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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모 (Yu Young-mo), 『다석어록』

유영모 (Yu Young-mo)의 『다석어록』
- 부제: 동양의 옷을 입은 기독교, 가장 한국적인 성자(聖者) -
서론: 동양의 옷을 입은 기독교, 가장 한국적인 성자
✝️ 만약 기독교의 삼위일체 신비를 노자의 도덕경으로 풀이하고, 복음의 진리를 한글 자모(字母)의 모양 속에서 발견하는 사상가가 있다면 어떨까요? 평생 하루 한 끼만 먹는 극단적인 절제 속에서 영원을 사유하고, 서구 신학의 언어가 아닌 동양 고전과 우리말의 깊이로 기독교를 재해석한 인물. 20세기 한국이 낳은 가장 독창적이고도 신비로운 사상가, '다석(多夕)' 유영모가 바로 그 사람입니다.
그의 호 '다석'은 원래 '저녁이 많다'는 뜻이지만, 그는 이를 '저녁에만 먹는다'로 풀어 평생의 좌우명으로 삼았습니다. 그가 남긴 **『다석어록』**은 그가 직접 저술한 책이 아닙니다. 다석은 평생 책 한 권 내지 않았습니다. 이 책은 그의 제자들이 스승의 일기와 강연, 편지 등에 담긴 주옥같은 말들을 모아 엮은 것입니다. 그렇기에 이 책은 논리 정연한 논문이 아니라, 읽는 이의 영혼을 번뜩이게 하는 짧고 역설적이며 시적인 잠언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본 강독에서는 이 한국의 위대한 '숨은 성자'의 사상 속으로 들어가 보고자 합니다. 우리는 그가 어떻게 기독교 신앙을 동양 철학(노장사상, 유불선) 및 한국 고유의 정신과 융합시켜, 완전히 새로운 '한국적 기독교'를 모색했는지를 탐구할 것입니다. 우리는 그의 독특한 어휘들—얼나, 씨알, 솟남—의 의미를 풀어가며, 그가 제시한 영적 상승의 길을 따라가게 될 것입니다.
본론: 낡은 언어의 감옥을 넘어
1. 동서(東西)의 만남, 새로운 언어의 탄생
다석 사상의 가장 큰 특징은 기독교 신앙과 동양 정신의 경이로운 융합에 있습니다. 그는 김교신, 함석헌과 마찬가지로 일본의 우치무라 간조가 주창한 무교회주의 신앙의 영향을 받았지만, 거기서 훨씬 더 멀리 나아갔습니다. 그는 성경뿐만 아니라, 노자와 장자, 논어와 맹자, 불경에 이르기까지 동양의 모든 지혜를 꿰뚫고 있었습니다.
그는 서양 선교사들이 전해준 신학 용어들이, 마치 맞지 않는 옷처럼, 한국인의 영혼에 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동양 고전의 개념과, 심지어 우리말 자체에 담긴 영성을 통해 기독교의 핵심 진리를 다시 표현하려는 평생의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는 한자나 한글의 모양과 소리를 분해하고 재조합하여 그 안에 숨겨진 깊은 영적 의미를 찾아내는 '영적 언어학자'와도 같았습니다.
2. 다석 사상의 핵심 어휘들
다석의 사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가 만들어낸 독특한 어휘들을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얼나 vs. 몸나 (영적 자아 vs. 육적 자아)
몸나 (Mom-na): '몸으로 된 나'. 짐승과도 같이 먹고, 자고, 번식하는 육체적이고 수평적인 자아입니다. 이 '몸나'는 죽어야 할 거짓된 나입니다.
얼나 (Eol-na): '얼(정신, 영)로 된 나'. 하나님의 영을 받아 태어난 참된 나, 영적인 자아입니다. 이 '얼나'는 영원히 살아야 할 진짜 나입니다. 다석에게 **하나님은 바로 이 궁극적인 '얼나'**이십니다.
씨알 (Ssial)
다석 사상의 가장 유명하고 중요한 개념입니다. 문자적으로는 '씨앗의 알맹이'를 의미하지만, 다석은 이 단어를 통해 보통 사람, 민중을 지칭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한 사회학적 용어가 아닙니다. '씨알'은 바로 자신의 안에 영원한 생명의 씨앗, 즉 '얼나'를 품고 있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이것은 훗날 그의 제자인 함석헌에게 이어져, 민중을 역사의 주체로 보는 사상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수직적 삶: 솟남
다석은 짐승처럼 땅을 기어 다니는 **'수평적 삶'**과, 하늘에 계신 '얼나'(하나님)를 향해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수직적 삶'**을 대조합니다. 인간의 삶의 목적은 이 수평적 차원을 넘어, 위를 향해 영적으로 '솟아나는 것(솟남)'입니다. 그의 하루 한 끼 식사와 같은 극단적인 금욕주의는, 바로 이 짐승 같은 '몸나'를 죽이고 영적인 '얼나'가 솟아오르게 하기 위한 치열한 영적 훈련이었습니다.
"죽음은 나의 잔칫날"
죽음에 대한 그의 급진적인 재해석입니다. '몸나'에게 죽음은 끝이지만, '얼나'에게 죽음은 마침내 육체의 감옥에서 해방되어 영원하신 하나님과 완전히 하나가 되는 궁극적인 해방의 순간입니다. 따라서 죽음은 슬픔이 아니라, 영혼의 '혼삿날'이자 가장 기쁜 '잔칫날'이라는 것입니다.
결론: 광야의 철학자, 영원을 노래하다
다석 유영모의 평생의 과제는, 서구 기독교라는 '껍데기'를 벗겨내고, 동아시아의 영혼이 온전히 공감하고 살아낼 수 있는 '알맹이'로서의 기독교를 찾아내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평생의 친구이자 제자였던 함석헌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러나 두 사람의 길은 조금 달랐습니다. 다석이 내면으로, 신비주의적 관상으로 깊이 파고 들어갔다면, 함석헌은 다석의 '씨알' 사상을 밖으로, 역사와 사회를 향한 예언자적 실천으로 확장시켰습니다.
다석은 '철학자의 철학자', '신비가의 신비가'로 남아있습니다. 그의 사상은 난해하고 파격적이어서 대중적으로 널리 읽히지는 않지만, 한국의 지성사와 신학사에 미친 그의 영향은 지대합니다. 그는 '가장 한국적인 방식으로 사유한 그리스도인'의 전형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다석 유영모는 평생을 하루 한 끼 식사와 기도로 살아가며, 영원을 사유했던 '광야의 철학자'였습니다. 그가 남긴 잠언과도 같은 말들은 잘 짜인 시스템이 아니라, 그의 영혼의 모루 위에서 터져 나온 불꽃과도 같습니다. 그것들은 우리를 '몸나'의 시끄럽고 수평적인 세상에서 벗어나, '얼나'의 고요하고 수직적이며 영원한 실재를 향하도록 손짓하는, 도전적이고 역설적이며 빛나는 이정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