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기아대책기구

국제기아대책기구, 한국에서는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KFHI, Korea Food for the Hungry International)**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이 단체는 전 세계 기아 종식과 영적, 육체적 굶주림으로부터의 해방을 목표로 활동하는 기독교 정신에 기반을 둔 국제개발협력 NGO입니다. 기아대책의 핵심 정체성은 단순히 식량을 나누어주는 단기적인 구호를 넘어, 굶주림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고 지역사회 전체가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개발'**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 있습니다. 이들은 빵(물질적 필요)과 함께 복음(영적 필요)을 전하며, 한 영혼과 공동체의 전인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삼습니다.

기아대책의 역사는 1971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한국전쟁 참전용사 출신인 래리 워드(Dr. Larry Ward) 박사에 의해 국제 Food for the Hungry(FHI)가 창설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전쟁의 참상을 직접 목격했던 그는 "굶주림은 하나님의 뜻이 아니다"라는 확신 아래, 전 세계 굶주리는 이들을 돕기 위한 기독교 기반의 구호 단체를 설립했습니다. 이 국제적인 운동이 대한민국에 뿌리를 내리게 된 것은 1980년대 후반이었습니다. 당시 한국은 경제적으로는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지만, 여전히 사회 곳곳에는 도움이 필요한 이웃이 많았고, 국제 사회의 원조에 대한 책임 의식도 싹트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정정섭 목사를 비롯한 기독교 지도자들은 한국이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이제는 주는 나라로 변화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국제 FHI와의 협력을 추진했습니다. 수년간의 준비 끝에, 마침내 1989년 2월 17일, 대한민국 최초의 해외 원조 전문 NGO인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가 공식적으로 창립되었습니다. 이는 한국 민간 원조 역사에 한 획을 긋는 매우 중요한 사건이었으며, 한국 교회가 국내의 울타리를 넘어 전 세계의 굶주리는 이웃을 향한 구체적인 사랑의 실천을 조직적으로 시작했음을 의미했습니다.

기아대책 사역의 중심에는 **'자립 개발'**이라는 확고한 철학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들의 모든 사업은 외부의 도움이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의존적인 공동체를 만드는 것을 철저히 경계합니다. 대신,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굶주림에서 벗어나고 미래를 개척해나갈 수 있도록 그들의 잠재력과 역량을 키워주는 데 집중합니다. 이러한 철학을 구현하는 기아대책의 대표적인 사업 모델이 바로 **'희망공동체 개발 프로그램(CDP, Community Development Program)'**입니다. 이는 특정 지역사회와 최소 10년에서 15년 이상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맺고, 교육, 보건의료, 식수위생, 소득 증대, 그리고 영적 성장 등 5가지 핵심 영역에서 통합적인 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것입니다. 이 프로그램의 목표는 기아대책이 언젠가 그 지역을 떠났을 때, 주민들 스스로가 지역의 발전을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공동체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러한 희망공동체 개발 프로그램 안에서 기아대책은 다양한 세부 사역을 펼칩니다. 첫 번째이자 가장 널리 알려진 사역은 **아동개발 프로그램(CDP)**으로, 흔히 **'일대일 아동결연'**으로 불립니다. 이는 후원자가 전 세계 빈곤 지역의 아동 한 명과 결연을 맺고 매달 정기적인 후원을 통해 그 아이가 건강하게 성장하고 교육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입니다. 기아대책의 아동결연은 단순히 아이 한 명에게 생활비를 보내주는 것을 넘어, 그 아이가 속한 지역사회 전체의 변화를 목표로 합니다. 후원금은 아동의 교육비와 급식, 건강 검진뿐만 아니라, 그 아이가 살아가는 마을의 식수 펌프 설치, 학교 시설 개선, 지역 보건소 운영 등 공동체 전체를 위한 사업에 통합적으로 사용됩니다. 이를 통해 한 아이의 성장이 곧 마을 전체의 희망이 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갑니다.

두 번째 핵심 사역은 식량 위기 대응 및 식수 위생 개선 사업입니다. 기후 변화와 분쟁 등으로 인해 극심한 식량난을 겪는 지역에는 긴급 식량을 지원하고, 장기적으로는 가뭄에 강한 종자를 보급하거나 현대 농업 기술을 전수하여 지역의 식량 생산성을 높이는 사업을 진행합니다. 또한, 오염된 물로 인한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우물을 개발하고 수도 시설을 설치하며, 주민들에게 위생 교육을 실시하여 깨끗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돕습니다.

세 번째는 소득 증대 사업입니다. 가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소득을 창출할 수 있도록 돕는 사역입니다. 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소규모 비즈니스(예: 재봉, 양계, 농산물 가공 등) 기술을 교육하고, 협동조합을 조직하여 생산된 제품의 판로를 개척해 줍니다. 이는 일시적인 도움을 넘어 가정 경제의 자립을 이루게 하는 매우 중요한 사역입니다.

기아대책은 이러한 국제적인 활동과 더불어, 국내의 소외된 이웃을 섬기는 일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전국 각 지역에 지부를 두고 독거노인, 결식아동, 미혼모 가정 등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위한 무료 급식소('행복한나눔') 운영, 도시락 배달, 생계비 및 의료비 지원 등 다양한 사회 복지 사업을 활발히 펼치고 있습니다.

기독교 정신에 기반한 단체로서, 기아대책의 모든 사역 현장에는 영적인 돌봄이 함께합니다. 이들은 현지 교회와 긴밀하게 협력하며, 아동과 주민들을 위한 성경 공부반이나 제자 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그러나 종교가 다른 지역에서는 개종을 강요하지 않고, 오직 조건 없는 사랑과 섬김의 삶을 통해 기독교의 핵심 가치를 자연스럽게 증거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습니다.

물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NGO로서 기아대책이 마주한 과제들도 있습니다. 국제 원조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한정된 후원금을 확보하고 사업의 효과성을 입증해야 하는 압박이 커지고 있습니다. 또한, 단기적인 구호 활동의 성과를 기대하는 후원자들의 인식과, 시간이 걸리더라도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개발' 사업의 속도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소통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예측 불가능한 자연재해와 끊임없는 분쟁, 그리고 기후 변화와 같은 전 지구적 위기 상황 속에서 어떻게 하면 더욱 효과적이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을지에 대한 끊임없는 전략적 고민이 요구됩니다.

결론적으로,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는 지난 30여 년간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변화한 대한민국의 위상을 상징하는 단체이자, 한국 교회의 사회적 책임과 사랑을 전 세계에 실천해 온 소중한 통로입니다. 빵과 복음을 함께 들고 세상의 가장 굶주리고 소외된 이웃을 찾아가는 이들의 헌신은, "주린 자에게 먹을 것을 주고 목마른 자에게 마실 것을 주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이 오늘날 어떻게 살아 움직여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희망의 증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