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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아 켐피스 (Thomas à Kempis), 『그리스도를 본받아 (The Imitation of Christ)』

토마스 아 켐피스 (Thomas à Kempis)의 『그리스도를 본받아 (The Imitation of Christ)』
- 부제: 모든 그리스도인의 책상에 놓인 작은 램프 -
서론: 모든 그리스도인의 책상에 놓인 작은 램프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대전』이 이성으로 쌓아 올린 거대한 '신학의 대성당'이라면, 토마스 아 켐피스의 『그리스도를 본받아』는 모든 그리스도인의 기도 골방을 밝혀주는 작고 따뜻한 '영혼의 램프'라 할 수 있습니다. 성경 다음으로 기독교 역사상 가장 널리 읽히고 사랑받은 책으로 알려진 이 작은 보석은, 지난 600년간 수많은 영혼의 길잡이가 되어왔습니다.
15세기 초, 거대하고 제도화된 교회의 형식주의와 스콜라 신학의 지나친 지성주의에 대한 반작용으로 네덜란드와 독일 지역에서는 '새로운 경건(Devotio Moderna)' 운동이 일어났습니다. 이 운동은 복잡한 교리 논쟁 대신, 개인의 내면적 신앙, 그리스도와의 인격적이고 정서적인 교제, 그리고 그분의 겸손한 삶을 구체적으로 본받는 실천을 강조했습니다. 『그리스도를 본받아』는 바로 이 '새로운 경건' 운동의 정신이 가장 아름답게 결정화된 작품입니다.
이 책은 심오한 신학 이론을 설명하거나 철학적 논증을 펼치지 않습니다. 대신, 마치 다정한 영적 스승이 제자에게, 혹은 그리스도께서 직접 영혼에게 속삭이듯, 간결하고 힘 있는 아포리즘(잠언) 형식으로 내면의 삶을 안내합니다.
본 강독에서는 이 위대한 영성의 고전 속으로 들어가, 왜 이 책이 시대를 넘어 모든 그리스도인의 사랑을 받게 되었는지 그 비밀을 탐구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이 책이 가르치는 핵심 사상, 즉 세상에 대한 초연, 내면 생활의 중요성, 겸손의 가치, 그리고 그리스도의 고난에의 동참을 살펴볼 것입니다. 이를 통해 이 책이 어떻게 세상의 소음 속에서 길을 잃은 영혼들을 그리스도와의 고요하고 친밀한 만남으로 인도하는지 그 길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본론: 세상의 소음을 떠나 내면의 그리스도를 만나는 길
이 책은 신학적 지식보다 경건한 삶을 강조하며, 외적인 형식이 아닌 내면의 상태를 가장 중시합니다. 책의 구조는 영적 순례의 네 단계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1. 신학이 아닌 '삶'을 위한 안내서
이 책의 목적은 첫 장부터 명확합니다. "나를 따르는 자는 어둠 속에 다니지 아니하리라"는 예수님의 말씀으로 시작하며, 이 책이 그리스도를 '따르는 삶'에 대한 안내서임을 분명히 합니다. 저자는 지식의 교만함을 끊임없이 경고합니다.
"나는 통회(contrition)의 정의를 아는 것보다, 통회를 느끼는 편을 택하겠다."
"삼위일체에 대해 유창하게 말하면서 겸손하지 못하여 삼위일체를 슬프게 하는 것보다, 삼위일체를 섬기는 것이 얼마나 더 나은가?"
이처럼 이 책은 머리의 종교가 아닌 가슴의 종교를, 논쟁하는 신앙이 아닌 살아내는 신앙을 추구합니다. 짧고 명상적인 각 장들은 독자로 하여금 천천히 읽고, 자신의 삶에 비추어 묵상하도록 이끕니다.
2. 영적 순례의 네 단계
제1권: 세상으로부터의 초연 (Helpful Counsels of the Spiritual Life)
영적 생활의 첫걸음은 세상의 헛된 가치로부터 마음을 돌리는 것입니다. 저자는 세상의 명예, 부, 지식을 '만유의 허무(vanity of vanities)'라고 부르며, 이것들에 대한 집착이 영혼을 얼마나 공허하게 만드는지를 지적합니다.
이 단계에서 가장 강조되는 덕목은 바로 **겸손(Humility)**입니다. 저자는 영적 성장의 기초가 자기 자신을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여기고,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에 의지하는 데 있다고 봅니다.
"만일 그대가 유익한 것을 알고 배우려거든, 알려지지 않는 것과 아무것도 아닌 자로 여겨지는 것을 사랑하라."
이러한 세상에 대한 경멸(contemptus mundi)과 자기 비움은, 영혼이 하나님으로 채워지기 위한 필수적인 준비 과정입니다.
제2권: 내면을 향한 여정 (Directives for the Interior Life)
세상에서 눈을 돌린 영혼은 이제 자신의 '내면(interior)'을 향해야 합니다. 저자는 참된 평화와 기쁨은 오직 '깨끗한 양심'과 '순결한 마음'에서만 찾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영적 생활의 중심지는 화려한 성전이 아니라, 바로 우리 각자의 마음속 '내면의 사람'입니다.
이 내면의 여정에서 우리가 걸어야 할 길은 **'거룩한 십자가의 왕도(The Royal Road of the Holy Cross)'**입니다. 참된 영성은 고난을 피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매일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그리스도를 따르는 데서 발견됩니다.
"십자가 안에는 구원이 있고, 십자가 안에는 생명이 있으며, 십자가 안에는 원수로부터의 보호가 있다... 십자가 외에는 다른 길이 없다."
제3권: 그리스도와의 대화 (On Interior Consolation)
가장 길고 아름다운 이 부분은, 독자인 '제자'와 '그리스도' 사이의 친밀한 대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제 그리스도께서 직접 영혼의 스승이 되어 말씀하십니다.
이 대화의 핵심 주제는 하나님의 뜻에 대한 온전한 순복입니다. 그리스도는 제자에게 영적인 위안이 넘칠 때 교만하지 말고, 영적인 메마름(desolation)이 찾아올 때 절망하지 말라고 가르치십니다. 중요한 것은 감정적인 체험이 아니라, 어떤 상황 속에서도 하나님의 선하심을 신뢰하며 자신의 뜻을 내려놓는 것입니다.
"내 아들아, 네 자신을 버릴 수 없다면 너는 참된 자유를 얻지 못할 것이다."
이 내적인 대화를 통해, 독자는 추상적인 교리가 아닌 인격적인 그리스도와의 사랑의 관계 속으로 깊이 초대됩니다.
제4권: 거룩한 만찬에의 참여 (On the Blessed Sacrament)
마지막 부분은 성찬(Eucharist)에 대한 깊은 경외심과 사랑을 담은 묵상입니다. 이 역시 그리스도와 제자의 대화로 구성되어 있으며, 성찬에 참여하기 위해 영혼이 어떻게 준비되어야 하는지를 안내합니다.
저자는 성찬의 신비를 이성으로 완전히 이해하려 하기보다, 단순한 믿음과 뜨거운 사랑, 그리고 깊은 겸손으로 나아오라고 권면합니다. 이 거룩한 신비 앞에서 인간의 모든 지식과 공로는 먼지에 불과하며, 오직 하나님의 무한한 은혜를 갈망하는 마음만이 필요할 뿐입니다.
결론: 시대를 초월한 영혼의 교과서
『그리스도를 본받아』는 세상의 소음과 야망, 지적인 교만을 떠나, 겸손과 기도와 십자가의 길을 통해 내면의 그리스도를 만나도록 이끄는 급진적인 초대장입니다. 이 책은 중세 가톨릭 수도원에서 쓰였지만, 그 영향력은 교파와 시대를 초월했습니다.
이 책이 그토록 보편적인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심오한 인간 심리 통찰: 이 책은 교만, 불안, 절망, 위선 등 인간 영혼이 겪는 모든 투쟁을 놀라울 만큼 깊이 있게 이해하고 어루만져 줍니다.
그리스도와의 인격적 관계 강조: 교리나 제도를 넘어, 예수님과의 직접적이고 개인적인 사랑의 관계를 갈망하는 모든 기독교인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줍니다. 감리교의 창시자 존 웨슬리가 이 책을 극찬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단순하고 실천적인 지침: 추상적인 이론이 아니라, 매일의 삶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단순하고 구체적인 영적 조언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분주함과 소음, 과시와 경쟁이 미덕이 된 현대 사회에서, 『그리스도를 본받아』의 조용하고 단호한 음성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절실하게 들려옵니다. 이 책은 우리에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여정은 바깥을 향한 여정이 아니라 안으로 향하는 여정이며, 진정한 위대함은 세상에 알려지는 것이 아니라 겸손하게 고난받으신 그리스도를 알고 사랑하는 데 있음을 일깨워줍니다. 이것이 바로 어둠 속을 걷지 않고 내면의 빛 속을 걷도록 우리를 초대하는, 시대를 초월한 영혼의 교과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