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지역사회와 이웃을 향한 책임 283

5. 지역사회와 이웃을 향한 책임

교회의 사명과 존재 이유를 생각할 때, 우리는 흔히 먼 곳에서 이루어지는 선교나 해외 사역을 떠올리곤 합니다. 물론 그런 사역들도 중요하고 귀한 일이지만, 정작 우리가 놓치기 쉬운 것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지역사회와 이웃들을 향한 책임과 섬김입니다. 교회의 선교적 사명은 멀리 떨어진 곳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진정한 선교는 우리가 살아가는 바로 그 자리, 우리의 이웃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입니다.

교회가 성장과 발전을 거듭하면서 어느 순간부터 이웃과 지역사회와의 연결이 점점 약해지고 단절되기도 하였습니다. 많은 교회가 자신들만의 공간 안에서 내부적인 활동에 집중하면서 주변 이웃과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돌봄과 관심에서 멀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교회가 세상 가운데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기를 원하셨습니다. 그러므로 교회가 이웃을 위해 존재하는 ‘찾아가는 교회’로 다시금 그 정체성을 회복해야 합니다.

‘찾아가는 교회’는 단지 교회 건물 안에서만 사역을 펼치는 것이 아니라, 교회 밖으로 나아가 지역사회 안에서 직접 이웃들을 섬기고 만나고 돌보는 교회입니다. 우리 주변에는 외롭고 소외된 이웃들,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이 많습니다. 그들에게 다가가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한 교회가 될 때, 교회는 이웃들에게 진정한 축복의 통로로 자리 잡게 될 것입니다.

예수님의 삶과 사역을 보면, 그분은 언제나 사람들을 기다리지 않으시고 직접 찾아가셨습니다. 병든 자, 소외된 자, 사회에서 배제된 자들을 주님이 직접 만나셨습니다. 주님은 그들에게 먼저 손을 내미셨고, 사랑을 전하셨습니다. 교회가 예수님의 사역 방식을 따른다면, 우리 역시 지역사회와 이웃에게 먼저 다가가야 합니다. 그들이 교회를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먼저 그들을 찾아가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지역사회에 대한 교회의 책임은 단지 일회적인 행사나 구제 활동을 넘어,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섬김이 되어야 합니다. 지역사회와의 관계를 쌓아가며, 이웃들이 겪고 있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문제들에 함께 동참하고, 그들의 아픔과 필요를 함께 나누어야 합니다. 그러한 관계 속에서 복음의 진정한 의미가 삶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이웃을 향한 교회의 책임은 ‘이웃을 위한 존재’로서의 정체성 회복에서 출발합니다. 교회가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맡기신 이웃을 위해 존재한다고 인식할 때 교회의 모든 사역과 활동은 근본적으로 달라집니다. 교회가 지역사회 안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며 신뢰받고 인정받는 존재로 자리매김할 때, 복음은 더 강력하게 전해지고 더 깊이 뿌리내리게 됩니다.

오늘날 한국교회는 지역사회와의 관계 회복이라는 중요한 과제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지금이 바로 교회가 지역사회 속에서 존재의 이유를 재정립하고, 이웃을 위한 섬김과 책임을 진심으로 감당해야 하는 때입니다. 교회가 지역사회의 아픔과 필요를 외면하지 않고 진정으로 공감하며, 그들을 섬기는 삶을 살아갈 때 비로소 이웃들은 교회를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지역사회와 이웃을 향한 책임과 섬김을 다할 때, 교회는 다시 한번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서 그 본연의 역할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먼 곳에서의 선교도 소중하지만, 바로 옆에 있는 이웃을 향한 섬김과 사랑이 없으면 교회의 존재 이유는 희미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역사회에서 사랑을 실천하며 이웃에게 다가가는 교회가 될 때, 교회는 하나님 나라를 세상 속에서 구체적으로 이루어가는 귀한 사명을 완수하고, 지역사회로부터 존경을 받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