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M 사례: 무역, 교육, 농업, 의료

현지인 고용과 선교적 영향력
(비즈니스 선교와 창조적 접근 전략 속에서의 고용의 신학과 실천)

제1장 서론: 고용이 왜 선교의 도구가 되는가
선교에서 현지인을 고용한다는 행위는 표면적으로는 경제 활동에 속한다. 그러나 복음의 관점에서 고용은 단순한 인사 관리나 경영 전략을 넘어, 하나님 나라의 가치가 사회와 개인의 삶 속으로 스며드는 중요한 경로가 된다.

사람이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은 종종 직장이다. 직장은 단순한 임금의 대가를 받는 장소를 넘어, 관계가 형성되고 가치관이 공유되며, 삶의 습관이 만들어지는 장이다. 선교사가 현지인을 고용할 때, 그는 단순한 고용주가 아니라 일상 속에서 복음을 드러내는 본이 될 기회를 얻게 된다. 고용 관계는 일회성 전도보다 훨씬 길고 깊은 접점을 제공하며, 이는 장기적인 제자도의 길을 열어 준다.

또한 현지인 고용은 한 사람의 생계를 넘어 가정과 공동체 전체에 영향을 준다. 한 명의 안정적인 직장이 가정의 교육 환경, 건강, 사회적 지위 향상에 직결된다. 가정의 경제가 개선되면, 자녀들이 더 나은 교육을 받고,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며, 사회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러한 변화는 복음을 전할 때 저항을 줄이고, 하나님 나라의 가치가 환영받을 수 있는 토양을 만든다.

비즈니스 선교(Business as Mission, BAM)와 창조적 접근 전략(Creative Access Strategy)은 모두 ‘현지 사회 속에 깊숙이 들어가 복음을 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중 고용은 가장 자연스럽고 강력한 연결 고리이다. 고용은 일과 삶, 관계와 신앙을 통합시키며, 경제적 필요와 영적 필요를 동시에 다루는 도구가 된다.

제2장 신학적 토대
1. 창조 명령과 노동
성경에서 노동은 인간의 타락 이전에 주어진 선한 사명이다. 창세기 2장 15절에서 하나님은 사람을 에덴동산에 두어 그것을 경작하고 지키게 하셨다. 노동은 하나님의 창조 질서 속에서 인간이 맡은 역할이며, 단순히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 안에서 이루어지는 창조적 활동이다.

이 명령 속에는 두 가지 중요한 의미가 있다. 첫째, 노동은 하나님께서 부여하신 존엄한 행위이므로, 고용은 사람의 존엄과 재능을 인정하는 행위이다. 둘째, 노동은 공동체적 차원을 가진다. 한 사람의 노동은 다른 사람의 삶을 돕고, 사회 전체를 유지하는 구조 속에 놓인다.

2. 하나님 나라와 일터
하나님 나라는 단순히 교회 건물 안에서만 확장되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 나라의 통치는 가정, 시장, 직장, 문화 전반에 미친다. 예수님의 비유에서 씨앗은 밭 전체에 뿌려지고, 누룩은 온 반죽 속에 퍼진다. 이 비유는 하나님 나라가 사회의 모든 영역 속으로 스며들어 변화를 일으키는 과정을 보여준다.
일터는 하나님 나라가 구현되는 중요한 무대다. 공정한 임금, 정직한 거래, 안전한 환경, 상호 존중과 배려는 모두 하나님 나라의 표지이다. 선교사가 고용을 통해 이러한 가치를 실천할 때, 직원들은 말로 듣는 복음이 아니라, 삶 속에서 경험하는 복음을 접하게 된다.

3. 성경 속 고용과 리더십 사례
성경에는 고용과 리더십의 좋은 본이 다수 등장한다. 룻기의 보아스는 가난한 이방 여인 룻과 나오미를 환대하고, 추수하는 밭에서 이삭을 줍도록 허락했다. 그는 법적 의무를 넘어, 은혜와 배려로 사람을 대했다. 신약에서 바울은 데살로니가 교회에 게으르지 말고 자기 손으로 일하라고 권면했다(살후 3:10-12). 또한 에베소서 6장 9절에서 상전들에게 “위협을 그치고, 상전과 종이 모두 하늘에 계신 주님 앞에서 동일하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이러한 본문들은 고용 관계가 하나님 앞에서 공평과 정의를 실천하는 장이 되어야 함을 보여준다. BAM 사역자는 이 원리를 사업 운영에 적용해야 하며, 고용을 통해 직원이 하나님이 주신 존엄과 가치를 발견하도록 돕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제3장 역사적 배경
1. 근대 선교에서의 고용 활용
19세기와 20세기 초, 서구 선교사들은 종종 교육, 병원, 인쇄소, 농업 개발 등을 통해 현지인을 고용했다. 초기에는 이 고용이 주로 사역 운영을 위한 실무 지원 차원에서 이루어졌다. 예를 들어, 의료 선교사는 병원을 운영하며 간호사와 보조 인력을 현지에서 채용했고, 인쇄 선교사는 복음서와 찬송가를 인쇄하기 위해 인쇄공을 고용했다.

이러한 고용은 단순한 고용 관계를 넘어, 기술 전수와 교육의 기회가 되었고, 일부 직원은 그 과정에서 복음을 받아들이고 지역 교회의 지도자가 되었다. 그러나 이 시기 고용은 주로 선교사가 주도하고 현지인은 종속적인 위치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다.

2. 산업 선교와 사회 참여
20세기 중반, 일부 선교사들은 산업 현장 속으로 직접 들어가 노동자들과 함께 일하며 복음을 전하는 ‘산업 선교’를 시도했다. 이들은 공장, 광산, 항만 등에서 동료 노동자로 일하면서, 일터 내에서 복음을 나누고 제자훈련을 했다. 산업 선교는 고용이 단순히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일터 자체가 선교의 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3. BAM과 고용의 결합
20세기 후반과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전통적인 종교 비자로는 들어갈 수 없는 닫힌 지역이 늘어났다. 이에 따라 BAM이 중요한 전략으로 부상했다. BAM 사역자는 합법적인 비즈니스를 운영하며 현지인을 고용하고, 이를 통해 지속 가능한 사역 기반을 마련했다. 이 모델에서는 고용이 단순히 사업 운영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제자훈련과 공동체 변혁을 위한 전략적 도구가 된다.

제4장 사회·경제적 의미
현지인 고용은 선교 현장에서 경제적 안정과 사회 구조의 변화에 직접적으로 기여한다. 고용은 우선 가계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안정적인 소득이 보장되면 가정은 기본적인 의식주를 유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녀 교육, 의료 서비스, 주거 환경 개선과 같은 삶의 질 향상에 투자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장기적으로 빈곤의 악순환을 끊는 기반이 된다.

또한 고용은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촉매가 된다. 직원이 받은 임금은 다시 시장에서 소비되고, 이 소비가 지역 상권을 살리며, 다른 고용을 창출하는 선순환을 만든다. 특히 고용주가 공정한 임금과 안정적인 고용을 제공할 때, 그 영향은 단일 기업을 넘어 사회 전체에 파급된다.

문화적으로 고용은 새로운 가치관과 노동 윤리를 전수하는 장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시간 엄수, 품질 기준 준수, 고객 서비스 마인드, 청렴과 투명성 같은 개념은 일부 문화권에서 낯설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가치가 일터에서 반복적으로 실천될 때, 그것은 직원의 개인 생활과 공동체 문화에 스며든다. 선교사가 이러한 문화를 성경적 세계관에 기초해 심을 때, 고용은 복음 전파와 사회 변혁의 교차점이 된다.

제5장 선교적 가치
현지인 고용이 선교적으로 가지는 가장 큰 가치는 관계 형성이다. 직장은 하루의 상당 시간을 함께 보내는 공간이므로, 직원과 고용주 사이에는 필연적으로 깊은 상호작용이 이루어진다. 이러한 관계는 단기적인 접촉보다 훨씬 깊은 신뢰를 형성할 수 있으며, 복음을 나누는 자연스러운 통로가 된다.

또한 고용은 제자도의 장이 된다. 단순히 업무 기술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삶의 태도, 문제 해결 방식, 타인 대하는 법, 리더십 등을 함께 가르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성경적 가치가 전수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정직과 성실을 강조하고, 실패를 회피하기보다 배우는 기회로 삼도록 격려하는 것은 성경의 원리와 맞닿아 있다.

일터는 하나님 나라의 가치가 구체적으로 구현되는 장소다. 공정한 거래, 약자 배려, 환경 보호, 사회적 책임은 모두 하나님 나라의 속성이다. 현지인 고용을 통해 이러한 가치를 실천할 때, 그것은 설교보다 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직원들은 고용주의 말이 아니라 행동을 통해 복음을 보게 된다.

제6장 현장 사례
동남아시아의 한 불교권 국가에서 커피 로스터리 사업을 시작한 선교사는 20여 명의 현지인을 고용했다. 그는 매일 아침 10분 동안 업무와 관련된 품질, 서비스, 팀워크 교육을 하고, 그 안에 성경적 가치와 실제 사례를 포함시켰다. 이 방식은 종교 강요로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오히려 직원들의 직무 만족도와 충성도를 높였다. 

수년 후, 다수의 직원이 복음을 받아들였고, 지역 사회에서 ‘좋은 직장’으로 입소문이 났다.
중앙아시아의 한 이슬람권 국가에서는 IT 스타트업을 운영한 선교사가 있었다. 그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래밍 교육을 제공하고, 수료자 중 일부를 채용했다. 교육과 근무 과정에서 그는 협업, 문제 해결, 책임 의식 등을 성경적 원리와 연결시켜 가르쳤다. 직원 중 일부는 신앙에 관심을 보였고, 비공식적인 성경 모임에 참여하게 되었다.

아프리카의 한 농업 BAM 사역에서는 공정 무역 원칙을 적용해 농부들을 고용하고, 시장 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지급했다. 이를 통해 농부들의 생활 수준이 향상되었고, 고용 관계 속에서 복음을 전할 기회가 열렸다. 그 결과 일부 마을에서는 스스로 성경 공부 모임을 조직하게 되었다.


제7장 도전과 위험 요소
현지인 고용에는 여러 도전과 위험이 따른다. 첫째,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갈등이 있다. 시간 개념, 업무 태도, 위계 문화, 의사소통 방식에서 차이가 발생하면 오해와 불신이 생길 수 있다. 이를 극복하려면 고용주는 문화적 민감성을 갖추고, 관리 방식을 현지 문화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

둘째, 복음 강요에 대한 오해 위험이다. 일부 직원은 고용 조건에 종교 참여가 포함된다고 오해하거나, 이를 부담으로 느낄 수 있다. 따라서 신앙 나눔은 자발성을 기반으로 하고, 종교 활동 참여 여부가 고용이나 승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셋째, 경영과 사역의 균형 문제다. 사업 운영에 지나치게 몰두하면 사역의 본질이 약화될 수 있고, 반대로 사역에만 집중하면 사업의 지속 가능성이 무너질 수 있다. 이 균형은 BAM 사역에서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다.
넷째, 재정 및 법적 리스크다. 세무, 노동법, 상업 규제 등 현지 법률을 준수하지 않으면 사업이 중단되거나 신뢰를 잃을 수 있다. 따라서 초기부터 법률 전문가의 조언을 받는 것이 필수다.

제8장 실행 지침
첫째, 채용 프로세스는 신중해야 한다. 단순한 기술 능력뿐 아니라, 성품과 태도, 팀워크 적합성까지 평가해야 한다.
둘째, 직무 훈련과 영적 멘토링을 통합해야 한다. 업무 기술을 가르칠 때, 그것이 갖는 가치와 의미를 성경적 관점에서 해석해 주면 효과가 크다.

셋째, 갈등이 발생했을 때는 회복을 목표로 해결해야 한다. 징계나 해고가 필요할 때도 존엄과 관계 회복의 가능성을 남겨두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넷째, 장기적으로는 현지 리더를 양성해야 한다. 이는 사업과 사역의 토착화를 위해 필수적이다.

제9장 장기적 전망
현지인 고용은 단기적으로는 경제적 유익을 주지만, 장기적으로는 공동체 변화를 일으킨다. 직원이 일터에서 경험한 가치와 태도를 가정과 사회에 전하면, 세대 간 변혁이 일어난다. 특히 젊은 세대를 고용하고 훈련시키는 것은 미래의 지도자를 세우는 투자다.

또한 고용은 선교사의 사역을 현지화하는 기반이 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현지인 리더가 사업과 사역을 이끌게 되면, 선교사는 지원과 멘토 역할로 전환할 수 있다. 이는 선교사가 떠난 이후에도 사역이 지속되도록 보장한다.

제10장 결론: 일터에서 세워지는 하나님 나라
현지인 고용은 비즈니스 선교에서 단순한 경영 전략이 아니다. 그것은 복음을 삶으로 보여주는 자리이며, 하나님 나라의 가치가 구체적으로 구현되는 무대다. 고용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작은 결정 하나하나가 복음의 메시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영향력은 자동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고용주의 신앙, 성품, 경영 철학, 관계 형성 방식이 그것을 결정한다.

고용이 하나님 나라의 도구가 되기 위해서는, 사역자가 경제적 유익뿐 아니라 영적 변화를 목표로 삼고,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을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존재로 대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한 명의 고용이 한 가정을 변화시키고, 그 가정이 공동체를 변화시키며, 하나님 나라가 뿌리내리는 역사가 일터 한복판에서 일어나게 된다.