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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석 (Kim Ki-seok), 『일상, 하나님을 만나다』

김기석 목사의 『일상, 하나님을 만나다』
- 부제: 세속의 시간 속에서 거룩을 길어 올리는 영성의 재발견 -
서론: 왜 우리는 '일상'에서 하나님을 잃어버렸는가?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그리스도인들은 하나의 역설적인 분열을 경험합니다. 주일 아침, 우리는 교회라는 '거룩한 공간'에 모여 뜨겁게 찬양하고 말씀을 들으며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합니다. 그러나 예배당 문을 나서는 순간, 그 거룩의 감각은 급격히 증발해 버립니다. 월요일 아침부터 우리를 맞이하는 것은 치열한 경쟁, 무한한 책임, 그리고 때로는 무의미하게 반복되는 듯한 '일상'이라는 거대한 세속의 바다입니다. 이 바다 속에서 하나님은 아득히 먼 존재처럼 느껴지고, 신앙은 주말에만 접속하는 특별 활동처럼 고립됩니다.
이러한 '신앙과 삶의 이원화(二元化)'는 현대 기독교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위기 중 하나입니다. 우리는 거룩을 '분리'라고 배웠습니다. 세상과 구별되고, 속된 것과 단절되는 것이 거룩이라 믿었습니다. 그 결과, 우리의 신앙은 '일상'이라는 삶의 본토(本土)를 세속에 내어준 채, '종교'라는 작은 섬에 스스로를 유배시킨 형국이 되었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청파교회 김기석 목사의 저서 『일상, 하나님을 만나다』는 우리에게 강력하고도 절실한 도전을 던집니다.
이 책은 제목 그 자체가 하나의 선언입니다. 하나님을 만나는 장소는 특별한 산이나 성전, 혹은 영적인 황홀경의 순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말입니다. 오히려 우리의 가장 평범하고, 때로는 지루하기까지 한 '일상'이야말로 하나님께서 우리를 만나기 위해 찾아오시는 가장 중요한 현장임을 역설합니다. 김기석 목사는 이 책을 통해 "일상의 언어로 복음의 깊이를 풀어내는 묵상과 설교"를 선보입니다. 여기서 '일상의 언어'란 단순히 쉬운 말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우리의 구체적인 삶의 정황—아침에 눈을 떠 커피를 내리는 순간부터, 직장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는 시간,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하루를 정리하는 고독에 이르기까지—을 끌어안는 언어이며, 그 속에서 신적인 의미를 발견해내는 시적(詩的) 언어입니다.
본 강독에서는 『일상, 하나님을 만나다』가 어떻게 우리의 무미건조한 일상을 하나님의 성소(聖所)로 변화시키는지, 그 방법과 신학적 깊이를 세밀하게 탐구하고자 합니다. 먼저, 이 책이 제시하는 '거룩'에 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살펴볼 것입니다. 다음으로, 김기석 목사가 일상과 복음을 연결하는 독특한 방법론—시적 언어의 사용, 경계를 넘나드는 성서 해석, 그리고 '바라봄'의 영성—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방법론을 통해 책 전체를 관통하며 드러나는 핵심 주제들, 즉 자연과 이웃, 기다림과 저항으로서의 일상을 고찰하며, 이 책이 우리에게 던지는 최종적인 부르심이 무엇인지 결론으로 맺고자 합니다. 이 여정을 통해 우리는 잃어버렸던 일상의 성스러움을 회복하고, '일상의 순례자'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될 것입니다.
본론 1: 패러다임의 전환 - '분리'의 거룩에서 '체현(體現)'의 거룩으로
김기석 목사의 사유가 지닌 가장 큰 힘은 '거룩'의 개념을 재정의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전통적으로 복음주의 진영에서 '성별(聖別, sanctification)' 혹은 '거룩'은 세상으로부터의 분리(separation)를 강조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죄악된 세상의 가치관, 문화, 습속으로부터 자신을 깨끗하게 지키는 것이 신앙인의 주된 과업으로 여겨졌습니다. 물론 이러한 가르침은 성경적 근거를 가지며, 신앙의 순결성을 지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이 '분리의 영성'이 극단화될 때, 삶은 '거룩한 것'과 '속된 것'으로 나뉘는 이분법적 함정에 빠집니다. 교회 활동, 기도, 말씀 묵상은 거룩한 영역에 속하지만, 직장 생활, 가사 노동, 여가 활동은 속되고 무가치한 시간으로 전락합니다. 이러한 구도 속에서 하나님은 교회 안에만 머무는 분이 되며, 일상은 하나님 부재의 공간이 되어버립니다.
『일상, 하나님을 만나다』는 바로 이 견고한 이분법에 균열을 냅니다. 김 목사는 '분리'가 아닌 '체현(體現, incarnation)'이야말로 기독교 영성의 핵심임을 상기시킵니다. 기독교 신앙의 심장은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신 사건, 즉 성육신에 있습니다. 하나님은 하늘 보좌에 분리되어 머무르지 않으시고, 인간의 역사와 일상이라는 구체적인 시공간 속으로 친히 들어오셨습니다. 예수는 마구간에서 태어나셨고, 목수의 아들로 자라셨으며, 길 위에서 먹고 마시며 사람들과 어울리셨습니다. 그분의 삶 자체가 가장 세속적인 공간인 '일상'을 거룩하게 만든 사건이었습니다.
따라서 이 책이 말하는 거룩은 세상을 '떠나는 것(leaving the world)'이 아니라, 세상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는 것(entering the world)'입니다. 단, 이전과는 다른 눈, 즉 '하나님의 눈'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김기석 목사는 반복해서 이야기합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외면하고 싶어 하는 삶의 현실, 고통의 신음 소리, 지루한 일상의 반복 속에 이미 와 계시다고 말입니다. 우리의 과제는 새로운 거룩한 장소를 찾아 헤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발 딛고 선 바로 그 자리에서 하나님의 현존을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전환은 혁명적입니다. 설거지를 하는 부엌, 소음으로 가득한 사무실, 만원 지하철 안이 모두 하나님을 만날 수 있는 지성소가 됩니다. 가사 노동은 생명을 돌보는 거룩한 예배 행위가 되고, 직장에서의 정직한 노동은 세상을 가꾸시는 하나님의 창조에 동참하는 일이 됩니다. 이웃의 아픔에 귀 기울이는 것은 그리스도의 음성을 듣는 것이며, 길가의 민들레 한 송이에서 창조주의 섬세한 손길을 발견하는 것은 경이로운 기도입니다.
결국 이 책은 우리에게 '일상'이라는 영토를 되찾으라고 촉구합니다. 세속의 것이라 포기했던 삶의 99%를 하나님의 주권 아래로 가져오라고 도전합니다. 그렇게 될 때, 우리의 삶 전체가 하나님께 드리는 하나의 거대한 예배, 즉 '삶의 예배(Liturgy of Life)'가 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일상, 하나님을 만나다』가 제시하는 영성의 출발점이자 가장 근본적인 통찰입니다.
본론 2: 일상의 성소(聖所)를 여는 세 가지 열쇠
그렇다면 어떻게 우리는 무심코 지나쳤던 일상 속에서 하나님의 임재를 발견할 수 있을까요? 김기석 목사는 추상적인 구호를 외치는 대신, 매우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방법들을 그의 글 속에 녹여냅니다. 그의 방법론은 크게 세 가지 열쇠—시적 언어, 경계를 넘나드는 성서 해석, 그리고 관상적 바라봄—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1. 첫 번째 열쇠: '일상의 언어'라는 시적(詩的) 감수성
김기석 목사의 글이 갖는 가장 큰 매력은 그의 언어 자체에 있습니다. 그는 건조하고 교리적인 신학 용어나 상투적인 신앙 구호를 남발하지 않습니다. 대신, 그는 우리의 감각을 일깨우는 생생하고 시적인 언어를 구사합니다. 이는 단순히 문체가 아름답다는 차원을 넘어, 그의 신학적 방법론과 깊이 연결됩니다.
일상 속에서 하나님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먼저 '무뎌진 감각'을 회복해야 합니다. 자본주의와 속도전의 사회는 우리를 효율성과 기능성의 노예로 만듭니다. 우리는 세상을 '활용의 대상'으로만 볼 뿐, 그 자체의 아름다움과 신비를 음미할 겨를이 없습니다. 하늘의 색, 바람의 소리, 곁에 있는 사람의 표정 하나하나를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스쳐 지나갑니다.
김 목사의 언어는 바로 이 무뎌진 감각의 막을 걷어내는 역할을 합니다. 그는 '가을'을 이야기할 때 단순히 계절의 변화를 설명하지 않습니다. 그는 "온몸으로 제 소멸을 살아내는 나뭇잎의 비장함"을 이야기하고, 그 속에서 "자기를 비워 생명을 내어주는 그리스도의 길"을 발견합니다. 그는 '밥'을 이야기하며 "한 톨의 쌀알 속에 담긴 우주의 역사와 농부의 땀방울", 그리고 "생명을 나누시는 하나님의 은총"을 길어 올립니다.
이러한 시적 언어는 독자로 하여금 익숙했던 대상을 낯설게 보게 만듭니다. '낯설게 하기(defamiliarization)'는 문학의 중요한 기법이지만, 김기석 목사에게는 영성의 훈련법이 됩니다. 늘 보던 풍경, 늘 하던 행위, 늘 만나던 사람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함으로써, 그 안에 숨겨진 더 깊은 차원의 의미, 즉 신적 의미를 발견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그의 글을 읽는 것은 마치 영적인 시력 교정 수술을 받는 것과 같습니다. 흐릿하고 평면적으로 보이던 일상이, 그의 언어를 통해 입체적이고 다채로운 의미의 성소로 탈바꿈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2. 두 번째 열쇠: 경계를 넘나드는 성서 해석
전통적인 성서 주해는 본문의 역사적, 문법적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이는 성경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기초 작업입니다. 그러나 김기석 목사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그는 2천 년 전 고대 근동의 텍스트와 21세기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의 구체적인 삶 사이에 적극적으로 '다리'를 놓습니다.
그의 설교와 묵상은 성경 본문에서 출발하지만, 이내 문학, 철학, 영화, 사회 현상, 그리고 개인적인 경험의 영역으로 자유롭게 넘나듭니다. 그는 아브라함의 부르심을 이야기하며 릴케의 시를 인용하고, 욥의 고난을 묵상하며 영화 <밀양>의 한 장면을 끌어옵니다. 다윗의 참회시를 읽으며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반추하고, 산상수훈의 팔복을 해설하며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을 증언합니다.
이러한 '상호텍스트적(intertextual)' 읽기는 성경을 박제된 교리집이 아닌, 지금 여기에서 우리에게 말을 거는 '살아있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경험하게 합니다. 성경 속 인물들의 고뇌와 환희가 더 이상 낡은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오늘 우리가 겪는 삶의 희로애락과 깊이 공명하는 현실이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해석학적 접근은 두 가지 중요한 효과를 낳습니다. 첫째, 복음이 우리의 일상과 얼마나 깊이 연관되어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복음은 단지 내세의 구원이나 교리적 동의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오늘 내가 맺는 관계, 내가 내리는 선택, 내가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이자 능력임을 깨닫게 합니다. 둘째, 우리의 일상이 복음을 더 깊이 이해하게 하는 렌즈가 되게 합니다. 책상머리에서만 말씀을 연구할 때보다, 삶의 현장에서 땀 흘리고 눈물 흘리며 부대낄 때 비로소 깨달아지는 말씀의 깊이가 있습니다. 김기석 목사는 바로 이 쌍방향적인 소통, 즉 복음이 일상을 조명하고 일상이 복음을 풍요롭게 하는 역동적인 순환을 만들어냅니다.
3. 세 번째 열쇠: '바라봄'과 '관상(觀想)'의 영성
만약 시적 언어와 성서 해석이 일상의 성소로 들어가는 '문'을 여는 것이라면, 그 안에서 하나님을 실제로 만나는 행위는 '바라봄'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김기석 목사의 영성은 본질적으로 '관상적(contemplative)'입니다. 여기서 관상이란 현실을 도피하여 신비한 체험에 몰두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현실을 그 어느 때보다 더 깊고, 더 따뜻하고, 더 아픈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그는 '보는 것(looking)'과 '바라보는 것(beholding/gazing)'을 구분합니다. '보는 것'은 대상을 분석하고 판단하고 이용하려는 시선입니다. 그러나 '바라보는 것'은 대상의 존재 자체를 존중하며, 그 안에 깃든 생명의 신비를 가만히 들여다보는 사랑의 시선입니다. 이 관상적 바라봄은 세 가지 대상을 향합니다.
첫째는 자연입니다. 그는 도시의 소음 속에서도 계절의 미세한 변화를 놓치지 않습니다. 봄에 돋아나는 새싹, 여름의 짙은 녹음, 가을의 낙엽, 겨울의 앙상한 나뭇가지 하나하나가 그에게는 하나님의 말씀이 됩니다. 자연을 깊이 바라보는 행위는 우리를 인간 중심적인 오만에서 벗어나게 하고, 모든 피조물을 돌보시는 하나님의 광대하심과 섬세하심을 깨닫게 하는 영성 훈련입니다.
둘째는 이웃, 특히 고통받는 이웃입니다. 김기석 목사의 영성은 결코 개인적인 경건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그는 끊임없이 우리 주변의 '지극히 작은 자들'에게로 시선을 돌리게 합니다. 그는 "가난한 이들의 눈물 젖은 얼굴이야말로 하나님의 얼굴"이라고 말합니다. 이웃의 아픔을 외면하고 드리는 기도는 공허한 자기 독백에 불과하며, 진정한 영성은 타인의 고통을 나의 고통으로 느끼는 '연민(compassion)'의 능력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합니다. 이웃을 바라보는 것은 하나님의 마음을 배우는 가장 확실한 길입니다.
셋째는 자기 자신의 내면입니다.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는 종종 자기 자신의 마음조차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합니다. 김 목사는 '침묵'과 '고독'의 시간을 통해 자기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일 것을 권합니다. 내 안의 욕망과 두려움, 상처와 열망을 정직하게 바라볼 때, 우리는 그 깊은 곳에서 나를 나보다 더 잘 아시고 사랑하시는 하나님을 만나게 된다고 말합니다.
이 세 가지 열쇠—시적 언어, 경계 넘나드는 성서 해석, 그리고 관상적 바라봄—는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작동합니다. 시적인 언어가 우리의 감각을 열어주고, 열린 감각으로 성경과 세상을 연결하며 읽어낼 때, 우리는 비로소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을 사랑의 시선으로 깊이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이 바라봄 속에서 우리는 마침내 일상 속에 현존하시는 하나님과 인격적으로 조우하게 되는 것입니다.
본론 3: 책을 관통하는 핵심 주제들
『일상, 하나님을 만나다』는 여러 편의 설교와 묵상을 엮은 책이지만, 그 전체를 관통하는 몇 가지 중요한 주제가 있습니다. 이 주제들은 앞서 설명한 방법론을 통해 반복적으로 변주되며, 김기석 목사가 그리는 '일상의 영성'의 구체적인 내용을 이룹니다.
1. 자연: 하나님의 첫 번째 성서 (Liber Primus)
중세 신학자들은 자연을 하나님의 '첫 번째 책(Liber Primus)'이라 불렀고, 성경을 '두 번째 책(Liber Secundus)'이라 불렀습니다. 김기석 목사는 이 전통을 현대적으로 계승합니다. 그에게 자연은 단순한 배경이나 인간을 위한 자원이 아닙니다. 자연은 그 자체로 하나님의 영광과 지혜를 드러내는 생생한 계시입니다. 그는 생태계의 위기가 곧 영성의 위기임을 직시하고, 창조 세계를 돌보는 일이 그리스도인의 핵심적인 사명임을 역설합니다. 그의 글을 통해 독자는 도시의 팍팍한 삶 속에서도 자연의 작은 변화에 주목하게 되고, 창조 세계와의 조화로운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곧 하나님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길임을 깨닫게 됩니다.
2. 기다림과 침묵의 영성
속도와 성과를 숭배하는 시대 속에서, 김 목사는 '기다림'과 '침묵'의 가치를 힘주어 말합니다. 씨앗이 땅속에서 조용히 싹트는 시간, 농부가 추수를 위해 인내하며 기다리는 지혜를 통해 그는 하나님의 시간(카이로스)을 살아가는 법을 가르칩니다. 그는 신의 응답이 더디게 느껴지는 '하나님의 침묵'의 순간이야말로, 우리의 믿음이 더 깊어지고 순수해지는 은총의 시간일 수 있다고 위로합니다. 소음과 분주함에서 벗어나 자발적으로 침묵 속에 머무를 때, 우리는 비로소 세상의 소리가 아닌 하나님의 세미한 음성을 들을 수 있게 됩니다.
3. 저항으로서의 일상
김기석 목사가 말하는 '일상의 영성'은 결코 현실에 안주하는 소극적인 태도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것은 세상의 가치에 맞서는 가장 치열하고도 근본적인 '저항'입니다. 무한 경쟁과 소비를 부추기는 세상 속에서 '자발적 가난'과 '단순한 삶(simple life)'을 선택하는 것, 이기주의가 팽배한 사회에서 이웃의 아픔에 기꺼이 연대하는 것, 성공 지상주의 문화 속에서 실패와 약함을 끌어안는 것은 모두 강력한 영적 저항 행위입니다. 우리의 일상적인 선택—무엇을 사고, 누구를 만나고,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가—이 곧 우리의 신앙고백이 되며,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세상 속에 심는 예언자적 행위가 될 수 있음을 그는 보여줍니다. 일상은 순응의 공간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를 살아내는 저항의 최전선입니다.
결론: '일상의 순례자'로 살아가기
지금까지 우리는 김기석 목사의 『일상, 하나님을 만나다』가 어떻게 우리의 단절된 신앙과 삶을 통합하고, 평범한 일상을 하나님의 거룩한 임재의 공간으로 변화시키는지를 다각도로 살펴보았습니다. 이 책은 거룩에 대한 우리의 관점을 '분리'에서 '체현'으로 전환시키며, 시적인 언어와 경계를 넘나드는 성서 해석, 그리고 관상적 바라봄이라는 구체적인 열쇠를 통해 그 문을 열어줍니다. 그 문을 통해 우리는 자연 속에서, 고통받는 이웃의 얼굴 위에서, 그리고 기다림과 저항의 순간들 속에서 우리를 만나러 오시는 하나님을 발견하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이 책이 우리에게 던지는 최종적인 부르심은 '일상의 순례자(a pilgrim of the everyday)'가 되라는 것입니다. 순례자는 목적지를 향해 길을 떠나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김기석 목사가 말하는 순례는 예루살렘이나 로마 같은 먼 곳의 성지를 향한 여정이 아닙니다. 그것은 바로 지금 내가 발 딛고 서 있는 삶의 자리, 나의 일상 속으로 더 깊이 걸어 들어가는 내면의 순례입니다.
이 책을 덮고 난 후, 우리의 세상이 마법처럼 변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월요일 아침은 여전히 고단할 것이고, 인간관계의 갈등은 계속될 것이며, 삶의 무게는 가벼워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은 우리에게 세상을 바꾸는 대신,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눈'을 바꿀 수 있다고 속삭입니다. 하나님의 눈으로 나의 일상을 바라볼 때, 모든 것이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지루한 노동은 창조에 동참하는 기도가 되고, 까다로운 이웃은 사랑을 훈련할 기회를 주시는 하나님의 사자(使者)가 됩니다. 예기치 않은 고난은 나를 단련시키는 연단의 풀무불이 되며, 소박한 밥상 위에서는 오병이어의 기적을 베푸시는 주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일상의 성화(聖化)'이며, 『일상, 하나님을 만나다』가 우리에게 열어주는 새로운 영성의 지평입니다.
이제 우리의 과제는 이 책이 제시한 통찰을 머리로 이해하는 것을 넘어, 몸으로 살아내는 것입니다. 매일의 삶 속에서 의식적으로 잠시 멈추어 하늘을 보고, 옆 사람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나의 호흡을 느끼며 그 안에 함께 하시는 하나님을 인식하는 작은 훈련을 시작해야 합니다. 그렇게 한 걸음씩 '일상의 순례길'을 걷다 보면, 우리는 어느새 삶의 모든 순간 속에서 하나님과 동행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신앙과 삶이 온전히 하나 되는, 가장 충만하고 복된 인생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