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전문직 평신도 교육 시스템 강화 324

10. 전문직 평신도 교육 시스템 강화

전문직 평신도 교육 시스템의 강화를 논하는 일은 단순히 교육의 범위를 확장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이는 곧 한국교회가 "모든 성도가 사역자"라는 종교개혁의 정신을 진정으로 회복하는 길이며, 일터와 세상을 향해 복음을 살아내는 공동체로 나아가기 위한 근본적인 전략이기도 합니다. 한국교회는 오랫동안 목회자 중심의 리더십 구조와 사역 체계를 유지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 구조 안에 있는 평신도, 특히 다양한 전문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직업인들을 하나님의 선교적 동역자로 인식하고, 체계적으로 훈련하고 세우는 일이 시급합니다.

우리는 이미 현실 속에서 수많은 전문직 그리스도인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신실하게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봅니다. 교사, 의사, 변호사, 회계사, 건축가, 예술가, 공무원, 기업인 등 다양한 분야에 흩어져 있는 이들이 일터 속에서 신앙과 직업을 연결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교회는 이들을 위한 실질적인 교육과 돌봄, 그리고 동역 구조를 잘 갖추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주일 예배와 몇몇 성경 공부 프로그램 외에는, 전문직 평신도를 위한 신학적, 실천적, 윤리적 교육 체계가 매우 미흡한 상태입니다.

전문직 평신도 교육이 강화되어야 하는 첫 번째 이유는 그들이 살아가는 현장이 곧 선교지이기 때문입니다. 예배당 안에서 드리는 예배도 중요하지만, 일터라는 삶의 자리에서 드리는 예배는 그에 못지않게 귀합니다. 그곳에서의 결정, 행동, 언어, 관계가 모두 복음의 향기가 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선 직업 윤리, 공적 책임, 신앙적 세계관, 갈등 해결 능력 등 실제적인 영역을 다루는 맞춤형 교육이 필요합니다. 신학교의 야간 평신도 과정, 평생교육원, 교회 내 전문 사역 센터, 기독 CEO 아카데미, 일터 신학 세미나, 직능별 그룹 코칭 등이 실제적인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전문직 평신도들이 교회의 다양한 사역과 전략 기획에 더 깊이 참여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함입니다. 의사와 간호사는 의료 선교의 자산이 되고, 법조인은 공공 정의와 인권 사역의 안내자가 되며, 교사는 다음 세대 교육의 핵심 인력이 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교회가 이들을 단지 '후원자'나 '봉사자'로만 보는 데에 머무르지 말고, 이들의 전문성과 신앙이 어떻게 교회 전체에 기여할 수 있는지를 인식하고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 역할은 자발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교회가 먼저 다가가서 훈련하고 위임하며 믿어주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세 번째 이유는 평신도의 역량이 교회의 대사회적 신뢰 회복과 선교 전략의 전환점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처럼 교회 중심, 교역자 중심의 선교 방식은 점차 한계를 맞이하고 있으며, 이제는 '직업을 통한 선교', '일터에서의 복음 전파'가 더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비기독교인들이 교회를 찾기보다 기독인을 먼저 관찰하는 시대에, 전문직 평신도들의 삶과 윤리는 곧 복음의 메시지가 됩니다.

이러한 흐름을 감안할 때, 교회는 단기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넘어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전문직 평신도 훈련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단순한 정보 전달이나 신앙 독려 차원을 넘어, 신학적 깊이와 실제적 적용력을 갖춘 커리큘럼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일터에서의 하나님 나라"라는 주제로 한 학기 코스를 운영하거나, 직능별 멘토링 시스템을 통해 후배 신자들을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이러한 과정이 교회 간 네트워크로 확산됩니다면, 전국적 차원의 평신도 사역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전문직 평신도 교육 시스템의 강화는 결국 교회의 체질 개선을 뜻합니다. 목회자와 성도, 사역자와 일터인이 구분되는 구조가 아니라,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하나님 나라를 이루는 사역자로 세워질 때, 교회는 세상 속에서 더욱 빛나는 공동체가 될 것입니다. 한국교회는 이제 평신도의 헌신과 열정을 소비하는 차원이 아니라, 그들을 사역의 주체로 세우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해야 할 때입니다. 그 길에 전문직 평신도 교육은 가장 중요한 열쇠 중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