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은 노예제를 옹호하는 것처럼 보이는가?

성경은 노예제를 옹호하는 것처럼 보이는가?


본론: 성경과 노예제, 역사적 맥락과 도덕적 비판
"성경이 노예제를 옹호하는 것처럼 보이는가?"라는 질문은 많은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주고, 기독교 신앙에 대한 심각한 윤리적 의문을 제기합니다. 성경에는 노예제를 규정하는 법률과 노예를 소유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등장하기 때문에, 겉보기에는 노예제를 용인하거나 옹호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이 문제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성경의 해당 본문들을 당시의 역사적, 문화적 맥락 속에서 살펴보고, 성경의 궁극적인 가르침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합니다.

1. 고대 근동의 노예제와 성경의 법률
성경에 등장하는 노예제는 현대 서구 사회의 잔혹한 인종 기반 노예제와는 본질적으로 달랐습니다. 고대 근동 지역의 노예제는 주로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발생했습니다.

부채: 빚을 갚지 못한 사람이 노예가 되거나, 전쟁 포로가 노예가 되는 경우가 흔했습니다.

가난: 극심한 가난으로 인해 스스로 노예가 되어 생계를 유지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노동력: 노예는 주로 노동력을 제공하는 존재였습니다.

성경은 이러한 노예제도를 폐지하라고 직접적으로 명령하지는 않았지만, 노예를 다루는 방식에 있어 당시의 다른 법규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인도적인 규정들을 제시했습니다.

안식년과 희년: 히브리인 노예는 6년 동안 봉사한 후 7년째 되는 해에 자유를 얻어야 했습니다(출애굽기 21:2). 50년마다 돌아오는 희년에는 모든 노예가 자유인이 되었습니다. 이는 노예제가 영구적이지 않고 제한적인 제도였음을 보여줍니다.

신체적 보호: 주인이 노예에게 상해를 입히거나 노예를 죽이면 처벌을 받았습니다(출애굽기 21:20, 26-27). 이는 노예를 단순히 재산이 아닌, 인격적인 존재로 대우하도록 한 규정이었습니다.

도망 노예 보호: 심지어 도망친 노예를 주인에게 돌려보내지 말고 숨겨주라는 명령도 있었습니다(신명기 23:15-16). 이는 당시 다른 사회의 법률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파격적인 규정이었습니다.

이러한 규정들은 성경이 노예제를 옹호하기보다, 죄악된 인간 사회의 현실 속에서 노예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그들이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잃지 않도록 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2. 예수님과 사도들의 가르침: 근본적인 변화
신약성경은 노예제 자체를 직접적으로 폐지하라고 선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노예제도의 근본적인 토대를 흔드는 가르침을 제시합니다.

그리스도 안에서의 동등성: 사도 바울은 갈라디아서 3장 28절에서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라고 선언합니다. 이 가르침은 모든 사람이 신분, 성별, 인종에 관계없이 그리스도 안에서 동등한 인격체임을 강조합니다. 이는 주인과 노예 관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혁명적인 선포였습니다.

사랑과 섬김의 원리: 에베소서 6장 9절은 주인들에게 "너희도 종들에게 이와 같이 하고 위협을 그치라 이는 너희와 그들의 상전이 하늘에 계시고 그에게는 사람을 외모로 취하는 일이 없는 줄 너희가 앎이라"고 명령합니다. 주인은 노예를 소유물처럼 대하지 않고, 그들을 동등한 형제자매로 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가르침은 노예제를 직접 폐지하는 법을 만드는 것보다 훨씬 더 근본적인 해결책이었습니다. 당시 로마 제국 사회의 노예제도는 거대한 경제적, 사회적 시스템이었기에 한순간에 폐지할 수 없었습니다. 대신 성경은 노예 제도 내에서 주인과 노예의 관계를 변화시키고, 궁극적으로 노예 제도가 도덕적으로 용납될 수 없음을 깨닫게 했습니다.

3. 성경을 이용한 노예제 옹호와 비판
역사적으로 성경은 노예제를 옹호하는 데 이용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미국 남북전쟁 당시 남부의 기독교인들은 성경에 나오는 노예제도 관련 구절들을 인용하여 자신들의 노예 소유를 정당화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은 성경의 전체적인 가르침, 특히 예수님의 사랑과 자유의 메시지를 무시한 잘못된 해석이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노예제 폐지론자들 역시 성경을 근거로 싸웠습니다. 그들은 노예제를 죄로 규정하며, 모든 사람이 자유롭고 평등한 하나님의 자녀라는 성경의 핵심 메시지를 강조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성경은 노대 사회의 노예 제도를 용인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 구절들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현대의 인종 기반 노예제와는 다른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합니다. 성경은 노예제를 직접적으로 폐지하지는 않았지만, 노예를 인간으로서 존엄하게 대우하라는 규정들을 제시했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인간이 평등하다는 혁명적인 가르침을 통해 노예 제도의 근본적인 토대를 무너뜨렸습니다. 따라서 성경은 노예제를 옹호하는 책이 아니라, 죄로 인해 타락한 세상 속에서 약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궁극적으로 자유와 평등을 향한 길을 제시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