 1:15-16). 이 소명 의식은 그의 전 생애와 신학을 관통하는 핵심 동력이 되었다.
그는 자신을 헬라인이나 야만인이나 지혜 있는 자나 어리석은 자에게 다 "빚진 자"(롬 1:14)라고 고백하며, 복음을 전해야 할 신적인 의무감을 느꼈다. 그에게 복음 전파는 선택이 아니라 "부득불 할 일"(고전 9:16)이었다. 이러한 강력한 소명 의식은 그로 하여금 수많은 고난과 핍박에도 굴하지 않고 세 차례에 걸친 대규모 선교 여행을 감당하게 했으며, 로마를 거쳐 당시 '땅끝'으로 여겨지던 스페인까지 복음을 전하려는 비전을 품게 했다(롬 15:24).
2.2. 십자가와 칭의: 이방인 선교의 신학적 토대
바울이 이방인 선교를 신학적으로 정당화할 수 있었던 핵심 논리는 '십자가 복음'과 '이신칭의'(以信稱義, Justification by Faith) 교리였다.
십자가 중심의 복음: 바울 복음의 핵심은 언제나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리스도"였다(고전 2:2). 그에게 십자가는 유대인에게는 거리끼는 것이요 이방인에게는 미련한 것이었지만, 구원을 얻는 모든 믿는 자에게는 하나님의 능력이었다(고전 1:23-24).
이신칭의와 율법으로부터의 자유: 바울은 로마서와 갈라디아서를 통해, 인간이 의롭게 되는 것은 할례나 음식 규정 같은 율법의 행위로 말미암는 것이 아니라,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대속을 믿는 '믿음'으로만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이는 유대인과 이방인을 구분하던 율법의 장벽을 무너뜨리는 혁명적인 선언이었다. 만약 구원이 율법 준수에 달려 있다면, 구원은 유대인에게만 국한될 것이다. 그러나 구원이 오직 믿음으로 말미암는 하나님의 은혜의 선물이라면, 그 구원은 유대인뿐만 아니라 모든 이방인에게도 차별 없이 열려있게 된다. 이처럼 이신칭의 교리는 이방인 선교를 위한 가장 강력한 신학적 무기였다.
2.3. '한 새 사람'의 창조: 선교의 목표로서의 화해 공동체 (에베소서 2장)
바울 선교 신학의 정수는 에베소서 2장 11-22절에 집약되어 있다. 여기서 바울은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이룬 화해의 사역을 수직적 차원(하나님과 인간의 화해)뿐만 아니라, 수평적 차원(유대인과 이방인의 화해)에서 설명하며, 선교의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막힌 담을 허무심: 바울은 과거 이방인들이 "그리스도 밖에 있었고 이스라엘 나라 밖의 사람이라 약속의 언약들에 대하여는 외인이요 세상에서 소망이 없고 하나님도 없는 자"였다고 진단한다(12절). 유대인과 이방인 사이에는 성전의 '이방인의 뜰'을 가로막던 담처럼, 결코 넘을 수 없는 '중간에 막힌 담'이 있었다. 그러나 그리스도께서는 자신의 육체를 희생제물로 내어주심으로써 이 모든 적대감의 근원이었던 율법의 조문을 폐하시고 그 담을 허무셨다(14-15절).
'한 새 사람'의 창조: 그리스도의 목적은 단순히 이방인을 유대교로 개종시켜 유대인 공동체에 흡수시키는 것이 아니었다. 그의 목적은 "이 둘로 자기 안에서 한 새 사람을 지어 화평하게 하시는 것"이었다(15절). 이는 유대인도 이방인도 아닌, 그리스도 안에서 완전히 새로운 정체성을 가진 제3의 인류, 즉 '교회'의 탄생을 의미한다. 선교는 단순히 개인의 소속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인종적, 문화적, 사회적 장벽을 넘어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 된 새로운 화해의 공동체를 창조하는 사역이다.
선교적 증거로서의 교회: 이처럼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그리스도의 몸 안에서 한 형제자매가 되어 서로 사랑하고 섬기는 공동체의 존재 자체가, 분열과 갈등으로 가득한 세상에 대한 가장 강력한 선교적 증거가 된다. 교회는 그 자체로 하나님 나라의 화해와 평화가 어떤 모습인지를 보여주는 '모델하우스'가 되어야 한다.
2.4. 바울의 선교 전략과 실천
바울은 위대한 신학자였을 뿐만 아니라, 탁월한 선교 전략가였다. 사도행전과 그의 서신들을 통해 우리는 그의 구체적인 선교 전략들을 엿볼 수 있다.
도시 중심 전략: 바울은 주로 로마 제국의 주요 도로망에 위치한 대도시(안디옥, 에베소, 고린도, 로마 등)를 선교의 거점으로 삼았다. 도시는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교류하는 중심지였기에, 한 도시의 복음화는 주변 지역으로 복음이 확산되는 데 매우 효과적이었다.
회당을 통한 접촉점 형성: 바울은 새로운 도시에 도착하면 먼저 유대인 회당을 찾아가 구약성경을 통해 예수가 메시아이심을 증거했다. 이는 유대인들에게 복음을 전할 기회였을 뿐만 아니라, 회당에 출석하던 경건한 이방인들, 즉 '하나님을 경외하는 자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중요한 접촉점이 되었다. 이들은 구약성경에 대한 이해가 있었기에 복음을 쉽게 받아들였고, 이방인 선교를 위한 교두보 역할을 했다.
팀 사역: 바울은 결코 혼자 사역하지 않았다. 그는 바나바, 실라, 디모데, 누가, 브리스길라와 아굴라 등 다양한 동역자들과 함께 '팀'을 이루어 사역했다. 이는 사역의 효율성을 높였을 뿐만 아니라, 서로를 격려하고 돌보며 어려운 선교 여정을 감당하는 데 필수적이었다.
자비량 및 후원: 바울은 때로는 천막을 만드는 일을 하며 스스로 생활비를 버는 '자비량 선교'를 했고(고전 9:18), 때로는 빌립보 교회와 같이 특정 교회의 재정적 후원을 받으며 사역에 전념했다(빌 4:15-16). 이는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재정 정책을 운용했음을 보여준다.
현지 지도자 양성과 교회 자립: 바울은 교회를 개척한 후 그곳에 오래 머무르지 않았다. 그는 장로와 같은 현지 지도자들을 세워 교회를 돌보게 하고, 자신은 또 다른 미개척지로 나아갔다(행 14:23). 또한, 그는 서신을 통해 지속적으로 그들을 양육하고 격려함으로써, 각 지역 교회가 선교사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서 나가는 자립적인 공동체가 되도록 힘썼다.
제3부 요한계시록: 선교의 우주적 완성
요한계시록은 종종 미래에 대한 두려운 예언이나 난해한 상징으로 가득 찬 책으로 오해받는다. 그러나 요한계시록의 핵심 메시지는 핍박받는 교회를 향한 위로와 격려이며, 하나님의 선교가 어떻게 우주적이고 영광스러운 승리로 완성될 것인지를 보여주는 장엄한 파노라마다. 요한계시록은 선교의 '궁극적 목표'와 '최종적 소망'을 제시하는 책이다.
3.1. 선교의 중심: 죽임 당하신 어린 양
요한계시록의 중심에는 '죽임을 당하신 어린 양' 예수가 계신다(계 5:6). 하늘 보좌 앞에서 모든 피조물이 경배하는 대상은 전능한 정복자가 아니라, 희생제물이 되신 어린 양이다. 네 생물과 이십사 장로들이 그를 찬양하는 이유는 바로 그의 구속 사역 때문이다. "두루마리를 가지시고 그 인봉을 떼기에 합당하시도다 일찍이 죽임을 당하사 각 족속과 방언과 백성과 나라 가운데에서 사람들을 피로 사서 하나님께 드리시고"(계 5:9).
이는 선교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하나님의 백성은 군사적 정복이나 정치적 힘이 아니라, 오직 어린 양의 희생적인 피를 통해서만 모아진다. 교회의 모든 선교 활동은 이 십자가의 복음에 그 기초를 두어야 하며, 세상의 방식이 아닌 어린 양의 자기희생적인 사랑의 방식을 따라야 한다.
3.2. 선교의 범위: 모든 족속과 방언과 백성과 나라
요한계시록은 하나님의 구원이 특정 민족이나 문화에 국한되지 않는 보편적인 것임을 반복적으로 강조한다. 하늘 보좌 앞에는 "각 나라와 족속과 백성과 방언에서 아무도 능히 셀 수 없는 큰 무리"가 흰 옷을 입고 종려나무 가지를 들고 서서 구원하심을 찬양한다(계 7:9).
이 비전은 아브라함에게 주신 약속("땅의 모든 족속이 너로 말미암아 복을 얻을 것이라")과 예수께서 주신 지상명령("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으라")의 최종적인 성취를 보여준다. 이는 교회로 하여금 눈앞의 어려움과 미미한 결과에 낙심하지 말고, 장차 완성될 이 영광스러운 다민족, 다문화 예배 공동체를 소망하며 꾸준히 모든 민족을 향한 선교를 감당하도록 격려한다.
3.3. 선교의 방법: 순교적 증언(Martyria)
요한계시록이 쓰일 당시, 교회는 로마 제국의 황제 숭배 강요에 맞서 극심한 핍박을 받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요한계시록이 제시하는 선교의 방법은 세상적인 성공이나 힘이 아니라, '순교적 증언'(martyria)이다. '증인'을 의미하는 헬라어 '마르튀스'(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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ρτυς)는 '순교자'라는 단어의 어원이기도 하다.
성도들은 용(사탄)과 그의 하수인인 짐승(로마 제국)의 위협 앞에서 "어린 양의 피와 자기들이 증언하는 말씀으로써 그를 이겼으니 그들은 죽기까지 자기들의 생명을 아끼지 아니하였도다"(계 12:11). 그들의 승리는 무력 저항이 아니라, 고난과 죽음 앞에서도 끝까지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지키고 그의 복음을 증언하는 신실함에 있었다. 이처럼 요한계시록은 교회의 가장 강력한 선교적 무기가 세상의 힘이 아닌, 고난을 감수하는 사랑과 진리에 대한 끈질긴 증언임을 보여준다.
3.4. 선교의 완성: 새 창조와 만국의 치유
요한계시록 21-22장은 하나님의 선교가 도달할 최종 목적지, 즉 '새 하늘과 새 땅'의 영광스러운 비전을 보여준다.
하나님의 장막이 사람들과 함께: 새 예루살렘의 가장 핵심적인 특징은 "보라 하나님의 장막이 사람들과 함께 있으매 하나님이 그들과 함께 계시리니"(계 21:3)라는 선언에 있다. 이는 타락으로 인해 깨어졌던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완전한 임재와 교제의 회복을 의미한다. 모든 눈물이 씻기고, 사망과 애통, 고통이 더 이상 없는 완전한 샬롬의 상태가 이루어진다.
만국을 소성시키는 생명나무: 새 예루살렘 성 중앙에는 생명수 강이 흐르고, 강 좌우에는 생명나무가 있어 열두 가지 열매를 맺으며 "그 나무 잎사귀들은 만국을 치료하기 위하여 있더라"(계 22:2). 이는 구원의 은혜가 단순히 개인의 영혼 구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바벨탑 이후로 분열되고 상처 입었던 모든 민족들('만국')을 치유하고 회복시키는 우주적인 것임을 보여준다.
열방의 영광이 그리로 들어감: 흥미롭게도 새 예루살렘은 닫힌 공간이 아니다. "성문들을 낮에 도무지 닫지 아니하리니 거기에는 밤이 없음이라 사람들이 만국의 영광과 존귀를 가지고 그리로 들어가겠고"(계 21:25-26). 이는 각 민족이 자신들의 고유한 문화 속에서 하나님을 찬양하며 이루어낸 가장 아름다운 것들('만국의 영광과 존귀')이 정결하게 되어 영원한 하나님 나라의 일부가 될 것을 암시한다. 이는 선교가 문화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각 문화가 복음 안에서 변혁되고 온전하게 되어 하나님께 드려지도록 하는 사역임을 보여주는 장엄한 비전이다.
결론: 그리스도 안에서 시작되어 새 창조로 완성되는 선교
신약성경은 구약이 던졌던 위대한 질문에 대한 명쾌한 답변이다. 이스라엘이 실패한 '이방의 빛'의 사명은 참 이스라엘이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온전히 성취되었다. 그의 삶과 죽음, 부활은 하나님 나라의 도래를 알리는 결정적 사건이었으며, 모든 민족을 향한 선교의 문을 활짝 열었다.
부활하신 그리스도로부터 지상명령을 위임받은 교회는 사도 바울과 같은 선구자들을 통해 유대와 이방의 경계를 넘어 복음을 확장해 나갔다. 바울 신학은 십자가의 복음이 어떻게 모든 인종적, 문화적 장벽을 허물고 그리스도 안에서 '한 새 사람'이라는 화해의 공동체를 창조하는지를 신학적으로 규명했다. 교회는 그 존재 자체로 분열된 세상 속에서 하나님 나라의 화평을 증거하는 선교적 공동체로 부름받았다.
그리고 요한계시록은 이 모든 선교적 여정의 최종 목적지를 보여준다. 핍박과 고난 속에서도 어린 양의 피와 증언의 말씀을 의지하여 신실하게 믿음을 지킨 교회는, 마침내 모든 족속과 방언이 함께 하나님을 예배하고, 만국이 치유받는 새 창조의 영광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에서 시작하여, 바울 서신을 통해 그 신학과 실천이 정립되고, 요한계시록에서 그 우주적 완성이 계시되는 신약의 선교적 서사는 오늘날 교회의 정체성과 사명을 규정하는 흔들리지 않는 기준이 된다. 교회는 그리스도께서 놓으신 기초 위에 서서, 바울과 같은 열정으로 모든 민족에게 나아가되, 궁극적으로는 요한이 본 새 예루살렘의 비전을 소망하며 이 땅에서 하나님 나라를 증언하는 순례자 공동체이다. 이 위대한 '하나님의 선교'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주님 다시 오시는 그날까지 우리 모두는 이 이야기의 신실한 참여자로 부름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